"야, 변백현. 너 오늘도 바에 가냐?너 거기에 꿀이라도 발라놨어?왜그렇게 거기 들락날락거려. 벌써 거기서 너 봤다는 애들도 여럿이야. 너 진짜 쓰레기 되고 싶어서 그러는거야? 말좀 해봐, 그렇게 입 다물고 있지 말고. 동기들이나 후배들이나, 학교 사람들이 니 얘기로 입방아 찧는거 짜증나. 너 까이는거 듣기 싫다고. 그러니까... 어떻게 좀 해봐. 너 진짜 성욕에 들끓어서 그래?아님 술이 좋으면 집에서 사서 마시던가." "...."
백현은 말없이 옆에서 조잘거리는 종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백현은 자신과 키가 비슷한 종대의 머리에 손을 턱- 올리고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평이 어떻던 간에, 그게 어떻게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던 간에, 어짜피 내가 쓰레기 같이 굴어도 어짜피 내가 좋은 사람들은 내 옆에 남아있기 마련이야. 오히려 나를 이해해줄 수 없고, 또 나랑 안맞는 사람들을 자동으로 걸러주는거지. 덤으로 말해주자면 난 술 별로 안좋아해. 냄새도 별로고. 술취해서 난동부리는건 딱 질색이야. 술먹고 일 벌릴 생각 없으니까 신경 안써도돼. 그리고, 바에서 나봤다는애들, 걔네도 의심해야 되는거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가는 바는 게이바니깐. 백현은 자신의 마지막 말에 벙져있는 종대를 뒤로하고 가방을 챙겨 벤치에서 일어났다. 얼빠진 종대는 정신을 차리고 백현을 찾았지만 이미 백현은 없었다. 또 바에 갔나.. 한숨을 푹 쉬는 종대의 얼굴에 걱정과 염려가 서려있었다.
"다, 변백현 너때문에 가는거잖아."
종대는 작게 중얼거리곤 의자에서 일어나 바지를 두어번 털고는 털레털레 변백현이 자주 가는 바로 갔다. 종대는 백현 때문에 바에 자주 들락거렸지만 아직 바에서 백현을 직접 대면한적은 없었다. 그래서 백현역시 종대가 바에 오는지 몰랐을 것이다.
"오늘도 왔네," "네. 오늘 괜찮아요?"
"뭐. 늘 괜찮지."
"그래요?"
"마실거 줄까?"
"네."
"오늘도 논 알콜?"
"아뇨. 오늘은 그냥 칵테일로요."
"그래."
박찬열, 그는 백현이 자주 이용하는 바, Desire의 바텐더였다. 워낙 자주 찾는 단골 백현을 잘 알았다. 더없이 매력적인남자.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알고, 또 잘 이용해먹을줄 아는. 찬열은 백현의 다양한 모습을 봐왔었다. 술은 잘 안마시는 백현이지만 오늘처럼 가끔은 마시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절제할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늘 만취상태가 된다던가 그런일은 잘 없었다. 딱 한번, 백현의 대학생 2학년 시절, 왠일인지 그는 난데없이 도수 높은 술을 찾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백현을 어찌해보려는 것들을 다 쳐내고 찬열은 백현을 다독였다. 이윽고 바 마감시간 쯔음, 조금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찬열이 혀엉..나 사실 교수님을 도와서 ........라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 진전이 없어요..그래서 너무 힘들어...응?형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나...그만 둬야될까?"
백현은 유명한 대학에, 그것도 의대. 차석이었다. 정신과인 그는 교수의 이쁨을 받아 교수가 진행중인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연구는 험난하기 짝이없었으며, 백현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연구였다. 그도 그럴것이 연구주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관한 고찰. 그중에서도 백현이 맡은 부분은 생리욕구 중에서도 성욕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백현은 성관계?SEX는 성별아니었어요?하는 엄청난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더란다. 하지만 성에 잘 모르는 백현이 성욕에 관한것을 연구하기에는 힘든감이 있었고, 같은 동기 종대에게 물어보자 돌아오는 대답은,
"섹스해봐. 너 아직 총각딱지도 안뗏냐?"
라는 말이었다. 백현은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멋깔나게 차려입고 클럽에 갔다. 술술꼬이는여자, 그리고 그 여자들은 백현의 화려한 언변에(그리고 백현의 성격은 3학년되서 더러워졌다.1학년, 2학년 초기때만해도 이렇지는 않았다.)넘어갔다.쉽게 딱지를 뗀 백현은 그 뒤로 몇번씩클럽에 들락날락거리곤했다. 총각딱지 뗏냐는 종대의 말은 시종일관 무시해주고 묵묵히 백현은 자신의 성생활을 바탕으로 연구를 정리했다. 하지만 백현, 자신의 주관이 많이 들어간 연구과제는 다른사람에게는 신빙성을 얻을수 없다는 교수의 말에 백현은 침울해져서 돌아왔다. 그리고 백현은 자신이 자주가던 바 Desire(백현은 그곳이 게이바인줄 몰랐다.찬열역시 말해주지 않았고 백현을 노리는 남자들은 찬열이 다 차단시켰다.)의 바텐더 찬열에게 속을 털어놓은것이고. 돌아오는 찬열의 속시원한 대답.
"섹스하면 되겠네. 남자랑. 사실, 남자인 니가 여자의 성욕에 대해서까지 연구하는건 힘든거 아니야?니가 섹스한 여자들, 그게 모든 여자들의 기준이 아니잖아. 그러니깐 사실상 니가 이 세상 모든여자들과 섹스를 해보지 않는 한 정확한 것은 낼 수 없어. 그리고 설령 통계내서 100명정도를 대상으로 한다쳐도, 니가 여자들의 속까지 다 꿰뚫어볼 수 있을까. 그러니까 방향을 좀 틀어봐. 남자의 성욕으로."
"나..남자랑요...?"
"그래. 남자랑."
"누...누구랑 해요..!저 그리고 게이도 아닌데...혀엉...무섭단 말이에요."
"여기 게이바야."
"네에?!"
"여기 게이바라고. 이때까진 니가 여기 게이바인지 모르고 온것 같아서 말안하고 너 좀 어떻게 해볼라고 오는 남자들 내가 다 차단했는데, 이제 말해도 괜찮을것 같다."
"아....어...형 감사해요..근데 좀 당황스럽고..., 또 ..."
"그래서 변백현, 해볼꺼야?"
"생각할 시간을 좀...일단 형 내일 다시 올께요."
하고 훽- 사라지는 백현을 보며 찬열이 중얼거렸다. 변백현. 나도 너 좋아하는데, 하지만 그 중얼거림은 백현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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