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아. 불리어지는 이름에 세훈이 감긴 눈을 살짝 들어올렸다. 잠시 쉰다고 드러누운 것이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쥔 채로 잠이 든 것 같았다. 꽤나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었던 모양인건지 세훈의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안쓰럽다는 듯 혀를 쯧쯧 차는 준면이었고, 세훈은 눈이 아프도록 밝은 형광등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쥐고 있던 핸드폰의 홀드버튼을 눌렀다. 누군가를 몰래 찍으려다가 실패한 듯 흔들리는 교실의 사진이 배경화면이었다. 학교에 있을 것 같아 백현이 심심할지도 모르겠다며 문자를 두어 통 보내고 그 뒤로 여러 통 더 보낸 것 같은데 무참히 씹힌것인지 되돌아 와있는 답장은 하나도 없었다. 세훈은 기지개를 켜 몸을 늘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척추가 으드득 거리며 맞춰지는 소리를 냈고 기름칠을 제 때 하지 않아 끼익거리며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연습실 문이 열렸다. 싱글싱글 웃으며 편의점 로고가 박힌 봉지를 들고 오는 찬열의 옆에 종인이 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난 탄산이 좋다니까, 진짜. 안 봐도 비디오처럼 편의점 음료수 진열대 앞에서 탄산 캔을 들고 고집을 부렸을 종인에게 찬열이 억지로 쥐어준 듯 한 이온 음료가 종인의 손에 들려있었다. 종인이 괜히 성을 내고 발을 구르며 연습실 구석, 스피커 쪽으로 가 앉는 모습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가끔씩 혼자 토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이내 곧 그 감정을 풀어버리는 종인이 익숙한 준면이나 찬열, 세훈은 그런 종인을 신경도 쓰지 않았고 엉금 엉금 기어서 찬열 쪽으로 가는 세훈이 아닌, 준면의 손에 봉지에 든 것 중 가장 비싼 음료가 들려졌다. 찬열이 손에 쥐어주고 손가락을 말아 캔을 단단히 잡게 한 준면이 고맙다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미소지었고 찬열은 연장자 우대, 라는 장난스러운 말을 했다.
Sing a song 02
w. 그 많던 싱아
연습을 하다 말고, 틈틈이 쉬는 시간만 생기면 핸드폰을 노려다보듯 빤히 쳐다보고 있는 세훈이었다. 일일 할당량의 연습을 모두 마치고, 아쉬운 참에 두 시간 정도 추가연습을 더한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몸을 격하게 움직여 발갛게 익은 얼굴을 한 종인은 숙소에 가기 전에 얼굴에 물이라도 잠깐 묻히고 오겠다며 곧장 연습실 밖으로 나가버렸고 세훈은 또 부리나케 연습실 간이 의자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으로 뽀르르 달려가 핸드폰의 홀드 버튼을 눌렀다. 문자를 보낸지 열 시간이 지나도 답장 한 통 오지를 않았다. 혹시나 못 봤을까 해서 전화도 한 통 넣고, 문자도 세 통 더 보냈는데. 세훈이 미간을 구기고 콧잔등을 찌푸리자 준면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섰다. 바깥은 찬바람이 쌩하니 부는 계절인지라 덮개를 씌워 놓은 에어컨 대신에 공기 청정기 앞에서 머리카락에 맺힌 땀방울을 털어내는 찬열의 시선도 자연스레 세훈과 준면을 향해 꽂혔다.
“바쁜가? 아닌데. 수능 끝났는데. 이제 공부 안 할텐데.”
“누가?”
“아 그게……있어. 비밀이야.”
“좋아하는 사람한테 연락이 안 오기라도 해?”
“……아니야, 그런 거.”
