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오빠들 - 그대를 바라보면
"현금 영수증 하시겠어요?"
"아, 현금 영수중 돼요?"
"네. 가능하세요."
웬일이야. 전에는 사람들 너무 많아서 하지도 못했는데.
나는 펜으로 꾹꾹 내 핸드폰 번호를 찍었다. 사실 나에게 돌아오는 건 없지만 엄마랑 아빠한테는 돌아가는 게 있으니까.
번호를 다 누르고 난 후에 고개를 들어보니 알바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굉장히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감사합니다."
"네?"
"이따가 알바 끝나고 꼭 연락드릴게요."
"..."
"아니. 성이름 선배."
응?
연하랑 연애하는 법
13
w. 복숭아 향기
동아리 실은 조용했다.
석진 선배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레포트를 쓰고 있었고 윤기 선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침대 위에 누워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네가 오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나는 카페에서 사들고 온 아메리카노를 쪽쪽 거리며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도 많이 풀렸던데 오랜만에 한강이나 같이 가자고 할까.
한강 가서 치맥하는 게 그렇게 맛있다던데.
그 때 테이블 위에 얌전히 있던 내 핸드폰이 웅웅 울리기 시작했다.
벌써 끝났나?
아직 수업 끝날라면 시간 좀 남았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010 - XXXX - XXXX
모르는 번호였다.
"누구야?"
"몰라요."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해?"
"스팸인가봐요."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쇼파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치마 입은 애가 조심해라.
석진 선배의 잔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저 선배도 그냥 하는 말이라는 걸 내가 알고 있거든.
나는 말없이 손을 뻗어 동아리실 안에 굴러다니는 담요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담요로 내 다리를 덮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웅웅웅
핸드폰은 여전히 웅웅거리고 있었다.
"좀 꺼놔."
"이따 똥강아지 연락 받아야해요. 안그럼 삐져요."
"무음으로 하던가."
"알아서 그만 하겠죠..."
"민윤기 깬다."
젠장.
나는 얼른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벌써 3통째였다. 부지런한 분이시네. 혹시 택배인가?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옷 하나 샀던 적이 있었다. 총알배송이라더니 진짠가봐. 되게 빨리 왔네.
"여보세요?"
[전화 왜 이제 받으셨어요!]
"..."
[내가 진짜 얼마나 마음 조마조마...]
"전화 잘못거셨습니다."
그럴 리가 없지.
밤 열두시 넘어서 산 옷이 벌써 왔을 리가 없지.
괜히 기대했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쇼파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레포트를 쓰느라 정신없어 보이던 석진 선배가 고개를 들어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왜. 이상한 전화야?"
"몰라요. 받자마자 왜 전화 이제 받냐고 막 화내던데..."
"중요한 전화 아니야?"
"모르는 목소리에요."
"네가 기억 못하는 목소리는 아니고?"
그럼 중요한 거는 아닌가보네.
석진선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천천히 움직이는 시계 바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45분이나 남았어.
오늘따라 시간이 더욱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
"다 먹을 수 있어요?"
"너 오늘 아침도 안먹었다며."
"이따 치맥하자면서요."
너는 푸스스 웃으며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가...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물고 가만히 테이블 위를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오코노 미야키와 야끼소바가 놓여있었다.
더 주문 안해도 괜찮겠지?
"그리고 나가자마자 커피 먹자고 할 거잖아요."
"넌 아이스크림."
"그니까 그냥 이것만 먹어요."
"내가 오랜만에 사주는 건데..."
"그럼 이따가 아이스크림 사줘요."
잘먹겠습니다.
너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짧게 인사를 하고는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남자랑 여자랑 양이 다른데 진짜 괜찮을까?
나는 네 얼굴을 힐끔 바라보며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따가 치킨도 그냥 내가 사야지.
철판 위의 음식들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네 입속으로 음식이 하나씩 들어갈 때마다 네 표정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입가에 마요네즈가 묻었는지도 모르고 너는 젓가락을 바삐 놀리고 있었다.
"준아."
"네?"
"이리와봐."
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반질반질 고 놈 참 계란 같이 잘생겼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네 입가에 묻은 마요네즈를 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너는 그제야 아... 하고 작게 말을 내뱉으며 나를 내려보았다.
"천천히 먹어. 진짜 더 안시켜도 괜찮아?"
너는 내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만 보았다.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너를 올려보았다. 더 시키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내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너는 내 손목을 한 손으로 그러쥐더니 방금 내가 닦아냈던 마요네즈가 묻어있는 내 손가락을 혀로 할짝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얼른 내 손을 등 뒤로 감춰버렸다.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푸스스 웃어보였다.
"괜찮아요."
"죽는다, 진짜. 여기 식당이거든?"
