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하다. 무엇이? 지민이 연락이. 태형이 틈만 나면 힐끔힐끔 휴대폰 액정만 바라보다 불이라도 반짝 거린다 싶으면 잽싸게 휴대폰을 든다. 하지만 기대했던 지민은 개뿔, 언제 끝나냐, 끝나면 한 잔 하자! 며 학기 초부터 텐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호석일 뿐이었다. 윤기의 눈칫밥만 실컷 얻어먹은 뒤 한숨을 쉬며 카운터 옆에 휴대폰을 내려놓게 된 것도 익숙해져만 가는 요즘. 지민의 연락이 뜸해졌다. 짐니 태태야 오늘 뭐하노! 안 바쁜거 아는데 오빠랑 영화 한 편 때리까? 오전 10:38 어쭈 답 안하지 오전 10:42 자나 돼지야ㅑ 알따 안 놀리께 일어나 이삐야 오전 10:51 태형이 코만 킁, 하며 한 달 전 카톡만 쓱 훑어내린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꼬박꼬박 연락했으면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조금만 올려도 금새 한 달 전의 알콩달콩했던 카톡들이 태형의 마음을 간질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연락 3분에 한 번씩 했으면서. 1분만 늦어도 사랑이 식었니, 어쩌니 하면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비참한 소설 주인공인 척 하더니. 나빴어, 박지민. 흥. 나도 안 기다려, 안 기다려! 태형이 입술을 비죽이며 마음 속으로-신성한 아르바이트 장에서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지민에게 욕을 한 바가지나 했단다. 애석하게도 연락을 기다리지 않겠다, 는 머리와는 반대로 멍청한 몸은 시도때도 없이 엎어놓은 휴대폰을 뒤집어 보고 있다. "태형아, 주문 받아야지." 정신을 반쯤 빼놓은 태형 몫까지 묵묵히 일을 하며, 방금까지도 테이블을 정리하고 온 남준이 태형의 팔을 툭툭 치며 작게 소근거렸다. 윤기형이 안 본 걸 다행으로 여겨. 남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태형이 고개를 들자 눈 앞에는 똘망똘망한 여학생들이 태형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더랜다. 아, 주,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쟤 왜 저러냐." "냅둬요, 한창 피곤할 때잖아." 빠릿빠릿할 줄 알고 뽑았더니 은근 허당 기질이 있질 않나, 요새 들어 무슨 연애한답시고 감정 표현이 충실해져서는 어떤 날엔 시도때도 웃고 있다가도 다음 날 되면 애인이랑 싸웠다면서 금방이라도 그 큰 눈에 눈물이 날 것처럼 입술을 비죽이더란다. 쟤 와꾸만 아니었어도 잘리고도 남았다. 윤기가 오늘도 정신이 더욱 나간 태형을 뒤에서 아니꼬운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이윽고 남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래도 니가 고생하면 되니까.'라는 말을 마치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더 고생하라고? 남준은 속으로 번개를 맞은 듯 했다. - 미안. 바빠서 전화 못해. 알바를 마치고 오늘도 수고했다는 남준과, 내일도 이딴 식으로 하면 반드시 월급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윤기를 뒤로 한 채 특유의 헤실거리는 웃음만 남기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밤이 내려오는 거리.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쪽에 있는 가게라,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북적이는 듯 했다. 태형은 옆으로 휙휙 지나가는 커플들이 맞잡은 두 손과,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커플들의 얼굴만 힐끗 쳐다보다가 '나도 애인있다!'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지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보시는 것처럼. 그래도 이번엔 문자는 남겨주네. 태형이 코를 찡긋거리며 휴대폰을 여전히 진동 모드로 해놓고, 따뜻해지는 날씨에 얇아진 코트 주머니로 휴대폰을 쥔 손을 찔러넣었다. 날씨만 따뜻해지면 뭐해. 정작 옆에 사람이 없구만. 집에 가는 내내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건 안 비밀. "저희 이거 주문 안했는데.." "네? 아.. 저기.." "죄송합니다, 손님. 이 친구가 잠시 헷갈렸나봐요.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당황한 태형을 부드럽게 옆으로 밀고는, 남준이 특유의 젠틀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상대했다. 