하여튼 눈치는 귀신같이 빨랐다. 세훈은 아랫입술을 살짝 짓이겨 물며 진득하니 쫓아오는 준면의 시선을 피했다. 눈을 내리 깔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급히 아무렇게나 내팽개 쳐 둔 외투를 집어 들었다. 사방이 거울이라 어디를 봐도 준면이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세훈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거울 앞에 서서 앞머리를 정돈했다. 준면이 어색하게 행동을 하는 세훈을 보고 피식대는 웃음을 터뜨렸다. 다 알면서도 속아주겠다는 뜻이 담긴 헛웃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잠시 세훈에게서 시선을 돌려 준면과 세훈 쪽을 빤히 바라보며 청정기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찬열에게 손짓을 했다. 찬열이 얼른 청정기의 전원을 끄고 조금 전에 세훈이 외투를 집어 들었던 곳에서 준면과 찬열의 외투 두 개를 집어들었다. 출출한데 요기라도 하러 갈까. 준면이 다시 세훈을 돌아보며 나긋하게 꺼낸 말에 찬열이 반색을 했다. 세훈은 어쩐 일로 저 눈치 빠른 형이 그냥 넘어가주나 싶어 의아한 생각이 들면서도 연습실의 불을 끄는 준면의 뒤를 따라 나섰다.
* * * * * * *
“있잖아, 세훈아.”
“어. 말 해.”
“우리 한 달도 안 남은 거 알지. 데뷔.”
세훈은 떡볶이를 넣고 오물거리던 턱의 움직임을 잠시 멈추었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번화가의 분식집은 늦은 시각임에도 사람들이 붐볐다. 그 중에 구석 자리를 골라 앉은 네명에게 힐끔거리는 시선이 쏟아지고 데뷔, 라는 단어가 준면의 입에서 나오자 근처에 앉은 여중생들이 저들끼리 얼굴을 모아 속닥거리는 걸 종인이 곁눈질로 보았다. 세훈은 준면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지레짐작으로 알 수 있었다. 데뷔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꿈꿔 왔던 걸 조금만 더 참으면 손을 뻗어 만질 수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고 지금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준면이 하는 말은 세훈이 말을 않고 예상하는 것과 딱 맞아 떨어졌다. 좋아해도 좋아하지 말아라. 하는 말을 최대한 좋게 돌려 말하는 준면의 화법에 세훈보다 더 얼굴색이 좋지 않아진 건 찬열이었다.
늘 새벽같은 아침부터 정말로 늦은 새벽까지 녹음실에, 스튜디오에, 연습실을 전전하며 바쁜 연습 일정만을 소화하다가 데뷔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자유의 몸으로 거의 마지막 휴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외출에 조금 들떠있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말을 마치고 포크로 순대를 집는 준면의 행동이 묘하게 경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원래부터 말을 않고 있던 종인이야 별다름을 느낄 수 없었지만 쉴 새 없이 그렇지, 형? 하고 동의를 구하며 재잘재잘 떠들어대던 찬열이 입을 딱 다물자 돌던 식욕도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약간은 불편한 고요함에 준면이 접시 언저리에서 맴돌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가자. 준면의 짧은 말 한마디에 물로 입을 한 번 헹군 세훈이 먼저 일어섰다. 준면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먼저 가게를 나서는 세훈의 뒤를 따랐다.
