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민윤기와 비밀연애 03
w. 블랙체리
풋풋했던 대학 신입생때, 그렇게 민윤기와 사귀게 되고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풋풋했던 신입생은 이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 4학년 취준생이 되었고, 풋내기 가수였던 그는 이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유명한 슈퍼스타가 되었다.
달라진 점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기간 동안 민윤기에 대한 내 마음은 점점 더 깊어졌지만, 민윤기는 처음처럼 언제나 무심했다. 정말 날 좋아하는 건 맞는지, 의문이 들 때도 여러 번이었다.
심지어는 작업한다고 몇 주간 연락한통 없는 날이면 고백을 민윤기가 했던 건지, 내가 했던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분명, 고백했던 이가 민윤기였음에도 우리 사이를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민윤기는 애초에 그런 남자였다. 고등학교 시절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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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린 속으로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해장을 하려고 수정이와 함께 학교 앞 뼈다귀 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속도 속이지만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두통이 밀려와 전날 던져버린 민윤기가 건네준 술 깨는 약이 조금 아쉬워지려 했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속으로 속도 없는 년이라고 내게 욕을 한바가지 퍼부었다. 그리고 괜스레 머리를 흔들어 두통만 더 심해졌다고 다시 한 번 또 욕을 퍼부었다.
"안 먹고 뭐해?"
정수정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내 눈앞에 놓인 뼈다귀 해장국 국물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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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탄소 선배!"
정수정과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강의실로 가는데 누군가 날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박지민이 보였다. 1학년 신입생인 그는 스스럼없이 고학년인 날 그렇게 불러댔다.
"니 껌딱지 왔네?"
수정이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날 한번 그리고 박지민을 한번 보더니 먼저 가 있는다는 말을 하고는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왜?"
"선배 점심시간에 어디 갔던 거예요? 선배랑 같이 밥 먹으려고 얼마나 찾았는데요! 폰은 왜 또 꺼져있어요?"
"나 수정이랑 해장국 먹고 왔지. 근데 내 폰 꺼져있었어?"
서둘러 가방 안에 넣어둔 폰을 꺼내드니 배터리가 다 된 건지 정말 꺼져있는 상태였다. 배터리 일체형인 아이폰은 이럴때 참으로 난감했다. 배터리가 금방 닳아 유선 전화기나 다름없는 오래된 내 아이폰을 보며 낮게 한숨을 내 쉬고는 다시 가방 안 깊숙이 넣어버렸다.
"충전 좀 해요. 선 빌려줘요?"
"됐어, 뭐. 연락 올 곳도 없고."
"내가 하잖아요."
"니 연락 딱히 안 받아도 될 것 같..."
"우와, 나 진심 상처 받았음! 선배랑 밥 먹으려고 돌아다니다 아직 밥도 못 먹었는데."
입술을 삐죽이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을 하니 조금 안쓰럽게 보여 난 박지민을 잡아끌고 단대 휴게실로 가 그의 손에 빵과 우유를 쥐어 줬다.
"아가야, 이거 먹고 오후 수업 잘 하렴."
"아, 정말 맨날 애 취급이야. 수업 마치고 뭐해요? 어제 4학년 선배들끼리만 탄소 선배 생일파티 했다는 얘기 듣고 내가 얼마나 섭섭했는지 알아요? 오늘은 뭘 하든 나도 끼워줘요."
"아가야, 선배는 4학년이라서 너처럼 한가하지가 않아. 니 동기들이랑 놀아라, 응?"
"자꾸 이렇게 내 맘 무시 해봐요, 진짜. 나 같은 남자 없다니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자꾸만 칭얼대는 그의 입에 빵을 밀어 넣었더니 그나마 조금 조용해져 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 주 중에 과모임때 잠깐 들릴게. 그때 한잔 하자, 알았지?"
내 말에 그제야 축 늘어져있던 박지민의 어깨가 조금 상승했다. 그는 그 정도만으로도 좋다는 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강의실로 가는 내게 손을 흔들며 싱긋 웃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은 귀여워 나 역시 살짝 미소지으며 돌아섰다.
입학식 이후 근 4달을 내리 나만 졸졸 쫒아 다닌 박지민이 귀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민윤기때문에 밀어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당당하게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도 말 못하는 내 입장도 난처했고, 박지민 입장에선 섭섭할 만도 한데 그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늘 내게 다가왔다. 그럴 때마다 난 가끔, 정말 가끔 생각했다. 민윤기가 없었더라면 내가 저 아일 조금은 받아들였을까, 하고.
그리고 민윤기에게 이별을 고한 지금도 민윤기가 없었더라면, 하고 가정하는 내 모습이 참 모순적이었다.
끝냈으면 내 인생에 민윤기는 없어야 하는 건데, 여전히 그가 내 안에 존재한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난 인지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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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과제를 마무리 하고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땅거미가 져 주변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전날은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향했는데 오늘은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은 멀쩡한 정신임에도 마치 전날처럼 술에 취한 듯 몽롱하기만 했다.
과제한다고 노트북 화면을 너무 오래 봐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술에 취했던 어젠 술기운에 무식하게도 용감해졌지만 오늘은 사실 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학교에서 생활했어도 속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3년을 넘게 만난 남자와 이별을 했는데, 이별했다는 말을 그 누구에게도 할 수가 없었다. 이별을 고한 날 이별주를 마신 게 아니라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으니 말 다한 거 아닌가.
아무래도 자꾸만 어두운 생각으로 땅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아, 술기운이라도 빌어 잠들어야겠다 싶어 자취방으로 가던 걸음을 돌려 난 편의점으로 향했고, 손에 잡히는 대로 맥주와 소주를 샀다.
2층 계단을 올라 자취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 앞에 작은 종이가방 하나가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술이 든 편의점 봉투를 바닥에 내려두고 대신 종이가방을 들었다. 그 속엔 작은 상자가 있었고, 그 상자 안엔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와 폰을 꺼내 선을 연결했다. 조금 후 폰이 켜졌고, 부재중 메시지가 여러 개 들어왔다. 날 찾아다녔다던 박지민의 메시지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속에 민윤기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끼어 있는 것이 보여 서둘러 누르고 내용을 확인했다.
[할 말 없다, 정말. 내가 니 생일을 깜빡하다니, 니가 내게 그만하자고 할 만 했어. 변명 같겠지만, 그날 정말 일이 좀 있었어. 그래도 내가 잘못한건 맞지. 미안하다. 미안해. 미안한데 그래도 그만하자는 말은 다신 하지 마. 나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잖아.]
메시지 내용을 다 읽은 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생일날부터 꾸역꾸역 밀어 넣어뒀던 눈물이 그제야 다 터진 것처럼 어린아이마냥 목 놓아 울었다.
이번엔 정말 민윤기의 손을 놓아버려야지 독하게 마음먹었는데, 민윤기는 그걸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에게 내가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게 느껴져 가슴이 아려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 않은 내 미래가 서러워 그래서 울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민윤기 곁에 남고 싶은 내 미련함 때문에.
-
스무살이던 과거, 민윤기와 사귀고 한 달쯤 되었을 무렵 민윤기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MM이 무슨 의미냐고.
내 이니셜도 그의 이니셜도 우리 둘의 이름을 합친 이니셜도 아니었다. 늘 궁금했지만 묻기가 머쓱해 미루고 미루다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답했다.
- My Muse.
댓글, 추천 넘넘 고마워요♥
그리고 암호닉 신청해준 사랑둥이가 넘 많아서 감동 ㅠㅠ
힘내서 쓸게요! 아잣!
댓글은 언제나 힘이 돼요^^
♥사랑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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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