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도해, 니가 불행하길.
내가 없는 곳에선 행복하지 않길.
내 빈자리가 너무 커 공허함만 느끼길.
기도하고, 또 기도해.
이것이 날 힘들게 했던 너에게 주는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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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야 오늘 술 한잔 해야지?"
"아...미안, 내일하자."
"야 그럼 의미가 없잖아. 오늘 마셔야..."
"미안, 정말 미안.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오늘은 너네끼리 마셔, 응?"
"너땜에 마시러 가자고 한 건데. 야, 야, 김탄소!"
수업이 마치자 마자 가방을 챙기는 내게 친구들이 술자리를 하자며 권했다. 하지만 난 그런 친구들을 뿌리치고 서둘러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학교 앞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고 마트에 가서 한우와 미역을 샀다. 누가봐도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모양새였다. 그걸로도 뭔가 부족해 간단한 먹거리를 더 사들고 서둘러 자취방으로 온 난, 정말 생일 파티를 위한 상차림을 시작했다.
불린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엄마가 보내준 찹쌀로 생일밥을 지었다. 그리고 비록 반찬 가게에서 산 것이지만 반찬 몇가지를 접시에 담아 상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그런 상 한 중간에 케이크를 올리고 그제야 이마를 한번 쓸어내리며 살짝 웃었다.
"생일 축하해, 김탄소."
옅은 미소로 난 내게 생일축하 인사를 건넸다. 누가 차려주는 생일상이 아니라 내 손으로 차린 생일상이란게 머쓱하긴 했지만 기분은 설레고 좋았다. 뭐, 물론 생일 축하 해준다고 술자리를 하자고 붙잡은 친구들을 두고 혼자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처량하게 보이긴 했지만 괜찮았다.
조금 있음 남자친구가 올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빈듯한 내 생일은 충분히 넘치게 행복할 수 있었다.
그렇다과 내가 친구보다 남자를 더 챙기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하지만 몇 주만에 그것도 내 생일이라고 겨우 시간 내본다던 그였기에, 오늘만큼은 내게 일순위는 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내 남자친구인 그는, 대한민국에서 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방탄소년단의 민윤기였기에.
무심한 민윤기와 비밀연애 01
w. 블랙체리
"다시 데워야겠다."
다 식어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미역국을 냄비에 붓고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벌써 두 번째다. 이렇게 다시 데우는 것이. 이미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렸고 오늘이라는 날은, 채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민윤기에게선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물론 용기를 내 전화를 건 내 연락도 그에게 닿지 않았다.
그래, 아직 한 시간 남았잖아. 난 초조한 마음으로 입술을 뜯으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애썼다. 그렇지 않으면 찡한 코끝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아서.
오늘 온다고만 했지, 시간은 알려주지 않은 그 때문에 내 기다림은 끝이 없었고,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하지만 오늘 안으로 그가 와 준다면, 와서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만 건네준다면, 그리고 따스히 한번 안아준다면 지금 차오르는 서러운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들 것 같았다.
그는 바쁜 사람이니깐, 늘 그런 생각으로 상처받을 날 스스로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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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넘은 지 한참이다. 결국 난 내 생일날 제대로 된 끼니는커녕, 내가 손수 끓인 미역국조차 맛보지 못했다.
이번은 아닐거라, 믿었다. 바쁜 그이기에 약속이 번번이 펑크 나긴 했지만 이번만은 아닐거라 믿었다.
그래도 생일인데, 내 생일인데. 기념일 챙기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생일만큼은 챙겨주길 바랐다. 정말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오게 된 거라 할지라도 전화로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주길 바랐다. 마음이 안상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했다면 이렇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은 느끼지 않았을 테니.
긴 기다림의 대가는 늘 이런 거였다. 민윤기에게 난 그런 존재였던 거였다.
자꾸만 결론이 그렇게 내려졌다. 그와 동시에 난 내 한계를 느꼈다.
그날 밤, 난 그에게 문자 한통을 보내고는 폰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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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잠이 들지 못했던 건지 일어나니 몸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그 와중에도 난 폰을 찾았다. 꺼진 폰을 내려다보는 내 마음은 몸보다 더 무겁기만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원버튼을 누르고 폰이 켜지길 기다렸다.
폰이 꺼져 있던 동안 내게로 온 메시지는 아무것도 없었던 듯, 오랜 시간 꺼져있다 켜진 폰은 잠잠하기만 했다. 민윤기에게 메시지를 보낸 그 이후 이어진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답 없는 메시지가 마치 우리의 끝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보낸 문자 내용은 '그만하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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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수정이가 내게로 달려왔다. 손에 포장이 된 선물을 흔드는 모양새가 밝기만 했다. 그 덕에 난 가라앉은 내 마음을 조금을 누를 수 있었다.
