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건 완전한 장면 전환, 회상, 꿈 이라고 할게요. 끝나도 마찬가지로 '***' 이거입니다. '...'(세로) 이건 시간의 흐름 이에요.
장면의 전환, 시간의 흐름을 글로 풀어냈으면 기호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호가 써있으면 기호 뜻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봐주시면 돼요.
- 오늘도 분량 실패로 두편으로 나눴어요. 브금문제도 있구여.
“아미님 절대 누군가와 말을 섞으시면 안 됩니다.”
단조로운 색으로 이루어진, 하지만 풍채가 화려한 한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은 날카로웠다.
워우, 주몽 미실인줄.
곧, 궁전의 문은 굉음과 동시에 웅장하게 열린다.
나는 궁전에 발을 들였다.
궁궐 안은 입을 벌어지게 할 만큼 아름다웠지만 내가 보는 것은 색 없는 회색의 궁궐이었다. 아마 이상한 얇은 검정색 사포를 써서 그런 거겠지.
또, 꿈.
한복을 입고, 궁이 나오는 배경인 꿈이 반복되자 의아함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이 꿈은 내가 제3자가 된 기분이었다. 꿈속에서 걷고 있는 여자는 분명 ‘나’고, 여자의 시점, 마찬가지로 내가 똑같이 보고 있지만, 다른 이의 몸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내 맘대로 움직이지도, 말도 못한다.
꿈이라는 걸 인식하지만 깨지도 못했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엄청나게 넓은 궁전을 거닐 뿐이다.
왜 이렇게 긴장이 되지. 처음 보는 큰 궁궐 때문일까. 나는 두려운 상태였다.
현대의 ‘나’의 감정은 아니지만 느껴진다.
나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고 어색하게 이곳저곳 머무른다.
“앞만 보세요.”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여자가 귀신같이 알아채곤 말한다. 그리고 내 왼쪽 어깨를 손으로 짓누른다.
나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저 여자가 아니꼽다.
“네.” 왜 온순 한 건데 나 년아.
걷고 또 걷고, 걷는 것이 지루할 무렵 여자가 멈춰 섰다. 나도 걸음을 따라 멈추고 빨간 꽃신을 신은 발을 곱게 모았다.
어디서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궁녀로 보이는 사람이 때마침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주름살이 나이가 꽤 있다는 걸 보여주었고 머리의 큰 첩지는 그녀의 높은 지위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초조해 있다.
“오셨습니까. 이 아이가..” 궁녀가 가벼운 예를 표하고 나를 쳐다보더니만 인상을 찌푸린다. 아이는 나를 말하는 듯하다.
“네. 맞습니다. 어서 인사하세요. 아미.”
“인, 인사드리옵니다.” 반항하고 싶은 ‘나’와 다르게 꿈 속 나는 말까지 더듬으면서 고개를 급히 숙였다.
“앞으로 이곳에 머무르면서 아미님을 돌봐주실 최상궁님 입니다. 높으신 분이니 예를 갖추도록 하세요. 이젠 저와 볼일이 몇 번 없을 것 같네요.”
옆의 여자는 나에게 궁녀, 최상궁을 소개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말. 단정 짓기 어렵지만 뼈가 있는 말이다.
“..” 나는 갑작스러운 통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쉽지 않으신가 보네요.” 아무 말 못하는 나를 지켜보더니 한 쪽 눈썹을 올리며 동시에 입 꼬리도 말아 올린다.
“아닙니다.” 여자처럼 입을 늘어뜨리면서 말했다. 내 감정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표정이었다.
지금 나는 굉장히 좋아하고 있군. 역시 너도(=나) 저 여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였어.
“잘 지내세요. 마음 단단히 먹어야할 겁니다.” 여자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간다.
“성수청 前국무. 나와 할 얘기가 있세.” 최상궁은 나와 여자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에게 조용히 얘기했다.
*성수청 국무 : 왕가의 복을 빌던 관서를 책임지던 무당 이자 책임자.
“네, 알겠습니다.” 전 국무라는 여자는 최상궁의 권유를 받아들었다.
그런데 장난 없네. 성수청 국무랑 상궁이 나에게 존댓말을 꼬박꼬박하다니. 꿈에서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길래.
“저 문을 나서면 산이 있는데 오십 발자국만 걸어가시면 집 하나가 있습니다. 그 집이 아미님의 집입니다. 저는 국무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을 터니 그곳에 잠시 혼자 계세요. 그리고 절대, 누군가와 말을 섞지도 마주치지 마십시오. 어차피 아무도 오지 않을 테지만.”
최상궁이 국무와 했던 말과 똑같이 나에게 당부한다.