"아무도 안보는 데 뭘... 그리고 나 아무짓도 안했거든요?"
"안하긴 뭘 안해."
우우웅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 얄미워 자리에서 일어나 꿀밤을 한 대 먹이려는 순간 얌전했던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아까 그 번호였다.
"누구에요?"
"몰라."
"모르는 사람인데 전화를 해요?"
"너 방금 석진 선배랑 말 똑같이 한 거 알아?"
"아까도 왔었어요?"
"응. 아까 너 기다릴때. 택배인 줄 알고 받았는데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냥 끊었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너는 미간을 찌푸리며 내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 나를 한 번 보더니 전화를 받아버렸다.
어?
멍하니 바라보는 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기 너머 이상한 남자의 목소리를 듣던 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어왔다.
"선배."
"응?"
"선배 혹시 번호 따였어요?"
어?
-
알고보니 자꾸 전화를 걸어왔던 사람은 택배 아저씨도,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있던 이상한 사람도 아니었다.
방금 전 커피를 살 때 현금 영수증을 발급해주겠다 말했던 알바생이었다.
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데 내 이름을 알고 있던 바로 그 알바생.
너는 입술이 댓발 튀어나온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찰나에 번호는 어떻게 외웠다냐... 나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을 하고 있었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나로써는 그저 신기한 일이었다.
"선배."
"응?"
"솔직히 말해요."
"뭘?"
"요즘 후배들한테 잘해주죠?"
"내가?"
"막 나 처음 들어왔을 때는 내 이름도 기억 못하더니."
"그거야 그렇긴 한데..."
"지금은 아무 후배한테 번호도 따이고."
"말은 바로 하자. 난 그냥 현금 영수증 만든 거 뿐이거든."
"몰라요."
너는 다시 입술을 댓발 내민 채 젓가락으로 오코노 미야키 조각을 쿡쿡 찔러대고 있었다.
내가 들이댈 때는 넘어오지도 않더니...
누가봐도 신입생이 작업 거는 건데 그거는 또 못알아채고...
꿍얼꿍얼 튀어나오는 말을 들어보면 꽤나 억울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며 푸스스 웃어보였다.
뭐랄까.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네 투정이었다. 거의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오랜만이었다.
"준아."
"왜요."
"영어영문과 15학번 김남준."
"..."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확실하게 기억하거든?"
"..."
"질투 할 거를 해야지. 나 그 번호 차단할거야."
너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 안먹었는데 가려고?
내가 다시 묻자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짐 하나하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아까 배고프다고 그랬었는데... 아직 먹을 거 좀 남아있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서있자 너는 내 어깨를 감싸쥐고 가게 밖으로 나오며 나를 내려보았다.
방금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표정이었다.
밝다 못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껍데기를 벗긴 맥반석 계란마냥 반질반질 거렸다.
너는 나를 계단 위에 세워놓고는 나보다 두 칸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말없이 너를 내려보았다.
다짜고짜 나와서 이게 뭐야. 방금 계산은 누가 한 거지? 네가 한 건가?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뒷목을 감싸쥐며 가볍게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쪽쪽쪽.
새가 모이를 쪼듯 가볍게.
"선배."
"왜."
"솔직히 말해요."
"응?"
"어디서 왔어요?"
"어?"
"어디서 와서 이렇게 예뻐요?"
"엄마 뱃속에서 왔는데..."
"신입생들이 선배 번호 물어보면 절대 주지 마요."
"준 적도 없는데..."
"위에서 봐도 예쁜데 밑에서 보니까 더 예뻐."
"뭐라는 거니..."
"나 진짜 불안해서 학교 어떻게 다녀요?"
"내가 할 소리거든."
저 장난 아니에요.
두 칸 위로 올라와 나와 같은 계단 위에 선 너는 고개를 숙여 내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춰왔다.
방금 전 보다는 조금 더 깊고 따듯한 그런 입맞춤이었다.
아까 먹었던 오코노 미야키 맛이 나는 그런 맛있는 입맞춤이기도 했다.
근데 선배.
왜.
앞으로 그 카페 가지 마요.
젠장.
학교 안에서 커피 거기가 제일 싼데...
처음으로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알바생이 원망스러워지는 나였다.
-
오랜만입니다!
사실 얼마만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 보고싶었던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ㅎㅎ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아 글솜씨가 많이 줄었을테지만... 그래도 예쁘게 읽어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ㅠㅠ
암호닉 다시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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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럼 거의 매일 업뎃을 하거나 그런 건 못하지만... 꾸준히 연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나 저를 기다려주셨던 분들 계시다면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말이 자꾸 횡설수설 하네요ㅠㅠㅠㅠ
정말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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