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 번외 특별편 下 (부제: 사랑 받고 싶은 소년)
사랑 받지 못한 소년은 세상을 버릴 준비를 시작했다.
태형은 쓸쓸하고 공허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여기저기 소녀의 흔적이 그득히 서려있었다. 태형은 소녀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하나하나 모았다. 그녀가 태형에게 선물했던 신발과 함께 맞춰 입었던 후드집업, 그녀가 썼던 숟가락과 젓가락, 그녀의 체취가 묻어있는 잠옷과 여벌 옷들, 함께 덮었던 이불, 그녀의 흔적이 담긴 모든 물건들을 거실 한바닥에 모아놓았다. 거의 집안의 모든 물건을 거실에 던져놓고 태형은 그녀와 함께 봤던 티비와 함께 앉았던 쇼파까지 난도질을 했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듯이 방으로 들어간 태형은 잠시 뒤에 액자를 손에 들고 나왔다. 태형이 들고 있던 액자 속 사진에는 눈이 부시게 웃고 있는 태형과 다희의 모습이 담겨져있었다. 지금의 상황을 농락이라도 하듯, 태형과 다희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행복했다. 태형은 사진을 멍하니 계속 바라보았다.
"왜... 왜 이렇게 행복했는데..."
"나만 사랑한다며... 나 이해한다며..."
태형은 사진을 보면서 중얼중얼거렸다. 어느새 액자는 태형의 눈에서 나온 물기로 가득했다. 태형은 그녀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아무도 다가오지 않던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준 그녀. 자신을 바라보며 눈이 부시도록 환한 미소를 지어주던 그녀.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고 받아본 적도 없던 자신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그녀. 자신이 슬플 때마다 함께 울어주던 그녀. 태형은 그녀와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흐느꼈다. 어린 아이가 소중한 물건을 품에 안듯이 태형은 액자를 품에 껴안고 그녀의 흔적들이 널부러진 거실에 누워 잠들었다.
학교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폐인처럼 지내던 태형은 마지막으로 핸드폰에 저장된 그녀의 사진들을 보려고 오랜만에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을 키자마자 수많은 부재중과 문자가 와있었다. 대부분은 다희에게 온 문자였고 그 중엔 지민의 문자도 함께 와있었다.
[태형아, 전화 좀 받아봐]
[태형아 내가 다 설명할께, 만나서 얘기하자]
[나 너네 집 앞이야. 기다릴게]
[김태형, 너 나 없이 못살잖아]
[제발... 연락 좀 받아]
[우리 이대로 끝나는 거 아니지?]
[김태형]
[너 나한테 그러면 안돼...]
[넌 나 없이 못살아]
.
.
.
.
태형은 그녀에게 온 수많은 문자들을 곱씹어 보았다. 태형은 그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태형은 자신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주었고 다른 여자와의 사랑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가르쳐준 사랑을 다른 사람과도 나눴고 자신에게 줄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태형은 그녀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 그냥 우리 끝내자]
태형은 마지막 문자를 보고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물건들을 부시기 시작했다. 거실 한 곳에 모아놓았던 그녀의 흔적들을 발로 밟고 던지고 깨버렸다. 태형의 손과 발은 점점 상처로 물들었고 거실 바닥은 유리조각과 그녀의 흔적의 잔해물들, 태형의 피로 가득했다. 태형은 깨진 액자를 바라보며 손으로 쓸었고 액자의 갈라진 유리 틈 사이에는 태형의 피가 스며들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엄마... 엄마 말대로 난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인가봐..."
태형은 미친 사람처럼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태형은 세상을 버리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아, 하나 빼고.
박지민.
.
.
.
.
.
.
.
.
.
태형은 상처투성이인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액정이 깨져있었지만 제 기능은 다 할 수 있었다. 태형은 지민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크디 큰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았다. 지민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신호음이 가는 동안 태형은 큼직한 유리 조각 하나를 집어들고 욕조에 들어가 누웠다. 태형이 욕조 안에 눕고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다급한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태형 이 미친새끼야!!!]
