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03 처벅-처벅 같은 우산 아래 걷고 걷다 보니 금세 아파트에 들어오게 되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어색한 침묵 속에 나는 조용히 7층을 눌렀고, 전정국은 12층을 눌렀다. 아 12층 사는구나.. 어째서 이 아파트 사는 동안 한 번도 본적이 없지? 내가 관심이 없었던 건가? 나는 이 아파트를 3년 동안 살면서 어떻게 전정국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가에 대해 머릿속으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딩동-알람음이 7층을 알렸고 나는 내리기 위해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뒤에 있던 전정국이 걸어 나와 내 팔목을 급하게 잡고 말했다. "저기.. 그 우산 그냥 누나 가져요!" "응? 너는 어떡.." "아 나는 괜찮으니까 비 맞고 다니지 마요.. 감기걸려" 저 말, 분명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 진짜 분명 어디서 들어봤다. 전정국은 내 손에 하얀 우산을 쥐여주었고, 그 상태로 뒤돌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으로 올라갔다. *** "하-아" 집으로 들어오니 나를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답답함에 한숨을 푹 내쉬었고 그 상태로 침대에 누웠다. 집에 있어도 집이 아닌 느낌, 집이 편하지 않고 나를 더욱더 답답함에 옭아매는 듯한 느낌. 집에서 혼자 남겨졌을 때의 그 공허함, 나는 혼자라는 그 허탈감 난 이 모든 걸 그냥 무시하면서 살아왔다. 눈물이 툭-툭 하고 불규칙적이게 떨어졌다. 나도 이런 내가 너무 싫다. -따르릉 그때 전화가 왔다. 눈물을 대충 손등으로 닦고 발신인을 확인해보니 김남준이었다. -"..여보세요" -성이름 너 울어? -"..."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지금 갈게 전화가 끝인지 10분째 안돼서 유일하게 부모님도 다 아시는 오래된 친구 김남준만 알고 있는 현관 잠금장치 도어락 푸는 소리가 들린다. 김남준은 그 상태로 내 방에 들어와선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빤히 쳐다보곤 침대에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성이름 그만 울어..붕어 되겠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남준이 앞에서 눈물만 뚝뚝 떨어트렸다. 말 안 해도 남준이가 알아주길 원하면서. "무슨 일 있구나." "..." "이리와" 남준이는 금세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안았다. "혼자 울고 있지마 내가 더 속상해. 비 오는 거 무서우면 데려다 달라고 하지 그랬어. 다음부턴 나 꼭 불러 다음에 또 이렇게 혼자 울고 있으면 나 화낸다." "...응" "성이름 내가..널 어쩌면 좋을까" 김남준과는 오래된 친구였기 때문에 포옹은 내가 이렇게 갑자기 우울해 하거나 울고 있을 때 위로해주는 행동이어서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김남준은 그 상태로 일어나 물한잔과 찬 물수건을 주며 "이거 먹고 수건올리고 한숨푹자 나쁜생각 안나게" 라고 하며 내가 잘때까지 옆에 있어주었다. 저녀석 되게 무뚝뚝한척하지만 내가 힘들때 제일먼저 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중에 김남준에게 고맙다고 꼭 말해주어야 겠다. *** 눈을 뜨니 김남준은 없었고 눈은 다행이 어제 김남준이준 찬 물수건때문에 붓지않았다. 나는 밖에 비오는것을 확인하고 어제 정국이가 내 손에 쥐어준 하얀우산을 잡고 학교를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오늘도 혹시..?정국이가 엘리베이터에 타있을까 하고 기대되고 궁금했다. 역시나 내 생각과는달리 나를 반긴건 텅텅빈 엘리베이터 밖에 없었고 뭔가 허전한 기분은 숨길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1층에 도착했는데 띠링-하고 문자메세지가 울린다. -누나 나에요 정국이. 이 번호 저장해요 -너 내번호 어떻게 알았어? -남준이형한테 물어봤죠 근데 진짜 안알려주려고 하던데요? -...아 남준이랑 얼굴은 아는사이라고했지. -원래 누나한테 전화하려고했는데 누나가 안받을까봐요. 지금 어디야? 갑자기 나의 위치를 묻는 정국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지금 엘리베티어에서 내렸다고 말했고, 정국이는 다급히 나도 지금 엘리베이터니까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정말로 1분도 안되게 전 정국이 내앞에 나타났고 나를보며 활짝 웃었다. "휴...놓칠뻔했다." "...응?" "이름누나. 제 우산 누나한테 있으니까 비오는 장마때까지만 우리 등하교 같이해요" 사실 내가 새 우산을 사면 끝날일이겠지만 별로 새우산을 사서 따로가고싶진않았다. 혼자걸으면 무서운 빗속이, 둘이걸으면 덜 무섭기도하고, 덜 무섭기도 하고.. "응 알겠어" 정국이가 내게 다가와 우산을 씌어줬고 그렇게 같이 걸었다. 혼자 빗속을 걸으며 학교를 가는길은 정말 멀어보였지만 정국이랑 걸어가면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지 나도 신기했다. 