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반장
이러면 또 심장이 쿵 한다. 항상 웃는 것만 보다가 이러는 거 어색하기도 하지만 사실 무섭단 말이야. 아무튼 쫄아서 눈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도 쪽팔리게 떨리면서 왜냐고 물으니까, 부승관이 베시시 웃어. 그 따뜻한 손으로 다시 내 손을 잡아 주면서 승관이가 얘기를 꺼냈어.
사실 나도 너 옛날부터 좋아했어.
초딩 때는 그게 무슨 감정인지 사실 잘 몰라서 좋아했다고 하기에는 많이 어렸고, 중학생 때 맨날 너 따라서 부반장 한 거 보면 대충 답 나오지? 그리고 나 사실 너랑 같은 고등학교 가고 싶었는데. 반장, 네가 여고 지원한 거 알고 나서 엄청 실망했어. 그래서 나도 그냥 남고 넣은 거고. 너 혹시 모른다? 우리 같은 고등학교 다녔으면 더 빨리 연애 시작했을지도.
이렇게 부승관이 말하는데, 아까처럼 심장 뛰고 난리도 아니었어. 나 혼자 중학생 때 부승관 좋다고 그랬던 거 생각하니까 갑자기 억울하기도 하고. 아, 뭐랄까. 좀 더 일찍 알았으면 그 후배랑 엮일 일도 없었잖아. 사실 결과가 이렇게 된 걸로만 봤을 때는 통쾌하기도 하지만. 승관이는 저 이야기를 시작으로 계속 자기가 속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다 얘기해 줬어. 오목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잘하는데, 나랑 떡볶이 먹고 싶어서 지는 척했던 거. 내가 중학교 때 부승관 좋아한다는 소문 돌았을 때 기분 좋아서 안 쓰던 일기까지 써 본 거. 축제 나가서 항상 내가 잘부른다고 했던 노래, 좋아하는 노래로 골랐던 거. 자기 친구 여친이 내 친구인 거 알고 독서실 물어봐서 같은 곳 다닌 거. 다 말하면 한 달 걸린다고 허풍 떨면서 말하는 거 보니까, 얘 진짜 내가 아는 부승관 맞나 봐. 근데 내가 연애는 처음이거든. 부승관은 나름 인기도 많아서 주변에 좋아해 준 사람들도 많았고. 그래서 되게 걱정이 됐어. 보잘 것 없는 나랑 만나 준다고 생각하니까.
나 네가 첫 남자 친구인 거 알지.
어, 당연히 알지.
알면 잘해라, 진짜.
부승관이 막 웃으면서 손 더 꼭 잡아 줬어. 몇 년 전부터 알았던 내 친구 승관이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고, 그것도 서로 좋아해서 의지하는 사이가 되니까 너무 좋아. 우리는 이렇게 풋풋한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 그냥 너무 행복했어. 갑갑했던 고등학교를 떠나서 자유를 찾은 기쁨과 함께 승관이란 선물을 받은 것 같았거든. 초등학생, 중학생인 내 옆에 항상 있었던 부승관이 또 다시 내 옆에 있어 주는 거잖아.
부승관 핸드폰을 구경하다가 내 번호를 쳐 봤는데,
반장 ♡
이렇게 돼 있는 거 보고 나 진짜 귀여워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니까. 또 내가 자기 여자 친구라고 옆에 하트 붙인 것 봐. 진짜 귀엽지 않아? 그런데 갑자기 생각났어. 내 핸드폰에는 당연히 딱딱하게 `부승관`이라고 저장돼 있는 거 말야. 그리고 나는 원래 친한 친구든 누구든 이름으로 저장하는 편이거든. 이런 거 약간 신경 좀 쓸 것 같은 부승관 눈치를 살살 보면서 몰래 바꾸려고 하다가 들켰잖아. 정이 없다니 뭐라니 얘기하는 거 듣다가 그럼 네가 바꾸라고 하고 핸드폰 줬어. 그랬더니 혼자 꼼지락거리면서 한참을 썼다 고쳤다 막 그러더라? 그래서 확 뺏어서 봤어.
우주에서 제일 멋있고 섹시하고 귀엽고 완벽한 내 남
뭐하냐, 승관아... 다 써지긴 해?
그래서 간추리는 중이었대. 그래서 그냥 귤이라고 저장하라니까 싫다는 거야. 초딩 때 별명이 귤승관이었거든. 제주도에서 왔다고. 그래서 내가 '너 나 귤 좋아하는 거 몰라? 좋아하는 거니까 그렇게 하려고 했지.'라고 하니까 잽싸게 가져가서 귤 ♡ 이렇게 바꿨어. 이 맛으로 연애한다고 하나 봐. 내가 믿는 승관이랑은 오래 사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딱 왔어. 지금까지 내가 했던 얘기 들었으면 알걸? 승관이가 얼마나 괜찮은 애인지. 아, 팔불출인가.
순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내가 느꼈던 추억 꺼내 봤어. 재밌게 들었니?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를 생각하니까, 그리워지더라고. 그냥 내가 그때 아니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너희는 고등학교 다닐 때, 좋아했던 애 있어? 나처럼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봐. 지나고 나니까 이해할 수 있었던 것들이 생기더라. 사소한 것들도 기쁨으로 슬픔으로 느꼈던 우리. 어려서 더 잘 느낄 수 있었잖아. 이런 감정들 잊지 않고 사는 게 좋은 것 같아. 교복 입었을 때가 언젠지. 그립다, 진짜.
아, 승관이?
승관이랑은 결혼 전제로 아직도 잘 만나고 있어. 군대도 다 기다렸어, 내가. 근데 중간에 싸운 적이 많아서 헤어졌을 때도 있지만. 아, 항상 부승관이 잘못을 한다니까? 이게 아니고... 아무튼, 승관이는 노래 잘하는 특기 살려서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어. 이번에 데뷔 준비하는 애들 가르친다고 엄청 힘들어하던데. 세븐틴인가 세븐일레븐인가. 나이를 먹더니 기역력도 떨어지네. 아무튼 우리 얘기 들어줘서 너무 고마워. 결혼식 올리기 전까지 바빠서 또 얘기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나중에 신혼 여행 가면 사진도 많이 올리고 또 자랑하러 올게.
내 추억 같이 담아 줘서 고마워.
안녕, 열아홉.
안녕, 반장.
![[세븐틴/부승관] 고등학생 부승관 좋아하는 썰 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9/2/24d3ad2e82714d5b1b50419d35bc479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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