"지민아"
[너 지금 어디야!! 너네 집 초인종 눌러도 대답도 없고!!]
"너 말 들을 걸"
[....]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
[미친놈아 왜 세상 떠날 것 같이 말ㅎ...]
"나를 잊어줘"
[미친..!! 김태형!!! 기다려! 시발..! 끊지마!!]
태형은 전화기를 자신의 몸을 담그고 있던 물 속에 풍덩 빠뜨렸다. 태형은 가라앉는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사실 날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날 잊지 말아줘
진짜 안녕"
태형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의 손목을 유리로 그었다. 꽤 깊은 상처 때문에 표정을 찡그릴 만도 한데도 태형의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태형은 잠이라도 오는 듯이 눈커풀을 천천히 깜빡였고 욕조 안의 투명했던 물은 점점 붉게 물들였다.
태형은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
.
.
.
.
.
.
.
.
.
"ㄱ...형!"
"야! 김ㅌ...!!"
태형은 귀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눈을 천천히 떴다. 눈을 떠보니 흰 천장이 보였고 알싸한 약냄새가 풍겼다. 태형의 손에는 누군가 잡고 있는 것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태형은 그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야!! 김태형!! 너 내 목소리 들려? 나 보이지? 이 미친새끼..!!
저기요!! 간호사!! 여기 환자 눈 떴어요!!"
자신의 손에 얹어진 손의 주인은 바로 지민이였다. 지민은 태형을 보며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욕을 다 해댔고 태형은 그런 지민이 왠지 모르게 반갑게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욕을 하던 지민은 피식 웃는 태형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잇지 못했고 태형의 멱살을 잡았다.
"이 미친새끼야..! 친구 버리고 여자 좋다고 가더니, 영영 떠날려고 했냐!!"
"ㅋ...켁 야... 박지민... 나 환자야... 이것 좀 놓고 말해"
"진짜 개새끼... 존나 나쁜 새끼..."
"...너가 나 살렸냐"
"그래 이새끼야! 너 전화받고 바로 집까지 택시타고 갔더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고!
혹시나 해서 화장실 문 열었더니 네가 그꼴로 있는데!!!"
".... 왜 살렸어"
"...하 존나 어이없는 새끼 너 좀만 늦었으면 과다출혈이랑 저체온으로 죽었어"
"아깝네"
"미친소리 작작하고 제발 살아, 살아서 네가 원하는 그 사랑 제대로 해봐."
"...."
태형은 지민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민은 몰랐다. 자신이 했던 마지막 말이 태형을 바꿔놨을 줄은.
.
.
.
.
.
.
.
.
태형이 병원에 입원한 지도 벌써 두달이 흘렀다. 집에 돈이 많기 때문인지 태형은 호텔방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1인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태형은 매일 같이 병문안을 오는 지민에게 다희가 전학을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민은 혹시나 태형이 다시 허튼 짓을 할까봐 내심 걱정했지만 오히려 태형은 담담해보였다. 태형이 병원에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성격이었다. 본래 남을 밀어내고 자신에게 다가오던 것을 꺼려하던 태형은 이젠 오히려 남에게 다가가는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민은 이 것을 달가워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간호사누나, 오늘 예쁘네요?"
"ㅋ,큼! 혈압체크 하겠습니다."
"와 누나 간호사복 완전 섹시해, 내 이상형."
"ㅇ,이러지 마세요!"
"나랑 사귈래요?"
바로 이렇게 태형이 여자들에게 치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태형도 모든 여자에게 치대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거나 관심이 있어 보이는 여자에게만 들이댔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거의 모든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그랬다. 태형이 머무르고 있는 병실은 왠만한 재벌이 아니면 예약하기도 힘든 곳이었고 태형의 외모는 밖에서 봐도 돌아볼 정도로 꽤 잘생긴 편에 속했기 때문에 모든 간호사나 병원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엔 이러한 태형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여자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떼어내는 건 지민의 몫이었다.
