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뭐 할까"
"그냥 밥이나 먹고 집가자"
"그러던지"
커플로서의 지극히 의무적인 대화.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삭막했다.
그래, 너와 나는 이미 끝난 거겠지. 끝이라는 걸 알지만 그저 붙잡고 있는, 간간이 이어가는 연.
이게 너와 나 사이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말이다.
그저 그런 연애라기엔 우린 벌써 7년이란 시간을 함께 해왔다. 너와 나의 20대를 줄곧 함께했었지.
뜨거운 사랑, 우리의 사랑은 뚝배기처럼 천천히 달궈지고 천천히 식는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빠르게 달궈지고 빠르게 식어버리는 양은 냄비 같은 사랑이었을까.
둘 중 어느 것인지 모르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양은 냄비처럼 빠르게 달궈지고 뚝배기처럼 천천히 식는 사랑이길 바랐던, 우리의.
*
- 석진아
- 어디야?
오랜만에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는구나, 여느 커플처럼 다시 한번 온전히 서로를 느낄 수 있겠거니 했다.
너무나 들뜬 꿈이었을까? 그저 나만이 기대했던, 그러한 것이었나?
네가 좋아했던 원피스를 꺼내 입고, 네가 사준 향수를 뿌리고, 너와 함께 맞춘 시계를 차고,
약속한 시간이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서. 너와 함께한 시간이 다시금 소중히 느껴져서.
약속한 시간에 일찍 도착해 너를 기다리는 일이 이리도 즐거운 줄은 몰랐다.
항상 먼저 나와 날 기다리던 너였기에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몰랐다.
시간이 다 되어가도 네가 오지 않길래 나는, 네가 늦잠을 자버렸나 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너도 나와 같이 설레겠지? 나와 같이 설레었음 좋겠다라고 생각한지도 벌써 3시간째.
기대감이 설렘으로. 설렘이 의문으로. 의문이 걱정으로. 걱정이 실망으로.
실망이 좌절로 바뀌어가던 찰나 너는 그제야 문자로 미안하다며, 오늘은 만나지 못하겠다 말했다.
일로 바쁘다는 것을 알지만 괜스레 너를 원망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그래도 먼저 약속을 잡은 건 난데,
일찍 말해줄 수는 없었을까? 아니 잠시 연락할 틈도 없었던 걸까?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부분이었다. 그저 의무적으로 만나 의무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지만
오늘은 왜인지 그저 너를 향한 원망이 나를 덮어버렸다.
원망도 잠시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걸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발이 향한 곳은 너의 집 앞이었다.
어느 곳도 너와의 추억이 묻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함께 걷던 공원 길가, 예쁘다며 내게 골라준 머리핀 파는 가게.
첫 데이트 날 집 앞에 벚꽃이 이쁘다며 데리고 갔었던 벤치.
오늘따라 왜 이러지, 한번 추억에 잠기니까 끝이 없네라는 생각으로 너의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너무나도 익숙한 현관문 비밀번호를 치니 스르륵 열리는 문.
차갑고 사람의 온기라고는 느낄 수 없는 적막함이 나를 에워쌌다. 소름 돋는 적막함이었다.
밥 좀 잘 챙겨 먹으라니까..
혹시나 해서 열어본 냉장고는 역시나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 석진아 너 건강좀 챙겨! 밥도 잘 챙겨먹고 '
' 아는데 귀찮아서..'
' 헐, 안돼! 이제 내가 챙겨줄게 걱정마!'
' 진짜? 색시해도 되겠다 나한테 시집올래? '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우리도 남들 부럽지 않았던 커플이었는데..
7년간의 정이라 생각하며 마트로 가 장을 봐왔다.
온갖 네가 좋아하는 재료들로 만든 반찬들을 통에 넣고 냉장고 정리를 하니 시간은 벌써 7시를 향했다.
포스트잇에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을 적어놓고 집을 나왔다.
끝내 너를 보지 못한 하루였다. 왜일까 정말 마지막인 것 같은 이 상실감.
눈물이 흘렀다. 얼굴 위로 우리의 추억이 흘렀다.
정말 우리의 끝은 이렇게 허무하고 아스라이 사라지듯 끝이 날까?
그저 정말 일말의 정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건 아니었던 걸까.
이제야 이 감정을 알아챘다고 변하는 것은 없을 테지만 너와의 거리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것.
더 이상 가까워질 수도 더 이상 멀어질 수도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이 새삼 너무 아렸다.
7년이 지난 지금. 너에게 나는, 나에게 너는.
서로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독이 되어버렸다.
사랑이란 감정에서 독으로 변질된 우리의 사랑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고 생각하고 싶다.
HELLO I'M SADAM |
안녕하세오!!!!!!!!!!!!!!!! 어제도오고 오늘도온 이렇게 어두운 글은 저번에 벽넘어벽(정국) 이라는 글로 한번 찾아뵜었는데 그 후로 두번째 어두운 글이네오,,^^ 저번에 분위기 궤발린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오! 이렇게 어두운 글은 저랑 안맞나봐오.. 분위기고 나발이고..(마른세수) 아무튼 울 독자님들 항상 고마워오 싸라해오 알랍뵹 (하트)(하트) |
추
♥추노꾼들♥ |
계훤 /눈누난나/ 만두짱/ 미니미니/ 호비호비/ 늉늉기/ 쿠쿠/ 꿀비/ 코코팜/ 비비빅/ 하앙/ ♥옥수수수염차♥/ 쿠마몬/ 우유퐁당/ 쟌등/ 오우뎅/ 다홍/ 뿌뿌/ 야들야들/ 새벽/ 0103/ 봄봄/ 라코/ 바훔쿠헨/ 둥둥이/ 휘휘/ 뿡뿡99/ 잼잼★/ 쾅쾅/ 렌게/ 들레/ 퀚/ 박짐뿡/ #v/ 이프/ 소진/ 메로나/ 다름/ 찐슙홉몬침태꾹/ 민윤슙/ 도손/ 콩콩/ 큐큐/ 지민꽃/ 꽃길/ 아망떼/ 숭숭/ 동상이몽/ 030901/ 보라도리/ 시나몬/ 달보드레/ 또르르/ 오전정국/ 우지소리/ 소포/ 녹차라떼/ 박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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