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
ㅡ 컬폰 씀.
제 글 중간중간 글씨중간에 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죠.
이런 부분은 혼자 속삭이듯 말해 상대방이 듣지 못한 말입니다.
ㅡ 00
모든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의 상대가 졍해져 있다. 모든 사람들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기 전까지 이 세상의 모든 색을 볼 수 없다. 즉, 모든 색이 무채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순간부터 흑백이던 세상에 색이 입혀지게 된다. 간혹 운명의 상대가 없어도 태어날 때부터 색을 볼 수 있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들을 통칭 '신의아이'라고 부른다. '신의아이'는 운명의 상대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상대방이 점차 세상의 색을 찾아간다.
단, 스무살이 되기 전에 운명의 상대를 찾지 못할 경우. 실명된다.
'신의 아이'가 사랑한 이가 운명의 상대가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신의 아이'가 사랑한 상대방은 세상의 색을 찾아간다.
컬러버스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면 운명의 상대가 컬러버스 본인을 사랑하지 않아도 세상의 색은 보인다.
ㅡ 01
곧 스물인 열 아홉 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린다. 별일 없이 생활 하고 있다. 물론 내가 선택받은 '신의 아이' 임은 숨긴채로 살아간다. 알려지게 된다면 세상의 색을 찾고 싶은 이들이 나에게 과한 친절을 가식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신의 아이'셨다. 본인이 '신의 아이'로 살아 오며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다 알려주셨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웬만해서는 정해진 운명의 상대가 나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라고.
"별 일 없어요. 아직 상대방도 보이질 않고. 반년도 안남았는데 안될껀가봐요."
"네, 그냥 포기하려구요. 실명 된다고 해서 내가 죽는건 아니니까..."
요즘 거리에서는 운명의 상대를 찾지 못하고 저리 슬픈 표정으로 부모님과 통화하며 가는 이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내 앞에서 전화하는 저 남자 역시도 본인의 운명의 상대를 찾지 못한 것 같다. 내 친구들 중에서도 꽤나 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세상의 색을 찾지 못했다.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고 싶다.
ㅡ 02
버스 정류장에서 슬픈 표정으로 통화하던 남자가 안타까웠지만 나와 상관 없는 일이기에 넘긴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괜히 침대에 누워서 세상이 흑백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도 해보고 그냥 저냥 별별 상상들을 하며 저녁을 먹기 전까지의 남은 시간을 보내었다. 창문 밖에는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름아 밥 먹어."
"아, 네. 나갈게요 잠시만요."
"그래."
벌써 밥 때가 되었나.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 같다. 운명의 상대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시간이 빠르게 흐름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어떤 느낌이려나. 궁금하기도 하고. 좀 안쓰럽기도 하고.
"아버지는 안드신대요?"
"아까 나가셨어. 센터에서 컬러버스 중 한명이 운명의 상대를 보기도 전에 세상에 색을 입히고 있다고 해서."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물론 상식선에서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모든 색을 찾은게 아니고 붉은 계열의 색들만 볼 수 있다고 하더구나."
"붉은 계열의 색들을 볼 수 있다니... 왜 하고 많은 색중에 붉은 색일까요."
"뭘 자꾸 그렇게 궁금해 하니. 밥 남기지 말고 먹고 엄마는 센터 다녀올게."
"엄마 아직도 붉은 색 안 보이는거죠?"
"점점 나아지고 있어."
"아, 그래요. 다녀오세요. 문 안 잠그고 기다릴게요."
"그래."
엄마가 문을 닫고 나가 버린 집안에는 사람의 온기란 찾아 볼 수 없었다. 새빨간 김칫국도 점점 식어가고 있었고. 노란 계란말이 역시도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반대로 밖에서 내리던 비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창문을 무서운 기세로 때리는 빗방울 들을 보니 집안에 혼자 있기가 싫어짐이 분명해져 갔다. 밖에 나가야겠다. 불현듯 밖에 나가야 겠다고 느꼈다.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무언가에 홀린듯 우산 하나만 손에 꼭 쥐고 밖을 항해 발을 딛었다.
ㅡ03
우산을 쓰고 거리를 두시간 가량 걸었다. 해는 진작에 산 뒤로 넘어가고 어두운 골목에는 금방이라도 불이 꺼질 듯한 가로수 불빛만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빛을 내고 있었다. 괜스레 몸이 으슬으슬하고 무서워 지는 느낌이었다. 색이 보임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흑백인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무서울 것이 분명하니까.
"흐으, 아-, 으응-"
어디선가 미성이 들려 왔다. 신음소리 같은데. 두갈래로 나뉘어진 골목에 어귀에 멈춰 섰다. 왼쪽은 집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사람의 신음소리가 나는 쪽. 나랑 상관없는 이가 앓고 있음은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흐으- 으응, 으."
