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둘째날!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백현이가 나를 보고 다가왔어
-잘잤어?
-응. 너는?
-나도.
백현이는 나의 발목을 내려다보았어
-발목은 어때?
-아, 별거 아니야.
-도착하면 병원가봐.
-병원 안가도….
쓰읍. 백현이가 고개를 저었어
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백현이가 웃었어
-아, 오늘 일정은 또 뭐냐.
버스에 타자 찬열이가 미리 나눠줬던 일정표를 확인해보다가 말해
-오늘 동굴가는 건 OO이는 못가겠고, 아 OO아 그대신 돌고래쇼는 볼 수 있겠다.
-돌고래쇼?
-응.
-우와.
나는 평소에 돌고래를 정말 좋아했거든
그래서 돌고래쇼를 본다는 생각에 신나서 막 웃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백현이와 눈이 마주쳐
백현이가 웃음을 터뜨렸어
-돌고래가 그렇게 좋아?
-….
-아아, 순둥이 귀여워, 진짜.
백현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내 머리를
장난스럽게 쓸었어
순간 심장이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
-순둥덕후의 탄생인가.
종대가 중얼거리는데, 나는 문득 종인이가 멀미한다는게 생각이 나서
종인이를 바라봤어 종인이는 어쩐일인지 창문 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어
-종인아.
-….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인지 내 말이 안들리는 것 같아서
내가 종인이 무릎을 두드렸어 그러자 종인이가 나를 보더니
이어폰을 뽑았어
-왜?
-여기 멀미약.
내가 어젯밤 의무실 갔을 때 받아온 멀미약을 내밀었어
종인이는 그걸 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고맙다, 하고 받아 들었어
-역시 김멀미 멀미 인정이다.
-순둥이의 훈훈한 도움.
종대와 찬열이가 종알거리자 종인이가
낮게 죽는다, 하고 중얼거렸어
아이들이 하나 둘 버스에서 내리는데
나는 선생님이 남아있어도 된다고 허락해서
그냥 버스에 남기로 했어
-우리가 안있어도 돼?
종대가 걱정하듯이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어
고작 나 하나 때문에 모두 수학여행을 망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때 반장이 버스에 올랐어
-백현아! 인원 체크하게 얼른 나와.
-…응.
백현이가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빠져나가
애들한테 인사를 해주는데 무언가가 툭, 하고 내 무릎위에 얹어져
-약에 대한 답례. 간다.
종인이가 빠져나가고 나는 무릎에 얹어진
종인이가 듣던 엠피쓰리를 들었어
엠피쓰리를 켜서 음악 목록을 죽 보다가
마침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어서 듣기 시작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버스안으로 누군가 뛰어들어와
-…백현아?
백현이가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내 곁으로 다가와
그리고 내 옆에 털썩, 하고 앉아
-어떻게 온거야?
-그냥 몰래 빠졌어.
-혼나면 어쩌려고?
-그럼 그냥 혼나야지.
헤, 하고 웃던 백현이가 내 손에 들린 엠피쓰리를 봐.
-그거, 김종인꺼 아냐?
-아, 맞아. 종인이가 주고 갔어.
-…그렇구나.
어쩐지 조금 굳은 것 같은 백현이 때문에 나는
이어폰을 빼고 엠피쓰리를 껐어
-근데 왜 왔어?
-그냥, 너 심심할까봐.
-나 때문에?
-너 덕분에.
나도 사실 그런데 다니는 거 귀찮기도 하고.
백현이가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나를 봤어
-그러고보니까 네가 뭘 좋아하는지 나도 모르네.
-….
-나도 너한테 궁금한거 진짜 많은데.
-그..그럼 물어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현이는 이것저것을 물었어
꽤 사소한 것부터 그냥 일상적인 것까지.
평소에 내가 백현이한테 궁금해하던 것들이라서
나도 얼결에 백현이에게 묻고 답했고
-와, 생각해보니까 우리 비슷한게 많다!
백현이가 신난듯이 말해서 나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어
사실 나도 백현이와 비슷한게 많아서 좀 신났어.
곧 아이들이 동굴에서 돌아오고 찬열이와 종대가
혼자만 쏙 빠지다니 치사하다고 백현이를 욕했지만
백현이는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어
우린 마치 나쁜 짓을 같이 저지른 공범처럼
마주보고 씨익 웃었어
그리고 돌고래쇼를 보러 갔을 땐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줄곧 백현이가 부축해줬어
돌고래쇼장 안으로 들어서서
쇼를 관람하기 시작하는데
여기저기서 튀어오르는 돌고래들이 너무 예뻐서
좀더 자세히 보고 싶은데
앞에 앉은 얘가 키가 너무 커서인지
잘 보이지가 않는거야
답답한 마음에 막 고개만 이리저리 움직여보는데
-OO아.
나랑 자리 바꾸자.
백현이가 그렇게 말하더니 내가 뭐라할 새도 없이
나와 자리를 바꿨어
백현이 자리에서는 돌고래가 제법 잘 보였어
백현이한테 고맙다고 하자 백현이는 또 웃었어
-아, 잘 안되네.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돌고래를 찍으려고 했는데
자꾸 사진이 흔들렸어
아, 그만 할까. 생각하는데 내 손을 잡는 손이 있었어
-이러면 안 흔들리지?
내가 멍하니 백현이를 보니까 백현이가 웃으면서
나 대신 촬영버튼을 눌러.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선명하게 찍힌 돌고래가 보여.
돌고래쇼가 끝나고 돌고래 쇼장을 빠져나오는데
백현이가 반장의 부름에 어딘가로 향하고
나는 멍하니 서서 기념품점을 바라보고 있었어
-뭐하냐?