걸어서 삼심 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숙소까지 가며 넷은 아무 말이 없었다. 간간히 한숨을 푹 내쉬는 찬열을 툭 치는 종인이 왜 그러냐는 눈치만 줄 뿐이었다. 원래 수능을 보는 날이 일년 중 제일 춥다고 했던가. 세훈은 약 한 달 전에 마지막으로 본 백현의 얼굴을 떠올리며 외투의 깃을 여몄다. 뒤에서 또 연달아 한숨을 푸욱 내쉬는 찬열을 따라 세훈도 입을 하 벌리고 숨을 내쉬자 뿌연 김이 새어나왔다. 주머니 속에 쿡 찔러 넣은 손 끝에 딱딱한 핸드폰이 만져졌다. 아닐 걸 알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와 있을지도 모르는 백현의 연락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옆에서 다정스레 세훈의 허리께를 쓰다듬으며 걷는 준면 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되는대로 벗어 던진 세훈은 곧장 욕실로 향했다. 나 먼저 씻을게. 세훈의 말에 준면을 제외하곤 아무도 대답을 않았다. 평범한 가정집 구조의 숙소는 방이 총 세 개였고 옷방을 겸해 쓰는 가장 넓은 방을 찬열과 세훈, 중간 방을 종인, 현관 근처의 가장 좁은 방을 준면이 쓰는 식이었다. 세훈이 욕실의 문을 닫고 들어가자 나머지 방들도 연달아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를 냈다. 세훈은 욕실에 들어와서 탈의를 하고 나서야 바깥 공기를 맞아 차가운 핸드폰을 꺼내어 볼 수 있었다. 충전기를 연결하라는 안내문이 나와있는 것 빼고 역시나 핸드폰에 와 있는 백현의 연락은 없었다. 근황이 궁금해 물어보고 싶은데. 얼굴을 보지 않으니 들러붙는 바람에 세훈에게 귀찮은 얼굴을 여실히 보여주는 백현에게 말을 붙여 볼 수도 없고. 세훈은 답답한 마음을 그저 억누르며 투두둑 물을 쏟아내는 샤워기 아래에 가서 섰다.
독하지도 않은 말을 해놓고 세훈이 약간 풀죽은 얼굴을 한 게 내심 마음에 걸렸는지 시무룩한 얼굴을 한 준면이 자꾸 찬열의 눈에 걸렸다. 데뷔를 앞둔만큼 사사로운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는 말은 리더의 직책을 맡고 있는 준면이 당연히 해아 할 말임에 옳았고 준면이 한 말에는 틀린 내용이 하나 없었다. 옆에 놓인 세훈의 침대에 누워 막내를 어떻게 어르고 달래야 할까, 하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만히 깜빡이는 준면의 얼굴에 옅은 수심이 배어나왔다. 저렇게 물러 터져서 리더는 무슨, 나이가 많은게 죄라면 죄지. 찬열이 그렇게 생각하며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비스듬히 누워 준면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픽, 소리를 내며 웃자 준면이 푸스스 따라 웃었다.
“왜 웃어.”
“그냥.”
“그냥이 어디 있어. 너 나 비웃은 거 아냐?”
“그냥 웃었어. 그냥.”
그냥. 보고 있어도 웃음 나서.
뒷말은 속으로 삼켰다. 아까 준면이 한 말에 세훈만큼이나 기가 팍 죽은 찬열이었지만 그걸 티내서 준면에게 짐을 얹어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시 웃는 얼굴을 천천히 굳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준면을 찬열이 빤히 바라보았다. 땀내 절은 연습실에서 몸 부대끼며 함께 시간을 보낸 건 사 년 남짓이고 한 집에서, 한 방에서 같이 살게 된 건 일 년이 거의 다 되어갔다. 형이랑 키가 얼추 비슷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를 내려다 봐야할 정도로 키가 훌쩍 큰 찬열이었다. 그만큼 세월이 빠르다고, 찬열은 약간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며 준면에게 장난스레 말을 걸었다.
“형.”
“응. 찬열아.”
“형 키 언제 크냐?”
“응?”
“형 진짜 짧다.”
검지와 엄지를 벌려 손가락으로 준면의 전신을 가늠한 찬열을 준면이 돌아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던 준면이 찬열이 저를 놀리는 소리라는 걸 알고 개구진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 준면을 보고 웃으니까 훨씬 낫다, 고 말하려는 찰나였다. 욕실과 맞닿은 벽에서, 샤워기에서 물을 뿜어낼 때면 웅웅거리며 울리는 진동이 멈췄다. 세훈이 샤워를 다 마친 모양이었다. 잠시나마 웃느라 호선을 그리던 입술이 다시 사뭇 진지해졌다. 침대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걸터앉아 제 방에서 챙겨온 속옷가지와 수건을 챙겨드는 준면을 보며 찬열이 먼저 씻게? 하고 물었다. 그러겠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찬열은 그동안 조금 자야겠다며 등을 돌려 뉘였다. 씻고 나오면 깨워줄게. 준면의 말을 끝으로 정적이었다.
