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동안 사실 어제 글 올리려고 했는데
오빠가 글을 올린다고 컴퓨터를 계속 붙잡고 있는 바람에
오늘 쓰네 미안해ㅠ
(오빠 뭐한걸까..? 왜 오빠 혼자 아 씨, 망했어! 이러고 그랬던거지..)
아무튼 오늘은 도경수가 ...남다르게 보였던 날을 얘기하려고 해.
알지?
여름방학내내 경수는 전시회준비에 몰두하고 있었어
그리고 드디어 전시회가 코앞으로 다가온거야
-…너 내일 뭐해?
경수가 우리집에와서 저녁을 (알지..? 그 사건..) 하다가 문득 물었어
나는 식탁에 엎드려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생각을하고는 답했지
-몰라?
-그럼….
경수가 다 된 찌개를 앞에 내려놓고 엎드려 있는 내 자세를 반듯이 고정시켜주더니
무언가를 내밀었어
'현대작가와 OO대학 학생들의 콜라보레이션'
이라고 적혀있는 vip티켓이었어
-이게 뭐야?
-원래 전시 첫날은 파티 비슷한 분위기야.
-…나 오라고?
-너 좋아하는 작가님 오신대.
-누구…진짜?
내가 놀라서 물으니까 경수가 어쩐지 좀 지친 얼굴로 (왜지?) 고개를 끄덕였어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경수의 목을 끌어안았지
-고맙다, 도경수!!!!
경수는 어어, 하더니 이내 나를 떼어냈어
-암튼 내일 올거지?
당연하지. 내가 밥을 먹기 시작하며 말하자 그제야 경수도 밥을 따라 먹기 시작했어
그리고 다음날
나는 꽤 젊고 잘생긴 그 화가님을 만날 생각에 설레서,
(그리고 어쩐지 드라마에서 보면 그런데에선 다 쫙빼입었더라)
옷을 막 고르고 있는데 경수에게서 전화가 왔어
-아, 너 오기전에 당부하는 건데….
-응.
-너 내가 안본다고 술에 손만 가져가봐.
-아, 내가 얘야?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옷을 골랐어
며칠전에 큰맘먹고 산 꽤 비싼 블랙원피스가 눈에 들어왔어
이건 도경수랑 같이 가서 고른거니까 창피해하진 않겠지?
하긴, 도경수도 옷 못입는걸, 뭐.
나름대로 혼자 합리화를 시킨다음에 옷을 입고 잘 안신던 구두도 신고
(어려보이면..쫌 그러니까.)
시간에 맞춰 전시회를 하는 곳으로 향했어
약간 소란스러운데에 경수를 찾으려 이쪽저쪽을 보는데
와이셔츠에 타이를 매고 핏이 좋은 바지를 입고 있는 경수가
나를 발견하고는 다가왔어
-구두가 높다?
-…너 기 안죽이려고.
나는 어쩐지 평소와 달라보이는 경수에 좀 어벙하게 답을 했어
경수는 별다른 말 없이 나를 끌어서 전시회장으로 이끌었어
-저쪽부터 구경하고 있어.
누가 경수를 불러서 경수는 그쪽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나를 돌아보고 말했어
-싫어요, 안돼요, 이러지 마세요.
아 또 저래. 그 사건 이후로 어디를 갈때마다 저말을 하는 경수에 나는 살짝 창피해 고개를 숙이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어 경수는 스탭으로 보이는 사람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꽤 중후해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오자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누고 그랬어
-아후, 그림은 구경했냐?
-…어?
그림 구경은 커녕 경수만 바라봤던 나는 경수말에 좀 당황해서 아무 대답도 못하는데
경수가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기더니 이내 팜플렛을 쥐어주었어
-저쪽이 니가 좋아하는 작가 작품.
-….
-너 막 어려운 그림 싫다며, 자연스러운 그림이 좋지.
-….
-저쪽부터 보면….
그때 또 누가 경수를 불러 경수는 알겠다고 답한다음에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미안. 금방 갔다올게 구경하고 있어
-…응.
내가 미쳤나보다. 머리를 통통 두드리면서 전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어
경수가 말해준대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가
'OO대학 학생의 작품들' 이라는 글씨를 보고 그쪽으로 향했어
난해한 그림들 사이에서 뭘까, 이건 대체 하면서 보는데
간간이 보이는 경수의 이름에 괜히 경수 이름 들어간 작품을 더 오래 봤어
-OO아!
문득 경수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까
경수가 나를 손짓해
경수의 곁으로 다가가니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서있어
-인사드려.
-아, 안녕하세요.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니까 작가도 따라서 인사를 해
역시 잡지에서 본대로 멋지게 생기셨는데
어쩐지 생각만큼 멋있어 보이진 않아
-귀엽게 생겼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저도요.
-제 작품을 좋아하신다면서요?
-네. 팬이에요.
-그럼 사진이라도…?
나는 경수가 찍어준다고 휴대폰을 가져가서 얼결에 작가랑 사진을 찍었는데
기분이 좀 묘해
-이렇게 귀여운 동생이 있는지 몰랐는데, 경수씨.
-아…. 친구동생입니다.
-그래?
-네. 귀엽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뭐, 사실 제 여동생이랑 다름 없죠.
경수는 붙임성좋게 말했는데 어쩐지 나는 기분이 묘해졌어
-경수야!
