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홀드키를 눌러보니 집 번호를 저장하지 않고 정말 번호만 준 화면을 보면서,
" 왜 저장은 안했어. "
웃고 있었을까, 윤기는 다시 한참이나 고민했다.
'" 아- 뭐라고 저장하지. "
' OO이 '
' OO이네 '
' OOO '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을까.
" 아ㅡ 모르겠다. "
벌러덩 ㅡ
방바닥에 누운 윤기는 한참이나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핸드폰 홀드키를 눌러 뭐라 저장할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 결국 '소보루빵' 이라 저장하는 윤기였다.
저장하고도 계속 OO이 생각을 했던 윤기는 안 비밀.
10분 가량 누워있었을까.
옷을 뚫고 느껴지는 차가운 방바닥에 ' 연탄 갈아야하나 ' 는 생각을 하다가도,
몸에 힘이 없는게 움직이기 세상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 자려고 했지만 오늘 할 일을 끝내야 마음이 놓이는 윤기는 다시 일어나 음향부스로 몸을 옮겼다.
.
그러나 곡 작업하던 윤기는 음향부스에서 잠 들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난 윤기는 물 먹은 솜마냥 무거운 몸에 얼굴을 찌푸렸다.
" 아. "
목도 약간 따끔한 듯 자신의 뒷목을 쓸어내렸다.
' 감기에 걸렸구나. ' 라고 생각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 이유는 윤기의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윤기는 농구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그 날도 한강에서 농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고등학생 무리가 오더니 ' 농구 한 게임? ' 이라 외쳤고 윤기는 좋다고 처음보는 형들과 농구를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윤기는 한 마디로 발렸다.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 잘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같이 하는 형들에 비해 어렸고 형들보다 키가 한 뼘이나 작았다.
승부욕 때문일까, 윤기는 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윤기는 두 골만 넣은 채 경기가 끝났다.
경기가 끝나자 발목이 지끈ㅡ 아파왔다.
그 모습을 본 고등학생 형들은 웃으며
" 그러니까 왜 무리했냐. 발목 아프냐? 그거 밥 많이 먹으면 낫는다. "
" 너 그래도 꽤 하네. 열심히 해라 꼬맹아 "
라는 이야기와 함께 가버렸다.
윤기는 그 날 발목을 질질 끌며 집에 와 밥을 미친듯이 먹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울면서 먹긴 했지만.
그렇게 3일 정도가 지났을까, 정말 윤기의 발목은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그 후로 윤기의 치료법은 ' 밥 많이 먹기 ' 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윤기가 모르고 있는 사실 하나는, 요즘 감기는 독감이라는 것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를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자 역시나 다섯번째 계단에는 피자빵과 흰 우유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 된 게 있다면..
' 감사합니다 '
또박또박한 글씨로 써진 포스트잇이였다.
그 글은 윤기를 웃게하는데 충분했다.
.
.
.
오늘 윤기는 최악의 컨디션을 달렸다.
회사에서 두 세번 기침을 하자 회사 직원들은 나를 다 쳐다보며 입 모아 괜찮냐고 질문했다.
그 질문에 윤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 예, 괜찮아요. 일들 하세요. "
라고 했을 뿐이다.
점심시간에 윤기의 부서팀은 자신의 밥보다 윤기를 더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밥도 잘 안 먹고 먹는다해도 반공기만 먹던 사람이
오늘은 꾸역꾸역 두 공기 째 먹고 있는 윤기를 보면서,
' 진짜 저 사람 무슨 일 난 거 아니야? '
라는 눈빛으로 윤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부서원들이 윤기의 눈치를 살피는 이유는,
처음 윤기가 들어왔을 때 생글생글한 미소로 여러 여직원의 마음을 흔들어 놨다.
다른 부서 여직원까지 윤기를 좋아하곤 했으니..
그 생글생글한 미소를 믿고 다가간 여직원들은 차가운 윤기에 치이고 말았다.
그런 윤기를 보면서 '심통난 찹쌀떡' 이라고 여직원 사이에선 유명했다.
그와중에 그런 성격까지 좋다는 여직원들도 있는데 그 중 한명이 윤기와 같은 부서인 팀장이였다.
그런 윤기가 못마땅한 몇 남직원들은 일부러 일을 많이 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윤기는 착실하게 일을 해냈다.
그 결과는 윗선까지 놀라게 하며 같은 부서 직원들의 월급이 조금 올랐다.
