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현] 썸 타는 사이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0/2/d02ffbfe8e3b98306eec9c4cc078edbc.gif)
썸 타는 사이
w.쎈
한 병, 두 병, 옆에 놓인 빈 병수가 많아 질 수록 더욱 알딸딸한 상태가 된다. 기분은 저절로 추욱 쳐지고, 몽롱한 정신은 꼭 술마신 것 처럼 ….
아. 나 술마셨구나. 기분나쁜 한숨이 푸르르, 하고 입술에 떨려 나온다. 내가 지금 왜 술을 마시고 있지. 금주 선언을 한지도 이 주 밖에 안된 것 같다.
술은 간암에 위도 않좋아지고,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 며 칠전에 들은 말을 다짐하면서도 손은 저절로 묵직한 병을 기울었다. 이성이 마비되니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
" 미친 팀장. "
저절로 튀어나오는 소리에 순간 깨달았다. 아 맞아. 내가 술 마시는 이유. 다 히스테리를 부리는 김팀장 때문이였다. 보고서를 이따위로 쓰냐며 노발내발 해대던 김팀장.
수정해서 써와도 반복되는 행동을 하던 김팀장, 5차 수정까지 마친 뒤에나 불만있는 표정으로 어물쩡 보고서를 넘겨 받은 김팀장.
아, 생각하니까 더 화난다. 투명한 술잔에 술을 더 따랐다. 곧 넘칠 것 같은 모양새였지만 딱히 크게 신경을 안쓰고 대충 넘기니, 입 주위로 술이 조금 흘러내렸다.
물론 술을 마시는게 그것 때문만은 아니였다.
김팀장이 히스테리 부리는거야 한 두번 있는 일도 아니고 …. 하지만 거기에 오지랖 돋는 소리까지 들으면 기분은 좋지 않아진다.
" ㅇㅇㅇ씨는 좀있으면 서른인데, 남자 친구 하나 없어? "
딱히 비아냥 대는 투는 아니였지만, 정말 걱정되는 듯한 톤으로 말해서 더 기분나빴다. 네, 없는데요? 불쾌한 표정으로 얘기할까 했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위해서라도 입을 다무는게 나았다. 따지고 보면 남자친구가 없지만, 또 어떻게 보면 남자친구가 될 예정인 남자는 있었다.
일명 남들이 말하는 썸남. 또 그렇다고 썸 타는 사람 있어요. 하기에는 뭔가 철부지 없어 보인다고 해야하나. 내 나이에 썸이라니,
눈 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손가락을 주억거렸다. 어디보자, 일단 두번은 쥐었다 폈다 해야되고, 거기에 팔을 만들면 …. 그래 이십팔. 내 나이다 딱.
누군가가 보면 아직 어리네,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결혼적령기라는 말이 두팔벌려 다가오는 것 같았다. 개 같다 진짜.
반복되듯 익숙한 팔동작으로 다시 술을 따랐다. 건배. 작게 얘기하며 술잔을 술병에 부딫였다. 에이씨 진짜 내가.
- ♪♩♬
술을 마시려는데, 어렴풋에 들려오는 벨소리에 술잔을 내려놓았다. 타이밍 죽인다 아주. 주머니에 대충 끼워져 있던 폰을 꺼내 바라보자,
액정화면에는 크게 ' 변백현♥ ' 라고 써져있었다. 사실 이름만 써놓았는데, 변백현이 애교없게 뭐냐며 하트까지 붙인 것이였다. 추욱 쳐져있던 입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
- 누나 어디ㅅ…. 뭐야. 말투 왜그래요?
" 술 좀 했지. "
앞에 놓인 술잔을 괜히 몇번 돌렸다. 술기운이라 그런지, 원래도 그랬지만 목소리가 더 멋져진 것 같기도 하고.
- 누나. 지금 시간이 몇신줄 알아요?
