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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녘글지 전체글ll조회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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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적에, 그러니까 8살쯤 됬을 적에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포항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가게 된 우리 가족은  

그간 쌓아왔던 사람들과의 관계, 친구, 이웃을 뒤로 하고 부산으로 떠나왔다. 

아는 사람, 친구하나 없던 우리 가족들은 당연히 새로운 집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때 우리 가족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던 분들이 여주누나의 부모님이셨다. 

 

 

 

 

   타지에서 온 우리 가족을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덕분에 우리 가족은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할 수 있었다. 나와 나이차이가 꽤 났던 형은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형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적었고, 주변에 또래 친구들도 없어서 매일 혼로 놀이터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여주누나를 처음 본건 어김없이 혼자 놀이터에 나가 놀던 날이였다. 미끄럼틀 위에서 뛰어놀던 나는 그만 발을 헛딛여서 그 위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무릎과 팔등을 크게 다쳐서 혼자 울고 있는데 내 또래정도 되보이는 여자 아이가 울고있는 내게 달려와 나를 업고 병원까지 데려갔다. 여자아이는 보호자가 누구냐는 간호사 누나의 말에 모르겠다며 자신의 부모님께 전화를 해 볼테니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했다. 흐르는 피를 간호사 누나가 급하게 지혈해 주시고 계실 때 쯤 여자아이의 부모님이 급하게 달려오셨다. 팔등이 심하게 찢어져 3바늘정도 꼬매야 하는데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그분들은 기꺼이 내 보호자 역할을 해 주셨고, 병원비도 내 주셨다. 여자아이의 부모님의 전화를 받고 달려오신 어머니가 그분들꼐 얼마나 감사하다고 이야기 했는지 모른다. 그 여자아이가 바로 여주누나였다.  

 

 

 

 

     지금 여주누나에게 그 일이 생각나냐고 물으면 "내가 정말 그랬었어?"하고 묻는다. 나만 기억하는가 싶어 서운할 때도 있긴 하지만 9살짜리 여자아이가 팔 다리에 피가 철철흐르는 남자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헐레벌떡 달려가 태연하게 부모님께 전화까지 한 걸 생각하면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난다. 

 

 

 

   그 이후로 어린 나이였음에도 여주누나가 좋아 뒤를 졸졸 따라다닌 기억이 난다. 소심한 성격이라 직접 다가가 말을 걸진 못했지만, 누나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땐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아 소세지를 먹으면서 구경하기도 했고, 학교 급식실에서 밥을 먹을 때면 일부러 누나 뒷자리에 앉아서 먹으려고 때를 쓰기도 했다. 아마 누나는 몰랐겠지만 그렇게 몇년 간 누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6학년이 됬을 때는 최고학년이 된 기쁨보다 누나를 더이상 같은 학교에서 보지 못한다는 슬픔이 더 컸다. 

 

 

 

     가고싶은 중학교는 늘 누나가 다니는 학교였고, 집 주변에 있는 중학교는 그곳 하나였기에 자연스럽게 누나와 같은 중학교에 다니게 됬다. 입학식때 후배들을 구경나온 선배들 중에 여주누나가 있었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살고 부모님이 친하셔서 오다가다 마주칠때 인사정도 하는 사이였다. 그래서 여주누나에게 먼저 눈짓으로 인사를 했던것 같다. 교복을 입은 누나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또 다시 나는 여주누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급식실에서도 누나 뒷자리에 앉았고, 특별실에 가서 수업을 하거나 체육수업을 하러 갈 때는 굳이 누나 교실 앞을 지나쳐 갔다. (누나 교실을 지나쳐 가느라 수업에 늦은 적도 가끔 있었다) 하교를 할 때도 항상 같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 위해 2학년수업이 마칠 때 까지 기다리다 누나와 누나 친구 뒤를 따라 집에 갔다. 갈림길에서 누나는 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집까지 걸어갔다. 그때면 나는 걸음을 조금 빨리 해서 누나 옆을 지나쳐 가다가 우연인 척 눈을 마주치곤 했다. 그러면 누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고, 엘레베이터까지 함께 갈 수 있었다.  

