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민윤기랑 나는 만나면 싸우는 사이가 됐어. 그리고 주지스님의 한숨소리를 날이 갈수록 늘어갔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민윤기가 싫다거나 꼴도 보기 싫다는 느낌이 안 들더라. 그러니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애같다는 느낌. 사실 그 생각을 저번에 한 사건 때문에 가지게 됐는데...
며칠 전, 새벽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깼어. 비가 엄청 많이 오고 있더라고, 절이라 그런지 빗소리가 세게 들리더라. 그런데 새벽이라 감수성이 풍부해진 건지 비 오는 게 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근데 창문 밑에 민윤기가 쪼그려 앉아있는 거야. 처마 밑이어도 비바람이 불어서 걔가 홀딱 젖어있더라고, 정말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오는 거 있지. 자기 방 놔두고 비 맞고 있는 민윤기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뭐 하는 거냐고 다그치듯이 물었어. 그러니까 민윤기가 고개를 들어서 나를 올려다보는데, 표정이 겁에 질려있었다고 해야 하나...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놀라서 걔 어깨 잡고 막 흔들었어.
"야,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 "... 내가 스님 불러올게, 들어와." "됐어." 그리고선 돌아서 나가려는 내 손을 그대로 붙잡고 멍하니 비 오는 하늘만 보더라. 덕분에 난 어정쩡한 자세로 창문에 걸쳐있었어. 손은 빼려고 하면 더 꽉 잡고 안 놔줬고.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자기 별채로 가버리더라. 덕분에 잠 다 깼다. 그리고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어. 사연 있기 충분한 조건이잖아, 민윤기. 스님한테 물어보니까 가족이 있다는데 혼자 어릴 때부터 절에 들어와 산 것도 그렇고, 게다가 스님들하고 같이 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다른 전각에 그것도 온기가 전혀 없는 곳에 살고... 꼭 격리 시켜놓은 것 같이. *** 그다음 날 아침에 문 열고 마루에 걸터앉아있었는데 민윤기가 주지스님하고 밀거래하는 걸 봤어. 민윤기가 주지스님한테 천주머니 같은 걸 받아들고 뒤돌았는데, 나랑 눈이 마주쳤어. 평소 같으면 째려보면서 "뭘 봐."라고 말했을 텐데, 그날은 그냥 나랑 오랫동안 눈을 마주 보기만 했어.
그 다음엔 별채에 들어가서 그날 하루 종일 나오질 않더라. 그리고 그 다음날, 내 방 앞에 민윤기가 갖고있던 천주머니가 놓여있었어. 안에는 나무로 만든 염주가 들어있었고, 내 앞엔 어느새 주지스님께서 서서, 내 손에 들린 염주를 보고 웃고 계셨어. ..... 이 절엔 나만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 너무 늦게 올려서 미안해요... 암호닉분들! [뽀로로] [맴매때찌] [꽃슈쿠키] [무밍] [밍기적] [야생] [꽃보다윤기]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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