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written by. jjj
bgm.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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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written by. jjj
1. 볼살통통 축구꼬맹이에서 한라봉 도둑으로 나타난 너
자철은 하루종일 공을 뻥뻥 차대느라 허벅지 안 쪽이 뻐근히 당기는 걸 느꼈다.
뭐, 아이들과 체육이 좋아 스스로 직업을 가진 것이 고등학교 체육선생님이긴한데….
진실된 사랑은 쌍방통행이라고, 자철이 학생들을 좋아하는만큼 학생들도 자철을 좋아해주는 턱에 일요일임에도 불구, 선생님도 나와서 축구하자고 불러대는 축구부 아이들의 간절한 꼬드김에 못이긴 척 나갔다 온 것이 이 자잘한 근육통들의 화근이였다.
또 녀석들을 만나서 축구만 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집이 좀 먼 곳에 있는 녀석들은 차로 모셔다줘야하지,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물려줘야하야지….
그래서 언젠가부터 자철에게 일요일은 몸도 깨지고 돈도 깨지는 날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자철은 딱히 이 생활이 나쁘진 않았다.
학교배 시합도, 트레이닝도 아닌 오늘처럼 단순히 놀기위해 만나서 하는 축구에서 아이들은 무슨 축구선수 자선경기마냥 장난스런 반칙들을 일삼곤 했다.
오늘은 한 녀석이 뒤에서 된통 태클을 걸어버려 준 덕에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버려 그 후유증으로 움직일때마다 땡기는 팔다리를 어기적어기적 움직여 샤워까지 마친 자철이였다.
으으…품 안 가득 시원한 맥주 한 병과 과자 몇 봉지를 꺼내든 자철이 끙끙 앓는 소리와 함께 찌뿌둥한 몸을 쇼파 깊숙히 파묻고 주섬주섬 TV를 켰다.
TV에선 마침 자철이 어제 놓쳤던 드라마를 재방송하고 있었고, 타이밍 좋게도 막 오해를 푼 드라마 속 두 남녀주인공의 진득한 키스신이 한창이였다.
앞부분의 장면은 좀 못봤지만, 남녀주인공의 산전 수전 공중전을 1화부터 지켜봐 온 자철인지라 금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존나 드디어 키스…겁나 감격이다.
오늘 넘어지느라 까져버린 주먹 대신 리모콘을 입안 가득 밀어넣은 자철의 감정 그래프가 절정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뻔하디 뻔한 내용, 뻔하게 눈물샘을 자극시키는 드라마 스토리였지만 소녀감성에 쿠크다스 멘탈인 자철은 뻔하게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지 않았다.
「♬이 세상 위에 내가있고!! 나.를.~사랑해주느흐은…나흐 사람!들콰~ 나헤 길!흘! 가고시퍼~ 마니 힘들고 외로워도 크건! 연습일뿐야아아~」
아…미친.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음(…)에 자철의 미간이 확 꾸겨졌다.
눈치없게 희망찬 핸드폰 벨소리가 우수에 젖어 눈물을 훔치던 자철의 집 거실 가득 쩌렁쩌렁 울려대기 시작한 것이다. 아놔…애틋한 키스신에 bgm 나는 문제없어라니…
게다가 저건 작년 교직원 뒷풀이에서 거나하게 취한 자철이 노래방에서 아무렇게나 불러대던 노래의 녹음본이였다.
…순간, 자철은 몇일 전 급식실에서 같은 학교 한 살 어린 수학선생이 제 핸드폰을 가져다 만지작 거리던 게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홍정호, 너 이 새끼야….
자철은 소녀감성을 잠시 접어둔 채 투덜투덜 홍선생 욕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시선은 여전히 TV를 향한 채였다.
