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2일
by.퉈메이러
시끄러운 알람이 나를 깨웠다.
반복적이고 일정한 기계음이 내 머리 속을 계속 울린다. 그 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뒤척였다.
일어나기 싫다. 영원히 잠들어 버려도 좋을 것 같다. 라는 내 생각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평소처럼 일어나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눈을 떴다.
그런데 그 평소라는 게, 뭐지. 나의 평소의 날은 어떤 거였지?
그런 생각에 생각이 꼬이자, 갑자기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일부러 내 손이 보이도록 허벅지에 다소곳이 손을 올려놓았고, 손가락 마디 마디를 움직였다. 내가 하자고 하는데도 몸이 움직이는 걸 확인하자, 입안의 숨들이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온다.
얼른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순간,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 당장이라도 머리가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팠다. 고통에 벽을 손톱으로 붙잡으며 간신히 일어났다. 벽에 미세한 손톱자국이 났다.
“여기가 어디야.”
새하얀 침대, 새하얀 벽, 날 깨운 숫자가 없는 전자 알람시계, 내가 입고 있는 새하얀 옷. 그리고 그 중심에 나.
머리가 아프면서 내 주위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번지게 보여서 눈을 찡그리며 나는 제대로 볼 수 있게 초점을 맞췄지만 나의 눈에는 흰 색 빛만 반사될 뿐이다.
눈이 부실정도로 하얀 그 방이 낯설고 두렵다.
꽤 넓지만 답답한 방을 나가고 싶은 마음에 정신없게 방을 둘러보았다. 다행인가, 문이 있다.
그래도 내가 갇혀있는 거 일수도 있기에 불안함에 다리의 힘이 조절이 되지 않고는, 무릎에 이곳저곳 부딪힌다.
퍼렇게 변하는 내 무릎에도 꿋꿋이 걸어 나갔다.
문을 열기 직전,
하얀 세상 속 다색의 인화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침대 옆 조그마한 탁상에 액자가 반듯하게 올려져있다.
여전히 부들거리는 다리로 액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고, 긴장감에 나오는 침을 삼키며 액자를 들었다.
어떤 남자 그리고 나.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다. 다정한 연인처럼.
사진속의 나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남자와 나는 특별한 관계이구나.
그 사진을 보자 내 사고는 멈췄다. 나는 표정, 동작 없이 목각인형이 된 듯 그대로 액자를 떨어뜨린다.
액자는 떨어져서, 바닥과의 마찰이 일어났고 액자의 덮개 부분은 분리가 됐다.
조각난 액자에 사진이 빠져나와 공기를 타고 액자로부터 약간 멀리 떨어졌다.
남자와 내가 있는 사진이 보이질 않고, 뒤집어진 채로 하얀 바닥에 안착했다. 뒷면을 보자 하니, 조금 누렇다.
그리고 물 자국과 글씨들. 사진 뒷장에는 볼펜으로 쓰여진 글이 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심장 소리가 쿵쿵거리며 심장 박동 수가 미친 듯이 증가하는 것이 예민하게 다가오고 동공은 확대가 된다.
내 몸에 흐르는 피는 허옇게 질리고 만다.
곧, 심장이 뛰는 소리와 함께 비슷하지만 다른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이건, 발자국 소리다.
조심스러운 그 발자국 소리에 내 행동 하나하나, 숨 쉬는 것까지에도 조심스러워졌고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나는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발자국의 주인공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걸.
도망쳐.
허나, 창문도 없는 그 곳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나는 어떡해야할지 눈만 굴리고 있다가 몸을 굽혀 사진을 낚아채며 주웠고 사진을 뺐다는 걸 들키지 않게 원래 있었던 곳에 액자를 덮어놨다.
“일어났어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사진을 들고 있는 내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 떨리지 않는 척, 방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사진 속 남자. 그 남자다.
“이리와요.” 날을 세우고 쳐다보는 나에게 말했다.
“..누구시죠.” 자상한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에도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으며, 남자가 신원을 밝히기를 바랐다.
“그럼, 당신은요? 당신은 누구죠.” 날카로운 역질문에 나는 당황을 했다. 그러니까, 나는.
“전, 나는.. 나는 말이에요.”
아무것도, 나의 존재가 생각나지 않아.
“괜찮아. 내가 널 기억하니까. 김희주.” 내 이름으로 보이는 말을 마지막으로 힘 주어 말한다. 이름을 각인 시키는 듯이.
“제 이름이 희주인가요?” 김희주. 정말 내 이름 맞아?
“응. 잘 들어. 희주, 너는 단기 기억 상실증이야.
그런데 넌 케이스가 좀 특별해. 네가 기억할 수 있는 건 단 하루야. 다음 날이면 완전히 잊어버리게 돼. 이유는 교통사고 때문에 그렇고.
자, 한시가 급해. 하루만이라도 나와 함께하자.”
남자의 말에 따르면 나는 단기 기억 상실증이고, 하루만 기억 할 수 있다. 혼란스럽다. 그래서 내가 저 남자를 이렇게 경계하는 걸까.
남자는 내가 다음날이면 자신을 또,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받아들이기를 원하는 것 같다.
“싫어요. 당신, 누구냐니까요!” 당신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나, 석진이야. 자꾸 네가 그럴수록.. 나 지쳐.” 내가 남자를 계속해서 믿지 못하자, 석진, 그 남자는 감정을 호소했다.
“..당신과 어떤 관계냐 말이죠. 믿어야 할 이유가 있나요?” 나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데. 너도, 나도.
“나와 너는 결혼할 사이였어. 자 어서 이리와요.”
“결혼?” 남자의 말에 머리 맞은 기분 마냥 멍해졌다.
“일어나. 내가 다 설명해줄게.” 남자가 내가 어쨌든지, 나에게 다가오고 적정선을 지키며 손을 내밀었다.
‘거짓말.’
“너 지금 두렵잖아. 내 손 잡아. 희주야.” 잡을까 말까 고민하던 나를 잘 아는지. 하지만 은근한 강요였다.
석진이 내게 손을 더 내밀었다. 그런 석진을 올려다봤다.
미소 뒤 차가운 눈.
‘나는 김희주가 아니잖아.’
진짜는 없어. 그 꿈에서 깨어나.
아무도 믿어서는 안 돼.
오직 너만을 기억해. 김아미.
2011. 12. 32
아니, 나는 김아미야.
| 오늘도 염치없게 다른 글로 찾아왔슴다. |
마지막은 사진 뒷장에 써있었던 글 이에용. 12월 32일이라니. 뭘까여~~
안궁금해여?
후후. 기회가 된다면 이글도 한번 연재 해보고 싶네요. 근데 꾸기글이랑 좀 비슷한 것 같기도하고, 내용은 완전히 다르지만, 뭔가 늑힘이 비슷하네여. 이 글은 우연과 필연 공포 버전이랄까. 좀 무서운 내용일수도 있어여. 옙, 그렇스빈당.
저 해석편으로 찾아오기로 했자나여. 근데 그 해석편이 또 길어지고 있습니다. 금방 찾아오긴 할꺼지만 죄송해소 다른 편 들고 왔읍니다. 이거라도 보면서 마음을 달래셨으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
그럼 저는 꾸기 해석 편 쓰러 갑니다. 흘러내릴 것 같은 다크를 부여잡고 아메리카노와 독자님들의 힘으로 씁니다. 으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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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생각할수록 고마운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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