"태형아 넌 이상형이 뭐야?"
"나? 누나같이 섹시한 간호사"
"그럼 누나랑 만날래?"
"나야 좋지"
오늘도 여김없이 태형은 다른 여자와 함께 진득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간호사는 점점 태형의 환자복을 벗겨내기 시작했고 태형도 간호사의 허리 위로 손이 올라갔다. 점점 농도가 짙어지고 있을 때 갑자기 병실의 문이 열렸다.
"김태형!!!"
"...하, 어? 박지민? 빨리 왔네"
"ㅋ,큼!! 전 검사가 끝났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누나 잘가~ "
태형은 아쉽다는 듯이 옷을 여미며 뛰쳐나가는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지민은 그런 태형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태형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왜그러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 아쉽다. 너 늦게 왔으면 누나랑 같이 사랑할 수 있었는데~"
"너 내가 아무 여자나 만나지 말랬지"
"아무 여자라니! 우리 이쁜이들한테!"
"미친새끼... 요즘에는 불안증세 없냐?"
"응 괜찮아. 요즘에는 누나들이 나한테 사랑을 많이 주거든"
"....하"
지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태형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태형이 자살기도를 한 후 자주 불안증세가 나타났었다. 대표적으로 손톱을 광적으로 물어 뜯는다거나 머리를 움켜쥐고 뽑는다던가 밤에 악몽으로 소리를 지른다던가, 그럴 때마다 지민이 옆에 있어줬지만 호전되지는 않았다. 의사는 이런 태형의 증상을 보고 애정결핍증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민은 어느날부터 능글스럽게 여자와 노는 태형을 말리지 못했고, 여자를 많이 만나면 만날 수록 불안증세는 조금씩 호전되었다. 그래도 불안증세가 완벽하게 나아지진 않았다.
"....하아..."
"....태형아"
"누나 나 사랑해?"
"응, 당연하지"
태형은 그렇게 잘못된 사랑을 계속했다. 태형에게 남아있던 소녀의 흔적은 거의 사라졌다. 태형도 점점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일하게 태형에게 남아있던 그녀의 흔적은 딱 두가지였다.
손목에 있는 상처와
귀에서 반짝이는 은색 피어싱.
.
.
.
.
.
.
.
태형은 퇴원을 하고 다시 학교에 돌아갔다. 태형은 학교에서도 여자들을 끼고 놀기 시작했고 하루아침에 바뀐 성격에 학교에서는 태형의 소문이 자자하게 퍼졌다. 태형은 더 많은 여자에게 많은 사랑을 갈구했다. 하지만 밑빠진 장독처럼 사랑이 모두 채워지진 않았다. 이제 고등학교를 선택해야하는 시기가 왔을 때, 지민은 당연히 남고를 가기를 희망했고 태형은 남고를 가는 것이 달갑진 않았지만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지민을 따라 남고로 진학하게 되었다. 남고에 간 태형은 그럭저럭 지민과 학교에 적응을 잘 했고 이전처럼 자신을 피하거나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저기요,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 혹시 번호좀 주실래요?"
하얀 피부에 눈이 크고 꽤 순수하게 생긴 외모, 바로 지은과의 첫 만남이었다. 순수한 외모와 달리 모든 면에서 능숙한 지은을 보며 태형은 자신과 많이 닮은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래서인지 지은을 사귀는 동안에는 다른 여자를 만나진 않았다. 지은이 태형에게 발칙한 행동을 들키기 전까지는.
"오빠! ㅈ,잠깐만! 방정리좀 하고!"