그 후로 남직원에게는 '우리 복덩이 윤기' 였고, 다른 부서는 윤기씨가 우리 부서여야 했다며 이야기 하곤 했다.
그리고 회사에 무슨 일이 있으면 윤기가 가장 앞장 섰다.
한 번은, 윤기네 회사는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다른 회사에서 윤기네 회사 큰 프로젝트를 기획안을 어찌 알았는지 가져가버린 것.
가져가 버린 회사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원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윤기네 회사 사람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휴게실에 모여 욕을 하고 했는데 갑자기 윤기가 걸어오더니
" 해결 봤어요."
라는 것이다.
알고보니 그 기획안은 윤기가 쓴 거였고 휴게실에 모여 욕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며 윤기는 곧장 그 회사를 찾아가 컴플레인을 걸었다.
이 사건 이후로 모든 직원들은 ' 윤기크러쉬 ' 를 당했다나 뭐라나.
결론은 회사에서 민윤기는 실세였다.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03
윤기는 아침보다 목이 더 아팠고 기운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점심을 꾸역꾸역 먹어서 그런지 속도 답답했다.
그 와중에도 밥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회사 근처 편의점에 들려 컵라면 하나 사들고, 답답한 속을 꾹ㅡ 참고 달동네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중이였다.
' 이 길은 언제쯤 적응되려나. '
작은 슈퍼가 보이자 윤기는 가게 앞 벽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제의 밤, OO이와 함께 있었던 순간이 생각이 났다.
홀드키를 눌러 '소보루빵' 을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 전화는 왜 안 받아. "
윤기가 전화를 했지만 끝내 OO이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한 숨을 푹ㅡ 쉬고 윤기는 답답한 속도 풀 겸,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빠삐코 하나를 사다 문득 OO이 생각이 나, 하나 더 사는 윤기였다.
가게 앞 벽돌에 앉아 빠삐코를 입에 물고 먹으니 답답한 속을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내려주는 기분이였다.
" 윤기 학생ㅡ 왜 여기 있어? "
" 아, 저 그냥.. 답답하고 그래서. "
" 그래? 이제 가게 문 닫을건데 뭐 사려는 건 아니고? "
" 네 아니예요. "
가게 아줌마는 나에게 말을 거셨고 그 말을 끝으로,가게 불빛이 꺼지자 달동네를 비추는 빛은 곧 꺼질 것만 같은 가로등이였다.
' 그나저나 애는 왜 안 오냐. '
답답해서 가게 앞에 앉아있다는 윤기의 말은, 거짓이였다.
가게 앞에 가만히 앉아있다 OO이 주려고 산 빠삐코가 녹는 기분이 들어 집으로 향하는 길.
아직 집에 안 온건지, 무슨 일이 난건지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계속 뒤를 돌아봤다.
그러다가도 '내가 왜 걱정해.' 라며 작게 읊조리며 앞만 보고 걷기 시작한 윤기였다.
어두운 갈색 쇠 쪽문을 두드리진 못하고 쭈뼛쭈뼛 서 있는 윤기는, 자신의 집 앞 계단이 아닌 OO이네 앞이였다.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봐서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한참이나 그 앞에 서있었을까. 윤기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몸을 돌렸다.
평소의 윤기 같았으면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을텐데 차가운 방이 걱정되 바로 연탄을 갈아끼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역시나 차가웠다. '곧 따뜻해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씻으러 들어갔다.
씻고 나오니 아까보다는 따뜻한 기운이 맴돌았다.
배는 안 고팠지만 기운 없는 기분이 싫은 윤기는 빨리 나으려고 또 한번 억지로 컵라면을 먹었다.
' 먹고, 곡 작업 해야겠다. '
몸에 힘도 없고 속이 답답하긴 했지만 윤기는 막힘없이 가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 이 정도면 수월하지, 뭐. '
그런데 오후 9시가 다가오자 갑자기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가사가 잘 써졌는데 도대체 왜.
' 하ㅡ 내가 왜ㅡ '
그 원인이 OO이라는 건 1분도 안 되서 깨달았다. 머리로는 '왜 걔가 신경쓰이냐' 였지만 몸은 그러지 않았다. 후드집업 대충 입고 초록색 쪽문을 열었다.
' 어제도 9시 좀 넘어서 왔으니까, 곧 오겠지 ' 라고 생각하며 달동네 풍경을 보며 계단에 앉아있었을까.