종인아 형 먼저 씻을게. 하는 준면의 목소리가 방 밖에서 어렴풋이 들려왔다. 물기 어린 머리칼을 수건으로 탈탈 털어내는 세훈의 행동은 지척에서 느껴졌다. 물방울이 찬열 쪽으로 살짝씩 튀기에 찬열이 낮게 야. 하고 세훈을 불렀다. 곧장 미안하다는 세훈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던 차에 세훈의 핸드폰이 작게 진동을 했다. 연습을 그만둔 친구들에게서 간간히 오는 연락이겠거니, 이제는 백현일거라고 아무런 기대도 않은 세훈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문자 한 통이 막 도착했다는 알림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백현이었다.
[야 11:49 p.m]
헤죽거리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탈탈탈. 물기를 털어내던 수건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세훈은 급하게 답장 버튼을 눌러 왜 하는 말만 연달아 다섯 통이나 보냈다. 왠지 모르게 신이 나 휘파람을 불었고, 어느새 등을 돌려 세훈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찬열은 그런 세훈의 모습이 살짝 맥이 풀리기도 하고 귀여워 보이기도 해서 아까의 준면이 그랬던 것처럼 푸스스 하고 바스러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찬열의 시선을 느낀 세훈이 다시 뾰루퉁하게 시선을 바꾸어 찬열에게 틱틱거렸다. 뭘 봐.
“밤에 휘파람 불면 뱀 나와.”
“미신 안 믿어. 휘파람 더 불어야지.”
“너의 님한테 답장 왔어?”
“그런 거 아냐. 준면이 형이 오해한 거고, 얘 그냥 같은 반 친구,”
“이빨을 까려면 김종인 앞에서나 까라. 다 티나거든.”
“……”
“예쁘냐?”
“……어.”
찬열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대답을 하는 세훈의 귀가 살짝 빨개졌기 때문이었다. 웃지 말라고, 세훈은 젖은 수건을 주워들어 찬열에게로 홱 던졌다. 축축한 수건이 얼굴에 닿아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찬열은 아랑곳 않았다. 이런 말 하기 조금 쪽팔리지만 모태 솔로라며, 스무 살 전에 연애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재작년에 연습실에서 조촐하게 했던 생일 파티에서 소원을 빌었던 세훈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잘 해봐.”
“……”
“연애 그까짓 거 몰래 해도 되는 거고.”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찬열의 목소리가 세훈에게 말했다. 준면과 달리 세훈의 감정대로 행동하라는 말이었다. 가슴께가 간질간질거리는 감정에 세훈이 지금 어떤 기분일지, 얼마나 벅찰지 이해할 수 있는 찬열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세훈이 말 없이 씩 웃었다. 머리를 다 말리지도 않고 다이빙하듯 침대에 누운 세훈이 조금 전에 보낸 문자에 답장이 없는 백현에게 문자 한 통을 더 보냈다. 내일 전화 할 수 있을 때 문자해. 오랜만에 얘기나 하자. 그래봤자 세훈 혼자 조잘거리고 백현은 짜증 섞인 짧은 대답 몇마디를 해 줄 테지만 전송 버튼을 누른 세훈은 오랜만에 백현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에 마냥 들뜨는 기분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 * * * * * *
설핏 잠이 들은 와중에 문이 두어 번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누운 베개에서, 조금 전까지 머리가 닿아 눌려있어서 축축하게 젖어들은 솜이 오른쪽 볼에 닿았다. 약간 찝찝한 기분이 들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세훈아. 다정한 목소리가 나즈막히 이름을 불러왔다. 세훈은 눈썹을 찡그렸다. 응, 하고 대답을 하려는데 나른한 몸과 함께 성대도 풀어져 버렸는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가. 이번엔 어미의 것처럼 더 애잔하고 편안한 음성이 세훈의 귀에 들려왔다. 아가, 많이 졸려? 같은 남자끼리 맨정신에 하는 말 치고는 상당히 낯부끄러운 것이었지만 세훈은 꽤 오랜 시간동안 들어온 애칭에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막 씻고 나온 부드러운 손이 세훈의 이마를 조심히 쓸었다. 