태형은 고개를 더 푹 숙이고는,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만 반복하다가 자리를 빠져나왔다. "야." "..." "뭐하냐 너." "죄송해요." 이번 실수로 벌써 오늘만 해도 다섯 번 째다. 처음엔 다음부터 그러지마. 라고 넘겼는데, 괜찮아 괜찮아 하다가 벌써 다섯 번 째. 남준도 한숨을 쉬고, 잠시 틈을 타 태형을 지켜보고 있던 윤기도 이젠 못 참겠다는 듯이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트레이를 들고 터덜터덜 걷는 태형을 불러세웠다. "장난해? 무슨 일 있음 말하고 쉬던가. 왜 여기까지 와서 민폐질이야."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너 ㅆ.." "태형아, 오늘은 들어가서 쉬어." "아오, 씨발 좀 나와봐." "형도 참아요. 원래 잘 안그러잖아." 하얀 얼굴에,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화를 참고 있는 윤기를 가까스로 주방으로 밀어넣은 남준이 여전히 죄송스러운 마음에 머뭇거리는 태형도 자연스럽게 탈의실로 밀어넣었다. 너, 임마. 있으면 윤기형한테 가죽 벗겨지고도 남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태형이 문을 빼꼼 열고, 간만에 카운터 앞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남준을 향해 조용히 걸어왔다. 형, 고마워요. 내일 진짜 정신 차려서 올게요! 윤기형한테도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왠지 지금 보면 나 진짜로 죽을 것 같거든.. 남준이 태형의 마음을 다 안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등을 떠밀었다. 얼른 가. 태형이 꾸벅이고 인사를 건네곤 가게를 빠져나왔다. 오늘도 어린 양의 목숨을 구한 것에 감사하며, 남준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쁜 자식, 썅놈의 새끼. 너 때문에 윤기형한테 진짜 죽을뻔 했어. 액정이 부서져라 매섭게 타이핑 하며 한글자 한글자 진심을 담은 육두문자를 지민에게 30개쯤 보내고 있었을까, 갑자기 1이 사라지는 덕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ㅂ 개썅놈아 오후 4:20 진짜 짐니 어디야 오후 4:20 오후 4:20 응? 뭐, 뭐야. 박지민 맞아..? 장난치는 건가. 이렇게 연락이 빨리 될리가 없어. 어안이 벙벙한 탓에 혹시 방금 윤기가 자신을 진짜 반쯤 죽여놔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길거리에 우뚝 서서 뺨만 철썩철썩 내리쳤다. 꿈.. 아닌데. 헐.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연인 사이에, 애인이 애인에게 어디냐고 물었을 뿐이지만 태형은 마치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을 때 좋아하는 DJ가 고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마냥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더랜다. 덕분에 어디냐고 묻는 지민의 물음에 머리가 새하얘져서, 3일에 한 번 연락이 닿을까 말까한 애인의 말에 머리가 텅 비어버려서 떨리는 손으로 뭐라고 카톡을 보내야하나, 고민하는 사이에 답답함을 느꼈던 건지 지민이 전화를 걸어왔다. "ㅇ, 여, 여보세요..." - 태태. 뭐야. 참으로 오랜만에 다정한 목소리로 듣는 태태 두 글자에 심장이 한 0.1초는 멈춘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눈물이 차는 것 같기도. 주책이야, 진짜!! 180 가까운 키에 의젓한 남성이, 길을 가다가 우뚝 서서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려는 이 상황.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참을 힐끗 했더랜다. 영화 찍나? - 여보세요. 태태? "...야! 왜 연락이 안돼!" - 바쁘다고 했잖아. 어디야, 알바 안해? "다, 니 때문에.. 진짜 알바 짤리는 줄 알고.." 다정한 목소리에. 울먹거리는 태형의 말에 전화기 너머로도 지민의 표정이 상상갈 정도로 따뜻하게 웃어주는 덕분에. 태형은 근 한 달 동안 내적으로 화내고, 울었던 기억이 모두 잊혀지는 듯 했다. 아, 억울하다. 억울해! 오랜만의 통화라, 그간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조곤조곤 풀어내는 태형의 말을 그랬구나, 그랬구나. 하며 다정하게 받아주는 지민 덕에 태형은 언제 눈물이 고였냐는 듯 헤실헤실 웃고만 있었다. "어, 버스 내려야 해." - 그래, 끊자. "아 왜! 아직 집 안 들어갔어!!" 너 변했어. 변했어 변했어! 