짐짓 화난듯 들리는 변백현의 목소리에 귀에서 폰을 뗀 뒤 시계를 보았다.
" 9시다 백현아! "
- 그걸 아는 사람이 지금까지 술 마시고 있어요? 아니아니, 술을 마신다구요?
응 백구야. 능청하게 넘어가려 웃음소리를 흘려보내자, 잠시 말이 없던 백현이가 말을 다시 내뱉었다.
- 누나 거기 어디에요. 제가 갈께요.
" 여기 쎈아파트 근처에 포장마차. 천천히 와도 돼. 백현아. "
밤에 부르는건 민폐짓이긴 하지만, 우리 백구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싶은 마음에 굴뚝같았다. 예의상 천천히 와도 된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아. 안돼안돼. 변백구도 많이 힘들꺼야 밤에 오는데 …. 상에 머리를 박고 멍하니 술잔을 바라보았다. 왠지 마시고 싶지 않았다.
손끝으로 술잔을 만지작 거릴 뿐이였다. 썸남과 대화 …. 싱숭생숭 콩닥콩닥 거렸다. 서로 좋아하는 데 고백하나 못하는 애매한 사이가 그저 지속 되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말해도. 내가 고백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단순한 어장관리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고백을 해서 룰루랄라 사귄다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물론 지금도 커플 뺨치게 사귀는 것 처럼 굴고 있지만. 공식적인건 아니였다. 그저 우리둘도 잘 모르는, 묵인적인 그런 사이였다. 아. 썸 타는 사이.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술을 마시면서 우리 둘 사이를 생각해 본다는게, 너무 멍청하다고 느껴진다. 멀쩡할 때 이런 생각을 좀 하던가!
술잔을 만지작 거리던 손으로 상바닥을 몇번 쳤다. 정신 차려야지 백현이 온다는데. 몽롱한 정신을 애써 휘어잡으며 고개를 드는데,
저 멀리서 내 썸남이 조금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게 보인다. 순간적으로 썸남! 어서와! 라고 외칠뻔한 것을 겨우 삼키고 손을 흔들었다.
" 백현아! 빨리왔네? "
" 누나 진짜 …. 얼마나 마신거에요. "
백현이가 상위에 놓여있던 병을 눈대중으로 대충 세더니 날 바라보았다.
" 미친다. 누나. 제가 말했잖아요, 그것도 며칠전에! 술은 만병에 근원이라고. "
" 응응. 나도 알아 백현아. "
실실 웃으며 술잔을 만지작 거리자,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백현이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뺏어 마셨다.
아. 내 술. 마시긴 싫지만 정작 백현이가 훌쩍 마셔버리니 아깝기도 하다.
" 아. 쓰다. 써, "
" …. "
" 누나. 오늘 또 무슨 일 있었죠? "
술잔을 비우고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가 싶더니, 구겨진 얼굴을 조금 피고 질문을 하며 내 앞자리에 앉았다. 귀신같기는.
백현이의 말에 고개를 힘없이 끄덕거리자 백현이는 역시나 또, 귀신같이 말을 꺼냈다.
" 김팀장 때문이죠. "
" 너 진짜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 "
" 김팀장이 또 누나 갈군거에요? "
뭐 …. 그렇지? 말끝을 흐리며 적당히 수긍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그것 뿐만은 아니니까.
백현이가 손을 뻗어 자기 앞에 놓인 어묵을 하나 집어들더니 한 입 베어물고는 우물우물 씹어댔다. 짜증난다는 표정이 얼굴에 확 들어난다.
" 난 김팀장 처음부터 싫었어요. 입꼬리 하며 부슬부슬한 머리는 더 싫어. "
" 나도. "
" 안그래도 누나하고 같은 팀이라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들었는데. 김팀장, 인기 많았다면서요. "
" 응. 인상도 서글서글하고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어. 나도, "
" … 그거 진짜 싫어지네요 김팀장. "
백현이는 이 말을 뒤로 계속해서 어묵을 우물우물, 한입 물고는 우물우물 씹기만 했다.