"그거 내꺼?"
"어쭈? 누가 준대? 너 뭐 이쁘다고?"
"어이, 왜 이러실까. 그거 내꺼인거 다 아는데. 포장지 안에 뭐 있는지도 알겠는데? 그거 내가 갖고 싶다고 너 들으라는 식으로 넌지시 흘리듯 말했던, 립스틱이잖아."
"계집애. 눈치는 귀신이야. 자, 받아."
조금은 우악스럽다 싶을 만큼 포장지를 과격하게 찢으며 수정이를 향해 미소 지었다.
"이렇게 팍팍 뜯어야 다음에도 또 좋은 선물 받는 거래."
"어이구, 그래쪄요? 네네, 내년에도 좋은 선물 해달라는 무언의 압박 맞지?"
"역시 눈치 빠른 내 친구, 사랑한다!"
내가 정수정을 덥석 끌어안자 그녀가 징그럽다며 그런 날 잡아뗐다.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었던 거야? 어?"
"그냥, 뭐..."
내가 말을 얼버무리며 입을 닫자 입 무거운 내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정이는 더 이상 아무런 것도 묻지 않았다.
"뭐, 그래. 나중에 니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해줘. 참 그럼 어제 못했던 생일 파티 오늘 하는 거지?"
"응? 그래, 그러자."
"오키! 오늘 과 애들 다 모은다, 내가!"
정수정은 신이 나서 다른 무리들에게로 갔고, 내 생일파티가 있다고 여기저기 말을 하고 다녔다.
-
내 생일 파티라고 여기저기서 술을 권해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셨다. 그랬기에 취기가 돌기 시작한 내 걸음걸이가 위태롭기만 했다. 하지만 귀소본능은 위대했고, 그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은 채 난 한발 한발 천천히 내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누가 이렇게 많이 마시래."
가로등불이 나가 어둡기만한 골목길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어? 민윤기다."
혀가 꼬인 내 말투에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화가 많이 났다는 의미였다.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뭐가? 내가 뭐? 그리고 이제 니가 신경 쓸 거 없잖아."
"김탄소!"
무심한듯 내 뱉은 내 말에 화가 많이 난 듯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난 여전히 태연하기만 했다. 예전이라면 그런 그의 모습에 주눅이 들어 겁을 먹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난 오늘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분명 내 쪽에서는 그와 끝을 냈다. 그러니 이제 민윤기와 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이이니 그의 앞에서 내가 작아질 필요가 더는 없었다.
"우리 끝났어. 내가 보낸 문자 못 봤어?"
"말 같은 소리여야지. 내가 그런 개 같은 말을 따를 필요가 있어?"
"내 말이 개 같니? 그럼 내가 개야? 하긴, 내 존재가 너에게 딱 애완견 그쯤 되었겠다. 한참을 기다리다 너 오면 꼬리나 흔들어주는 개."
"너 정말, 오늘 개 같은 말만 한다. 니가 내게 어떤 존재인지 알면서!"
"몰라, 몰라, 시발. 그러니깐 윤기야, 우리 제발 끝내자. 여기서 그만 하자."
"말 예쁘게 해라. 그 예쁜 입에서 욕 지껄이지 말고."
"시발. 니 귀엔 욕 밖에 안 들려? 끝내자는 내 말은 안 들려?"
"안 들려. 술 적당히 마셔. 사람 걱정 시키지 말고."
"야!"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은 마음에 답답함이 일어 버럭 소리를 쳤지만 이번엔 그가 태연하기만 했다. 마치 어린아이 투정을 보는 표정을 지으며.
"나 잠시 나온 거라서 들어가 봐야해. 술 깨는 약이야. 마시고, 내일 해장 꼭 해. 들어가 봐."
그는 내게 약국 봉투를 손에 쥐어주고는 근처에 세워둔 그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차는 망설임 없이 곧 사라졌다.
"개자식.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어? 끝났다고, 너하고 나!"
차가 시야에서 벗어나고 나고서야 난 손에 쥔 약 봉투를 바닥에 세게 던졌다. 병이 깨져 안에 들어있던 액체가 새어나와 약 봉투를 적시는 모습을 사나운 눈초리로 잠시 바라보다 돌아서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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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연재하다 스토리가 꼬여 글삭했는데 기억하는 분들 계실지...
쨋든! 다시 도전합니다.
이번엔 연중없이 이어지길ㅠㅠ
글삭했던 거 죄송하단 의미로, 1편은 구독료 없어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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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