예전에는 집 앞 다왔다고 끊자고 하면 싫다고, 싫다고 다시 돌아가라고 그렇게 애닳게 굴더니. 태형이 금새 또 궁시렁대며 하차 벨을 누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내려." - ... "어.. 여보세요? 야, 박지민." 뭐야 진짜 끊었어? 대답 없는 상대방 덕분에 끊어진 건가 싶어 액정을 바라보니 여전히 연결중이었다. 이 새키.. 뭐하는 거야! 태형이 다시 전화기를 귀에 대고 진짜 화낼거야! 라고 다짐하는 동안, 부드럽게 태형의 허리를 감싸오는 두 손이 있었으니. "짠." 태형이 깜짝 놀라 고개를 휙 돌리자 태형의 어깨에 턱을 올리곤 휘어져라 웃고 있는 지민이 보였다. 어, 너, 너... 너 왜 여기 있어? "태태 보고 싶어서 오빠 날아왔지." 진짜 박지민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왔던 휴대폰 액정 속의 2D 박지민이 아니라 리얼 3D 현실 박지민이었다. 태형이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가, 금새 울상을 지으며 지민의 품에 쏙 하고 안겼다. 부들부들한 니트. 태형은 참고로 지민이 목 폴라니트를 입고 올 때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했고, 지금 지민은 목 폴라니트를 입고 있어서 그런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보였다.(고 한다.) 한참을 지민의 가슴팍에서 얼굴을 부비적대며 보고싶었느니, 매정한 새끼라느니. 온갖 아양을 다 떨고 나니 길거리에서 주책맞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태형이 어둑어둑해지는 날이었음에도 발개진 얼굴을 그대로 들어보이며 지민에게서 떨어졌다. 지민이 그런 태형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코트 속으로 손을 쏙 집어넣었다. "야, 나 안 보고 싶었냐. 어떻게 연락이 그렇게 안돼." "일이 있어서.. 피곤했어." "뭔 일! 바람 피나보네." "아니거든. 태태, 니 집 어느 방향이었지." 얼씨구. 오랜만에 데려다 줘서 길도 까먹었다 이거지. 태형이 주위를 휙 둘러보며 '그러니까, 이 쪽으로..' 라고 말하며 다시 지민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 지민이 자랑스럽게 반대쪽 코트에서, 드라마에서만 보던 두툼한 케이스를 내민다. "이삐야, 오빠 많이 힘들었다." 지민이 케이스를 열자, 왠 반짝거리는 은색 동그라미들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게 뭐냐면.. 어, 내가 드라마에서만 보던 그거? "프로포즈는 아니야." "..헐."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태형이 반지와 지민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금새 눈물이 가득 차오른다. 여태껏 차오르던 눈물 중에 제일 빨리 차올랐어, 지금. "이삐도 알바 하는데, 오빠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말이지." 예쁘지? 응?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서, 그냥 멍하게 반지 케이스만 들고 반짝거리는 반지만 쳐다보고 있는데 지민이 답답했던 지 그런 태형의 왼손을 낚아챈다. "이제 진짜 내꺼니까." "..." "아무한테나 웃지 말라고 주는거야." 어둑어둑해진 길거리. 그 속에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태형의 왼쪽 약지가. 너무 예뻐서, 그래서. 태형은 왈칵 눈물이 터졌더랜다. "이삐야, 울지 말고 오빠도 끼워줘." 허응헝헝헝 거리며 얼굴은 온통 눈물 범벅이 되어서는 지민의 왼쪽 약지에도 똑같은 반지를 하나 끼워준다. 호수 묻길래 비슷한 걸로 해달라고 했더니 막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 있지? 참, 대한민국 자유주의 사회 맞나 싶다. 지민이 조잘대며 반지에 엮인 에피소드를 줄줄 풀어내는데, 태형은 들리지도 않는 지 연신 반지만 쳐다보며 헤벌레- 거리고 있었다. 지민은 그런 태형을 가만 바라보다가, 씨익 웃으며 태형의 손을 마주잡는다. "손가락 잘릴 때까지 이거 빼지마." "응." 태형은 지민과 눈을 마주치며 예쁘게 웃었다. 박지민, 오렌지색 머리 너무 잘 어울린다. "진짜 고마워 태형아." 나랑 사겨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어두워진 저녁. 둘의 마주잡은 손에. 반지만 반짝거려서. 이 날 절대 안 잊어야지. 달력에 표시할거야! 라고 마으 속으로 외치는 태형이었다. - 사실 잉티에 글 첨 올려서... 넘 어색하구... 오빠미 넘치는 짐니랑 망충 태형 보고싶어서.. 극대화 시켜써여 .... 예뿌게 봐조요.... (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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