 

 

    여자가 어쩜 그렇게 둔한지, 한번도 누나는 뒤에 누가 따라 오는지, 누가 자기 뒤에서 밥을 먹는지, 매일 자기네 교실 앞을 지나가는 당돌한 1학년 신입생이 누군지, 한번도 깨닳지 못하더라. 

 

 

   뭐 그래도 그렇게누나 뒤만 따라다니면서 생활하는게 딱히 싫지만은 않았다. 내가 볼 수 있는건 누나의 뒷모습 뿐이였지만 그걸로 만족했으니까. 매일매일 내 삶은 누나로 가득 차 있었다. 

 

 

     또 다시 내가 3학년이 되고 누나는 고등학교로 가버렸을 때, 나는 침울한 1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생들은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10시가 넘어서야 하교를 하는 누나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가끔 시간을 잘 맞춰 집 앞 매점에 가는 길이면 오랜 공부에 지쳐 터덜터덜 무거운 가방을 지고 지나가는 누나를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워보였는지 모른다.  

 

 

   중학교에선 내가 의식하진 못했지만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했기에 주변에 늘 친구들이 많았다. 신기 할 정도로 초등학교때부터 늘 같은반을 해온 원우와 어울려 다니면서 여자들에겐 인기도 많았다. 매일 아침 내 책상에는 이름모를 여학생들이 놓아두고 간 선물이 많았다. 내것이라곤 생각도 안해보았기에 내 짝지 원우선물인데 누가 내 책상에 두었나보다 하면서 뭣도 모르고 옆자리로 선물들을 모두 옮겨 놓았던 기억이 있다. 

 

 

   가끔 선물 안에  편지가 들어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곳에 '지훈오빠에게'라고 적혀 있을 때 마다 내가 하도 원우랑 같이 다니니까 애들이 원우랑 내 이름을 헷갈렸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여태까지 내가 원우자리로 밀어놓은 선물들이 내것이였는지는 3학년 수련회에서 밤에 화장실 가는 길에 같은 반 여자애들이 덥다며 문을 열어놓고 수다를 떠는데 내 이름이 들리기에 흘깃 들어 알게 되었다.  

 

 

 

     "이지훈은 아침마다 매일 후배고 동갑이고 할 것없이 여자 애들한테 선물 받는데, 그걸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매일 전원우 책상으로 밀어놓더라. 너무 도도한 척 하는 거 아니냐.","맨날 선물 갖다주는 애들이 알면 얼마나 기분 상하겠냐, 가끔보면 재수없다", "학교에서 웃는걸 본 적이 없다. 전원우랑 있을때만 이야기하다가 웃더라. 게이 아니야" 등등, 여자애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건 처음이라 (물론 훔쳐들은거지만)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남은 몇 개월 간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누나가 있는 학교를 1지망에 적었다. 집 주변에 있는 고등학교는 그곳 뿐이라 당연히 붙을터였지만 혹시나 먼 고등학교로 튕겨 누나를 볼 수 없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 한두달 쯤 지나자 각자 배정받은 학교로 가게 됬고, 나도 누나가 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됬다. 입학식에서 나는 누나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 먼저 여주누나! 하며 인사했다. 그랬더니 누나도 날 보고 놀랐는지 "어!"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우리 둘을 쳐다보기에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속으로는 누나를 만나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그 날은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아, 또 입학식에서 선배들이 쓴 편지를 신입생들이 받는 행사가 있었는데 나는 시 한편이 써진 편지를 받았다. 시내용이랑 글씨체가 너무 예뻐서 가방 맨 앞주머니에 꼭 간직해 뒀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주누나가 쓴 시여서 더 놀랐던 것 같다. 시 내용은 대략 

 

 

비가 내림에 꽃은 피고 

봄이 오기에 꽃은 핀다 

 

밤이 오기에 꽃은 지고 

겨울이 오기에 꽃은 진다 

그러나 

꽃이 피기에 비가 오고 

꽃이 피기에 봄이 온다 

 

꽃이 지기에 밤은 오고 

꽃이 지기에 겨울이 온다  

 

 