“네. 그럼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나는 최상궁과 국무에게 말했다.
“언젠가 또 뵐 날이 올 겁니다.” 국무와는 작별 인사인가.
서로가 뒤를 돌고 갈라선다. 나는 문으로 최상궁과 국무는 나의 반대편으로. 영 찜찜한 국무에 꿈의 ‘나’ 역시, 기분이 이상했는지 뒤를 돌아봤고,
나는 보았다.
국무가 고개를 살짝만 돌린 채 입술을 혀로 쓸며 살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다시 앞을 보는, 그 순간을.
누가보지 않아도 나는 내 걸음걸이, 표정까지 연기를 해야 했다. 방금 전과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꿋꿋이 걸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나는 울 것 같아서, 그 눈빛을 잊고 싶어서.
그들이 내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나도 그들이 보이지 않자 나는 빨간 신발을 벗고 거추장스러운 치마를 손으로 걷었고 검은색 사포를 던져버리듯이 벗어버린다. 그리고 흙 위를 빠르게 걸었다. 흙에 발모양대로 남는다.
나는 답답했다. 숨이 턱 막히는, 손으로 심장부근을 마구 칠 수 밖에 없는 그런 기분. 옷 때문에 답답함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
.
.
최상궁 말대로 몇 발자국만 걷자, 조그맣고 허름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의 산은 그 집을 더욱 음산스럽게 만들었다.
궁궐의 멋진 건축물 뒤에 이런 집이 있다니. 이곳에서 궁궐의 기와지붕이 보였다. 눈에 다 들어오지도 못하는 궁궐이 나에게 범접하지 못 할 곳이라고 말 하는 것 같았다.
문 하나로 나와 궁궐은 정반대로 나뉜다.
밝고 사람의 기운이 넘치는 궁궐과는 다르게 나는 지독히 혼자고 외롭다.
꿈에서도 혼자구나.
너무 하구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하지만 꿈의 나는 대답이 없다.
조심스럽게 문 앞에 섰고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조금만 쳐도 부셔질 것 같은 문을 서서히 잡아 당겼다. 조금 열린 문 틈 사이로 한 쪽 눈을 들이 내민다.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자 문을 끝까지 열어젖혔다.
“계세요..” 예의 바른 나는 두려운데도 인사를 하면서 들어가네.
아무도 없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주변 나무 때문에 빛이 가로 막혀서 그런지 잘 보이지 않다.
어둠 속에 눈은 익숙해지고, 나는 벽을 더듬으며 촛불을 찾았다. 곧 불 붙였다.
가장 어두웠던 곳까지 환해진다.
생각보다 안은 괜찮았다. 생활에 필요한 웬만한 물품들이 있고 가구들도 깨끗하고 손때 하나 없었지만, 구석에는 제사상과 제사상에 올려져있는 불상 그리고 흰색 천들이 길게 매달려있다. 무당집에 가면 흔히 볼 법한 것들이 있다.
무서울 법도 한데 나는 불상으로 간다. 능숙하게 향에 초를 켜고 정석으로 절을 한다.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나는 묵묵히 기도를 하지만 무언가가 들어오는 기척에 고독함은 달아난다.
문 쪽을 보았고 그 아래,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집 안을 돌아다녔다.
귀를 쫑긋거리면서 손을 둥글게 말고는 나를 보는 토끼가 귀여워서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토끼에게 다가가고 몸을 굽혀 만지려는데, 토끼가 밖으로 뛰어갔다.
“어디가.” 나는 홀린 듯이 그 토끼를 쫓아간다.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토끼에 손을 뻗고 뒤꽁무니를 따라갔다.
결국 토끼가 외길로 새버려서 잡지 못한 나는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다.
나무와 산밖에 없다. ‘내가 길을 잃어버렸구나.' 라고 느꼈을 때,
“어허- 백성들의 말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짐은 궁궐 밖으로 나가야겠다.”
얇고 높지만 목소리로 강단 있는 말을 하는 남자의 메아리치는 소리가 꽤나 가까이서 들려왔다.
“위험합니다. 그리고 이곳을 지나가는 것도 안 되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누군가가 보게 되면,” 이어서 다른 음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누군가와 만나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꿈의 나도 그걸 아는지, 발만 굴리며 땀이 나는 손을 옷에 문지른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니, 남자와 일행과 만날 것이 뻔한데,
어떡하지? 라는 문장이 떠올랐을 때는 나는 숨을 곳을 찾고 있었다.
큰 돌.
산에서 봤던 것 중 제일 큰 돌이였다. 내가 그 돌 뒤로 몸을 숙이면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을 숨기에 좋은 곳이었다.