˝…여보세요.˝
[˝….˝]
˝… …여보세요?˝
[˝…올ㅋ…˝]
˝…뭐야 이거….˝
[˝형…아니 이젠 스물 여덟 아저씨려나. 무튼 그대로네요. 번호도, 목소리도.˝]
˝뭐야, 너 누구야.˝
[˝저 성용이요.˝]
˝…그게 누군데?˝
[˝…ㅋ 기억 못할 줄 알았어요. …아저씨…아 그냥 전에 부르던대로 형이라고 부를게요. 형 고딩때 형네 윗집 살던 초1 기억 안 나요?˝]
˝기억 안 나는데.˝
[˝진짜 기억 안 나요? 그 때 옷걸이 연결해가지고 갈고리 만들어서 베란다로 형네집 한라봉 존나 많이 훔쳐먹었었는데…˝]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몇번 받아 준 후 상대편의 구라질이 절정에 이르렀을때, ´뉘예뉘예…그래서, 요즘 살기 힘드냐…?´ 하고 물으려던 자철은 띵 하고 머리가 멍 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뭐? 우리집 한라봉을 존나 많이 훔쳐먹었었다고…? 10년 전, 그러니까 내가 고2때 한라봉도둑…?
「…구자철! 너 또 아빠가 제주도에서 보내주신 한라봉 다 까먹었지!!」
「아 내가 안 먹었다고!!」
「…내가 자식새끼라곤 너 하나가 전부고 네 아버지는 제주도 가 계신데, 내가 안 먹었으면 이 집에서 너말고 누가 쳐먹었을까!!!」
「나 진짜 안 먹었다고!!!!!!!!!(ㅠㅠ)」
억울하게 슬리퍼로 등짝을 얻어맞던 나날들…10년이 지났지만 잊을래야 잊을수도 없고 풀래야 풀리지도 않은 미스테리 한라봉도둑…
가끔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갖는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야 그때 한라봉도둑은 잡았냐´하고 장난스럽게 물어보곤 하는 그 깜찍한 새끼가 10년만에 내게 전화를 걸다니….
멍하니 TV 속 드라마를, 아니 이제는 TV에서 뭘 하는지도 모른채 TV 브라운관을 응시하던 자철이, 별안간 쇼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고 핸드폰을 향해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너 이…너 그때…글잡아파트 4층 살던 그 축구꼬맹이…! 그,…한라봉도둑이 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너 이 씨…내가 그 때 엄마한테 얼마나…얼마나…야 임마, 너…너…!˝
[˝ㅋㅋ형 그 때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가 놀아달라고하면 잘 놀아줬었는데…나 되게 귀여워했잖아요.˝]
˝…야…너 한라봉 진짜 그거 너였냐?…그 볼살 통통해서 축구 겁나 좋아하던!…성씨가 좀 특이했는데…기씨 였던가?˝
[˝오, 기억하네요. 나 방금 쫌 두근거렸어요.˝]
˝야, 너…아오 진짜, 두근이고 세근이고 넌 일단 쫌…쫌 맞고 시작하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자철이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기세로 신발장 근처를 서성였다.
한라봉도둑이 제발로 돌아왔는데, 아니 한라봉도둑이기 전에 꽤나 아끼던 꼬맹이가 10년만에 연락을 해왔는데 아무리 1화부터 챙겨보던 드라마 일지라도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2. 10년 전 이야기. 남자가 한 입 가지고 두말 하기 있긔 없긔? 있어도 되긔. 근데 그러면 너 1000억ㅋ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성용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손에 맡겨진데다, 위아래 아무 형제도 없는 외동이라 학교에 갔다 오면 곧잘 외로움을 느끼곤했다.
그럴 때마다 성용은 축구공을 가지고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 미끄럼틀에 축구공을 차대며 할머니가 부르실 때까지 혼자서 놀았다.
낯가림이 심해 놀이터 근처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얼굴에 철판깔고 놀아달라 징징 댈 배짱조차 없던 성용에게 먼저 다가 온 것은,
「야! 4층 꼬맹아! 형 한테 패스 한번 해봐라ㅋ」
시험치는 날이나 학교가 일찍 끝날 때마다 가끔씩 놀이터에서 혼자 놀던 성용을 보면서 안쓰럽다고 여기던 자철이였다. 성용에게 말을 건 그 날도 중간고사가 끝나던 날이였다.
성용은 그 날 처음으로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이 아닌 ´사람´에게 축구공을 차보냈다.
