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 아무런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아무에게도 어색하지 않았다.
OO이를 안고 있던 윤기의 가슴팍 부근의 반팔은 점점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머리 감고 살짝 젖는 목 부분에도 짜증내는 윤기인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 천천히 OO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참을 안고 있었을까. 어느 덧 OO이가 눈물을 그친 듯, 윤기의 체온에 옷에 묻은 눈물이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살짝 고개를 내려 OO이를 쳐다보자 OO이도 곧바로 윤기를 쳐다봤다. 빨개진 두 눈으로 쳐다보는 그 모습에 또 다시 윤기는 심장이 쿵ㅡ
“..다 울었어?”
끄덕이는 OO이를 보니 안쓰러우면서도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OO이는 알까.
“그럼.. 다 들었어?”
윤기의 말에 OO이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들었지?”
“못 들었나..”
그러더니 윤기는 한 쪽 손을 사용해 OO이가 자신을 쳐다보게 했다.
“못 들었으면 다시 말할게. 좋아해.”
“...”
“많이 좋아해 OO아.”
그날 밤. 둘에게는 밤이 없었다. 둘만의 마음 속 이야기꽃이 폈을 뿐.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06
푸르스름한 하늘을 보며 둘은 조용한 달동네를 걷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곤 전깃줄 위에서 아침을 반기며 지저귀는 참새들. 이른 새벽을 여는 상인들. 간혹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뿐이었다.
윤기 집에서의 이야기 끝이 보였을까, 시간은 새벽 4시를 향했다. OO이는 우유알바를 가야하는 시간이었고 윤기 또한 자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결국 윤기는 OO이를 따라 우유배달을 가게 되었다. OO이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
“나 산책 하러 가는 거야.”
누가 민윤기를 말리겠는가.
“새벽은 춥네.”
“아직 새벽은 춥죠..”
“그걸 아는 애가 그렇게 얇게 옷을 입어?”
“…….”
“따뜻하게 입자. 너 아플까봐 걱정 된다.”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OO이에게 둘러 주는 윤기였다.
밤을 꼴딱 새고 회사에 도착한 윤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윤기를 보고 몸 좀 챙기라며 몇 직원들이 한 소리 했겠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하얀 피부에 어울리지 않는 다크서클. 꿀피부를 유지하던 윤기가 상한 사과마냥 사람이 푸석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턱을 괴고는 미친 사람마냥 실실ㅡ 웃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직원들은 아무도 윤기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
.
오늘 하루 종일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피곤한 건 둘 째 문제고 새벽에 OO이와 했던 대화들이 너무 부끄러워서.
그런 낯간지러운 말은 중학교 2학년 가사 썼을 때나 사용했던 거 같은데..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여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명인 것 같다.
한 명은 곡 작업 영감을 위해서, 한 번은 안 만나주면 죽겠다고 해서. 아 3명이다. 한 명은 예뻐서.
지금까지 별 감정 없이 여자를 만났는데 최근에는 그런 쓸데없는 감정소비도 하기 싫어 아예 만나지를 않았다.
여자가 아니어도 세상에 재밌는 건 너무나 많고, 나 챙기기도 바쁘고 사회이기도 하고. 어찌됐든 여전히 여자에 관심이 없었다. 적어도 한 달 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여자아이가, 그것도 학생이. 내 감정을 소비하게 만들었다.
그걸 중학교 2학년 가사 썼을 때 표현법을 빌려보자면 ‘분홍 벚꽃 잎을 어린 아이가 휘젓는다.’ 뭐 이런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감정을 부정했다. 단순히 이 달동네에 사는 학생이라서 신경 쓰이는 것뿐이라고.
근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내 눈에 아른하게 밟혔다. ‘주변에 사는 아이니까 그러는가보다.’ 싶다가도 집에 와 가만히 있다가도, 곡을 쓰다가도 생각나는 걸 보니 단순히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25살이나 됐지만 나에게 사랑은 단어를 알 뿐.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용어였다. 어렴풋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내가 OOO를 사랑한다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용어를 지금도 정확히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지만 지금 일하는 중에도 보고 싶고, 생각만 해도 웃음 나는 걸 보니
그냥 사랑이란 OOO. 이 단어로 충분한 거 같다.