나는 발꿈치를 올리면서 균형을 잡으며 걸어갔고 주먹을 쥐고 쪼그려 앉았다. 쥔 손에 엄지만 튀어나오고 곧 입으로 들어간다.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럼, 어찌하리. 이곳밖에 길이 없는 걸 너도 알지 않느냐. 나는 백성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감히 네가 나의 말을 거역하겠다는 건가.”
“..죄송합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말을 가져오겠습니다.”
더욱 크게 들리는 목소리. 하필 남자와 일행이 말을 하다가 멈춘 곳은 내가 숨어있는 돌, 바로 앞이다.
남자의 일행은 왔던 길을 거의 뛰다시피 돌아간다.
남자 한명만이 서있을 뿐이다. 그리고 숨어있는 나와.
적막 산중 바람이 불고 부엉이가 우는 소리만 들린다,
하지만,
“거, 누구인 게냐.”
돌에 붙어서 눈을 최대한으로 옆으로 굴리며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뜬금없이 남자가 낮은 목소리를 낸다.
어떠한 소리보다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말았다.
나를... 말하는 건가?
“헙...” 남자는 휙 돌고 돌을 쳐다봤다. 그 남자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참아왔던 숨이 내뱉어지는 바람에 손으로 입을 감쌌다.
“죽고 싶지 않으면 나오는 편이 좋을 것이다.” 금속의 날 것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낸다.
그는 내가 있다는 걸 확신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애써 미간을 풀면서 남자에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쭈뼛쭈뼛 다가간다.
“너는 어디 소속이지?” 남자는 나를 보고나서 칼을 그대로 다시 집어넣었다.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사람이여서 경계를 푼 것일까.
“...”
아래의 마른 풀잎만 보고 있다가 나에게 물음을 던지는 그 남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남자의 눈은 맑았고 코는 산처럼 곡선이 없지만 높고 거칠었으며 붉은 입술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고왔다.
“말을 못하는 게냐?” 남자의 목소리가 한풀 꺾였다.
최상궁의 말이 맴돌고- 나는 고개만 세차게 저을 뿐이었다.
“흠.. 보자 하니, 차림새가 궁 사람이 아니구나. 여기는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장 내려가거라.” 남자가 뒷짐진채로 턱을 세웠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듯 했다.
“아니옵니다..! 이곳에 제 집이 있습니다.” 내려가라는 남자에 기어코 실토를 한다. 그에게 처음 건네는 말이었다.
“..집? 네가 그 집에서 산다는 것이냐. 누가 너를 그곳으로 보낸 거지?”
그가 매섭게 나를 몰아붙인다.
“네? 아, 어.. 저는.. 아!”
남자의 태도에 사실대로 말할지 거짓말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암묵적으로 유지하던 거리를 남자가 넘어서고 공중에서 방황하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뒷걸음질 치면서 땅에 발을 질질 끌면서 따라갔다.
손을 뿌리칠 새 없이 그가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에 나는 남자가 하는 행동대로 끌려갈 뿐이다.
그는 내가 숨었던 돌 뒤에 앉는다. 나도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남자의 손을 잡아 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소리치려는데,
“쉿.” 남자가 바람 빠지는 소리와 동시, 검지를 자신의 입에 가져다 놓는다. 당황한 나는 입을 벙긋 거렸지만 남자의 완강한 표정에 이로 입술만 짓눌렀다.
나와 남자의 사이는 숨결까지 닿는 거리였다.
그의 길고 진한 속눈썹만 보일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
“김석진 성격에 너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구나.”
남자가 입 모양은 과장되게 크게 했지만 목소리는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낸다.
“아니,” 나는 남자에 반박하려는데,
“그러니 조용히 하라고.” 남자가 내 말을 일절 무시했고 강압적인 어투에 나는 가만히 있어야 했다.
닥치라는 소리네.
남자가 말을 마치자마자 아까봤던 남자의 일행이 말을 끌고는 다시 돌 앞으로 온다.
“또 어디 간 거야. ㅎrㅆi..”
일행은 사라진, 내 옆에 있는 남자 때문에 화가 난 것 같다. 일행은 몇 번 둘러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일행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하 씨? 저 녀석을 그냥.”
남자는 눈을 희번덕 뜨면서 가려는 자신의 일행을 붙잡으려고 나오려한다.
남자의 머리가 돌 밖으로 삐져나오려는 때, 나는 남자의 손을 간절하게 부여잡는다.
남자가 일어서려다 말고 무릎을 어정쩡하게 굽히고 나를 내려다봤다.