"새삼스레 무슨 방정리. 맨날 볼 거 안 볼 거 다 봤는데"
여느 때처럼 태형은 지은의 집으로 갔고 그날따라 지은의 행동이 수상쩍었다. 갑자기 치우지도 않던 방을 치운다던가, 쓰레기통을 비운다던가. 태형은 어느정도 의심이 갔다. 태형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 것은 지은의 방에 들어간 후였다. 익숙하게 침대에 누운 태형은 희미하게 풍기는 낯선 향수냄새를 맡았다. 누가 맡아도 남자향수냄새였다. 하지만 태형은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태형은 지은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주는 사랑을 원했으므로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조금 발칙할 뿐이었다.
.
.
.
.
.
.
.
태형이 지은과 사귄지 한달이 좀 지났을 때, 태형의 반에 한 남자애가 전학이 왔다. 남자치곤 하얗고 왜소한 체구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계속 눈이 갔다. 얼굴이 순둥하게 생겨서 허둥대는 모습이 웃겨서 계속 쳐다보았다. 마침 내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그 남자애는 내 짝이 되었고 내가 빤히 쳐다보자 당황했는지 눈치보는 게 귀여웠다. 그 모습에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표정을 풀고 그 남자애에게 다가갔다. 아마도 여자가 아닌 남자애에게 이렇게 다가간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안녕!! 너 이름이 박탄소야? 우와 얼굴이랑 되게 다르게 이쁘네! 친하게 지내자!!!"
태형이 생각하기에 사실 예쁘장한 얼굴과 어울리게 남자같지 않은 예쁜 이름이었다. 그렇게 그애와 태형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지민이와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얼굴이랑은 다르게 속이 당차고 멋있는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태형의 마음에 들었다.
태형이 잠깐 지은이를 만나러 지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지은이네 집 건물에서 나오는 탄소를 보았다. 태형은 갑자기 예전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많이 덤덤해진 태형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탄소의 얼굴이 다희와 겹쳐보였다. 그래서 태형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모질게 탄소를 대했다. 계속 결백을 주장하는 탄소를 보며 태형은 당연히 탄소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탄소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탄소의 붉은 입술에서 피가 고였다. 탄소에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보며 갑자기 정신을 차리게 된 태형은 갑자기 탄소의 주먹을 그대로 받았고, 또 다시 자신도 모르게 모질게 말을 했다.
태형은 학교 기숙사를 들어가지 않고 텅텅 비어있는 자신의 집으로 갔다. 태형은 자신의 머리를 뜯으며 자책했다. 분명히 이지은이 탄소를 데리고 집에 데려갔을 것이다. 태형은 그것을 다 알고 탄소가 지은에게 넘어갈 애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탄소에게 다시 갈 수 없었다. 이상하게 탄소를 보면 다희의 얼굴과 겹쳐보였다. 태형은 반짝이는 은색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다가 손톱을 물어뜯었다. 손끝에서 피가 흐를 때까지 광적으로 손톱을 물어 뜯고 피어싱을 만지기를 반복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다희가 그리운 밤이었다. 태형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다희의 흔적 중 하나인 은색 피어싱을 만지작 거리며 이불도 덮지 않은 채 거실 바닥에서 잠들었다.
아침이 밝고 태형은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에 잠에서 깼다. 오랜만에 지민이가 없는 방에서 홀로 아침을 맞으니 마음 한켠이 쓸쓸해졌다. 울리는 전화를 받자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냐는 물음에 태형은 누군지 물어봤고 상대방은 자신이 민윤기라고 했다. 민윤기... 태형이 다니는 남고에서 소문이 자자한 선배였다. 태형은 의아해하며 윤기가 만나자는 장소로 나갔다.
"네가 김태형이냐?"
"네 제가 김태형 맞는ㄷ..."
"그럼 좀 맞자"
다짜고짜 윤기는 태형을 무자비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아프지만 억울하진 않았다. 윤기와 탄소가 아는 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탄소를 때린 벌이라고 태형은 생각했다. 복부를 계속 발로 차던 윤기는 태형의 팔을 무언가로 세게 내려쳤고 갑자기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태형의 신음소리가 나왔다.
