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Inst.) - 육성재, 오승희
그 아이는 고3의 시작에 전학을 왔다.
"안녕, 어.. 전정국이고 부산에서 왔고 잘 부탁한디"
첫인상은 좋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단정하고 깔끔했고,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사투리가 여전히 배어 있는 말투는 귀여웠다.
"반장인 탄소가 정국이 좀 부탁한다?"
담임선생님은 내가 반장이니까 부탁한다며 내 짝과 전정국의 자리를 바꿔버렸다. 어차피 막 시작된 새 학기라 옆에 앉아있던 짝도 잘 모르는 아이여서 누가 되든 상관없긴 했다.
"이름이 탄소? 잘 부탁해"
"응, 김탄소야 나도 잘 부탁해"
전정국은 사투리와 서툰 서울말을 섞으며 본인이 생각해도 이상했는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맞추며 밝게 웃었다. 그날 이후로 전정국은 나와 붙어 다녔다. 첫날은 학교를 소개해준다는 핑계로, 둘째 날은 친구가 없다는 핑계로, 셋째 날은 전정국이 내게 말했다. 내랑 친구 안 할래? 그렇게 말하며 씩 웃는 전정국은 안이 다 비칠 정도로 맑은 시냇물 같았다. 나도 2학년 때 같이 놀던 친구들과 다 다른 반이 되는 바람에 같이 다닐 친구가 없는 참이었다. 전정국은 모르는 게 있으면 나에게 제일 먼저 달려왔고 어디를 갈 때면 길을 잘 모르겠다며 나를 꼭 데려갔다. 그리고 서울말은 너무 힘들다며 나를 서울말 선생님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나는 사투리 잘하고, 니는 서울말 잘하니까 서로 가르쳐주면 되겠네!"
"내가 사투리를 왜 배워"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말을 만들어낸 걸까. 전정국과 같이 있으면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가 심심하지 않게 자주 말을 걸었고, 그 말들마다 들쑥날쑥 튀어나오는 사투리에 부스스 웃음이 새어 나왔다. 3월 모의고사를 친 후 같이 풀이를 하자며 집으로 가려는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나는 어차피 해야 할 거 둘이 하는 게 낫겠지 싶어 학교에 전정국과 남았다. 책상을 마주 보게 놓고 전정국과 나는 마주 보고 앉았다. 전정국은 국어를 잘했고 나는 수학을 잘했다. 서로 가르쳐줄게 또 생겼다며 전정국은 헤실 거리며 손뼉을 쳤다.
"김탄소 내가 문학 공부하는 비법 가르쳐줄까?"
"뭔데?"
"자 봐봐"
전정국은 자신을 잘 보라며 신신당부를 했고 자기가 선생님이라며 국어 모의고사 시험지를 들고 교탁으로 걸어갔다. 시험지를 이리저리 뒤지며 무언가를 찾던 전정국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지문 하나를 읽기 시작했다.
"권 선생, 사람이 이런 취급을 당하고도 부끄럽지도 않소? 분하고 억울하지도 않소?"
"뭐 하냐?"
어리둥절해하는 내 눈을 보며 인상을 더 찌푸리고 말했다.
"땅바닥에다 내던지는 걸 주워 먹는 똥개 신세는 결코 되지 않겠다고 그러셨죠? 천만에요! 내 눈엔 지금 권 선생이 똥개 그 이하로밖에 안 보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소리 내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정국이 진지한 표정을 하며 읽었던 것은 이번 모의고사 시험지에 나온 지문 속의 주인공 대사였기 때문이다.
"근데 너 방금도 사투리 썼다?"
"헐"
진지했던 표정이 한순간에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표정으로 변했다. 내 칭찬을 기다렸던 거였는지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으며 사투리여도 이게 나름 자신만의 문학 공부 비법이라며 내게 어깨를 으쓱 거렸다. 인간 비타민. 아마 전정국을 대신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인간 비타민. 오늘은 국어 내일은 수학 차근차근하자며 한참을 문학 지문을 둘이서 주고받으며 읽었다. 시간은 저녁 먹을 시간에 다다랐고, 고전시가를 분위기 잡고 읽고 있던 내가 마지막 문장을 말하자마자 전정국은 내 말투를 흉내 내며 소녀 뭐라도 먹고 오지 않겠소 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한쪽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황송하옵니다라고 맞장구를 쳐줬다. 우리는 고개를 뒤로 젖혀가며 웃었다. 인간 비타민 전정국 인정.