“안돼요..” 나는 돌 밖으로 고개를 한번 내밀고 나라 잃은 표정을 하고 멀어져가는 일행을 몰래 쳐다봤다. 그리고 머리를 가로로 흔들며 남자에게 말했다.
“너도 아는구나. 네가 들키면 안 된다는 것을.”
남자도 자신의 일행을 가는 걸 흘낏 쳐다보고는 목소리의 힘을 준다.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럼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난 남자에게 어떤 때보다 강하게 내 의사 표현을 했다.
“나도 너에게 들킨 것이니, 서로 비밀로 하자. 네가 말만 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절대 말할 일은 없을 것이야.”
남자가 제안 하나를 한다.
불안했지만 일단 동의할 수밖에.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남자가 무릎을 올곧게 피며 드디어 일어났고 웅크려 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 이름은 김아미라고 합니다. 선비님의 존함은 무엇입니까.” 나는 그의 손을 망설임 없이 서로 엇갈린 손을 잡고 일어서며 남자에게 이름을 밝힐 것을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배를 잡고 뭐가 웃긴지 호탕한 웃음을 짓다가 눈꼬리 눈물까지 맺힌다.
남자가 겨우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너에게만 알려주겠다. 내 이름은 전정국이라고 한다.”
남자는 웃음을 참는 듯 했으나 또 터진다.
전정국? 개 꿈 맞네.
어찌된 일인지 꿈의 나는 고개를 조아리고 그의 발밑에서 엎드렸다. 눈을 꼭 감았고 경직 되면서도 떨기 시작한다.
“송구하옵니다! 몰라 뵙고 그런 것이니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괜찮으니 일어서라.” 저 남자는 내 반응을 예상했는지 퉁명하게 말한다.
“...” 아까 남자에게 말하지 말라고 얘기하던 그 자신감은 어디가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내 눈을 보거라.” 자신의 말에도 엎드려서 비는 나를 보며 작은, 아주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어떻게.. 감히 제가..” 몸의 떨림이 목소리까지도 전해진다.
“너 참, 재미있구나.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다만, 몰래 들어왔으면서 처음 보는 이에게 쉽게 말해도 되는 것이냐. 발칙하게 내 이름이나 알려달라고 하다니. 심지어는 마지막까지 내 어명을 무시하겠다는 거지?” 남자가 팔장을 끼며 말을 길고 천천히 나열한다. 나에게 긴장을 주는 말과 행동과는 다르게 얼굴은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아, 아닙니다!” 나는 그의 말에 부정하기 위해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긴장해서 목소리의 끝이 갈라진다.
“내 호위무사가 곧 나를 찾을 거야. 가봐야겠구나. 보름달이 뜨는 날 밤, 새소리가 2번 울리면 여기, 이곳으로 나오거라.” 남자는 일어난 나를 보고는 만족했다.
“...”
최상궁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혼낼 것이다. 혼내는 정도가 아니라 내쫓을 수도.
나는 갈림길에서 누구의 말을 따를지 생각한다.
“대답.” 짧고 굵은.
잠시 동안 괴로워하며 내가 내린 선택은.
“네.. 죄송합니다.”
전정국.
“그래. 또 만나자. 아미야. 그때는 떨지 말도록.”
눈가에 주름이 진 남자는 끝까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90도로 허리를 숙인 나의 뒷머리를 두어 번 어루만졌다.
아가에게 칭찬해줄 때 토닥거리는 그런 느낌. 남자는 의외로 다정했다.
나는 남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지 허리를 피지 못했다. 남자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졌고, 그가 보이지 않는 그때, 주변이 흐릿해지면서 나의 장면은 요동친다.
나는 생각했다. 제발 다시는 이 꿈을 꾸지 않기를.
***
그 어지러움 속에 점점 다른 것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초점이 맞춰지고 뚜렷한 시야로 돌아온다.
나는 잠에서 깼다.
꿈에서 있었던 일을 되짚어본다.
그 남자가 전정국이라니.
말도 안돼.
그 남자가 전정국이라는 말에 그 꿈에 신뢰를 잃어버렸다.
어제 일 때문에 전정국이 내 꿈에 나타난 거라고 단지, 그렇게 여긴다.
아, 전정국.
“전정국!” 그제야 어제 전정국을 기다리가다 잠이 든 것이 완전히 기억이 난다.
소리치자, 덮고 있는 이불 안, 어떤 것이 꿈틀 거린다.
내가 언제 이불을 덮었었지?
나는 이불 안을 조심히 들춰냈다.
동글하고 하얀 볼살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아는 정국이가. 나를 끌어안으면서 숨을 약하게 뱉으면서 자고 있다.
나는 정국이의 얼굴을 관찰한다.