문득, 가게 앞 꺼질 듯한 가로등이 생각난 윤기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 여기 민원 넣을까. 너무 어두운데? 무섭겠다. "
윤기는 어두운 걸 무서워하지 않는다.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지만 OO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기는 결국 달동네 초입까지 내려와버렸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간 모양인지. 참 한적했다.
슬슬 걱정이 된 윤기는 저번에 어느 고등학교 다니냐고 물어볼걸 그랬다고 후회를 하고 있었다.
멍청하게 OO이를 기다리고 있던 윤기는 추운 모양인지 후드집업을 끝까지 올렸다.
그러다 자신의 후드집업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놀라 확인했다.
확인해보니, 박지민이였다.
' 형 '
" 어, 왜 "
' ..감기 걸렸네. 밖이예요? '
" 어.. 어.. "
' 감기 걸린 사람이 왜 밖에 있대. '
" 아 누구.. 기다려. "
' ... '
" ..여보세요? "
' 누구 기다리는데? '
" ..몰라도 돼, 임마. "
' ..형 설마 여자친구 생겼어ㅡ? '
" 뭐래.. 야 왜 전화 걸었는데 "
' 누구 기다리는 지 알려주면 대답해줄게. '
" ..있어 키우는 똥강아지. 집 나가서 기다리는 중."
' ..형 강아지 키워? '
" ... "
' 나중에 태형이랑 보러가도 돼? '
" 안 돼 똥강아지라 너네같이 더러운 애들이 오면 죽어. "
지민과의 통화 중, 어느 부분에서 윤기는 얼굴이 확 빨개졌다. 그 부분은 비밀이다.
.
.
.
윤기는 힘들다고 찡찡 거리던 오르막길을 몇 번이고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지 모른다.
' 내가 왜 걱정하냐 ' 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집에 들어가서 곡 작업 하다가 집중이 안 되서 펜 던지고 나와서 기다렸다가
몸에 기운이 없어서 다시 들어가고
결국 지금은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나와 달동네를 찍고 있었다.
한참 달동네를 누비고 있었을까. 어느 덧 11시가 되고 윤기는 걱정을 넘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 요즘 세상이 어느 때인데 여자애가 진짜 미쳤나. "
" 12시 넘어가면 실종신고를 하든지 해야지. 아ㅡ "
" 코빼기도 안 보여. 아ㅡ 짜증나ㅡ "
.
한참이나 화를 내고 있었을까 비닐봉지 마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은 윤기는 고개를 들었다. 윤기가 한참이나 기다린 OO이였다.
" 야. "
OO이는 놀란 듯
" 왜 여기 있어요? "
라고 대답에 질문했고
윤기는 그 질문에
" ... "
'그러게 내가 왜 여기있냐.'
차마 너 기다렸다고 말 못하는 윤기였다.
둘이 조용히 올라가고 있었을까
" 아까, 왜.. "
" 뭐. "
" 왜 부르셨어요? "
" ..그냥. 나 퇴근하고 이제 올라가는데 너 있어서 불렀어. 그게 뭐. 문제 되냐? "
" ... "
" 뭘 보는데. "
" ..회사.. 퇴근 하셨다고요? "
윤기는 후드집업을 입고 있었다. 자신의 옷 상태를 한 번 보더니,
" ..나 원래 이렇게.. 회사가. "
라며 붉어진 뺨을 가리기 위해 후드집업 모자를 뒤집어 쓰고 지퍼를 끝까지 올린 다음에 빨리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OO이는 조용히 따라갈 뿐이였고. 그렇게 둘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그렇게 윤기가 두 걸음 더 빨리 걷고 있었을까. 윤기네 집 앞 계단까지 와서 OO이가
" 들어가세요. "
라고 얘기하며 자신의 집을 가려는 OO이를 보다, 윤기는 OO이 어깨를 붙잡고.
" 나랑 얘기 좀 하자. "
윤기네 계단. 다섯번째 계단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 너 근데 왜이렇게 늦게 왔어? "
" ... "
" 어제는 9시 쯤에 왔잖아. 왜 오늘은 늦었어? "
" ..알바하다 왔는데. "
" ..알바해? "
" 네.. "
" 뭐하는데 "
" ..빵집. 마감시간대라 늦게 끝나요. "
윤기는 OO이의 손에 들려져 있는 빵 비닐봉지를 보고만 있었다. 윤기는 애꿎은 자기 손을 만지작 거렸다.