학교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전정국의 말에 쌍쌍바를 하나 사서 나눠먹었다. 교실로 돌아오자 아이스크림 탓인지 늦게 지나가는 꽃샘추위 탓인지 살짝 쌀쌀했다. 의자에 앉아서 계속 맨 다리를 손으로 문지르는 나를 본 전정국은 사물함을 열더니 담요를 꺼냈다.
"이거 덮어라"
손에 든 연 분홍색 담요를 내게 건넸다. 전정국과 어울리지 않는 연 분홍색 담요를 받아든 채 멀뚱멀뚱 보고 있으니 전정국이 눈이 동그래져서는 손사래를 쳤다.
"누나 거다 우리 누나 꺼! 학교 가는데 누나가 준거다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
그런 전정국이 귀여워서 전정국의 억양을 따라 하며 놀렸다.
"이상한 생각이 뭔데?"
내 어색한 억양을 들은 전정국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창밖에서 들어온 바람이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잔뜩 어지럽혔고, 쌀쌀했던 공기는 금세 따뜻한 우리의 온도에 데워졌다. 져가던 해가 다시 고개를 내밀어 우리의 양 볼을 색칠했다. 마지막으로 미뤄뒀던 문법 설명을 해주겠다며 전정국은 선생님이 된 양 칠판에 판서까지 해가며 열정적인 강의를 했고 나는 선생님 멋져요를 연발하며 학생인 척을 했다. 벌서 9시가 됐다며 우린 가방을 챙겨들었고 공부를 한 건지 논 건지 모를 우리의 시간을 마음에 챙겼다.
여기저기 꽃이 인사하던 봄은 점점 눈부신 여름이 되어갔고 우린 조금 더 가까워졌다. 전정국이나 나나 서글서글한 성격에 반 아이들과 두루두루 친하긴 했지만 누군가가 전정국과 제일 친한 애가 누구냐고 물으면 반 아이들은 당연히 나를 꼽았고, 나와 제일 친한 게 누구냐 물으면 질문도 다 듣지 않고 아이들이 입을 모아 전정국이라 대답했다. 나에게 전정국은 그런 존재였다. 가장 친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친구. 함께 있으면 가슴이 통통거리는 게 즐거운 친구.
내리쬐는 햇살에 방학을 맞이했고 그와 동시에 나는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렸다. 빨리 나을 줄 알았던 감기는 나와 떨어질 생각을 안 했고 방학 보충이 시작되었다. 전정국은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 여름에 감기가 뭐냐며 놀렸고 나는 옮겨버리겠다며 전정국 뒤통수에 꿀이라도 발라둔 마량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3일 정도 따라다녔을 즘 되니 전정국은 아침마다 하루는 마스크 하루는 종합 감기약 하루는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리더니 열이 얼마나 나는지 확인했다. 콧물을 훌쩍거리는 나에게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통째로 건네는 날이었다. 괜찮냐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면서 잔뜩 챙겨주는 전정국이 그날따라 괜히 놀리고 싶었다. 같은 방향에 집이 있어서 보충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야"
전정국은 더운지 안에 입은 티가 보이게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
"전정국"
씨익 웃으며 말을 하는 나를 고개를 돌려 쳐다보더니 왜 부르냐는 듯 눈썹을 올렸다.
"나 좋아하냐"
전정국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다시 돌려 앞을봤고 나는 앞서가는 전정국의 뒤를 따랐다.
"무슨 츤데레인척 하는 것도 아니고 나 좋아하냐니까?"
그런 전정국에게 꺄르륵 거리며 계속 장난을 쳤다. 단추를 다 열어서 펄럭거리는 교복 셔츠 뒤를 잡고 슈퍼맨의 망토마냥 손으로 펄럭 거리며 깐족거렸다. 전정구욱 이 누나가 너무 좋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전정국은 가던 길을 멈췄고 나는 그대로 전정국의 등에 머리를 박았다. 왜 갑자기 멈추냐고 투정을 부리려고 했는데
"응"
응? 전정국의 말에 온몸이 멈췄다. 심장도 멈춘 것처럼 멍했다. 전정국은 뒤로 돌아서 나를 내려다봤고 전정국의 가슴팍이 내 코앞에 놓아졌다. 내가 못 들은 건 줄 안 건지 전정국은 한 번 더 말했다.