새벽에 좋아한다고 털어놨을 땐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최대한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내 품에 안겨있는 OO이나, 몰래 고백을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듣고 있던 OO이나, 함께 있던 OO이나.
그냥 OO이 자체로 나를 뛰게 만들었다.
그 뛰는 마음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평생의 놀림거리가 될 게 뻔하다.
결국 회사에서 끝까지 집중하지 못했다. ‘퇴근하세요.’ 라는 말만 뚜렷이 내 귀에 들렸다. 그 말이 들리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전구 사는 것은 잊지 않고.
전구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앞뒤로 흔들면서 달동네로 향했을까.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행복했다. 그 행복의 원인은 뻔하지, 뭐.
오르막길을 걷고 있었을까. 익숙한 실루엣에 나는 그 자리에 서버렸다.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하루 종일 정신 못 차리게 한, 보고 싶었던, OOO 너가 내 눈 앞에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는 OO이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만 OO이를 안아 버렸다. 그래서 OO이는 어버버ㅡ거리며 손을 어디다 둘지 모르는 듯, 차렷 자세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에 또한번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진짜 민윤기 큰일 났다.
“푸하ㅡ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서 오늘 일도 못했어.”
표현은 처음이 어려울 뿐, 그 다음은 쉬웠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나에게는 더욱더.
.
.
“전구. 아직 안 갈았지?”
“네? 네..”
“갈아줄게. 가자.”
윤기는 전구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웃으며 흔들어보았다. 그 모습에 OO이도 살풋 웃었다.
둘은 손을 잡고 OO이 집으로 향했다.
둘이 OO이 집 앞에 도착했을 땐, 활짝 핀 개나리 때문에 봄이 온 듯 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쪽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봄이 아닌 무서운 겨울이었다. 어제 단 하루 사람이 없었을 뿐인데 집은 차가웠다.
“우선 전구부터 갈자. 의자 가져와 봐. 어두우니까 조심하고.”
윤기의 말에 OO이는 자신의 책상 의자를 끌고 왔다 윤기는 그 의자 위로 올라갔다. 삐그덕ㅡ 의자에서 소리가 나자 급하게 OO이는 의자다리를 잡았다.
“의자 꽉 잡아.”
윤기는 태생적으로 예술적인 감각이 있었다.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선생님께 시각디자인으로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 예술적 감각은 인테리어 분야에도 그 두각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런지 윤기에게 전구 갈아 끼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불 켜봐.”
딸깍- 그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OO이 집 안에는 새로운 전구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둘은 어제와 같이 밥을 같이 먹고 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윤기의 집이 아닌 OO이 집이라는 것?
“전구 갈아주셔서 감사해요.”
“별 게 다 감사하다. 너도.”
“...”
“그렇게 감사하면 잘 해. 어?”
“네. 잘할게요.”
“그래서 우리 OO이 밑에서 오빠 왜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
“착각 좀 해도 되나.”
“아니.. 저 한.. 일주일동안은 집에 늦게 들어올 거 같아요.”
활짝 웃고 있던 윤기였지만 OO이의 마지막 말에 윤기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OO이는 윤기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왜.”
“이제 알바도 안하고.. 학교 야자실에서 공부 좀 하려고요. 사실 알바 한다고 공부 안 했거든요. 새 학기니까.”
“알겠어. 집에서 해.”
“아..학교 야자실에서 하려고..”
“학교 야자실에 남자 친구라도 있냐? 그거 아니면 그냥 집에서 해. 걱정 돼.”
“..집에서 하면 집중이 잘 안 돼요.”
“...”
“그래서 야자실에서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럼 난.”
“..네?”
“아까 내가 너 보고 싶다고 했잖아. 회사에 있는 동안 보고 싶어서 오늘 아무것도 못했는데. 너는 아니야?”