아까부터 계속 경수를 불렀던 저 여자 때문인지도 몰라
여자는 정말 예뻤고, 날씬했고 무엇보다 경수야, 경수야를 다섯번도 더했어
같은 미대생인듯 싶었는데..
-아, 경수씨한테 고마워하세요.
-네?
-사실 전 오늘 안 올 생각이었는데, 꼭 와달라고 경수씨가 부탁한거거든요.
-아….
-그럼 전 이만.
네. 인사를 하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경수가 다시 나에게 다가오는 걸 봐
-야, 어렵게 만난건데 그동안 궁금했던것도 좀 물어보고 그러지.
-됐어.
-저쪽 가면 음식 있어, 간단히 먹으면서….
-나 갈래.
나는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서 돌아져서 가려고 했어
경수는 그런 내가 이상했는지 나를 잡더니
-왜그래?
하고 물어 나는 또 막상 물으니 답할 말이 없어서
그냥 간다고만 계속 하고
경수는 또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나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한 전시실을 가리키면서 저기에서 기다리래
-금방 와. 가면 혼난다.
경수가 또 가버리고 나는 정말 가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도경수의 첫 데뷔전인데 괜히 신경쓰이게 하는 것도 싫어서
그냥 경수가 가리킨 전시실로 향했어
다른 방과는 느낌이 좀 달라서 묘한 느낌을 받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크게 그림이 걸려있어
그리고, 그건 연꽃을 그린 그림이었어
진흙탕속에서 피어오른 연꽃
제목은 '역설' 이라는 거였고.
순간 머릿속에 어떤 것이 스쳤어
전에 내가 경수랑 찬열오빠랑 놀러갔을 때
연꽃을 보다가 경수한테 물었거든
-왜 너는 이런 건 안그려?
-그냥 내 분야가 아니야.
-그래도 이런 거 그리면 멋있잖아. 꽃처럼 예쁜거.
-….
-근데 신기하다.
-뭐가.
-이렇게 더러운 물에서 꽃이피네.
실제로 연못은 정말 더러웠어
그런데도 그 더러운 연못에서 저렇게 예쁜 연꽃이 피어났다는 게 신기해서
연꽃을 바라보고 있었어
-…야.
-응?
-말은 바로해.
-…?
-꽃을 피우는 물이 어떻게 더러운 물이냐.
-…아.
영구전용감탄사를 하니까 경수가 피식웃더니 내 머리에 손을 얹었어
-그래도 많이 컸다, 네가 이런말도 하고.
-뭐래.
-이제 일일이 안챙겨줘도 되겠네.
-됐거든?
헐. 나는 놀라움과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그림을 그냥 바라보는데 경수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OOO. 아직도 화났어?
-….
-왜화났는데?
-….
-네가 애도 아니고, 안챙겨줘도 알아서 잘 해야지.
-…야.
-왜.
-너..왜그래?
-…뭐?
몰라. 진짜 갈래.
나는 이 낯선 기분을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황급히 걸음을 떼려는데 경수가 잡아서 의자에 앉혀
-아, 진짜. 늦게 혼자 어딜가려고.
-….
-기다려. 금방 끝나. 같이가려고 일부러 너 좀 늦게 오라고 한거니까.
-….
그리고 경수는 다시 나가더니 곧 다시 들어왔어
-가자.
경수를 기다리는 내내 멍하니 그림을 보다가 경수에게 문득 물었어
-도경수.
-어.
-넌 이 그림 왜그렸어? 솔직히 이 전시회랑 안어울리잖아.
-그렇긴 한데, 난 이 그림이 제일 좋아서.
교수님한테 허락도 받았고.
어쩐지 경수에게 아무말도 할 수가 없는데 경수가 괜히 말을 덧붙여
-눈독 들이지마라. 아무한테도 안팔기로 했다.
-…뭐래. 누가 산대?
괜히 까칠하게 말했더니 경수가 웃어
-이제야 진짜 너답다. 가자.
경수의 말에 일어서서 전시장을 빠져나왔어
경수는 원래 버스를 타려던 것 같았지만 내 발을 보더니
택시를 잡았고
택시를 타고 집에와서 까진 발뒤꿈치에
연고를 발라준 다음에야 집에 갔어
-다음부터 구두 신기만해.
-너 키작아서 그러지?
-…알면 하지마.
난 그날 도경수가 나가고 한참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 앉아있었어
그리고 조용히 구두를 신발장 깊숙이 넣었지.
-
안녕하세요
모레모에요
아, 음….
사실 백현이 글과 더불어 이글은 뭔가 읽는 분들이 힐링?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조금이라도 기분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쓰기 시작한 글이에요
그런데 요즘엔 (전에도 그랬지만) 부쩍 필력이 딸리는 걸 느껴요
죄송한 마음뿐입니다..ㅠㅠ
아, 그리고
정말 행쇼 안하냐는 질문 많이 받는데 사실..
이 썰은 평소 친하게 지냈던 오빠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해서
기분이 묘해지는, 그리고 둘다 감정이 조금씩 변하는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글이라….
근데 하도 그 질문을 많이 받다보니.. 정말 원하시는건 이런게 아닐거란 생각도 드네요..
그래도!
항상 읽어주시는
됴경스님
핫바님
유후님
홍홍님
미어캣님
라퓨타님
동네북님
오레오님
소희님
노란우산님
도리님
딤첸님
비타민님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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