"으....."
"뼈 부러진 건 아니니깐 걱정마, 2주 정도만 깁스하면 될거야"
"ㅇ,왜..."
"네가 상처냈잖아. 박탄소 얼굴에"
"...."
"네가 뭔데 걔를 건드려, 아 시발 상상만 해도 존나 빡치네"
"선배랑 걔랑 무슨 사인데요...."
"....됐고 걔 눈에서 눈물나오게 한 거 생각하면 진짜 뼈 부러트리고 싶은데"
"...."
"네가 탄소한테 꽤 소중한 애인 거 같아서 참는다."
마지막 말을 들은 태형은 잠시동안 멍해있었다. 왠지 그 말을 들으니 마음 속에 무언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윤기와 탄소의 관계가 궁금한 태형이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탄소에게 사과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병원에 들려서 간단한 깁스를 한 후 먼저 탄소에게 연락을 하려고 핸드폰을 켰을 때, 이지은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오빠, 나 지금 탄소오빠랑 방탄까페에 있는데 데리러 와줘]
마침 탄소를 찾고 있었으므로 태형은 한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탄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은과의 관계도 끝내기로 결심했다. 까페에 도착을 하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탄소가 지은의 뺨을 내리치고 있었다. 태형은 당연히 지은이 탄소에게 잘못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선 지은이 맞아서 쓰러져있었기 때문에 지은을 먼저 챙겼다. 억울한 표정을 짓는 탄소의 얼굴을 보니 태형은 또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없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탄소... 진짜 네가 그랬냐? 너 정말 생각보다 쓰레기같은 새끼구나?"
태형은 자신도 모르게 뱉는 말에 스스로 놀랐고, 탄소는 옆에서 맞장구를 치는 지은이 어이가 없었는지 지은을 계속 때리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또 모진 말이 나왔을 때, 전정국이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정리했고 난 차라리 이렇게 상황이 정리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탄소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반드시 사과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이상하게 탄소의 얼굴만 보면 다희의 얼굴과 겹쳐져서 나도 모르게 말이 꼬여서 나갔다.
.
.
.
.
.
.
시간이 좀 흐르고 태형은 탄소와 자연스럽게 화해하게 되었다. 모든게 일상적으로 흘러갔다. 태형에게 달라진 건 없었다. 또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고 다시 잘못된 사랑을 갈구했다.
하지만 이런 일상에 누군가 끼어들어 태형을 흔들어 놓았다.
태형은 오랜만에 룸메이트들과 시내에 나가게 되었다. 탄소와 같이 가고 싶었지만 탄소가 보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네명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남준과 남준의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태형은 그 여자가 궁금했지만 언뜻 보기에 굉장히 미인같이 느껴졌다. 뭔가 분위기가 탄소와 비슷해 보였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그녀를 지나치려고 했을 때, 정국이 그녀와 아는 사이인듯 했다. 알고보니 탄소의 동생이라고 했다. 태형은 궁금한 마음에 그녀의 얼굴을 보러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를 보는 순간 난 그자리에 얼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
분명히 탄소와 똑같이 생긴 얼굴인데 느낌이 달랐다. 태형이 다희를 처음 만났을 때와 느낌이 살짝 비슷했다. 심장이 미약하게 쿵쿵거리는 느낌. 하지만 그녀가 다희와 닮은 것은 아니었다. 다희가 아담하고 얼굴이 화려하게 생겼다면 그녀는 키가 살짝 크고 얼굴이 정말 순하게 생겼다. 비슷한 거라곤 하얀 피부밖에 없었다. 왠지 그녀를 놓치면 안될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라면 나에게 내가 원하는 사랑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만의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이 내가 갈구하던 것들을 채워 줄 것만 같았다.