성용이 찬 축구공을 발을 살짝 올려 가볍게 받아 낸 자철이「올, 너 꽤 한다? 너 축구선수해라, 형이 도와줄게.」하며 사람좋게 웃어보였고, 그 웃음을 받은 성용은 가슴속에 무언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한참을 그렇게 축구공으로 패스연습을 하던 둘은 근처 벤치에 앉아 쉬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랜 대화 끝에 구자철선생의 축구교실이 본격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후 6시 타임에 시작하기로 약속되었다.
* * *
「…우왁! 성용이, 너 임마! 형꺼 이어폰 안 가져올래!」
「이거 귀에 끼고있지말구 나랑 얘기하구 놀아여!」
「형 오늘 아파 임마…형 여기 있을테니까 너 축구하고있어. 형이 여기서 보고있을게.」
「아니이, 형 아프니까 나두 축구 안 할래. 오늘은 나랑 얘기하구 놀자구요!」
자철이 다가온 그 날, 제 가슴속에서 피어오른 것이 자철을 향한 마음이라는 걸 시간이 좀 흐른 뒤 알아차린 성용은 그때부터 자철만보면 짖궃은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그 나이 또래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러하듯 성용은 자철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한라봉 루팡질도 아마 이 맘 때 쯤 시작한 것 같다. 그렇다고 단순히 한라봉을 훔치기만 한 것은 아니였다.
(※따라하지마세요)
성용은 옷걸이를 분해해 끝부분 갈고리에 그물망 같은 걸 달아 만든 도구로 베란다에서 몸을 아랫층으로 길게 빼내 자철의 집 창가 쪽에 있는 한라봉을 낚아채고, 한라봉을 훔친 자리에 탁구공을 던져넣곤 했다.
그 탁구공엔 ´형아 조아해요´,´커서 형이랑 겨론할거애요´ 등 나름대로 애정을 가득 담은 성용의 친필이 쓰여있었다. 그걸 늘 자철이아닌,
「뭐야 이건…」
자철의 어머님이 보신게 함정이였지만.
* * *
「형아 학교에 이쁜 누나들 많아여?」
「완전 많지! 특히 3학년 선배들 대박이야. 왜, 성용이 누나들 소개받고싶냐?ㅋㅋ」
「아니요오…형 그 누나들하고 놀지말구 성용이랑 더 놀았으면 좋겠어요…」
「성용이 너ㅋ 형이 그렇게 좋냐?」
「네…진짜 조아해요…형이랑 결혼할꺼에요오…」
「어우, 야 임마! 학교에서 안 배웠어? 남자랑 남자는 결혼 못해! 결혼은 여자친구랑 해야지~그래야 성용이닮은 이쁜 아가도 낳지!」
「시러요…난 형이랑 할건데…으…난 형이랑 아가도 낳고 다 할껀데에…으으엉…」
「어…? 야 너 울어? 성용아, 울어?」
「…형이 성용이랑 결혼 안 해준다니까…막 눈물이이이이익…흐어어어어어어엉!!!!!!!!!!!!!!!!」
「으악, 울지마 성용아!」
성용의 8년 인생에 그렇게 섪게 운 것은 처음이였다. 자철은 화들짝 놀라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대는 성용을 부랴부랴 품안에 꼭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어떡하지…애가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에 대한 개념을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 같은 성용의 등을 토닥거리며 자철은 짧게 고민했다.
…그래도 아직 초등학교 1학년 생한테 결혼한 남자와 여자가 침실에서 이렇게 저렇게 응응하며 아기를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무리수야…라고 판단한 자철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렇다고 ´헐 어떡해…존나 자처리랑 결혼 못 한다고 울어…헐 성용이 귀여워(ㅠㅠ)´ 라는 눈으로 보지말자. 이것은 초등학교 1학년 생의 무서운 꼼수다.
어느 정도 자철을 당황시킨 후 성용은 자철의 품속에 폭 파묻혀 그의 허리를 넌지시 끌어안으며 효끅효끅, 준비해 온 멘트를 쳤다.
