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열일곱. 어린 시절 나는 고등학생이 되면 무언가가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빠져 살았었다. 나이를 그만큼 먹었으면 진로든 뭐든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때의 내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금의 나는 코찔찔이 어린애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만약 있다면 그건 갑자기 무섭도록 자란 내 몸이려나.
항상 주변 사람들의 말로만 들어온 고등학교는 정말 별거 아니었다. 내 주변 놈들은 야자 하기 싫다고 몸부림을 쳐댔지만 의외로 난 괜찮았다. 3시간 그거, 한 숨 자면 끝나있는 거잖아. 수시다 뭐다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말들이지만 정작 내 주변을 둘러보면 수업시간에 퍼질러 자는 놈들이 절반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런 놈들이랑 다르다는 위안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내가 예체능을 선택한 덕이었다.
몇 주 전이었다.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어서 입학 첫 주부터 야자를 빼달란 소리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텀을 두고 학년실을 찾았었다.
'선생님, 제가 음대 지망생이라서요. 야자를 빠지고 싶습니다.'
'....그래? 하지만 벌써부터 야자를 빠지는 건 좀 그렇지 않니?'
똑똑히 기억한다. 내가 저 말을 꺼냈을 때 순간의 정적과 나를 바라보던 담임의 눈빛을. 마치 그럴 거면 예고나 갈 것이지 인문계엔 왜 온 거니,라고 말하는 듯한 그 기분 나쁜 눈빛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눈빛을 마주하고도 찍소리도 낼 수 없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 나도 선생님의 그 눈빛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네가 인문계에 들어왔다는 건 어느 정도의 생각을 하고 들어왔다는 뜻일 텐데..
아직 입학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야자를 빠지는 건 학교 분위기에도 안 좋고..'
선생님, 저.. 생각 안 하고 들어왔는데요. 친구 놈들 말만 믿고 무턱대고 여기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여기, 인문계치곤 나름 음악 밀어주는 곳이라면서요. 저 그 말만 믿고 여기 들어왔는데,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으나 꾹 집어삼켰다. 길게 실랑이해봤자 결과는 크게 변할 것 같지 않았으니까.
'그래. 그러면 지금 당장은 안되고 중간고사 끝난 후부터 야자 빼줄게. 괜찮지?'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지금까지 난 중간고사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잠만 자는 것도 이젠 지쳤다. 학교는 정말 심심하고 지루했다. 뭐라도 좋으니 제발 내가 푹 빠질 수 있을만한 무언가가 나타나길 바랐다. 그렇게 생각한지 채 며칠이 되지 않아 정말 그것이 나타났다. 내 시선을 잡아끌고 이 학교를 열심히 다니게 해 줄 무언가 말이다.
때는 초봄. 꽃샘추위가 가시고 겨우 벚꽃이 피어날 즈음이었다. 우리 학년은 동아리를 신청하느라 한창 정신없던 때였다. 나야 음대 지망생이니 망설일 것도 없이 보컬부에 신청서를 냈지만 다른 애들은 어디에 신청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마감일은 당일로 다가왔는데 어디에 신청해야 할지 감은 안 오고 꽤나 혼란스러워 보였다.
나는 동아리 마감일을 맞아 내 신청서가 잘 들어갔나 확인도 하고 형들도 볼 겸 2학년 층으로 갔다.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 학교는 인문계치곤 음악을 밀어주기로 나름 유명했고 그러다 보니 보컬부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리고 그 보컬부의 부장과 차장은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형들이었다. 이렇다 보니 내가 보컬부의 부원이 되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날 복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득시글 거리고 시끄러웠다. 나는 맨 끝에 위치한 형들의 반으로 가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을 뚫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그때 내 시선을 확 잡아끄는 누군가가 있었다. 왜 나는 하고많은 반 중에 그 반으로 고개를 돌렸던 걸까. 그리고 왜 그 날 날씨는 초봄인 게 잊힐 정도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던 건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반 안 창가 쪽에 책을 읽는 사람이 있었다. 얼굴을 가리는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여유로이 책을 넘기는, 진부한 청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이 내 앞에서 재연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남자 주인공과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되었다.
지독한 짝사랑의 시작이었다.
클리셰에 클리셰와 클리셰를 더한 글입니다.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너무 많아서 정리를 못하겠어요ㅠㅠ
그냥 17살 애기 정국이의 사랑앓이를 지켜봅시다.
우리 모두 청순한 도서부 누나가 되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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