나도 딱히 맞장구 칠말은 없어서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가,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김팀장은 뭐, 이제 익숙해. "
" 그럼 술 좀 그만 마셔요. 괜히 걱정 되게 하지 말고. "
" 근데 오늘은 마실만한 이유가 있어. "
내가 뱉은 말이지면 서도, 꼭 이런 말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벌써 입밖에 꺼낸 말이라 주워담을 수도 없고 그냥 말을 이었다.
술에 취해 알딸딸한 기분이 입밖으로 말을 내뱉을 때의 필터기능을 없애 버린 것 같았다.
" 오늘 누가 남자친구 없냐고 물어봤어. "
" …. "
" 내가 싫어서 없는 것도 아닌데 좀 서럽더라. "
… 이건 너무 노골적인가? 아. 많이 노골적이였다. 말을 내뱉은 뒤 급하게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진짜 이건 많이 노골적이였어.
" … 아니, 그게. … 그냥 서러웠다고. 못들은척해. "
" 못들은척은 무슨, "
백현이가 숨을 크게 들이마쉬며 몸을 상에 기댔다.
" 할 말 다했구만, 외롭다는거죠? "
" … 뭐. 그렇지. "
눈길을 돌리며 대충 끄덕거렸다. 쪽팔린다. 술인지 창피해서인지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손을 안가져다 대도 느낄 수 있을 지경이였다.
" 누나. 여기봐요. "
" …. "
눈길을 다시 원래자리로 돌리자, 백현이의 모습이 보이는데. 뭔가 어색하기도 하다. … 아. 잠깐만 이거 혹시,
" 혹시 이렇게 질질 끄는 거 싫으면. 그냥. "
" …. "
" … 사귈래요? "
… 고백이구나. 사귈래요? 사뭇 진지해보이는 백현이 때문에 심장떨려 죽을 것 같다. 고백을 몇번 들어봤어도 살떨리는 감정은 여전한 것 같다.
온몸이 굳은 것 같고, 말이 쉽사리 안나온다. 술기운이 확 날아가 버린 것 같다. 빨리 고개를 끄덕여야 되는데. 말없이 내 앞에 놓인 술잔을 만지작 거렸다.
먼저 노골적으로 얘기한건 난데, 정작 고백을 받으니 왜 이렇게 떨리는지 누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 …. "
" 그 … 그래. "
용기를 있는 대로 짜내 얘기하자 백현이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술 기운은 다 나가버리고, 정신은 말짱하고, 이거 환상아니지? 꿈 아니지? 팔을 꼬집어 봤지만 여전히 아파왔다.
" 그럼 누나. "
" 응. "
" 회사사람들한테 앞으로 누나, 남친있다고 자랑하고 다녀요 꼭. "
그래. 작게 얘기하자 백현의 입꼬리가 더 올라가는게 눈에 띄었다. 회사사람들한테 자랑해야지 꼭.
썸 타는 사이가 아니라, 아무말 못하는게 아니라. 자상한 연하 남자친구 하나 있다고.
☆★
여러분 안녕하세요 (수줍)(어색) 처음 글을 올리는 쎈이라구 합니다! 필명은 그냥 제 옆에 쎈 문제집이 있길래 ..ㅁ7ㅁ8
사실 제가 글을 이렇게 쓰는 사람이 아닌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 잔잔물이 땡겼다고 해야되나? 막 그렇게 긴 글은 아니에요 ^_ㅠ..
썸 - 고백 결론은 행쇼한다는 내용이죠 ^.^!! 브금이 슬픈게 아닌가ㅋㅋㅋㅋ싶네용!
백현이의 성격은 제 취향을 담아 놓았슴당 u///u 자상연하남ㅠㅠㅠ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단편 빙의글 하나 올리고 갑니다! 즐감하세용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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