였는데 얼마나 감명깊게 읽었으면 아직까지도 시 내용을 줄줄 외우고 다닌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적응할 생각에 첫날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심지어 입학 첫날부터 야자를 한다는 사실에 적잔히 놀랐던 것 같다. 하루 왠종일 학교에 대한 설명, 선생님 소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느라 힘들었던지, 나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 가는길에 있었다. 혼자 무거운 가방을 이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여주누나였다. 너무 반가워 나도 해맑게 인사했다. 오늘 학교는 어땠냐며, 첫날부터 야자를 하는 학교는 우리학교밖엔 없을거라며 도히려 내게 투정하던 누나였다.  

 

 

    

 

   드디어 아파트 현관에 다다르자, 누나는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며 계단으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헤어지는게 아쉬워 가만히 누나를 보고 서있었더니 갑자기 다시 내려와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라며 내 핸드폰에 자기 전화번호를 찍어주고 갔다. 나는 한동안 멍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누나는 집으로 올라갔더랬다. 정신차리고 집에 올라가 침대에 앉았다. 학교생활은 어땠냐는 부모님에  

 

 

 

"뭐 나름 재밌었어요." 

 

 

 

   하고 대충 답하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누나가 찍어준 전화번호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메세지창을 띄웠다.  

'오늘 고마웠어요', '누나 고마워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이것저것 글을 써 봤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결국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오늘 재밌었고 고마웠어요. 친한 친구가 없어서 고민했는데 누나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하고 문자를 보냈다.  

5분정도 뒤에 누나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래, 나도 너 있어서 되게 반가웠어! 앞으로 학교 생활 힘든거 있으면 누나한테 말하고!! 학교생활 열심히 해!"  

 

 

 

 

답장이 오자마자 문자메세지를 캡쳐했더랬다. 지금까지 그 메세지를 간직하고 있을 정도니까 그땐 정말 너무 벅찼다. 

 

 

 

   학교생활에 지쳐 일주일정도 누나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등교를 하다가 누나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누나!"하고 부르니 뒤를 돌아 나를 보고는 웃으면서 인사했다. 단박에 누나에게로 달려가서 잘 주무셨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같이 학교까지 길을 걷다가 문득 입학식에서 받은 편지가 생각나서 누나에게 편지를 보여주며 누가 쓴건지 아느냐고 물었다. 누나는 당황한 듯이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에 다시 가방에 편지를 집어 넣었다. 그렇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누나와 함께 등교를 했다.  

 

 

 

    어느날은 나를 여주누나 동생으로 오해 한 학주 선생님이 내게 여주누나의 동생이냐고 물었다. 누나 옆에서 만큼은 남자이고 싶었던 나는 동생이냐는 말이 너무 싫었다. 안그래도 키가 작아서 고민인데 동생소리까지 들으니 남자 체면이 어떻겠냐고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았던 일이 가끔 일어나기도 한다. 입학하고 몇개월 뒤에, 로즈데이란 날이 있었는데, 처음보는 어떤 여자애가 복도에서 공개적으로 내게 장미꽃을 주며 고백을 해왔다. 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내가 그 자리에서 거절하면 그 여자애가 너무 부끄러운 상황이 될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고백을 승낙했고, 1학년 사이에선 꽤 유명한 커플이 됬다.  

 

 

 

 

    수련회가 다가오자, 같은 반 남자애들은 팀을 꾸려 춤을 추자고 했고, 평소 춤추는걸 좋아했던 나는 그러자고 했다. 2주일 정도 연습해 수련히 장기자랑 때 춤을 췄고, 누군가가 우리의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자 우리는 금방 유명해졌고, 학교 댄스동아리 회장이 직접 나를 찾아와 캐스팅을 했다. 춤을 좋아했던 나기에 망설임 없이 동아리에 들겠다고 했고, 매일 남는 시간마다 틈틈히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축제날에, 우리 동아리는 세븐틴이라는 그룹의 만세라는 춤을 췄는데 꽤나 반응이 좋았다. 무대가 끝나고 내려오는데, 여주누나가 내 손목을 잡고 내게 사귀자고 이야기 했다. 너무 당황했던 나는 어쩔 줄 몰라했고, 옆에 있던 원우가 "누나 얘 여친 있어요,"하고 이야기 하니까 여주누나가 부끄러운듯 내 손목을 놓고 어디론가 도망갔다. 어떡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었더니 원우가 나를 데리고 교실로 돌아갔다.  