태형이 괜히 그녀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들이대자 지민이 정색하며 태형을 말렸다. 태형은 지민이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여자에게 상처를 줬는지 잘 알았기 때문도 있고 무엇보다 탄소의 동생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끌림은 어쩔 수 없었고 태형은 지민에게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그녀에 대한 것을 털어놓았다. 과장해서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하긴 했지만 지민의 반응은 예상대로 냉담했다. 한편으론 태형이 탄소의 동생인 그녀에게 상처를 줄 것을 걱정하는 것도 있고 한편으론 태형이 다시 다희에게 받았던 상처를 또 받게 될 까봐 걱정하는 마음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
.
.
.
.
태형이 어느정도 그녀와 친해졌을 때, 갑자기 지은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태형은 그녀가 지은때문에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했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탄소와 성격이 거의 똑같이 당차던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지은에게 반응했다. 태형은 그런 모습이 왠지 흥미로워 계속 지켜봤다. 하지만 지은이 태형에 대한 것들을 폭로하려고 했을 때 왠지 그녀가 알게 하기 싫어서 지은을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분명히 그녀는 이제 날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태형은 체념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아 그리고 김태형, 너 제발 저런 여자좀 만나고 다니지마 얼굴 멀쩡하고 맘씨 여린 새끼가 왜 저런애 만나서 상처받고 다니냐
상처 주는 척하면서 강한 척 하지마 상처 안받은 척 하지말라고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해"
모두가 태형을 욕했었다. 여자들이 태형을 찰 때마다 쓰레기라고 손가락질 하면서 태형을 버렸다. 분명히 태형을 먼저 갈구하던 그들이었지만 태형에 대해 알면 알 수록 태형을 피했다. 그럴 때마다 상처받지 않은 척 하며 다른 여자들을 찾아다녔지만 똑같이 버려졌다. 태형은 상처받고 버려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었다.
그녀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진
"넌 이렇게 사랑구걸 안해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깐 애타게 기다리면서 사랑도 아닌거에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널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
그 말을 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나가고 중간에 지은과의 마찰이 조금 있긴 했지만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태형은 알 수 없는 떨림과 두근거림에 사로잡혔다. 그녀에게 사랑받으면 어떤 느낌일 까. 태형은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를 거라는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태형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날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줄 사람... 찾은 것 같아"
fin
ㅡㅡㅡㅡㅡㅡㅡ
여러분 안녕하세요!! 태형이 번외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오늘은 좀 평소보다 분량이 길죠? 원래 중편과 하편으로 나누려고 했는데 그냥 합쳐버렸어요..! (폭풍연재를 위해)
어제 만우절 번외편은 잘 보셨나요?
진짜 여러분들이 너무너무 보고싶었어요ㅠㅠㅠ 댓글 보는데 진짜 반가워서 소리지를 뻔...!
요즘 날씨 따뜻해지는데 나들이는 가셨나요?
전 못갔지만...ㅎ
태형이 번외는 좀 무겁게 썼어요. 아무래도 가볍게 다룰 소재는 아니여서...
제가 남장하고 남고간 썰을 처음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방학 때는 1일 1연재 열심히 하다가 개강하고 나서 조금씩 늦어지네요ㅠㅠ
그래도 우리 이삐들 생각에 미리미리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ㅠㅜ
제가 이번 남고간 썰이 아마 장기전이 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는데
사정에 따라 조금 일찍 끝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멀었.... 중기전..?)
아무튼 아직 멀었으니 오래오래 봅시다!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글들이 있어요! 미리 써논 것들도 있고
남고간 썰이 끝나거나 끝나갈 때쯤 본격적으로 센티넬버스 세계관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태양의 후예를 하기 전부터 계획했던 건데ㅠㅠㅠ 어쩌다 보니 군인이라는 점이 겹치네요.
다음 작품도 처음부터 남주를 정하고 시작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나오는 것을 원합니다...! 선택이란 넘나 힘듭미다...)
