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
음?
쾅.
민윤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닫혔고, 나는 봤다. 그 남자의 몰골을.
때는 아침 9시, 씻고 준비하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더랬다. 혹여나 남자의 출근시간보다 늦은 시간일까, 부랴부랴 윗집으로 올라간 것이 화근이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리니 웬 민소매 차림의 남자가 불쑥 튀어나온다. 곧장 문을 닫아버리긴 했지만, 나는 똑똑히 보았다. 적잖이 당황한 민윤기의 표정을.
몇 십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흐느끼는 듯한 민윤기의 음성이 문 밖을 타고 흘러나오자마자 참았던 웃음이 터진 나는 문고리를 잡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웃어댔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건 가보다. 어제 마주쳤던 그 남자 맞아? 하다가도 문득 어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 황급히 입꼬리를 내렸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목소리를 다듬고 문을 두어 번 두드린다.
"저기, 저기요..."
몇 분간의 정적 끝에 남자가 인터폰으로 던지듯 말을 건네온다.
"누구세요."
예상대로 민윤기는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건지, 못 본 건지 대뜸 누구냐고 묻는다. 그래.... 못 알아보는 게 정상이지.
"아랫층 사는 사람이요, 902호."
"아,"
"어제 이거 놓고 가셨길래."
인터폰 화면을 향해 명찰을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하수구에 빠트릴 뻔한 거 들고 왔어요... 패기 넘치는 나 새끼..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저렇게 문 쾅 닫고 들어갔는데 다시 나올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아니, 나 같으면 절대 못 나오지. 어제 얼굴 들이밀며 괜찮냐고 끈질기게 묻던 민윤기만 생각하면 인터폰에 대고 빨리 나오라며 마구 협박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호의였으니까... 못생긴 내 잘못이겠거니, 하며 되묻는다.
"지금 나오시기 곤란하시면, 제가 이따 다시 올까요?"
"..."
"..."
"....그래주시면 감사할게요."
당황함과 수치스러움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어제의 내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호의를 베풀던 민윤기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30분 후에 다시 찾아올 것임을 당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진짜 미쳐.
***
집에 들어온지 정확히 30분이 지났다. 왜냐면 다시 돌아오자마자 시계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거든. 설레발 하나는 내가 이 구역 최고일 거다.
민윤기와는 정식으로? 만나는 만남이었기에,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기 전 엘리베이터에서 심장 마사지 좀 해야 된다며 가슴께를 주먹으로 퍽퍽 쳐댄다. 물론 아무 소용없었지만.
엘리베이터가 9층에서 멈추고, 곧 10층. 남자가 사는 1002호로 다가가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철컥.
"아, 왔어요?"
요정이 말을 한다 말을 해..... 엄마 세상에 요정이 말을 해요.
"네.."
"아깐 미안해요, 내가 정신이 없어서."
"아뇨.... 괜찮아요. 먼저 출근하셔야 되는 줄 알고."
민윤기의 얼굴이 조금씩 붉어졌다. 큼큼, 목을 몇 번 다듬더니 다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이거 엄청 찾고 있었는데, 고마워요. 진짜."
"아, 아니에요."
홧김에 하수구에 빠트렸으면 천하의 나쁜 년이 될 뻔했다. 현명한 나 년... 현명해.....
그렇게 명찰을 건네주니 남자는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기한테는 무척 소중한 것이라고, 없어지면 다시 만들기가 어렵다고 했다.
"괜찮으시면, 제가 일하는 데에서 밥이라도 사고 싶은데."
"네?"
"제가 호텔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네, 아니... 괜찮은데, 네..."
완전 괜찮아요, 윤기씨...... 얼굴을 붉히며 말을 얼버무리니 민윤기는 연신 웃음을 참더니 조용히 핸드폰을 내밀었다. 내가 태어나서 요정한테 번호를 다 따여보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키패드로 번호를 꾹꾹 누르고 건네니 연락하겠다고, 고맙다고, 내일 보자고 했다.
1002호의 문이 닫히고, 곧장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더랬다. 그렇게 한참을 멍 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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