“...”
“너가 집에 늦게 들어오면 걱정돼서 아무것도 못 해, 적어도 난.”
그 말을 끝으로 서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OO이는 당황스러웠고 윤기는 후회하고 있었다. 걱정 되는 건 맞지만 OO이는 학생이었다. 공부 하겠다는 애한테 자기가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집에서 하라니. 너무 애 같은 말이였다.
“..10시에는 집 들어와.”
“...”
“공부 많이 해서 좋은 거 없어. 적당히 해야 해. 너 아직 고삼 아니잖아.”
“...”
“그것도 싫으면 내가 좋은 과외 선생님 소개 시켜줄게.”
“...”
“늦게 들어오지 마. 걱정 돼.”
윤기의 말이 끝나고 OO이는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까
“안 돼요.”
“...”
“일주일만. 딱 일주일만 11시까지 공부할게요. 그리고 그 후부터는 바로 집에 올게요.”
“...”
“공부하는 습관만 들이고 바로 집에서 공부할게요. 그 습관은 일주일이면 충분해요.”
“하아ㅡ”
“약속할게요. 진짜.”
“알겠어. 너가 말한 거 꼭 지켜. 일주일만 허락할거야. 끝나고 바로 와.”
결국 일주일만 학교에서 공부하기로 한 OO이였다. 윤기는 그것도 탐탁지 않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공부였기에 허락했다.
일주일만. 딱 일주일만 걱정하자는 마음이었다.
어젯밤.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겨버린 남준은 따로 단톡방을 만들었다.
- 야 너네 다들 어디냐?
- ㄱㅇㅈ
- 아니 너네 민윤기집 아니야?
- ㄴㄴ 아닌데요? 저 지금 박지민이랑 게임하는데 개허접임ㅋㅋ 한 손으로도 이김. 서든 들어와요 형들
- 아 나 방금 춤 연습하러 나왔는데.. 너희 몇 시까지 할 거냐?
- 아 진짜 김태형 사기임 현질해가지고 이기는거야 아ㅡㅡ
- 야 민윤기 여자 생긴 거 같다
- 윤기형 좋아하는 여자 있다고 했잖아요.
- 그거 거짓말 아니었어?
- 걔 독거노인이 꿈임.
- 네 연하 좋아한다는데ㅋㅋㅋ
- 와 연하? 우리한테 소개 안 시키고 뭐함?
- 그 연하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지금 윤기네 집에 있는 거 같다
- ?
- ..예????????
- 야 걔 진짜... 책임지지 못할 짓 하면 어쩌지
- 윤기형 사고 쳤다고?
윤기의 여자 친구에 대해 과하게 부풀어 소문이 나고 있는 중이였다.
NEXT
07
“하ㅡ 미치겠다.”
화가 잔뜩 난 윤기는 OOO에게 말을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OO이는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을 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윤기는 허리에 손을 올린 후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하루에 한번씩 꼭 글을 올렸었는데 저도 개강하고나니까 시간이 없네요ㅠㅠ
사실 계속 술자리 때문에 죽을 맛.. 지금도 완벽히 맨정신이 아닌데 오타나진 않았을까...아침에 보면 이불킥 할 거 같은데...
지금 되게 못 쓴 거 같아요.. 일단 너무 짧고...
너무 죄송해서 7편 소재 약간 알려드리고 갑니다.
이런 글 정말 죄송해요 이제는 죄송하다는 말도 지겨우실듯.. 근데 진짜 못 쓴거 같아요. 달달하지도 그렇다고 감동적이지도 않은 글.. 흑흑..
[윤기야밥먹자] [음향] [7평] [사랑꾼] [구화관] [즈엽돕이] [햄찌] [콜라에몽] [달동네] [랄라] [쀼뀨쀼뀨] [620309] [짱구] [친주]
입 아프게, 손 아프게 사랑해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현재 난리 난 AAA시상식 이이경 수상소감..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