" ..그래서 나한테 빵 준거야? "
" ..네 뭐. 그런 것도 있죠. "
" ... "
" ... "
" ..근데, "
" ... "
" 여자애가 위험하게 마감시간에 일해, 왜. "
" ... "
" 낮에 하든가. "
" ... "
" 달동네 위험해. 아니 그냥 세상이 위험한데 무슨 생각으로.. "
" ..근데 저는, "
" ... "
" 학생이라.. 낮에 알바를 못해요. 밤 밖에 안 되는데. "
" ..주말에 하든가. "
" 주말에도 해요.. "
" 너 무슨 알바를 그렇게 많이 하냐. "
" ... "
" 뭐 하는데. "
" 새벽에는, 우유 배달도 하고. 학교 끝나고랑 주말은 빵집에서. "
윤기는 '그래서 아침일찍 빵이랑 우유가 놓여져 있었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 ..어쩔 수 없어요. 할머니한테 돈도 보내드려야하고, 제 생활도 해야하고. "
" 할머니는 같이 사는데 왜, "
" 할머니 실버타운 가셨는데.. 국가지원이래요. 전에는 주말에 오셨는데, 요즘은 무릎이 많이 안 좋아서 가끔 오세요. "
" ..아. 야. 그래서 너 한달에 얼마나 버는데. "
" 그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근데 제 생활 값이랑 집값.. 정도? "
" ..알바. 우유배달이랑 주말만 해. 마감은 위험해. 내가 용돈 줄게. "
" ..싫은데 "
" 오빠가 주겠다고 그러면 알겠다고 그냥 그러면 되지 싫고 좋고가 어딨어. 그만 둬라. "
" ... "
" 이제 가. "
윤기는 고민하더니 OO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OO이를 보고 집에 들어오니 집이 따뜻했다. 윤기의 마음은 아까와 다르게 편했다. 물론, 몸은 아직도 무거웠지만.
다시 윤기는 곡작업에 매진했다. 다시,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
.
눈을 떠보니 오전 8시 20분이였다. 윤기는 이불도 깔지 않은 채, 맨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어젯밤보다는 바닥이 차가웠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 오늘도 빵 가져다 놨으려나.. '
문을 열어보니, 오늘은 빵이 아닌.
신문지에 덮혀진 쟁반이 놓여져있었다.
OOO ver.
" 요즘 독감이 유행한다고 그러던데, 휴일동안 밖에서 놀지말고. 따뜻하게 입고다녀라. 인사! "
독감이 유행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가방 속 목도리를 꺼냈다.
감기 걸리면 힘든 건 나 자신이였다.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고 알바도 못 가고..
평소와 다를 거 없이 알바를 끝마치고 버스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
날씨가 춥지는 않지만 독감이 진짜 유행이긴 한가보다. 버스에 타고 있는 두 세명의 사람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네.
나도 조심해야겠다.
마지막 종점인 내가 사는 달동네에 근처에서 내렸다.
목도리로 입을 가린 채, 손에는 빵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갔다.
" 소보루빵인데.. 싫다고 그랬는데.. "
윤기..오빠? 삼촌? 아저씨?... 그 남자는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하는걸까. 아직까지 불러본 적은 없지만.
자기 자신을 오빠라고 칭하는 걸 보면.. 오빠라고 불러야겠지.
그 남자 생각을 하면서 걸었을까. 문득 앞에서
" 야. "
내가 생각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그 남자 생각을 하면서 걸어서 헛 것이 보이는 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놀라서 왜 여기있냐는 질문을 했지만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한참을 조용히 올라가다 왜 불렀는지 궁금해서 다시 물어보니 방금 회사 끝나고 집 가는 길이란다.
그러기에는 그는, 후드집업, 오부반바지 그리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렇게 회사가냐는 말에 그렇다며 먼저 가기 시작했다.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그냥 조용히 따라갔다.
그 남자가 기운이 없어보였거든.
집이 보인다. 이제 이 남자랑 헤어질 시간이다. 뭔가 아쉬웠지만 들어가라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내 집으로 향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그 남자는 내 어깨를 붙잡더니,
" 나랑 얘기 좀 하자. "
예쁜 미소와 함께 얘기 좀 하자고 했다.
나도 아쉬웠는데, 좋아요.
왜 밑에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전에 먼저 나한테 질문을 했다.