"나는 니 좋아하는데"
"......."
"니는, 닌 내 좋아하나"
아무 말도 하지 못 했고, 시선을 올려서 전정국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개미가 기어가는 듯 발끝이 간지러웠다. 간간이 불어오던 뜨거운 여름 바람이 내 머릿속을 잔뜩 헤집어놓았다. 얼굴에 열이 사르르 오르는듯했다. 감기가 심해지려나. 전정국은 살짝 웃으며 내 머리를 두어 번 톡톡 치더니 잘 가라고 말하며 걸어갔다.
그 후로 전정국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 했다. 전정국과 대화할 때면 눈을 이리저리 굴렸고, 보충수업을 마치면 먼저 간다고 소리치고 후다닥 뛰어나왔다. 전정국을 홀로 어색해하는 증상은 나날이 심해졌고 그러는 사이에 방학은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기가 되며 자리를 바꿨고 우리는 교실 끝과 끝으로 멀어졌다. 다행이라며 안도하다가도 이제 심심할 거 같아 시무룩해지며 감정은 널뛰기를 했다. 쉬는 시간에 반 아이들은 덥다며 매점으로 우르르 나갔고 그 틈을 타 에어컨 바람이 제일 잘 드는 친구 자리에 앉아서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어디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앞엔 전정국이 나와 마주 보며 앉았다. 코앞으로 다가오는 얼굴에 놀라서 소리를 지를뻔했다. 벌리고 있던 입을 손으로 턱을 올리며 닫아주는 전정국 덕에 쏙 들어가긴 했지만.
"파리 들어가겠다"
전정국은 이제 서울말을 꽤 했다.
"나랑 왜 어색한척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사투리에 웃음이 날뻔한 걸 겨우 참았다.
"설마 저번에 그거 때문에?"
아까 쏙 들어갔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나를 보고 전정국은 눈을 접으며 웃었다. 웃는 거 오랜만에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장난 좀 쳤다고 그러냐 미안하다 미안해"
나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곤 전정국은 자리를 떴다. 장난, 그래 장난이었구나... 저번보다 더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운이 쭉 빠졌다. 장난이란 말을 들으면 분명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몸이 무거워지는 게 이상했다. 감기는 분명 다 나았는데 다시 찾아오려나 보다. 전정국과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 전정국이 더 아무렇지 않게 지내려고 애쓰는 느낌이 약간 있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붙어 다녔다. 역시 전정국과 함께 있을 때가 제일 가슴이 통통 거리는 게 기분이 좋았다.
나를 내리누르던 여름은 지나가고 낙엽이 구르는 가을이 왔다. 시원해진 바람과 함께 수능이 우리를 찾아왔다. 올해는 다행히 그리 춥지 않은 날이었다. 기분 좋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오랜 시간 달려오던 수능이란 길의 결승선을 밟고 뒤를 돌아봤다. 참 먼 길이었지만 쉬지 않고 달려온 내 머리를 누군가가 쓰다듬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군가가 전정국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겨울 방학이 되었고 전정국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했다고 내게 연락했다. 방학 동안 할 일도 없으니 놀러 오라는 말에 나는 정말 놀러 가서 하루 종일 앉아있는 날도 있었다. 여자 손님이 유독 많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거의 매일 전정국이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가서 앉아있었다. 여자 손님들에게 웃어주는 전정국을 보며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런 걸 질투한다라는 건가 심각하게 고민도 했지만 설마 하며 넘겼다. 설마 하며 넘기길 일주일 정도 됐을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을 잊고 있었던 나를 원망했다. 가게를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왜 이렇게 얇게 입었냐고 아이스크림 가게라 히터 틀기도 뭐 하다며 나를 걱정해주는 전정국을 보며 요즘 말로 심쿵이라는게 이런 건가 느꼈다.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구석에서 하얀 담요를 꺼내오는 전정국을 보고 멍해졌다. 순간 담요가 연 분홍색으로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가게 인테리어 때문인 건가. 괜히 그날의 전정국이 떠오르면서 심장 구석이 간질간질해졌다. 전정국은 일을 마치고 내게 오려다 말고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직원에게 갔다. 그 직원의 손까지 잡아가며 말을 하길래 좀 있다 무슨 말 했는지 물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 끝난 건지 내게 오자마자 전정국은 웃으며 말했다.
