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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그래프꼭짓점 10 |
"표정이 왜 그래요? 보이스 피싱이라도 당했어요?"
사원 식당이 할머니의 사망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옷 갈아입고 가야하나…."
몇 분 전, 다급하게 사무실을 나가던 우현의 모습을 떠올린 성규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순재와 성열이 빈소로 들어가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성규가 호원에게 물었다.
"팀장님이 안 보이네요?"
호원이 지하주차장으로 향하고 병원 입구에 서있던 성규가 병원 앞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우현을 발견했다.
"……."
다가갈 수 없는 어두운 아우라를 가득 풍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느낀건지 우현을 보아도 다가가지못한채 한숨만 쉬며 그냥 지나쳤다. 서류가방을 꽉 잡은 성규가 입술을 앙 다물고는 우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팀장님."
성규, 우현의 옆자리에 앉아 슬쩍 우현의 표정을 살핀다. 슬픈 무표정이었다.
"……."
그제서야 우현이 고개를 돌려 성규를 쳐다본다.
"아부지 돌아가신게 믿기지도 않고 너무 슬프고 약올라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울고있는데 사촌형이 와서 그러더라구요.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는 말이 있다고…. 나중에 찾아보니까 영국 시인이 한 말이었어요."
혼자 떠들다 일어난 성규가 병원 입구에 서있는 호원의 차에 올라탔다. 호원의 차가 병원을 빠져나가고 벤치에 앉아 성규가 해준 말들을 곱씹어본 우현이 피식 웃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
*
인생그래프꼭짓점
10.
대문을 열고 나오자 우현의 차가 대문앞에 멈춰서있었다. 날 기다린건가?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어 먼저 조수석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쩐 일로 기다려주십니까?"
성규,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탄다. 할머니의 장례식은 거창하지않고 소박하게 마무리됐다. 살아생전 할머니의 뜻이었다.
"…고마워요."
뜬금없는 우현의 말. 성규가 잠시 생각했다. 뭐가 고마웠지, 나한테?
"그 날. 김성규씨가 해준 말 있잖아요."
어떻게 된 게 한 마디도 안 진다. 톡 치면 툭 하고 쳐내는 성규의 화법에 자꾸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도 뭔가 재밌기도 하고….
"다음주 주말에 1박 2일로 회사 야유회가 있어요."
산중턱에 있는 학교? 성규가 눈살을 찌푸렸다.
"수업받으면서 놉니까? 쉬는 시간, 점심 시간 지켜가면서 숙제도 하고?"
우현의 말에 성규가 화들짝 놀란다.
"뻥이죠?"
그러자 어깨를 으쓱. 뭐야, 저 리액션은. 뻥이라는거야,아님 진짜라는거야.
"기획부랑 홍보부만 갈 예정이에요. 회사 전체가 가기엔 인원이 너무 많아서."
진지한 우현의 말에 성규가 혀를 내둘렀다. 하긴 서동그룹인데 뭘 못 하겠어. 바다도 두 쪽으로 가를 대기업인데.
"각 부서 신입사원들이 제일 바쁠거에요, 아마."
그나저나 은근히 설렌다. 마치 수학여행가기 일주일 전의 기분처럼….
"팀장님도 가요?"
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 거겠지. 아, 춥다. 몸을 부르르 떤 성규가 에어컨을 껐다.
"왜 끕니까?"
회사 주차장에 차가 멈추고 성규와 우현이 나란히 차에서 내렸다. 또 그세 시비가 붙어 티격태격댄다.
*
열심히 서빙을 하던 명수가 레디락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성열을 보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려다가 멋쩍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성열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뭐지…. 친구 하기로 한 거 아니였나?
"어…아,안녕."
성열의 얼굴이 폭발직전이다.
"큼…. 좀 불편한가?"
명수가 묻자 성열이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그래. 그럼 친구하자."
대담한 성격의 명수, 소심한 성격의 성열이 미묘하게 뒤섞였다.
*
몸이 으슬으슬거리는데 아주 추워죽겠다.
"호대리님."
성규가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며 호원의 정장 마이를 껴입었다. 한참 일을 하는데 코에서 뜨끈한 액체가 주륵 흘러내린다. 코피인가싶어서 급히 휴지를 뜯어 코를 막았다.
"아,뭐야…콧물이네."
킁킁하고 코를 들이킨 성규가 다시 일에 집중한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또 주륵.
"왜 이러지."
맑은 콧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린다.
"감기 맞는 것 같은데요?"