또 저번처럼 마음이 울렁거린다. "이름누나 학교끝나고 누나 반으로 갈게요. 누나 몇반이에요?" "...나 2학년 3반" "절때 먼저가기 없기에요. 누나 그럼 이따봐요!" *** 학교가 끝난후 데리러 오겠다는 정국이의 말에 설마 진짜 오겠냐는 의문을 품고있었지만, 정말 올줄은 몰랐다. 내 옆에 있던 남준이 나에게 살며시 다가오더니 조용히 말했다. "봐. 내가 그랬지 정국이가 너 좋아한다고" "..아니야 그럴리가 없다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게?" "..." "난 네가 걱정돼." 교실 뒷문을 보니 정국이가 벽에 등을기대고 땅에 우산 앞코를 툭툭 치며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나를 기다리고있는 정국이를 보느라 미처 남준이의 표정을 보지못했지만. *** 아까전 김남준이 나에게 한말이 자꾸 머릿속을 멤돈다. -봐 전 정국이 진짜 너 좋아한다니까- 사실 좀 부담스럽고 무섭다. 지금 나 혼자 김칫국을 원샷 드링킹 하고있는것이라고해도 무서웠다. 나에게 끔찍한일이 일어난지 겨우 1년밖에 지나지않았고, 아직 그때 생각을하면 여전히 무섭다. "이름누나 무슨생각을 그렇게해요?"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지말고 알려줘요. 나 누나랑 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나보네" "..." "그러지말고 말해봐요... 내가 다 들어줄께요" "...너는 온 세상에 나 혼자같고, 내편하나 없는 느낌. 알아? 이럴수가...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말해버렸다.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정국이에게는 더욱 숨기고 싶은 나의 치부를. 나는 저말을 내뱉은걸 속으로 백번, 천번 후회하고있을때였다. 전정국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나에게 말했다. "...누나 힘들때 아니면, 어두운밤에 혼자 집에 가고있을때, 아플때 그리고..심심할때나, 우울할때 아니 그러니까.. 누나 혼자아니니까 나한테 말하고,연락하고, 의지해도 된다구요" 쿵-쿵 마음이 울렁인다. 정국이는 내가 숨기고 싶어하는 상처,치부를 모두 알고있는것 같았다. 마치 그전부터 내가 어떤사람인가에대해 다 알고있었던것처럼- ***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자기전 한참을 생각했다. 정국이라면 믿어봐도 되지않을까, 나의 상처를 말해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나의 마음을 말해도 되지않을까. 또한 정국이를 볼때마다 내 마음이 왜 울렁이는건지 해답을 찾기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골똘히 생각해본결과 마음이 울렁거리는것이 아니고 쿵-쿵 떨리는 것 이였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정국이를 좋아하는거구나 하고. 절때 다시는 누군가를 좋아하지않기로 했으면서 이렇게 얇팍한 내 마음이 나는 한없이 원망스럽다. 정국이는 이런 내 마음에서 도망쳐야한다. 나는 이 마음을 접어야 한다. 장화의 말 + 앞으로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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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화에요! 내일 개학하시거나 입학, 하시는분들 모두 축하드리고 좋은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저도 내일부터 학교를 가야해서..연재주기는 되도록이면 빨리 할수있도록 할게요!!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정국이를 볼때마다 울렁거리는게 좋아하는 마음이라는걸 여주가 알아차려 버리고 인정했어요. 다음편에는 여주 번외가 나올거에요!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남준이는 왜 여주 휴대폰번호를 알려주지 않을려고 했는지, 정국이가 말했던 우산 안쓰면 감기걸린다는 말은 여주가 어디서 들었는지, 여주가 비를 싫어하는 이유와, 과거에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차차 풀어갈 예정이에요. 떡밥을 무지하게 풀어놓으니 엉망징창 글이 되어버린것같은데..앞으로 더 노력할게요!! 저는 저의 글을 한분이라도 봐주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해요! 제 글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점점 한분씩 늘어가는 암호닉에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장화될께요♡ 천사독자분들의 댓글이 엄청 큰 힘이 되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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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싸인회에 정국의 바지, 슬리퍼 신고 온 듯한 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