「횽 지짜 성용이랑 결혼 안 할꺼에요…?」
「어? 아아니…그니까 그게~안 하는게 아니라아~」
「…뿌에에에에에에에에엥!!!!!!!!!!!!!!!!!!!!!!!!!!!!!!!!!!!!!!!!!!!!!!!!!!!!!!!!!!!!(ㅠㅠ)」
「어이쿠야, 해야지! 당연히 성용이랑 결혼 해야지, 형이!!!!!…근데~」
「근데에…?」
「그…성용이가아~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럼 성용이 크면 결혼 해줘여…?」
「당연하지! 성용이가…음…형 나이 되서 훌륭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유망주되면 결혼해줄게!」
「형 며짤인데여…?」
「형 열 여덟살! 성용이랑 10살 차이나~」
「음…형 잠깐만 기다료바여…」
성용이 살짝 자철의 품에서 떨어지더니 주섬주섬 오늘 저가 입고 온 겉옷 속에 미리 챙겨 온 수첩과 볼펜, 인주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앉아있던 놀이터 벤치에 길게 엎드려 자철의 허벅지를 책상삼아 뭔가를 끄적끄적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성용아…뭐해…?」
「각서! 써요…」
「각서…?」
자철의 물음에 대충 고개를 끄덕인 성용이 마치 서울대 자기소개서 쓰는 듯한 진지함으로 적어내고 있는 글은 각서였다.
그렇게 한참을 말도없이 한자 한자 정성들여 빼곡히 글을 써낸 성용이 이내 활짝 웃으며 자철의 앞에 수첩을 들이밀었다.
자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수첩에 적힌 내용을 소리내어 읽었다.
「2002년 9월 4일 나 구자철은, 기성용이 국가대표 축구선수 유망주인 18세가 되면 기성용과 겨론…? 아 결혼…무튼, 결혼을 생각하는 만남을 가질 것을 맹세합니다…?
이를 어기거나 발뺌할 시, 현금 1000억을 기성용에게 줄 것을 약속합니다. 구자철 (인)…? 뭐야, 이런건 어디서 베껴온거야…이게 다 뭐냐 성용아?」
「각서라니까요! 각서! 여기 인주도 갖구왔으니까 요따가 엄지손가락으로 도장 꾹 찍어요.」
「잉?…아…풉. 초딩이란…그럼그럼! 어디? 여기 (인) 에다가 찍으면 되는거지? 여기다 형이 손가락도장 찍으면 이제 안 우는거다?」
「넹!」
자철은 성용이 가져 온 인주에 엄지손가락 가득 빨갛게 분을 묻힌 뒤, 구자철 (인) 이라고 씌여진 곳에 지장을 꾹 찍었다.
자, 됐지? 하고 성용에게 수첩을 건네주는데, 그것을 건네받는 성용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형아, 있잖아요.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요.」
「응응 뭔데?」
「지장은…법적 효과가 있는거래요.」
3.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한바탕 눈물의 각서 사건이 있은지 얼마 후, 성용의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형편이 생겨 성용을 그네들이 있는 지역의 집으로 데려가게 되었다.
그 소식에 자철은 나름 몇달 간 성용을 아끼고 놀아 준 사람으로써 신체부위 한 곳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쓸쓸함을 느꼈지만, 이상하게 성용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렇게 성용의 이삿날, 분주하게 이삿짐 차량에 몸을 싣는 성용의 발목을 덥썩 잡은 자철을, 성용이 의아한 눈으로 내려다봤다.
「형아 왜요?」
「성용아…너 형이랑 헤어지는데 어째 눈물 한 방울 없냐. 형은 울 거 같은데….」
「영원히 헤어지는 거 아니잖아요! 나 형 핸드폰 번호도 적어놨는데!」
「그럼 뭐해…니가 핸드폰이 없는데…」
「잉…늦더라두 내가 꼭 연락할게요!」
자철은 성용이 아직 어려서 이런식으로 헤어지면 어느 순간 연락이 끊기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확률이 대부분이라는 세상의 이치를 잘 모르나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처럼 ´형아 국가대표 유망주 되서 연락하께요!´ 하고 베시시 웃는 성용에게 저도 평소처럼 웃어주며 성용의 발목을 스르륵 놓았다.
그 때 자철은 알지 못했다.
이사하던 날 성용이 메고있던 작은 가방속에 살짝 열린 지퍼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민 한 코팅지가 그날의 눈물의 각서라는 것을.