휴지를 뜯어 콧물이 미친듯이 흘러나오는 두 콧구멍을 틀어막았다. 코를 막은채 입으로 호흡을 하니, 목도 금세 따끔따끔거려왔다.
"진짜 감기인가."
하지만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몸에서 슬슬 강한 반응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얼굴에 열도 바싹 올랐다. 콧물은 말할 것도 없었고.
"성규씨. 점심시간이에요."
성규가 엎드려있던 고개를 들어 살짝 호원을 흘겼다.
"농담이에요, 농담."
우현이 사원증을 목에 걸며 다가왔다.
"성규씨가 아파서."
우현, 성규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더니 마치 병걸린 강아지를 검사하듯 성규의 윗입술을 들어 잇몸을 확인한다.
"…지금 동물 진찰해요??"
성규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눈이 뜨거웠다. 서류가방을 챙겨 일어서자 어지럼증은 더 심해졌다. 호원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집까지 어떻게 가게요?"
호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가방을 메고 우현을 한번 쳐다본 성규가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덮고 있던 호원의 정장 마이를 의자에 잘 걸쳐놨다.
"왜 저보고는 그런 표정 지어요?"
독심술은 우리 봉신 씨만 쓰는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아녜요."
성규가 깜짝 놀라 우현을 쳐다봤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우현이 차키를 집어들고 있었다.
"저 정말 태워다주시려구요?"
이 말을 남긴 우현이 먼저 사무실을 휙 나가버린다. 머리가 지끈거려 더 이상 대꾸하기도 귀찮은 성규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채 사무실을 나섰다.
"다녀왔습니다."
늦은 저녁. 현관문이 열리고 알바를 마친 명수가 들어온다. 국자를 들고 주방에서 나온 후다닥 달려나온 봉신 씨가 손가락을 입에 대더니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린다.
"너네 형 아파서 끙끙대다가 방금 잠들었으니깐 최대한 조용조용히."
명수가 조심스럽게 성규가 자고 있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끙끙 앓고있는 성규에게서 뿜어져나온 무겁고 뜨거운 기운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에 인상을 찌푸린 명수가 살금살금 성규에게 다가갔다.
"…어우, 완전 뜨겁네."
몸이 완전 불덩이다. 이마에 닿아오는 손길에 성규가 눈을 부스스 뜬다.
"…왔냐…."
침대위에 가지런히 개어진 자신의 이불과 베개를 거실로 옮긴 명수가 방문을 소리 안 나게 닫았다.
"병원 안 가도 되려나?"
끓고있는 죽을 호호 불어 맛 본 봉신 씨가 죽을 담은 그릇과 동치미를 담은 그릇, 그리고 약봉지와 물을 얹은 쟁반을 들고 성규에게 향했다.
"너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이거 먹고 약 한 번 더 먹어."
결국 몸을 일으킨 성규가 쟁반 위에 있는 숟가락으로 죽을 떠 입에 넣었다. 으엑, 너무 묽다.
"왜 이렇게 묽어…. 이유식도 이것보단 질겠다…."
느릿느릿 한참을 움직여 죽을 비운 성규가 약을 먹고 다시 병든 강아지처럼 끙끙대며 침대에 누웠다.
"내일 회사는 어떡하게?"
방문을 닫고 나온 봉신 씨가 싱크대에 죽 그릇과 수저를 담그고 서둘러 명수의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
이상하네. 아침 8시 10분이면 부루퉁한 얼굴의 성규가 대문을 열고 나와야하는데 오늘은 어째 감감무소식이다.
"늦잠자나?"
차안의 시계와 성규네 대문을 번갈아본 우현이 혀를 차며 엑셀을 살짝 밟았다. 우현의 벤츠가 성규네 대문을 지나쳐 몇 미터 전진하다가 잠시 멈춘 뒤, 다시 후진해 성규네 대문앞에 멈춰선다. 운전석이 열리고 귀찮은 표정의 우현이 대문에 달린 초인종을 눌렀다.
[…팀장님이죠.]
대문이 열리고 얼굴에 홍조를 띈 성규가 정장 차림이 아닌 체육복 차림으로 걸어나온다. 성규에게서 뜨끈한 기운이 느껴진다.
"많이 아픈가보네요."
말하면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대문에 기대어 관자놀이를 꾹꾹 주무른다.
"상태보니 오늘 출근은 못 하겠네요."
우현이 덤덤하게 말하자 성규가 입술을 댓발 내민다. 현관문이 열리고 레디락으로 출근하는 명수와 버섯 공장으로 출근하는 봉신 씨가 나란히 나오다가 우현을 보고는 인사를 한다.
