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나이 스물 다섯입니다."
"네. 마지막."
"이름 전정국. 나이 스물 다섯입니다. 경호팀 실장직 맡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한단 소리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오는 남자에게 손을 맞잡았다. 그에 가볍게 목례를 해오는 남자와 함께 맞인사를 하고 바로 그 자릴 빠져나왔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이 피곤함이 가시질 않아 잔뜩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내 방으로 향했다.
터덜터덜 걷는 걸음엔 힘이라곤 없었고 새 구두덕에 시원하게 까인 뒷꿈치를 겨우 이끌고 돌아가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내 방에 문고리를 잡아 돌렸을 때 세차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고개를 돌렸을 땐 불과 몇 분전에 헤어진 경호팀이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맹렬하게.
"무슨 일이에요."
"아직 CCTV실에 연락이 닿지 않아서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곧 연락이 닿으면..."
"그럼 연락 올 때까지 난 내 방에 들어가서 좀 쉬어도 됩니까?"
"...안됩니다, 아가씨. 칩입자 발생시엔,"
"제일 빠른 통신망을 부르면 되죠. 그리고 요즘 이런 애들 장난치고 튀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라서요."
"장난이라도 경호팀은 아가씨를 지키는게 가장 최선의 업무입니다."
"그렇죠. 경호팀인데 날 지키긴 지켜야죠."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한명 빼고 다들 흩어집니다. 지금 당장."
"예?"
"경호팀 중에 한 명만 남고 다들 흩어져서 장난인지 뭔지 모를 사이렌 소리 찾아줘요. 그리고 한 사람은 날 지키고. 명목상 날 지키긴 지켜야 되잖아요."
"하지만,"
"나 성격 급해서 두 번 얘기 못해줘요. 물론 고집도 세고."
"...알겠습니다. 경호팀 차례대로 CCTV연락 취하고, 아가씨 방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 김태형하고 박지민은 흩어져서 방 살펴보고."
거의 반억지 수준으로 말했는데도 금방 지시를 내리는 폼이 내 고집을 못 꺾을 걸 알아서 그런 건지, 원래 성격이 포기가 빠른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남자가 업무를 다 내리자마자 나는 내 방의 문을 열었고, 망설임없이 방으로 들어가는 날 따라 들어오려던 남자는 약간 머뭇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해왔다.
"아가씨. 밖에서 엄호하겠습니다."
"방으로 들어오란 소리도 안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농담이에요. 그냥 들어와요."
"아가씨, 불편하시지 않습니까."
"불편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랑 단둘이 방에 있어야 해서."
"그러니까 전 밖에서,"
"그쪽들 업무에는 아가씨 방에서 엄호하는 건 없나봐요. 내외하는 건가?"
"아닙니다. 혹시 아가씨께서 쉬는데 방해 될 것 같아서요."
"방해는 있어봐야 알 거고, 지금 방에 들어온지 오 분 됐는데 방해 안됐으니까 여기 앉아서 대기를 타던 해요."
"...부탁이자 명령하나만 해도돼요?"
"네."
"여기 의자에 좀 앉아봐요. 장정이 혼자 우뚝 서 있으니까 안 부담스러울 수가 없는데."
"...네"
의자가 유리라도 된 것 마냥 조심스럽게 앉는 모양새에 결국 웃음이 터졌다. 작게 웃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웃음이 크게 터져버려 날 힐끗 돌아보는 시선이 진하게 따라붙었다.
같이 따라 웃을 거란 생각과 달리 그렇게 묵묵하게 앉고는 웃는 나를 빤히 쳐다보길래 얼른 웃음을 거뒀다.
일단은 지친 몸 때문에 억지를 부리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적막한 공간에 풀리려던 몸이 다시 어는 기분이었다. 결국 한참을 가만히 서로 앉아있기만을 하다가 내가 크게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깊게 기대버렸다.
눈을 감고 기대느라 사실 어떻게 자세를 취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단지 기대자 마자 발에 느껴지는 통증에 금방 눈을 다시 뜰 수 밖에 없었다.
작게 인상을 쓰고 허리를 숙여 욱신거리는 발의 구두를 조심스럽게 벗겨내니 생각보다 부어오른 뒤꿈치가 보여 무릎에 손을 짚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 따거..."
"다치셨습니까?"
"아뇨, 다쳤다기도 뭐한거예요."
말을 끝마치자마자 몸을 일으켜 구급상자를 가지러 가려고 했다. 아니, 했었다. 벗지않은 한쪽 구두 덕에 꽤나 차이나던 높이에서 휘청거리던 걸 급하게 뻗어오는 팔에게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묘하게 익숙한 상황인데 이거. 좀 다른게 있다면 그 익숙하던 전 상황보다 자세가 더 낯부끄럽다는건데.