종인이가 다가와서 묻길래 그냥 구경, 하고 말았어
돌고래 인형이 너무 예뻤지만 어쩐지 좀 비쌀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애같아 보일까봐 차마 살 수가 없었어
-가자.
종인이의 말에 나는 걸음을 옮겼어
종인이가 부축을 해주고 있으니까 찬열이와 종대가 다가왔어
-OO아.
-응?
-나 오늘 장기자랑에서 춤출건데….
-춤?
-응. 아, 저번에 박찬열이 입방정 떨어가지고!
종대가 억울하다는 듯 찬열이를 바라보니까 찬열이가 입방정? 하고 정색하며
종대를 바라봤어 종대는 아..아니. 하고 말을 말았고
-기대된다.
내가 말하니까 종대가 울상을 지어보였어
-아, 김종인 제발 도와달라니까.
종대가 종인이한테 매달렸어
종인이는 냉정하게 답했어.
-싫어.
-왜?
-나 그런 무대 서려고 춤추는 거 아니거든.
-아~ 그래도!
근데 생각해보니까 종인이가 춤추는 모습이 나도 궁금했거든.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어.
-종인이 춤추는 거 보고 싶다.
근데 그걸 귀신같이 들은 종대가 종인이한테 막 그랬어
-들었지? OO이도 듣고 싶대잖아~ 응?
-…생각해보고.
종인이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종대에게 말하고
얼결에 종대를 도와준 꼴이 되어버린 나는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종대에게 좀 어설프게 웃어줬어
-기대된다.
장기자랑이 시작되기 전에 좋은 자리를 미리 찜해놓은
찬열이 덕에 나는 백현이와 함께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
-백현아, 근데….
-응, 왜?
요즘 부쩍 반장과 백현이가 말을 나누는게 자주 보여서
사실은 무슨 얘기를 하냐고 묻고 싶었는데
어쩐지 그럼 지켜야 할 선을 넘는 느낌이라 나는 차마 묻질 못했어
-아니야.
-왜그래?
-아냐. 근데 정말 무대 기대된다, 그치?
괜히 말을 돌리니까 그런 날 좀 이상하다는 듯 보던 백현이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어
무대가 시작되고 웃긴 무대부터 진지한 무대까지
다 지나가는데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를 무렵
사회자가 종대를 무대에 올렸어
그러자 여자애들의 환호성이 들렸어
-댄싱머신이다!!!
백현이 옆에 앉아있던 찬열이도 일어나서 크게 소리쳤어
-김종댄싱머신 화이팅!!!!!
사회자가 종대한테 춤을 잘추냐고 물었고
종대는 꽤 비장한 표정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어
그리고 곧 무대의 불이 꺼졌다가 커지고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종대 춤 잘추는 거 아니었어..?
-아, OO이 넌 몰랐구나. 애들이 좋아하는건 종대 춤이 웃겨서야….
종대가 무슨 동작하나하나를 할 때마다 웃음소리와
환호성이 쏟아졌어
종대는 점점 창피해지는지 얼굴이 빨개지다가 이내
김종인! 하고 소리를 쳤어
종인이는 마지못해 나오는 듯 얼굴을 가리다가
이내 춤을 추기 시작했어
그런데
종인이 춤은 종대와는 비교불가였어
가볍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무대를 오고가고 절도 있이 움직이다가도
물 흐르듯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나는 평소 내가 알던 김종인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어
백현이가 그런 나를 보더니 이내 속삭였어
-종인이 춤 잘추지.
-…어, 진짜.
멋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는데
여자애들이 종대가 춤출때는 다르게 조용해지더니
다들 경건한 분위기가 돼.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찬열이가 마치 그중에서 교주가 된듯이
복음을 설파하러 돌아다니고
애들은 찬열이한테 매달려서
-종인이 사인하나만, 아니 종인이가 땀닦은 휴지 한장만
하고 말하기 시작했어
무대가 끝나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애들이 다 빠져나가고 나서
느즈막히 일어났어
종인이와 종대는 상품을 타고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나오지를 않고
찬열이는 여전히 여자애들에 휩싸여서 숙소로 올라가고 있었어
-먼저 갈까? 날씨 춥다.
-그래.
백현이가 일어나서 나를 부축하고 걷기 시작했어
-OO아.
-응?
-너….
-?
-그 춤…잘추는 남자 좋아해?
-응?
-…사실 나도 춤 좀 춰!
백현이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길래 좀 당황한 나는
뭐라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눈만 깜빡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어
-그..그래?
백현이가 고개를 숙였어
그랬다가 고개를 들고 말했어
-나중에 보여줄게.
나야 백현이가 춤을 추든 노래를 하든
아니 그냥 내 옆에서 숨만 쉬어줘도 그냥 좋은데
고개를 막 끄덕였지
그러니까 백현이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역시 착해, 순둥이.
그리고는 다시 숙소로 올라가기 시작했어
-씻고 잘자.
-응, 너도.
백현이가 남자동으로 가고 나는 여자동으로 향하는데
백현이가 나를 뒤에서 불렀어
-아, OO아!
-응?
이거.
백현이가 뭔가를 던지길래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잡았어.
-역시 피구왕 순둥이!
백현이가 장난스럽게 외치더니 손을 흔들었어
-나 간다!
-응!
백현이가 사라질때까지 바라보다가
손을 내려다 보니까
내 손바닥에 얹어있는건 바로.
돌고래 모양의 휴대폰줄.
그리고 나 그거 지금도 하고 있다?ㅎㅎ
-
맞아요 제가 돌고래 덕후입니다...
일등 못찍어도 괜찮아 됴경스님
왠지 기분 좋아지는 긍정이님
울지말라고 해도 끝까지 울 도리님
본인인지 좀 밝혀주시죠 동네북님
신알신해주신 딤첸님
늘 덧글달아주시는 유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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