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rrrrr-
......
Rrrrrrr-
...아, 여보세요...
미친, 네가 지금 잘 때가 아니야.
그럼, 놀 때냐...? 어...? 닥치고 끊어...
어, 놀 땐가보다 지금. 전정국은.
...뭐?
전정국 지금 스테이지에서 존나 신나게 놀고 있다고.
뭐, 시발?
네 남친이요, 지금 클럽에서 신나게 몸 흔들고 계시다고요.
*
내가 네 여자였을 때 (부제 : 잘했어야지요.)
"전정국 개새끼. 아, 얘 어디있어!"
한참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에 클럽행이라니. 내가 단단히 미쳐도 미친게 틀림없었다. 눈 앞에 헐 벗은 남녀가 부대끼는 모습을 목격하길 몇 번, 클럽안의 빵빵한 사운드에 슬슬 정신이 아득해져 갈 때쯤이었다. 저 멀리서 눈에 띄게 잘생긴 놈이 졸라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벗은거나 다름없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허, 참나, 와... 저렇게 환한 미소는 나도 요즘 보기 힘든 데, 언년한테 저렇게 웃어주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씨근거리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전정국의 곁으로 다가가려 마음을 먹었을 때, 잠깐 멈춘 것은 절대로 내 옷차림 때문이 아니었다. 급하게 나온터라 짧은 트레이닝복에 후드집업 하나만을 걸친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저거, 저것들 가부키 화장했는데 내가 가서 깝치면...
"전정국 외도 목격 소감이 어때."
"아, 깜짝이야!"
"저 새끼 아까는 스테이지 올라가서 부비부비 하더라 미친놈."
"...그건 내가 못 봤으니까 됐어."
"아이고, 참 순정이다. 순정. 네가 안 봤다고, 저 새끼가 밖으로 안 나돈게 돼?"
"아, 몰라. 일단은 나 그냥 집 간다."
"헐, 미쳤냐? 가긴 어딜가 깽판 치고 가야지!"
"됐어, 그냥 내일 말할래."
"어차피 내일 되면 너 말도 못할 거 아냐?"
"아, 할거야! 아무튼 나 간다. 저 새끼 그냥 냅둬."
뒤로 날 부르는 김태형을 외면하고 급하게 클럽 안을 빠져나왔다. 사실 이런 적이 부지기수라서 딱히 더 속상해 할 것도 없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이 착잡해 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전정국의 소식이 들리고 나면 상황은 딱 두가지였다. 하나는 여자랑 같이 있다는 소식, 하나는 클럽. 그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성난 황소처럼 달려나가지만 차마 전정국을 대면하고 화를 낼 자신이 없어 이리 돌아선 것도 이제는 슬프게도 익숙해지려한다. 더 좋아하는 게 뭔 죄라고 이렇게 사람을 달달 못 볶아 안달인지. 결국엔 내가 먼저 한 발짝 물러섰다. 져 준다는 좋게 포장한 말로.
그리고 오늘도, 물론, 역시, 나는 전정국에게 져주었다. 아주 불편한 마음으로.
*
안녕하세요. 글잡입문 했어요! 제목처럼 내가 네 여자였을 때 잘했어야함을 깨우치는 글입니다. 처음 써봅니다! 많이 서툴어요!
프롤로그라 매우 짧습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