그 때와 똑같이 내 몸에서 손을 떼는 건 조심스러웠다. 남자가 손을 떼는 순간에 눈을 마주치자 서로 눈을 피했지만 멋쩍게 남은 공기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고마워요."
"네."
"저기, 나 구급상자 꺼내러 가야하는데."
"앉아계세요. 꺼내드릴게요."
"어딨는지 안 가르쳐 줄 건데요?"
"그럼 저도 안 비켜드립니다."
"오, 이제 농담 받아치네요?"
"방금 건 진심이었습니다."
"알겠어요. 알겠어. 거기 흰색 서랍 마지막 칸에 있었어요. 빨간 상자."
결국 손만 내밀고 구급상자를 기다리다, 빨간 상자를 들고 되돌아오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상자를 올려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당연히 상자가 올려질 줄 알았던 손이 민망하게도 상자는 땅에 올려졌고,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제 정장재킷을 벗었다.
"아니 왜 옷을 벗고 그래요, 무섭게."
"아가씨가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안합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을 줄...아."
"덮고계세요. 치료해 드릴게요."
"치료라고 할 것도 없는데."
"치료라고 할만큼 많이 부었습니다. 까져서 피도 좀 납니다."
"피도 나요? 아, 내일 또 구두 신어야 되는데..."
"내일은 편한 단화 신으세요. 발 망가집니다."
"그럼 나 엄청 놀림감 돼요. 회장 손녀가 구두가 저게 뭐냐고요. 자리에 안 어울린데나. 비싼 거 신으면 된장녀라면서."
내 말에 남자의 얼굴에 옅게 웃음이 번져나갔다. 치료해준 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능숙하게 큼지막한 밴드를 뒤꿈치에 붙이더니 언제 또 슬러퍼를 보았는지 침대 옆에 놓여있던 슬리퍼를 들고와 나머지 발까지 구두를 벗겨 슬리퍼를 신겨주었다.
요리조리 발목을 돌리며 괜히 심각하게 발목을 보는 척 했더니 머리 위에서 바람 빠진 웃음 소리가 맴돌았다.
그에 부러 심각한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니 금세 웃음을 거둔 남자가 아직 옅게 남아있는 웃음이 담긴 얼굴로 날 쳐다봤다.
"솜씨가 좋네요. 구십점 짜리야."
"나머지 십점은 어떤 겁니까."
"사심 담긴 배려요."
"배려요?"
"너무 완벽하면 재미없잖아요. 뭐든 좀 부족해야 할 맛도 나고 놀릴 맛도 나는거죠."
"아가씨는 제가 놀릴 맛이 나시나 봅니다."
"네. 경호팀 잘 뽑았다 싶네요. 역시 내 안목."
"아가씨 안목 탁월하시네요."
"은근히 자기 자랑 인 거 알아요, 그 말?"
"자기 자랑 맞습니다. 사심 담긴 자기 자랑."
"어, 내 말도 따라하네."
"뭐든 빨리 배워서 그렇습니다."
"벌써 나랑 농담도 받아치네요?"
"아가씨 화법도 빨리 배워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입을 떼려던 차에 남자의 무전기에서 무전이 울렸다.
-태형입니다. 실장님, 팀장님이 찾으십니다. 속히 팀장실로 오시랍니다.
태형이란 사람에게 무전이 울리자 낮게 대답을 보낸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시 짧게 목례를 건넸다.
"팀장한테 가서 얘기해요. 아가씨가 다쳐서 치료해드리고 왔다고."
"팀장님한테는 안 알려도 됩니다."
"아뇨 얘기하고, 아가씨 빽 좀 쓰라고요. 정당하게."
"아가씨를 지키는 건 경호팀의 최선의 업무입니다. 치료해 드린 건 당연한겁니다."
"원래 당연한 걸 해내는 게 더 어려워요. 아무튼 내일 봅시다. 경호실장님."
"네, 아가씨. 내일 뵈겠습니다. 아, 그리고."
"응?"
"밴드, 꼭 붙이고 다니세요. 흉집니다."
#@#
아...마지막 대사 쥐어 ㅏ내느ㅏ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진짜 작정하고 오글거리게 가자고 했는데 더 이러다간 전정국 능글킹 되겠어요ㅠㅠㅠㅠ
아 그리고 앞서 암호닉 달어주신 분들, 그리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일단 암호닉은 제가 될 때까지 연재를 한 번 해보고(?) 이 때다 싶을 때! 신청해주신 암호닉 들을 정리해 놀려보도록 해보겠습니다!
혹시 신청하실 분들...계속 신청해 주셔도 돼요 홍홍^ㅁ^
아 그리고 정국이 움짤 아무거나 가지고 계신 분들 제발 댓글로 뿌려주세요 움짤 예쁜 거 찾고 싶은데 생각보다 너무 없네요ㅠㅠ
그리고 또! 맞춤법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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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사건 중립해야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