아무튼 제 주저리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정말정말
애정합니다...♥
암호닉 (사랑하는 이삐들♥)
오래전부터 사랑해왔던 이삐들 ♥
병아리 , 정전국, 0103, 연꽃, 태태한 침침이, 이센, 호비, 잼잼, 리프, 윤기야밥먹자, 콩, 곰돌이, 파란, 메로나, 아이닌, 뀰,줍줍, 숩숩이, 뿡뿡99, 바움쿠헨,
1012, 봉봉아달려라, 또또, 핑몬핑몬핑몬업, 솔트말고슈가, 흥탄♥, 뱁새☆,미니미니, 눈부신, 서랍장, 크슷, 밍, 뽀로로이다, 봉봉, 달빵독쨔, 천랑, 민슈가,
참기름,와장창, 햄찌, 모히또, 꾸꾸까까, 자기, 파랑토끼, 쀼, 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 데미소다, 깨구락지, 오전정국, 밤식빵, 뿌꾸, 빠숑, 들랑,지로, 빡찌,
둥둥이, 찌몬, 체리, 골드빈, 공배기, 짐니, 징징이, 삐요, 국쓰, 밍꾸이,0218, 오란씨, 0625, 만듀만듀, 자몽, 윤기야, 나의 그대, 슙블리, 시걸, 수박마루, 슙큥,
정국이젤리밥, ㄴㅎㅇㄱ융기, 꾸기파팡♥, 박력꾹, 진진♥, 오빠미낭낭, 윤기는슙슙, 나나, 꾹사이다, 칠꽃, 또비또비, 요괴, 액희, 비븨뷔, 호시기호식이해, 후니,
융기는민슈가, 숭아숭아, 0328, ♥마츄♥, 히동, 앙기모티, 누가보면, 미역, 우울, 베이비, 1004, 밍뿌, 꾸꾸꾹, 꿀돼★, 청보리청, 빼꼬미, 지미니,야호. 빙구,
ㅅr랑둥이, 콩콩꾸, 빙구, 또르르, 열원소, 밍도, 풀림, 봥탄소년단, 태태마망, 다곰, 망개한지민, 그늘, 빅베이비, 이구역의 이쁜이
내가 사랑에 빠진 이삐들 ♥
쁑야쁑야, 뀼, 나비, 규수, 8ㅅ8, 암호닉세명일때부터봤는데미리신청할걸, 밍꾸이, 민슈프림, 싸라해, 두부두부, 미니꾸기, ㅇㅅㅇ>ㅁ〈, 작가님사랑해요,
#오하요곰방와#, 원형, 태쁘❤, 음표★, 숲, 오리불고기, 윤기야, 코코몽, 호비의 물구나무, 배고파요, 니나노, 란덕손♥, 고미, 에뤽, 미스터, 심슨,
짐니학교가야지, 쿠야쿠야♥, 뚜뚜, 호어니, 비눗방울, 츄어블비타민, 의대생, 설날, 사랑현, 슙모찌, 귤귤, 색시, 머리에윤기가살아, 밤이죠아, 030915,
너만볼래, 보라돌이뚜비나나뽀, 아카쨩, 브라운, 복동, 뷔밀병기, 밍밍슈가, 두근두근, 뽀야뽀야, 코카콜라, 동물농장, 뿌꾸뿌꾸, 목소리, 74, 심쿵요정,
밀짚모자, 고무고무열매, 퀚, 내사랑꾸기❤, 워더, 탱탱, 빠네빠네, 상큼쓰, 녹차더쿠, 설탕, 불소년, 팔포, 와조스키, 현질할꺼에요, 팝콘, 모니호비,
빵빠레, 굥기굥디, 침침수족관, 마름달, 일요일, 누네띠네, BBD, 수크흐, 1600, 됴아, 만두짱, 데미소다, EN, 라스트, 1024, 너를위해, 매직레인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김세정 인스타 봄..? 충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