 

"이야 이지훈 선배한테 고백도 받고 능력 좋다 ㅋㅋ" 

 

원우의 장난기 섞인 놀림에도 머리 속은 누나 생각으로 가득했다.  

 

 

'나한테 사귀자고 했어. 누나가. 근데 내가 여자친구가 있는걸 누나가 알았어. 이제 어떡하지?' 

 

 

   하루 왠종일, 몇일동안 고민을 했다. 더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몇달간 사겨왔던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며, 헤어져달라고 했다. 그 아인 울며불며 내게 어떻게 니가 그럴 수 있냐며 나를 때려왔다. 한편으론 미안했지만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이 후련했다.  

 

 

 

하루종일 고민하다가 결국엔 누나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누나 잠깐만 나와봐요] 

    그리곤 누나 집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몇분 쯤 뒤에 추운지 꽁꽁 싸입고 나온 누나는 날 보고 적잖게 당황한 듯 보였다.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대담하게 물어봤다. 

 

 

 "누나 아직 나 좋아해요?"  

 

 

하고 물었더니 누나는  

 

 

"아 미안, 그거 쪽팔려였어, 게임에 져가지고, 어쩔 수 없이 한거였는데, 미안해, 내게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 진짜" 

 

 

하며 횡설수설 말하더라. 

 

 

    겨우 게임에 져서 나는 몇년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해왔는데 누난 겨우 게임에 져서, 내게 고백해왔다고 이야기 하는 것에 화가 났다. 많은걸 포기하고 와 물은 말은 내게 다시 비수가 되어 꽂혔다. 믿을 수 없어 진심이냐고 물었다. 누나는 대답이 없었다. 화가 났다. 그렇지만 누나가 싫지 않았다. 화가 나서 못된 표정을 누나에게 보여주긴 싫어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한 후에 집으로 곧장 걸어 내려왔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고 내 방에 들어가 누웠다. 잠이 오질 않았다. 밤새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제 난 어쩌지. 

 

 

밤새 잠을 설쳐서 다음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났던 것 같다. 급하게 머리를 감고 교복을 입고 나오는데 문 앞에 누나가 있었다. 생각치 못했던 상황에 잠시 멈춰섰던 나는 어젯밤 일이 생각나 누나를 지나쳐 계단으로 걸어갔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왜 누나가 우리집 앞에 있었을까, 내가 뭘 더 잘못했을까, 사과하려고 왔을까 하면서 계단을 내려가다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생각을 하려는데 달려오던 누나가 내게 그대로 부딪혔다. 놀란 난 발을 헛딛여 그대로 계단아래로 넘어질 뻔 하던 찰나에 누난 한손으론 내 가방을, 한손으론 계단 손잡이를 잡아 우린 조금 웃긴 모양새가 됬다. 당황한 난 잠시 그상태로 서있었다. 그랬더니 누나가 먼저 말을 꺼내왔다. 자기가 어제 생각을 좀 해봤는데 말을 좀 잘못했던것 같다며, 이야기 하는데 한가지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나 좋아한다구요?" 

 

 

 

 물었더니 횡설수설 변명하기에 그냥 속 시원히 털어내버리자, 하는 마음으로 말을 쏟아냈다. 사실 어릴때부터 누나 좋아했다고, 근데 사귀는 사람이 있어 좋다고 말 못했다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하고 이야기하니 누나는 아무 말도 못하더라. 그런 누나 모습에 실망해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에 누난 갑자기 우리 지각인것 같다며 이야기 했다.  

 

 

 

   미워할 수 없었다. 너무 사랑스러웠기에. 

     누나의 손목을 낚아채 그대로 학교까지 달렸다. 가는 길에도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학교에 도착해 선생님에게 걸려 벌점도 먹고, 벌청소도 했다. 그래도 다 털어놓고 나니 맘 한구석이 시원했다. 