이것은 성용과 각서를 코팅해 준 문방구 아저씨만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 *
[˝내가 늦더라도 꼭 연락한다고 했죠.˝]
˝그래, 임마! 근데 너무 늦게 한거 아니냐 너…그건 그렇고, 아 진짜 한라봉…완전 배신이야.˝
[˝ㅋㅋㅋ근데 형, 제가 언제 연락한다고 했죠?˝]
˝…국가대표 축구선수 유망ㅈ…야 너 설마…?˝
[˝어제 어떤 블로그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유망주란 글에 제 이름이 있더라구요. 뭐, 이 정도면 괜찮죠?˝]
˝…와…당연하지 야, 너 진짜…˝
[˝…형, 보고싶어요. 우리 만나요. 어제 블로그 확인하자마자 인터넷으로 기차표끊고 방금 막 글잡아파트 도착했는데…아…존나 다행이다 진짜.
형 그새 핸드폰번호 바꿨을지도 모르는데 확인도 안 해보고 너무 즉흥적으로 왔나 걱정 엄청했거든요. 근데 연락되서 진짜…무튼, 나 글잡아파트 근천데. 형 그새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고 그런거 아니죠?˝]
˝이사는 했는데 거기가 거기지. 나 너 다니던 글잡초 바로 옆 글잡고 체육교사야 임마. 나 사는데서 글잡아파트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만나, 만나!˝
신발장 근처를 서성이던 자철이 신이나서 곧바로 평소 자주 신는 컨버스화를 구겨신었다.
샤워를 마치고 오랫만에 드라마 보는 기분 좀 내려고 잠옷이 아닌 사복을 입어둔게 참으로 다행이였다.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열심히 신발을 구겨신는 자철의 핸드폰 너머로 기분좋은 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형 돈 1000억 정도 있어요?˝]
˝뭐? 1000억? 야, 그런 돈이 어딨어! 내가 근초고왕때부터 일해도 못 벌 돈이다, 임마.˝
[˝ㅋㅋ…진짜 1000억 없죠?˝]
˝없어, 절대 없어!˝
[˝ㅋㅋㅋㅋ알겠어요. 그럼 글잡 아파트 놀이터에서 봐요.˝]
뚝. 아무렇게나 끊긴 전화지만 자철은 마냥 좋았다.
근데 이 녀석 뜬금없이 1000억 얘기는 왜 꺼냈지? 자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띠링, 도어락을 해제한 뒤 폴랑폴랑 집을 나섰다.
자철과의 전화를 끊은 성용이 어릴때와 비교도 안 되게 멋있어지고 훌쩍 커버린 키로 놀이터 한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미끄럼틀을 향해 어렸을 때 축구공을 차던 것처럼 슬쩍 헛발질을 해본다.
성용이 헛발질을 할때마다 성용의 겉옷 주머니 속에서 아직도 뻣뻣하게 그 윤기를 잃지 않은 코팅지가 콕콕, 옆구리를 찔러왔다.
그에 성용이 씩 웃으며 어딘가 있을 자철을 향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갑부도 아니면서 각서 같은거 함부로 쓰는거 아닙니다, 형.˝
…들을리 없는 자철은 신이나서 제 아파트 근처 횡단보도에서 파닥파닥 택시를 잡고있었고, 그런 자철을 기다리며 휘적휘적 긴 다리로 어릴 때 자주 자철과 나란히 앉아 이것저것 떠들어댔던 벤치 근처를 맴돌던 성용이, 주머니 속에서 코팅지를 꺼내 자철의 지장 위에 쪽 뽀뽀를 한 뒤 입을 열었다.
˝세상은 넓고 나같은 또라이는 많으니까요ㅋㅋㅋㅋ˝
[기구]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written by. jjj
jjj's) 이건 뭔 똥글이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잤다깼다 잤다깼다....미쳤어요 지짜...ㅋㅋㅋㅋ
메일링 글 수 채우려고 발악한 글이란거 티나나요...ㅠㅠㅠㅠㅠ 하 미아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메일링 글쓰러 갈게요
이제 진! 짜! 수능 끝날때까지 진! 짜! 글 못 올려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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