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뷔진] 양의 안식처 上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22/20/931c62d1184529dbfafa59f9e8e1bdcf.jpg)
슈가는 이제 막 14번째로 죽을 참이였다. 그는 썩은 사과를 다시 깨물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 역겨운 과육으로 시체의 그림자에 잠식되었다.
단의 한 가운데에서 배우는 모두가 들릴 수 있게 자신의 최후의 순간의 대사를 말하며 죽어 털썩 쓰러지는 움직임을 연기했다.
"아, 삶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꿈이였던가? 하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삶의 무수한 화려함을 깨어서 목격하노라. 너무 늦었도다!" 그는 한탄했다.
연기와 반짝이는 가루가 터지며 '죽음'이 위엄있게 무대에 입장했다.
전통에 따라 그들은 한 배우가 두 상반되는 가면을 쓰고 연기했다. 그가 흰 양 가면을 쓴 채로 슈가에게 다가갔다.
"아니, 내 예리한 화살에 자비를 호소하는 자가 있단 말인가? 이리 오렴, 아이야. 너의 따스한 심장에 망각의 차가운 포옹을 받아들이도록 하렴."
예전에 열세번째나 그랬듯이 슈가는 거부했다. 귀청이 터질것 같은 그의 비명속에 슈가의 연기 속에 담겨진 그의 뉘앙스는 숨겨졌다.
그에 맞추어 양은 돌아서 늑대 가면을 드러냈다.
"그대의 끝을 미룰 수 있는 방도는 없도다." 늑대가 으르렁거렸다.
"저는 한낱 나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부디 저의 가련한 외침에 그대들의 귀를 귀울여주십시오."
관객들은 극단의 공연에 매혹되어 있었다. 인접한 보호령들에서 역병과 전쟁의 위협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러내리고 있던 탓에 '죽음 공연'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죽음'을 맡고 있던 홉은 슈가에게 다가가며 어색하게 나무 송곳니를 내보였다. "목덜미를 뜯어내자!"
슈가는 그의 목을 맡겼고 늑대가 깨무는 시늉을 하며 위협하자 와이셔츠 옷깃에 있던 장치를 작동시켰다. 붉은 천이 솟아나왔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던 것들을 보았다. 홉은 다시금 돌아서 양 가면을 보였다. "아이야, 허무로 돌아가렴."
곧 막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
극단이 마차로 돌아와 다음 행선지로 향하기 시작했을 때 하늘엔 별이 뜨지 않았고 대신 짙은 구름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극단의 소유주가 공연을 관람한 모든 사람들이 항상 공연에 만족해한다고 다시 말했다.
그는 그를 향한 칭송과 단원 한 명이 마을 주민에게 협잡질로 가져온 와인에 흠뻑 취해있었다.
밤이 깊어졌고 극단 사람들은 말다툼에 빠져있었다. 홉은 그들의 극작가에게 항상 뻔한 식으로 끝나는 줄거리 구성에 대해 장황한 불평을 쏟아넣었다.
주인공에게 비극이 덮친다. '죽음'이 주인공을 찾고 그를 데려간다. 극작가는 복잡한 줄거리는 '좋은 죽음' 장면을 망친다고 반박했다.
극단의 일원 중에서 가장 어렸던 슈가는 홉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극단의 마차에 몰래 타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더 불행했으리라.
다행스럽게도 극단은 소유주의 극단적인 예술 통제 때문에 최근 몇몇의 배우가 떠난 상태였다. 그의 태도와 노골적인 평범함 때문에 극단은 신입들이 부족했다.
그래서 극단은 슈가가 앞으로 있을 모든 공연에서 죽는 역을 맡기로 계약을 했고, 슈가는 극단을 항상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극단의 소유주가 그의 마부에게 멈추고 야영 준비를 하라고 할 때까지 그는 홉의 말에 화난 상태였다.
취해있었던 그는 마차 옆 자신의 자랑거리인 장소에 침낭을 놓았다. 그리고 나머지 침낭은 마차 주변의 풀밭에 던졌다.
"은혜도 모르는 배우들은 야생에서 자라지 그래." 그가 쏘아붙였다. "그러면 좀 감사할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구만."
극단의 나머지 사람들은 불을 피우고 이야기를 나눴다. 홉은 슈가에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이름을 뭘로 지을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다가 잠들었다.
그와 그의 아내는 낮에 극단이 잠시 한 마을에 멈춰 쉬어갈 때 극단을 떠나 그 마을과 같이 평화롭고 완벽한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겠다고 얘기했었다.
슈가는 홉의 말에 대충 대꾸했지만 불이 타는 소리가 홉의 짜증나는 목소리를 몰아내길 바라며 불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하지만 그는 잠들지 못했다. 대신 슈가는 그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보는 관객들의 반응을 생각했다.
극단이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은 주인공이 그의 순진함으로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밖에 없었지만 관객들은 이 소름끼치는 광경을 탐닉했다.
슈가는 생각했다.
'죽음'은 따로지만 언제나 함께인 죽음의 양면을 지닌 '죽음' 그 자체이다.
전설 속의 그들은 운명을 받아들인 자에게는 양이 화살로써 빠르고 편안한 죽음을 선사했고,
운명을 거부하고 도망치는 자에게는 늑대가 달려들어 잔혹한 최후를 맞이하게 했다.
대륙에서는 지역마다 '죽음'에 각각 다른 의미를 부여했으나,
필멸의 존재라면 결국 진정한 죽음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점은 같았다.
'죽음'은 인간을 죽음으로써 하얀 빛으로 포용하는 존재이자,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이를 악물며 죽음으로 몰아가는 존재이기도 했다.
'죽음'은 하나이면서 둘이었다.
양의 활시위가 당겨지는 것을 보며 고요히 죽음을 맞이한다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화살이 단번에 목숨을 앗아갈 테지만,
양의 화살을 거부한다면 늑대에게 추격당해 비참하게 삶을 마감해야 한다.
그들을 거부하는 것은 곧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적어도 이 대륙 내에서는 그렇게 통했다.
슈가는 생각이 거기에까지 다다르자 더욱 잠이 오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전설이든, 자신이 하는 것이 '좋은 죽음' 연극이든, 이미 자신은 죽음을 14번이나 거부했다.
결국 슈가는 뒤숭숭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침낭에서 일어나 숲으로 향했다.
-
본 픽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 킨드레드의 스토리를 각색한 팬픽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방탄소년단/뷔진] 양의 안식처 上
9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