"그 담요 빌려달랬더니 그냥 니 가지래"
오늘 나는 전정국과 야구를 했다. 타자로 나온 내 결과는 쓰리 아웃 체인지.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의 글러브 속으로 쏙 들어가듯이 나도 전정국이 던진 따뜻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어버렸다. 내 심장은 통통에서 콩콩으로, 또 쿵쿵으로 변했다. 내가 전정국을 좋아하나보다. 마음을 인정하니 머리는 더 가벼워졌다. 기분 좋게 매일 가게로 가서 전정국의 일이 끝나길 기다렸다. 내게 너는 알바 안 하냐고 이젠 나름 자연스러운 서울말을 쓰며 묻기도 했지만 난 대답 대신 히 소리 내며 웃을 뿐이었다.
방학은 끝났고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마지막 알바 날에 집에 가며 졸업식 날은 맛있는 걸 쏘겠다는 전정국의 말에 졸업식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달력에 별표도 그려가며 기다렸더니 졸업은 훌쩍 다가왔다. 졸업식 날은 전정국에게 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평소에 나 몰라라 하고 다녔던 얼굴에 BB크림도 발라보고 틴트도 발라봤다. 학교에 도착하자 먼저 와있는 전정국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전정국은 내게 졸업식인데 사진이나 찍자며 휴대폰으로 같이 브이도 하고 어깨동무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마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 보면 발그레해진 볼이 분명 찍혔으리라. 강당에서 식은 짧게 진행되었다. 교실로 돌아와 담임선생님과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학교를 빠져나왔다. 전정국은 거하게 쏘겠다며 내 어깨에 손을 두르고 초밥집으로 날 데려갔다. 이것저것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전정국을 빤히 쳐다봤다. 이제 보니 꽤 잘생긴 것 같다. 물을 컵에 따르다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전정국도 나와 눈을 맞춰왔다. 말없이 서로를 빤히 보다 먼저 입을 연건 전정국이었다.
"야"
"......"
"김탄소"
어 잠시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졸업 축하해"
아니구나.
"정국아 너도 졸업 축하해"
"근데"
"응?"
"나 좋아하냐"
맞네. 그래 내가 했던 말이지. 그 때 와는 다르게 바뀌어버린 내 마음이지만 전정국은 장난일까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난 좋아하는데"
들려오는 말에 입이 겨울 공기로 꽁꽁 얼어붙어렸다. 뭐라고 정국아? 아무 말도 없는 나를 보며 전정국은 따라놓은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장난 아닌데"
사투리를 잔뜩 써가며 내게 웃어 보이는 전정국 덕분에 얼었던 입이 스르르 녹았다. 나도 전정국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니 좋아하는데"
사투리를 어설프게 쓰며 그때의 전정국이 했던 말을 똑같이 따라하는 나를 보며 전정국은 내가 다음 말을 하길 기다렸다.
"닌 내 좋아하나?"
"어 좋아한다"
우리 사이로 놓이는 음식을 보고서도 쉽게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손끝이 간질거리는 게 무언가 닿기라도 하면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그때와 같은 말을 하면서 전혀 달라진 상황에 웃었다. 그리고 쿵쿵 뛰는 심장에 웃었고, 마주 보고 있는 게 기분이 좋아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손을 잡고 웃었다. 전정국은 전학 온 자신을 잘 챙겨줘서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고.
그 봄의 시작에 하마터면 엇갈릴뻔했던 아슬한 우리의 첫사랑이 계절을 지나 이 겨울의 끝에 다행히도 서로를 발견했다. 나도 어쩌면 기분 좋게 함께 보냈던 그 봄부터 너를 좋아했던 게 아닐까. 우리의 주위로 그때의 봄바람이 다시 찾아왔다. 계절의 시작인 봄과 함께 너와의 첫사랑을 시작한다.
사랑하는 암호닉 ♥ |
복숭아망개 / 뿌링클 / 만두 0103 뽀로로이다 / 정전국 / 민슉아슈가 / 자기 11과 26 / 파랑토끼 / 행복하자 / 꽃보다윤기 / 쁄 글루미데이워더 / 토토 혹시 제가 놓친 암호닉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