"어? 안녕하세요."
우현, 봉신 씨에게 간단한 목례를 한다.
"아휴, 얘가 아파서 출근도 못하고…."
성규가 웃기지도않다는 표정으로 입을 실룩거렸다.
"그나저나 간호해줄 사람이 없어서 큰일이네."
찜찜한 표정의 봉신 씨와 명수가 우현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출근길을 나섰다.
"집에 혼자 있어요? 아픈데?"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성규가 체육복 지퍼를 바싹 끌어올렸다. 문득 해외로 한달동안 출장나갔을때 음식이 안 맞아 주구장창 설사를 하며 혼자 끙끙 앓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몸조리 꼭 잘하세요."
퀭한 성규의 얼굴을 보며 혀를 찬 우현이 벤츠에 올라타 출발하기 전, 대문을 닫고 들어가는 성규의 뒷모습을 한번 힐끗 쳐다봤다. 다른 의미로 눈엣가시다. 몹시 밉거나 싫어서 눈에 거슬리는게 아니라 자꾸만 신경쓰이는 눈엣가시.
*
"여기 서류."
우현에게 다가간 호원이 하품을 하며 서류를 건넸다.
"넌 회사 놀러오냐. 정신없이 일해봐, 심심한가."
열 때문에 발갛고 시도때도없이 기침을 해대던 퀭한 성규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
호원이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성규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주사기 모양의 이모티콘을 첨부해 성규에게 보내자 얼마 안 가 답장이 온다. [감사해요ㅠㅇㅠ]
"성규씨가 감사하다네."
이 자식은 왜 여기 서서 문자를 하는거야. 우현이 귀찮은 표정으로 귀를 긁적거렸다가 다시 일에 집중했다.
"안 먹었다네. 집에 혼자 있어서 그런지 귀찮아서 안 먹게 되네요,라고 왔어. 아픈데 집에 혼자 있,"
호원이 군말없이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한참 키보드를 두들기던 우현이 짜증섞인 표정으로 마른 세수를 한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핸드폰을 집어든다.
*
"아아…죽겠다…."
이불을 뒤집어쓴 성규,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며 앓는 소리를 뱉는다.
"속도 쓰리네…. 콜록콜록."
베개에 얼굴을 묻고 뜨거운 숨만 훅훅 내쉬는데 띵동,하고 초인종이 울린다.
"……."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뒤집어쓰고 그냥 아무도 없는 척 하려고 했더니 초인종이 한번 더 울린다.
"……."
잠잠한가 싶더니 초인종이 또 다시 울렸다. 오만상을 쓰며 침대에서 기어나온 성규가 터덜터덜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누구세요."
순재 목소리다. 깜짝 놀란 성규가 눈곱을 떼고 머리를 정리한 뒤, 서둘러 대문을 열었다.
"콜록, 안녕하세요."
순재는 품안에 커다란 보따리를 안고 있었다.
"네, 콜록. 미열이 조금 있긴한데 새벽보단 많이 가라앉았어요…. 근데…저 아픈 건 어떻게…."
팀장님한테서요? 성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성규씨 많이 아픈데 집에 혼자 있다고 해서요. 여기 과일이랑 감기몸살에 좋은 칡 달인 물이에요."
건네받은 보따리는 무척이나 묵직했다.
"죄송해서 어쩌죠…."
성규가 멋쩍게 웃으며 메마른 볼을 만지작거렸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얼른 나으시라는 말을 끝인사로 순재가 집으로 돌아갔다. 보따리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온 성규가 식탁위에 보따리를 올려놓고 재채기를 하며 보따리의 매듭을 풀렀다.
"우와…."
과일중에서도 비싼 블루베리와 골드 키위, 제주특산 망고, 선인장 열매로 드래곤 후르츠라 불리는 용과까지. 게다가 커다란 보온병엔 뜨끈한 칡 달인 물이 가득 들어있다.
"이게 다 얼마야…."
역시 잘 사는 집은 과일 스케일도 다르네. 이거 다 사려면 우리집 일주일 반찬값은 다 쏟아부어야될것같다. 근데 왜 우현이 순재에게 전화를 했을까. 성규가 멍하니 과일들을 바라보다가 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성규가 헛웃음을 지으며 블루베리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새콤하고 달콤한게 비싼 값을 한다.
"암튼 이 은혜는 언젠간 갚겠습니다. 빚지고는 못 살죠."
전화가 뚝 끊기고 기지개를 켠 성규가 컵을 꺼내와 보온병에 든 칡물을 조심스럽게 따라마셨다. 목이 조금은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다 나았나보네?"