"아 진짜..."
오른쪽 골목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몇 발자국이나 걸었을까. 몸을 웅크리고 거세게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바닥에 쓰러져있는 남자가 있었다. 의식이 없는건지 더 이상 신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차가운 시멘트 바닥위에 혼자 누워있는 걸까. 피투성이인 채로,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두고 가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것만 같았다. 마른체구의 남자의 팔을 내 어깨에 두르고 질질 끌다 싶이 해서 집으로 남자를 데리고 왔다.
"어떻게 해야하지."
남을 간호 할 일도 해본적도 없는 내게 피투성이인 이를 치료하고 돕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피곤함에 찌들어 지쳐버린 몸으로 남자를 데리고 20분을 걸어 집에 온 나에게는 움직일 힘이 없었다. 간호를 하자고 결심을 한 후 물수건을 가져와 남자의 이마에 올려주고 젖은 옷을 벗기려다 포기하고는 방의 온도를 제일 높게 올리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한것도 없는데 눈꺼풀이 점점 밑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잠에 들었다.
ㅡ 04
깨어나 보니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던 내 모습 그대로였다. 부모님은 오늘도 들어오시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일어나자마자 현관문도 잠궈두었다. 내 방으로 들어가 남자의 이마에 올려둔 물수건을 떼어내고 이마에 손을 올려보니 펄펄 끓던 열도 한차례 수그러든 것 같았다. 더 이상 남자의 몸도 떨리지 않았다. 뭐라도 먹여야 할 것 같은데.
"죽이라도 끓여야 하나."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나가려는데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으. 흐으."
"깼어요?"
"아 머리야..."
"깬거죠? 눈 좀 떠봐요."
"...아. 이게... 이게.... 무슨...."
"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
"아... 아니.... 아... 흐으. 흡, 흐윽."
"왜 그래요."
"내가 보는 벽 색... 색깔 이름이 뭐예요?"
"분홍 색인데 왜 그래요?"
"흐읍. 흐, 후-. 나 데려와 줘서 진짜 고마워요."
ㅡ 05
남자가 울음을 그치고 식탁에 앉혀서 식사여부를 물었다. 목에 난 상처가 꽤나 깊어서 아파보이는데 남자는 헤실헤실 웃으며 밥은 안먹은지 꽤 되었으며 죽은 필요없다고 내게 말했다. 궁금한게 많았지만 아까 먹다만 김칫국과 계란말이. 냉장고에 가득한 반찬 몇가지를 내어주고 밥솥에서 밥을 퍼주었다. 남자는 자꾸만 나를 보며 광대를 올리며 웃었다. 나 몇가지 물어봐도 되는거에요?
"네 물어봐요. 내 은인인데 당연히 다 대답해주지."
"왜 거기 쓰러져 있었어요?"
"색도 못보는 놈 키워뒀더니 상대도 못찾고 곧 실명당하면 어디다 쓰냐고. 아버지가 때리셔서 집에서 뛰쳐나와서 골목에 숨었어요."
"비가 점점 거세지는데, 집에 갈 수도 없고. 휴일이라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친구 집에 가자니 전화기를 두고 왔고. 주소는 기억이 안나고."
"그래서 숨어있다가 정신을 잃었어요. 별거 아니죠?"
"...그게 별거 아닌 일이에요?"
"컬러버스들 한테 흔한 일이 잖아요. 당신은 상대를 찾았나 보내요. 이렇게 좋은 집에서 따듯한 밥 먹으며 살고 있는걸 보니."
남자의 말에 말 문이 막혔다. 나도 컬러버스로 태어났다면 저런 삶을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얼마나 축복 받은 사람인지도 깨달았다. 내가 '신의아이' 임은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이 남자에게 만은 내 존재를,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싶었다. 남자의 이야기를 마저 들은 후에 말하고 싶었다.
"아니요, 저는 좀 다른 케이스에요."
"아 그러면 부모님이 좋으신 분이구나. 근데 벽지 색은 어떻게 아는거에요, 우리 엄마 아빠는 안그랬는데 부럽다."
"몇살인데 자꾸 말 놔요?"
"아 열아홉이에요. 이름은 박지민."
"아 나이 열아홉이면 나이 물어보는게 실례였네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이제는 괜찮으니까. 그나저나 너는 몇살이에요? 이름은 뭐고,"
"아 성이름이고 동갑이에요. 열아홉."
"아 말 그냥 놔도 되겠네. 이름아. 나 너한테 너무 고마워."
"아 그냥 피투성이인 사람을 지나치기엔 좀 그래서... 고맙기는요..."
"아니 그거 말고."
"그럼 뭐가 고마워요?"
"내 세상에 색 입혀줘서 고맙다고."
"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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