왜이리 늦게 왔냐고. 저번에는 9시 좀 넘지 않았냐고.
..그래서 밖에 있으신건가요. 그런데 그 때는 당신 때문에 알바도 제대로 못하고 나온거예요.
여자애가 위험하다고.
이 남자가 의도했던 안했던, 다시 한 번 나를 걱정해줬다.
누군가에게 걱정 끼친 건 싫지만, 걱정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 혼자서 앓고 있는 일들을 얘기했다. 그래봤자, 돈에 관련된거지만.
그 말을 묵묵히 들어주던 이 남자는 다짜고짜 알바를 그만 두란다.
마감은 위험하다며.
또 다시 나를 걱정해주는 듯한 말투에 코끝이 시큰했다.
그래도 내 돈은 내가 벌고 싶어 싫다고 거절하자 오빠가 주겠다고 하면 알겠다고 하면 된단다.
네, 윤기오빠.
이제 가라해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또다시 나를 부르더니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 남자, 정말 위험한 남자다.
집에 도착해서 불을 켰다. 전구가 오래됐는지 약간은 어두컴컴했다.
사실 윤기오빠한테 말 하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그의 상태는 질문을 못하게 만들었다. 오빠는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목소리가 많이 쉬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 얘기를 가만히 들어줬을 때, 기침을 많이 했다.
감기구나.
내일 아침에는 빵 말고 죽 가져다 줘야겠다.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흰 죽, 배추김치만 가져다주기에는 너무 허름해보였다. 그래서 슈퍼에서 계란 5개를 사서 계란 장조림까지 만들었다.
별 거 아니지만,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빨리 우유배달 갔다가 와야지.
평소와 다른 신문지에 놀란 윤기는 신문지를 흰 죽, 배추김치, 계란 장조림 그리고 맛있게 먹으라는 포스트잇을 보고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서서 웃고 있었을까.
걸어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입에는 빵을 물고, 손에는 우유를 들고 있는 OO이를 발견한 윤기였다.
" 이거 뭐냐? "
" ..죽이요. "
" 감기 걸린 건 어떻게 알고. 귀엽네. "
" ..근데 다 식었네요. 오늘 늦게 일어나셨나봐요. "
" 응, 아파서 그런가. "
" ... "
" 나 이사온지 별로 안되서 전자레인지 없는데. 너네 집 가서 따뜻한 죽 먹어도 되지? "
OO이는 대답도 안했는데 윤기는 OO이네 집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집이 허름해서 OO이는 부끄러웠는데 윤기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 집도 이러니까.
" 이거 데펴 줘. "
" ..네. 먹고 바로 가셔야 해요. "
" 푸흐ㅡ 알겠으니까 빨리, 나 아픈데. 배고파 "
윤기는 죽을 먹고 있었고, OO이는 빵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윤기는..
OO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밥을 먹고 있었다.
" ㅇ,왜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 "
" ..그냥. "
" ..밥이나 드세요. "
" ..너, 왜 밥 안 먹어. "
" ... "
" 설마 그 빵이 아침밥이냐? "
" ... "
" 그런거면 너 진짜 오빠한테 혼난다. "
눈치 빠른 윤기는 지금까지 OO이가 줬던 빵이 OO이의 아침밥이라는 걸 눈치챘다.
" 왜이렇게 미련하냐. "
" 뭐 먹고 싶은지 싹 다 적어. 다 사줄게. "
ㅎ하하하ㅏㅎ하ㅏㅎ하하하하ㅏ...
오늘은 생각보다 빨리 썼어요ㅡ 6시간밖에 안 걸려쯈니다...ㅎㅎㅎ..
아무도 눈치 못 채는 오늘의 설렘 포인트
1. 스스로 오빠라고 칭하는 민윤기
2. 그 남자에서 오빠로 부르는 여주님
3. 여주 똥강아지라 하는 윤기
4. 회사에서 멋짐 터지는 민군주님
사실 전 윤기가 여주 짝사랑 하는 걸로 쓰고 싶었어여ㅡ
뭔가 윤기는 대부분 여주가 짝사랑하길래 저는 반대로 쓰고 싶었답니다 ㅡ?
제가 무리해서 3일 쭉 쓰는 이유는 곧 개강이잖아여... (눈물)
제 글 봐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해요 ~
진짜 저 보잘 거 없는데 신알신과 암호닉 너무 감사합니다 진짜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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