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새벽, 누군가 환각제를 나에게 뿌려둔 것이 분명했다.
밴드 연습을 끝나고 연습실을 나오니 밤 12시를 조금 넘긴시간이었다. 평소같았으면 바로 집에 들어가 골아떨어졌을테지만 왠지 모를 쓸쓸한 느낌이 밀려와 맥주캔을 하나 사들고 한강으로 발을 돌렸다. 반짝이는 불빛들과 그 모습을 비추는 강가에서 혼자 얼마나 있었을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혼자 드세요?"
"아, 예.."
"같이 마셔도 되죠?"
아마 동질감이였을 것이다. 반듯하게 생긴 외모 너머로 보이는 슬픈 모습이 경계심을 풀어줬을테지.
말 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술만 들이키기를 몇 분. 그가 입을 열었다.
"저 오늘 차였어요."
"아.. 참 안 됐네요."
"정말 사랑했었어요."
"그 쪽을 차다니 그 여자분도 어지간히 미인이셨겠어요."
"..하하."
혹시 심기를 건드렸나, 또 말이 없는 그 사람을 바라봤다.
"여자가 아니거든요."
"네?"
"거부감드시죠? 일어나보는게 좋겠네요."
"아니에요, 그냥 같이 마셔요."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부감보다 그 사람의 눈을 보고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컸다.
잡아두고서도 할 말이 없어서 정적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건 나였다.
"저희 집 바로 앞에 있는데, 집에서 한 잔 더 하실래요?"
살풋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를 보고 생각했다, 웃음이 참 예쁘다고..
집 문을 열면서 그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로이라고 불러주세요."
"로이? 본명이에요?"
"아니요, 본명을 따로 있는데 잘 알려주지 않아서요. 그 쪽은요?"
"아, 전 정준영이에요. "
또 살풋, 그가 웃었다.
작은 스탠드 하나만 켜둔채로 계속 술을 들이켰다. 그는, 아니 로이는 조금씩 취하는지 눈의 초점이 흐려지는 것도 같았다.
"준영씨, 저랑 잘래요?"
"..취했어요."
"아니에요. 맨정신으로 하는 말인데."
"..."
"싫으면 말고.."
취한건 로이가 아니라 나였나보다. 다시 미소짓는 그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고 말았다.
下는 반응보고써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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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