이미 앉아서 밥을 먹던 명수가 계란찜을 호호 불어 떠먹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옆집 그 팀장형님이랑 순재라는 여자랑은 부부사이야?"
아침 식사를 마친 성규가 양치를 한 뒤, 서류가방을 들고 집을 나왔다. 대문을 닫자마자 바로 옆집 대문이 열리고 우현이 걸어나온다.
"다 나았나보네요?"
성규가 이를 바득바득갈았다. 가라앉아있던 열이 다시 뻗치는 기분이다.
"만약 제 동생이 팀장님이었으면 팀장님은 벌써 어디 하나 부러졌어요. 빨리 차 문이나 열어요."
벤츠 뒷바퀴를 성규가 발로 툭툭 찬다.
"그렇게 차다가 타이어 터지면, 물어낼거에요?"
한 마디도 안 지고 쏘아대는걸 보니 정말 다 나은 것 모양이다.
인생그래프꼭짓점
"누가 보면 수학여행가는 고등학생인 줄 알겠네요."
대문에 멈춰선 우현의 차 뒷좌석에 가방을 실은 성규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조수석에 올라탔다. 우현 역시 편안한 평상복차림이다.
"근데 무슨 출발은 아침 8시에 해요?"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한 성규가 수납공간에 들어있는 자일리톨을 꺼내 뚜껑을 열고 두어개를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는다.
"야유회 가서 뭐해요?"
다행히 오늘 날씨는 좋네요. 조수석 창문을 연 성규가 기분좋게 아침공기를 들이쉬려는데 갑자기 문이 지이잉 하고 닫힌다.
"머리 잘릴 뻔 했잖아요!"
성규, 째진 눈으로 우현을 노려본다. 회사에 도착하자 넓직한 회사 마당에 이미 버스 한 대와 큰 탑차 세 대가 나란히 주차되어있었고 평상복 차림의 직원들이 보인다. 기획부와 홍보부만 가는 건데도 인원이 꽤 많다. 차에서 내린 우현과 성규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각 부서마다 인원체크를 끝냈다. 총 52명. 어마어마한 인원이다. 인원체크가 먼저 끝난 홍보부부터 차례대로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보라색 선글라스를 쓴 호원이 불쑥 다가와 성규의 팔을 잡았다.
"버스타게요?"
우현의 벤츠가 훨씬 더 쿠션도 좋고 안락함도 있긴 있는데…. 호원이 성규를 끌고 주차장에 있는 우현의 벤츠로 향했다. 차 안에 타있던 우현이 호원에게 끌려오는 성규를 보곤 눈썹을 꿈틀거린다.
"성규씨도 같이 타자. 탈 자리 넉넉하잖아."
우현의 의사따윈 내팽개친 호원이 휘파람을 불며 뒷좌석에 올라탄다. 성규, 뻘쭘히 서있다가 조수석 창문으로 고개를 쑥 들이민다.
"타도 되요?"
아싸. 성규가 조수석 문을 열고 폴짝 올라탔다. 말 많은 호원과 시끄러운 성규가 같은 공간안에 있다니. 우현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벨트를 맸다.
"휴게소 안 들려요?"
지나치는 휴게소를 보며 묻자 우현이 앞만 보며 대답한다.
"다음 휴게소에서 아마 들릴거에요. 왜요? 화장실 급해요?"
그럼 그렇지. 우현이 예상했다는듯한 표정을 짓자 성규가 입을 삐죽거린다.
"음식이 위로 들어가면 두 시간안에 모두 소화되서 위 밖으로 배출되요. 그리고 지금은 그 두 시간을 훨씬 지났구요."
우현의 차가 버스를 따라 휴게소로 진입했다. 큰 큐모의 휴게소에 성규의 눈이 반짝반짝거린다. 온통 먹거리 천지다. 차가 멈춘 걸 느낀 호원이 부스스 머리를 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사람 진짜 많네요."
나란히 차에서 내린 호원과 성규가 쭈욱 기지개를 켰다. 핫도그와 튀김류 쪽에서 바삐 돌아다니는 두 사람과 달리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산 우현은 벤치에 앉아 두 손과 입에 잔뜩 먹거리를 물고 오는 두 사람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거 다 먹게요?"
달달한 델리만쥬를 우현의 입가에 들이밀자 우현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뒤로 내뺀다.
"허기진 김성규씨나 많이 잡수세요."
호원이 성규 손에 있던 델리만쥬를 억지로 우현의 입에 쑤셔넣었다. 입에 들어온 이상 뱉기엔 뭐해서 그냥 조금 씹어보는데 어라, 맛있다.