 

 

 

    석식을 먹고 나서 옆반 원우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반 애가 와서 누가 너 찾는다고, 빨리 와보라며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 싶어 우리반에 갔는데 여주누나가 나를 보고는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그대로 내게 고백해왔다. 남자는 태어나 3번 울어야 한다던데, 난 남자도 아닌가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말았다. 내가 울면서 좋다고 이야기하자 누나는 적지않게 당황한 듯 보였다. 너무도 고마웠다. 그렇게 누나와 사귀게 되고 나서 크고 작은 일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 가장 큰 일을 꼽으라면 아마도 내가 말도 없이 유학을 갔던거? 

 

 

 

언젠가 누나와 우리 집에서 tv를 보는데, 멋진 옷을 디자인하는 패션디자이너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여주누나는  

 

 

 

 

"이야 멋지다. 남자가 패션 디자인하는건 생각도 안해봤는데 막상 보니까 되게 멋지구나 저거"  

 

 

 

 

   하고 이야기하더라. 스쳐지나가는 이야기였겠지만, 그 말이 내 인생을 결정지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난 춤을 전공하고싶다는 꿈을 과감히 버리고, 패션 디자인 공부에 열중했다.  

 

 

 

 

      멋진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관련된 책도 찾아보고, 프로그램도 꼼꼼히 찾아보며 노력했다. 그러다가 미술선생님에게서 재능도 있고, 열정도 대단하니 피렌체에서 디자인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여주누나가 있으니까 다른 나라로 간다는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패션디자이너가 정말 멋지다는 누나의 말이 다시 떠올랐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피렌체로 떠나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몇날 몇일동안 부모님을 설득했다.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며 혼이 났지만 그럴수록 더 부모님을 설득했다. 결국 내 성화에 못이긴 부모님은 그렇게 하라며 허락을 해 주셨다.  

 

 

 

    이젠 누나에게 어떻게 말해야될지가 가장 걱정이였다. 수능을 앞둔 누나에게 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겠다고 이야기 하는건 아무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수능이 끝나는 그날 누나에게 이야기하고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날이 왔을 때, 울며 화를 내는 누나의 모습에 차마 내가 떠난다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말없이 사라지는게 좋다고 생각 했으니까. 집에 돌아와 한참을 그냥 앉아있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다음날 저녁에 짐을 꾸리는데 누나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제는 미안했다고, 잘 들어갔냐고. 문자를 읽었는데, 뭐라 답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 그냥 가만히 문자만 보고 있었다. 답이 없는 나에 화가 났는지, 나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래도 답이 없자 결국 누나는 내게 마지막으로 헤어지자는 문자를 보냈다. 머리가 띵했다.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말도 안하고 떠나는 나를 얼마나 원망할까 얼마나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데, 이젠 놓아주자는 생각으로 그러자고 했다. 더이상 누나에게 문자는 오지 않았고, 나는 외국으로 떠났다. 

 

 

 

 

    피렌체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 땅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사귀는건 꽤나 힘든 일이였다. 몇년간 그곳에 적응하기위해 힘썼다. 처음 몇일 간은 그곳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먹었던 음식을 모두 게워내고, 물이 맞지 않아 설사병에 걸리는 등, 너무도 힘든 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 때마다, 멋진 패션 디자이너가 되서 누나를 기쁘게 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다시 일어나 공부를 했다. 

 

 

 

 

