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숙소가 분주하다. 오늘은 추석 특집방송 녹화가 있는 날이라 모두들 꼭두새벽부터 평소보다 유난을 떨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를 더 짜증나게 만드는건 바로 이 한복 한복 한복!
코디누나는 분명히 잘 어울릴거라며, 우리 애들이 단체로 한복입으면 얼마나 복덩이같을까-를 연신 노래부르며 들고온 그 한복이 문제다.
다들 자기 몫의 한복을 셋트로 들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있을텐데, 난 한복은 입어본적이 까마득해서 도저히 입는법도 생각이 나지 않을 뿐더러,
중요한건, 바지 허릿춤을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를 몰라서 아까부터 혼자 쩔쩔 매고 있던것이다.
아, 리더 체면이 있지 이거 누구한테 묶어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코디누나 부르기엔 누나가 혼자 너무 바빠보여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며 이렇게 묶는건가? 아니, 이게 맞는건가? 에라이- 그럼 바짓자락은 너풀거리게 두는건 아닐텐데, 이건 어쩌라고!
혼자 씨름을 해대던 찰나, 혼자 있던 방문이 달칵- 작은 소리를 내며 열리곤 표지훈이 얼굴을 쏙 내민다.
"형- 뭐해요? 안나와? 이제 갈 시간 다 됐던데."
그게, 나도 나가고 싶거든? 근데 차마 허리끈도 못 묶고 바지 질질 흘러내리는데 나갈수는 없잖아.
"넌? 옷 다 입었어? 다른애들은? 유권이랑 경이도 옷 다 입었냐?"
"그럼, 아까 옷을 가지고 들어간게 십오분도 더 됐는데 그거 하나 못갈아입었겠어? 지금 거실에서 주스나 마시고 있어. 형은 왜요? 아직 못입었어?"
뜨끔하는 내 표정을 알아차린건지 표지훈은 방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선 내 옆의 침대에 털썩 걸터앉아 하는 말이
"형 한복 입을 줄 모르는구나? 그럼 밖에 경이형 불러줄까요? 다 입고 돌아다니는거 보니까 혼자서도 잘 입는것 같던데"
"어? 아냐, 됐어. 너, 너도 입었으니까 니가 좀 이것만 묶어주면 안돼?"
내가 지훈의 눈 앞에 내민것은 바지의 허리끈. 한손으론 흘러내리는 바지를 잡고, 한손으론 뻘쭘하게 허리끈을 내밀고 있으려니 내 꼴이 좀 우습긴 했나보다.
표지훈은 내민 손이 무안하게 풉- 하고 웃어버린다.
"아 뭐야, 그럼 여태 끈을 묶을줄 몰라서 못 입고 혼자 끙끙댔어요?"
"응, 이런거 입어본게 언젠지 기억도 안난단말야-"
"근데 나도 내가 입은거 아닌데 어쩌지? 경이형 불러요?"
"뭐야, 넌 그럼 경이가 입혀준거야?"
"아니 입혀줬다기 보다는 경이형이 매듭짓는걸 알려주긴 했는데. 그걸 또 까먹어버려서-"
아오- 표지훈 저 바보자식은 그거 하나 기억도 제대로 못하면서 또 뭐가 즐거운지 방실방실 웃고있다.
내가 이렇게 바지춤 잡고서 어정쩡하게 서있는게 꽤 웃긴가보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살짝 열리더니 코디누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호랑 지훈이 여기있어? 왜 안나와?"
"나, 나가요 나가요!"
"뭘 나가요, 그냥 누나 불러다가 입혀달라고 해요. 뭐 어때."
옆에서 표지훈은 밉살스럽게 침대에서 뒹굴며 샐샐 웃고있다.
"누나, 그냥 들어와봐요."
하는 수 없이 부른 나의 SOS에 문밖에서 기다리고있던 코디누나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역시 처음은 표지훈과 같은반응. 비웃냐!
지호 니가 이럴줄 몰랐다는 둥, 혼자서 여태 이러고 있었던거냐는둥, 귀엽다 깜찍하다, 누나는 좋은말만 늘어놔주었지만 난 좀.., 그게 좀 그렇다고요.
"자, 다 됐다. 뭐 이런걸 가지고 그랬어. 그냥 모르겠으면 부르지."
"그냥, 좀 이런거 하나 못한다는게 자존심이....아니, 그냥.."
"야, 뭐 이런걸로 자존심이야. 경이도 못 입어서 내가 맨 처음으로 가르쳐줬다."
"엑? 맨 처음? 그럼 다음은 또 있어? 그보다 경이도 못입었다구요?"
"경이다음엔 태일이, 재효, 유권이- 줄줄 와서 다 허리띠좀 묶어달라고 바지좀 입혀달라고 하는데, 니들 아직도 애기구나 싶더라니까?"
뭐야 뭐야, 그럼 경이자식도 결국 코디누나가 입혀준거야? 나만 혼자 낑낑댄거야? 멘붕이다.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린 코디누나는 귀엽다는듯이 내 얼빠진 표정을 보고 머리를 헝클어트리곤 일찍 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방문 밖을 나섰다.
그런 코디누나의 뒷모습을 샐쭉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방문 밖으로 따라나선 표지훈의 한마디는 얼빠진 내 멘탈을 와르르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뭐, 한복같은거 못입으면 어때요 형, 잘 벗기기만 하면 되지. 그쵸?"
------------------
급하게 쓴거라 좀 그래요.... 첫 글잡데뷔 조각글입니다
많은 이해 부탁드려요.....................<<<<
반응이 조금이나마 있으면 가끔 조각글 들고오겠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