어리지만 높은 코, 붉은 입술.
정국이의 통통한 볼 살이 귀엽다.
만지고 싶어서 의도치 않게 손이 올라간다.
그리고 검지로 살며시 볼을 눌렀다.
아무 반응도 없자 나는 정국이의 볼을 과감하게 찔렀다.
손가락을 때자 정국이의 볼살이 튕겨 오른다.
그 모습이 말랑한 찹쌀떡 같다.
“그만하거라.” 전정국이 어린애의 얼굴로 엄한 척 말하는데,
나는 무시하고 또 볼살을 아프지 않게 찔렀다.
“그만하라는게도.” 정국이가 여전히 눈을 뜨지는 못하고 거슬렸는지, 작은 손으로 볼에 머무른 나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전정국.” 너의 이름을 불렀다.
이상하게도 심장이 간질간질 하다.
“응.” 정국이가 퉁퉁 부은 눈을 마침내 떴고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정국아 너, 정말 뭐야.”
그렇게 전정국을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할지 고민하고 생각했으면서, 정작 마주한 전정국에게 나는 가장 원초적 질문을 한다.
“그러게. 나는 뭘까?”
내가 물음표로 끝맺었는데 너도 물음표를 붙이면 어떡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새로운 일이 들이닥치면 나는 항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한다. 지금까지 내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것처럼 이번도 해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틀린 답이어도 확실한 답을 내줬으면 좋겠다. 방황하지 않게.
나는 너에게 긍정적인 답을 받고 싶다. 괜찮을 거라는 확인을 받고 싶어.
“미안해.” 전정국은 내 말에 대답해주지 않는다.
“미안해.” 나도 전정국의 입모양을 똑같이 따라한다. 속삭였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본다. 정국이의 호수 같은 눈에 내가 비춘다.
그 속에서 나는 맑고 아름다워서 너의 깊은 두 눈에 빠져버린다.
내 눈에도 네가 그렇게 비출까?
“있잖아.”
“왜..”
나는 네가 말을 잇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정국의 말에 내가 다시 추락하게 될까봐.
간신히 돌려놓은 것들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
절벽에서 나를 더이상 밀치지 말아줘.
전정국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우리 게이그 먹자.”
전정국은 진지했다.
“케이크야. 발음 조심해.”
그 말을 어렵게 말해야했냐.
또, 이렇게 전정국한테 넘어간다.
사실은 지금 이대로를 깨고 싶지 않아서,
여태까지 어둡고 혼자였던 내가 결코 빛과 떨어져서 안되는 너에게 동화되고 싶은 것 일지도 모르지.
뭔말 하려 했더라 일단 들어와보세여 독자님
| ||
안녕하세요 독자님. 오늘은 우연과 필연으로 왔어요. 열심히 꾸기글 찌는 중인데 사진들이 안보이네요. 빠른 시일내에 꾸기글 올리겠습니다 ㅠㅠ 이제부터 꼭 지켜야할 말만 하려구요.. 꾸기글인줄 알고 오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어제 처음으로 댓글도 많고 봐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저 엄청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재밌다고 생각한 적 없었거든여. 안그래도 제 글에대한 자존감이 바닥치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꾸기 포함 저를 응원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혹시라도 하는 말인데, 꼭 댓글 길게 달아주시고 막 억지로 칭찬하고 안그러셔도 돼요. 그냥 저는 독자님들이 제 글을 보고 즐기기만 해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말 해봤어요 제가 독자시절 댓글에 부담가졌을 때가 있어서여 저처럼 그런 분들이 있을까봐용
그렇다고 댓글 달지말라는 건 아닙니다. 괜히 말했나봐요 뭔가 협박아닌 협박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여러분 댓글달면 좋아서 답댓 꼭 하고 힣 꾸준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할따름이구여어
그리고 독방에 영업한 독자 누구야 나와.
보고 오신분도 사랑하고 우필, 꾸기 관찰일지 읽어주시는분들 모두모두 사랑해요!!!!!!!!!!!!!!!!!!!
우필 얘기좀 해보자면(정색.)
우연과 필연 마지막 부분 보면 즐거워 질거라는 복선입니다. 드디어 드디어...! 좀 재밌는 글을 찔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도 웃지 않았다고 한다.)
여주가 전정국이라는 이름을 듣고 놀란 이유는 알다시피 정국이가 저으은하 라서, 그리고 피휘라고 조선시대에는 왕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됐습니다. 눈치 고자인 여주는 그것도 모르고 이름을 물어봐서 곤장 맞을까봐 그런거 랍니다.
하하 항상 끝맺는게 어렵네요. 그냥 저 가볼게요
안녕 다음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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