    혼자 먼 이국땅에서 공부를 한지도 몇년이 지나고, 피렌체에서 다녔던 패션학교에서 수석으로 졸업을 할 수 있었고, 그 길로 한국에 돌아왔다. 회사에 들어가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해야한다기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냈다. 그리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인지도 있는 패션관련 회사에 들어 갈 수 있었다. 여러 회사들에서 권위있는 피렌체의 패션스쿨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나를 스카웃해가려고 노력했고, 그 덕에 내가 원하는 회사를 골라 들어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던 것이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에 입사 할 때까지 나는 차마 누나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 누나의 소식은 부모님께 들어 알고 있었지만, 과연 내가 누나에게 연락해도 될지, 고민이 됬다. 결국 이도 저도 못한 누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얼마 뒤에, 원우에게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한번 만나야되는 거 아니냐는 연락을 받았다. 시내에서 만나자는 원우의 말에 그러자고 대답한 뒤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밥을 먹고, 원우는 학교에 급한 일이 생겼다는 전화를 받고 먼저 가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혼자서 오랜만에 온 한국을 구경하다가 너무도 익숙한, 보고싶었던 얼굴을 만났다. 저 멀리서 키가 큰 잘생긴 남자와 웃으면서 걸어오더라. 너무도 예쁘게 웃는 모습에 쉽게 발이 안떨어져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행복하다는 듯이 웃으며 팔짱을 끼고 카페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는 정류장 한켠 빈자리에 앉아 한참을 있었는데, 별안간 어디선가 달려온 여주누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내 옆자리에 앉더라.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그렇게 앉아있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잘 지내고 있는것 같더라 누나는" 

 

 

웃으며 말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밝게 웃으려 노력했는데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 해서, 눈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찡그렸다. 너무도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누나를 보는데 자기는 잘 지냈다며, 난 어떻게 지냈냐며 물어보더라.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말했다. 

 

 

"난 누나 생각에 잘 못지냈는데. 누난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얼굴봐서 좋았어요. 저 갈게요"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에서 떠나려 했다. 누나가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어디로든 가버리고 싶어 발걸음을 옯기려는데 누나가 내 손목을 꼭 잡았다. 가지말라며 울먹이는 누나에 나도 그만 멈춰서고 말았다.  

 

 

"누나, 나 가지 말까요?" 

 

하고 물으니 아무 말이 없더라.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물어봤다. 누나도 나랑 같은 마음이길바라면서. 마지막으로 다시 

 

 

"누나, 나 가지 마?" 

 

 

그제서야 누나는 대답했다. 

 

"응. 가지마. 여기있자." 

 

    감격스러웠다. 벅차올랐고, 행복했다. 누나를 꼭 안았다. 더 없이 행복했다. 그 이후에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만나기 시작했다. 

 

 

 

   누나는 그 이후로도 예뻤고 점점 예뻐지고 있다. 또 얼마전에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누나가 임신을 했는데 쌍둥이다. 처음엔 아이를 지워버리려고 하던 누나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내 아인데, 내 여잔데, 뭐 하나 똑바로 지켜주지도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누나를 껴안고 같이 울었다. 누나를 달래고 나와 같이 산부인과로 갔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라는 의사선생님에 말에 누나와 나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아이들은 5월 26일에 건강하게 태어났다. 빨갛고 쭈글쭈글한 아기들의 모습은 내눈에는 천사가 내려온 듯 예쁘게만 보였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일란성 쌍둥이였다. 이름은 바다와 강의 순 우리말인 아라, 가람이다. 지금은 누나와 아이들 모두 건강하다. 함께할 수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너여주. 당신은 내 인생 전부에 너무나도 화려한 꿈과도 같아요. 지금까지의 내 삶 순간순간에 당신의 영향이 끼치지 않은 곳이 없을만큼. 과거도, 지금도, 미래도 난 당신만을 사랑할 것 같네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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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지훈아ㅠㅠㅠㅠㅠ 정말 지훈이가 말하는 대사 하나하나 지훈이랑 매치하면서 읽었는데 넘나 설레는것... 작가님 혹시 작가님 사랑해도 되나요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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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녘글지
절 사랑하지 말고 지훈이를 사랑하세요 두번 사랑하세요 세번 사랑하시고 제 사랑 받으시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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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9.202
후하후하 쥬니 저런마음ㅁ이었군효 후하후하 와 작가님 짱이에여 보면서 여주의 약간고구마(?)와 지훈이의 애가타는마음을 보면서 가슴졸여왔어여..! 짱짱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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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녘글지
재밌게 읽어주셔서 넘나 감사한것...♡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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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크흐..쥬니..맘을..드디어 알게된것... 쥬니..맘..(벅차오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후나 싸라해 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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