"얼마나 더 가야해요, 호 대리님?"
호원과 성규가 수다를 떨며 먹거리를 하나씩 처리해갈때 우현이 델리만쥬를 한 개 집더니 입에 쏙 넣는다.
성규와 호원이 입을 벌린채 잠들었다. 이제야 차 안이 평화롭다. 라디오에서 달콤한 목소리의 여자DJ가 사연을 읽고 있었고 시간은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쨍쨍한 햇빛에 성규가 눈을 움찔움찔거린다. "……." 차가 잠시 밀리는 틈을 타 조수석 서랍을 연 우현이 햇빛가리개를 꺼내 성규 쪽 창문에 턱 하고 붙혀준다. 그제서야 찌푸려져있던 성규의 눈살이 펴졌다.
"김성규씨."
찰싹! 우현이 성규의 뺨을 살짝 치자 성규가 흠칫하면서 눈을 뜬다.
"도착했어요. 얼른 내려요."
뒷좌석의 호원도 주섬주섬 선글라스를 챙겨쓰며 일어났다. 12시 40분. 태양이 미친듯이 작렬했다. 산 입구엔 주차장과 케이블카 탑승장 밖에 없어서 그런지 넓직하다못해 한산한 느낌이 들게 했다. 버스에서 내린 직원들이 가방과 여러 짐들을 들고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고 탑차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탑차를 보던 성규가 우현에게 물었다.
"팀장님. 이 차도 산길 올라갈 수 있잖아요."
이미 줄에 서있는 호원이 우현과 성규를 향해 손짓을 한다.
"그럼 이 케이블카는 서동회사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거에요?"
괜히 물어본 것 같다. 줄이 점점 줄기 시작하고 어느새 탈 차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대충 보니 10명씩 타는 것 같은데…. 잠깐, 그럼 설마. 호원까지 케이블카에 타자 케이블카 관리인이 성규와 우현을 못 타게 막는다.
"죄송한데 두 분은 다음 케이블카에 탑승해주세요." 담담하게 다음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우현과 달리 성규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바닥만 툭툭 찼다. 다음 케이블카 문이 열리고 성규와 우현이 나란히 케이블카에 올라탄다. 넓직한 공간에 두 명이서만 있자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다. 우현과 성규, 서로 반대편 의자에 앉는다. 창밖을 내다보자 초록 나무들이 광활하게 펼쳐져있다. 백팩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성규가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기 시작한다.
"그게 카메라도 되요?"
아랑곳하지않고 연신 찰칵대던 성규가 셀카도 찍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는 우현, 참 가관이다,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케이블카가 서서히 하차하는 곳에 가까워지자 성규와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케이블카 속도가 줄어들며 잠시 흔들리자 성규가 엄마야,하고 깜짝 놀라며 우현의 팔뚝을 잡더니 다시 깜짝 놀라며 손을 뗀다.
"왜 이렇게 부실하게 만들었어요! 깜짝 놀랬네."
민망함에 소리치듯 말한 성규가 문이 열리자마자 후다닥 케이블카에서 내린다. 우현, 헛웃음을 지으며 따라내린다.
"우와…."
폐교 펜션이라고 했을때, 그냥 망한 학교를 대충 수리해놓은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매우 근사했다. 페인트칠은 물론이고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말끔한 축구 골대가 놓여있었고 외곽엔 나무 테이블과 벤치가 파라솔이 활짝 펼쳐져있었다.
"이래서 서동서동하는구나…."
감탄을 뱉는 성규와 무심한 표정의 우현이 학교 중앙현관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방을 정하고 있었지만 우현은 그 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예전부터 마지막 방은 우현과 호원만이 썼으니깐. 호원도 익숙하게 짐을 들고 마지막 방으로 향했다. 호원과 우현이 짐을 대충 정리하는데 방문이 열리고 성규가 고개를 쏙 내민다.
호원의 말에 우현이 골치아프게 됐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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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연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내일 할머니네로 가는데 연재가 어떻게 될지모르겠네요ㅠ
진도로 떠나거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제가 내일 상황보고 공지글 띄우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추석되시고
칼로리를 멀리 합시다.
방심하고 먹는 순간 훅갑니다.
댓글은 저를 춤추게 만들어요. 덩실덩실.
그러니 '잘봤어요'라는 네 글자만이라도 부탁드려요. 굽신굽신.ㅠ
인생그래프꼭짓점은 매주 주말 8~10시사이에 연재됩니다!
그러므로 신작알림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