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음주의!*
*반응연재*
*댓글과 엄지는 글을 쓰는 힘이 되어요*
아쿠아리움 소년 지민 X 화가 지망생 너탄
*
우산은 그렇게 태어난다
우리는 젖은 채 태어나고 젖으려고 사는 것들
답 없는 질문처럼 꼭 그렇게
유희경<우산의 고향>중,
*
너를 만나던 순간을 기억한다.
“어, 지금 폐장 시간인데…”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처럼, 내 눈에는 너밖에 보이지 않았다. 검푸른 물감을 풀어넣은 수족관 한가운데 너는 대걸레를 들고 서 있었다.
비현실적인 혼돈 속에서 현실감이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그것밖에 없었다.
네 왼손에 어설프게 쥐어져 있던 대걸레.
황급히 산발이 된 머리를 정리하던 내 눈가에 뜨거운 무언가가 핑 돌았다. 그냥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너의 존재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리리라는 것을.
“아…미안해요.”
철갑상어 몇 마리가 거대한 유리벽 뒤로 배회했다.
너는 눈에 띄게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사과를 하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네 걸음걸이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는 건 흐릿한 눈으로도 알 수 있었다.
“원한다면 좀 더 있어도 되는데…”
내던져진 호의를 가운데에 두고 시선이 맞부딪쳤다.
동글동글한 네 이목구비에서 나는 엉뚱하게도 돌고래를 발견했다.
부드럽고 유한 당신과 어울리는 쪽빛의 작은 생명체.
주머니에서 구겨진 손수건을 내밀던 네가 말갛게 웃었다.
“자. 안 쓴 거에요.”
주춤, 네가 한 걸음 앞으로 더 다가왔을 때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아닌 척 애쓰지만 왼쪽 다리를 미묘하게 전다는 것을.
초면 주제에 왜 그리도 대신 서러웠을까. 고개를 숙이고 어린애처럼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네 손수건이 내 눈물로 축축해질 때까지 엉엉 소리내어 통곡했다.
코를 훌쩍이며 얼룩덜룩한 시야 사이로 네 가슴팍에 붙어있던 명찰을 확인한다.
박지민.
빛나는 존재에 비해 참 소담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
“아가씨, 거, 알려준 인적 사항이 확실하긴 한 거야?”
박지민이 실종된 지 어느덧 세달이 지났다. 내 일상은 악몽으로 변했다. 슬리퍼를 짝짝이로 신고 흥신소란 흥신소는 모조리 찾아다니다 방전이 되면 화실에 쓰러져 그림을 그렸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캔버스에 아쿠아리움을 담았다.
그러니까, 밤마다 그를 만나던 장소. 마법의 경계.
붓에 박지민을 묻힌다면 색은 늘상 빛과 닮아 있는 종류의 것들로 엄선해야 한다.
나는 주문처럼 혼잣말을 외며 주황색 물감을 묻혀 그의 머리카락을 그린다.
검푸른 심해 속, 오로지 너만 빛난다.
연화야-,
붓질을 하던 손을 멈췄다.
당신이지, 박지민, 너지. 네가 부른 거 맞지.
심장부터 울려오는 듯한 부름에 벌떡 일어나 화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애타게 그를 불렀다.
문득 눈 앞에 들어온 건 세 달 간 그려온 열 아홉 점의 작고 큰 작품들이다.
열 아홉 점 모두에 네가 있다.
어두운 아쿠아리움의 중간에 서 있는 너.
수족관 안에 잠겨있는 너.
해사하게 웃고 있는 너.
무릎을 가슴에 붙이고 울고 있는 너.
아아, 지민아. 나는 미쳐가는 걸까.
지금의 시각은 아홉시 오십 이분. 마침 맞춰두었던 타이머가 울린다.
나는 점퍼 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셔 넣으며 현관을 나선다. 불문율처럼 우리의 약속시간은 늘 열시였지.
텅텅 빈 밤의 수족관에서 오늘도 오지 않을 너를 기다린다.
*사담*
첫화라 정신도 없고 두서도 없네요ㅠㅠ부족한 글솜씨를 가진 주제에 의도적으로 이것저것 시험해 보기를 좋아한답니다.
이런 단편 형식으로도, 조금 더 긴 형식으로도 글은 매 회 이어질 것 같아요. 주로 글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구독료는 받지 않겠습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가벼운 기분으로 제 글을 봐주시고, 느끼셨던 소감을 짧게라도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글을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민이와 연화의 이야기 예쁘게 지켜봐주세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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