그러고보니 집에 안 간지 거의 일년이 다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세훈은 이마를 덮어오는 준며의 손을 살며시 그러잡았다. 엄마, 하는 곰살 맞은 단어 이전에 더 익숙한 형, 이라는 단어를 불렀다. 응, 세훈아. 하는 준면의 음성이 곧장 되돌아왔다. ……아냐, 아무것도. 붕 뜬 듯한 세훈의 목소리가 잠결에 말하는 걸 들은 준면이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누운 세훈의 얼굴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땅에 닿게 앉은 자세를 일으켜 세우고는 세훈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형이 아까 그렇게 말 해서 서운했으면 풀어. 나쁜 뜻 아니었어. 힘든 일 있으면 언제고 형한테 말해도 돼. 고민 들어줄게. 잘 자, 세훈아. 준면의 말 끝에 세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준면은 세훈에게 잡힌 손목을 천천히 풀어내며 살짝 밑으로 내려간 이불을 다시 곱게 여며주었다.
세훈의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밝아진 액정에 문자의 내용이 미리 보여졌다. [나 재수해 너 때문에 01:13 a.m]
찬열은 침대에 모서리에 앉아 세훈의 얼굴을 안쓰러운 듯 몇 번이고 더 쓰다듬는 준면을 빤히 쳐다보았다. 방의 불은 꺼두었지만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 탓에 준면의 형체가 어스름하게 보였다. 물기가 다 말라 푸석거리는 준면의 생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찬열은 준면의 작은 머리통을 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하다가 세훈의 침대에서 등을 돌린 준면과 눈이 마주치고는 얼른 히죽거리며 웃어보였다. 그런 찬열을 보고 준면 역시 웃어주었다. 잘 자, 하는 다정한 굿나잇 인사도 빼놓지 않고 건넸다. 형도. 하고 짤막하게 찬열이 대답했다. 그리고 준면이 막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에, 문고리를 돌리는 손목을 찬열이 팔을 뻗어 잡았다. 손목이 잡힌 준면이 천천히 찬열을 돌아보았다. 그 때에 찬열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의 세기가 밝은가보다고, 겨울 밤의 달빛은 이리도 밝은가보다고 생각했다.
“형.”
“응. 찬열아.”
“잘 자.”
“응, 너도 잘 자.”
“형.”
“왜 불러, 자꾸.”
“나도 나중에 고민 생기면 고민 들어줘.”
“당연한 걸 말하고 있어.”
“……”
“언제든 고민 생기면 말 해. 형이 다 들어줄게.”
“듣기만 할거야? 해결은 안 해주고?”
“아, 물론……해결도.”
그렇게 자신만만하지는 않은듯 끝말을 살짝 얼버무린 준면이 어색하게 웃었다. 찬열은 준면의 얇은 손목을 놓아주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이불 푹 덮고 자. 추위를 많이 타는 준면에게 밤마다 하는 인삿말과 같은 당부를 하자 준면이 그러마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자, 형. 방문이 닫히기 전에 찬열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을 걸었다. 응, 너도. 하는 답이 돌아왔다. 문이 닫히고 잠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다가 저쪽에서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찬열은 무슨 말을 하려고 꿈뻑거리던 입술을 다시 벌려 목소리를 냈다.
“나는, 형이, 응. 찬열아. 해주는 목소리가 좋아.”
그 많던 싱아 |
두번째 커플링 oh oh 등.장 oh oh 나머지 하나 커플링은 자동 카디! 제가 너무 질질 늘이는 팬픽만 써보다 보니 이게 지금 전개 속도가 너무 급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연재 속도가 적당한가요ㅠ.ㅠ?
전 편에 암호닉 설정해주신 유지혁 님, 캐스트너 님, 돼지저금통 님 감사해y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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