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너무 오랜만에 왔지? ㅎㅎ 오늘은 모두가 바라던(바랬는진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들고 왔어
몇주 전인 5월 26일에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출산했거든
사실 아프면 어쩌나 아기 낳으면서 지훈이한테 추한 모습 보이면 어쩌나 온갖 걱정을 했거든.
지인분 말로는 아기 낳으면서 옆에 남편도 서 있는데 아기가 나오면서 온갖 피랑 배출물이랑 하여튼 그런 것들이 같이 나온다기에 정말 걱정했어.
그래서 애들 낳기 이틀 전에 지훈이한테 이야기 했어. 너무 부끄러우니까 애들 낳을 떄 들어오지 말라고
그랬더니 오히려 정색하면서 말하더라고
"겨우 그런것 때문에 내가 누나 싫어라도 할까봐요? 그래도 내가 아빤데 우리 애들 나오는건 봐야죠. 그런것도 참고 못볼거면 누나랑 결혼하지도 않았겠죠."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더라. 매일 매일 애들이 내 뱃속에서 커져만 가고 발길질하는게 느껴지고, 심장이 뛰는게 느껴지면 괜히 기분이 이상하더라. 내 몸 속에서 심장이 3개나 뛰고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한데 한편으론 내가 엄마가 될거라는게 안믿기고, 귀여운 아기들 생각하니까 괜히 벅차기도 하면서. 복잡미묘하더라고 괜히 울컥하기도 하고. 진통은 26일 새벽부터 시작됬어. 자다가 깨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니까 지훈이가 놀라서 일어나더라.
둘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다가 정신차린 지훈이가 옷도 제대로 안챙겨 입고 나를 부축해서 차까지 데려가서 태웠어. 병원까지 가는 10분이 10년같더라. 배가 너무너무 아팠어. 3~4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는데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졌다가 하는게 너무너무 고통스럽더라...ㅠㅠ 옆에서 지훈이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운전하고있고...그러면서
"누나 숨쉬어요 숨. 길게 내쉬었다가 코로 들이마쉬고.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요 누나 빨리, 빨리 갈게요"
자기도 당황스럽고 힘들텐데 나부터 걱정하고 챙기면서 그러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더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지훈이가 지나가던 간호사들한테 달려가서 지금 위급한 상황이라고 막 설명하더라. 나는 혼자 차 안에 앉아서 울고있고. 지훈이 말을 듣고 달려온 간호사들이 날 부축해서 가까이에 있는 침대까지 데리고 갔어.
간호사분들이랑 의사선생님이 침대를 끌고 어디론가 달려가는데 옆에선 지훈이가 겁먹은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고, 난 초조하게 숫자만 셋어. 하나, 둘, 숨을 내쉬고, 셋, 넷, 들이쉬고. 그렇게 연습했던 호흡법도 진통앞에선 무용지물이더라. 숨도 잘 안쉬어지고 배도 너무 아팠어. 한참을 달려가다가 어느 방 안에들어가서 또 다른 침대에 옮겨 누웠어. 거기 누워있으니까 점점 배가 더 아파오더라.
근데도 아직 아기 길이 다 안열렸다면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면서 이야기 하더라. 그 순간엔 배가 너무너무 아파서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어. 그렇게 진통이 서너시간 계속 됬나? 이젠 정말 못참겠다 싶을 때 쯤 간호사 선생님들이 배에 힘주라고 이야기하시더라. 이미 아픈 배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느라 더이상 낼 힘이 없어서 자꾸 눈물이 났어. 지훈이도 옆에서 그 모습 보고 울려고 하는 것 같더라.
더이상 낼 힘이 없어서 너무 허탈하고 그런데도 배는 아파오고, 정말 실핏줄이 왜 터진다고 하는지 알겠더라.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머리에 있는 힘부터 쥐어 짜내려고 노력했어. 정말 얼굴이 새빨게질만큼 온 몸에 힘을 줘봐도 간호사들은 더 힘을 주라고 하더라고.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울었어. 지훈이 이름을 부르면서 펑펑 우니까 지훈이도 내 손을 꼭 잡더니 울음을 삼키려고 노력하더라고.
"지훈아악!!!아아아악!!!!"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힘을 줬더니 배가 무언가 무겁고 커다란 물건에 콱 짓눌렸다가 떼어지는 느낌이 났고, 그 다음에서야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더라.
들려오는 아기 울음 소리에 안도 됬는지 온 몸에 줬던 힘을 다 풀어버렸어. 숨을 가다듬으면서 지훈이를 봤는데 지훈이도 울고있더라고.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도 내 눈을 보면 울고, 그러면서 잠깐 숨을 돌리는데 간호사 언니가 다시 힘주라고 하더라고. 이제 둘째가 나와야된다고.
근데 첫째를 낳고나서 몸에 긴장을 풀어서인지 배도 전보다 더 심하게 아프고 힘도 더이상 안들어가더라. 간호사 언니 한분은 내 배 위에 올라가서 누르고 있고 한분은 더 힘주라고 재촉하고 있고. 한손으론 지훈이 손을 꽉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침대 손잡이를 잡고 있었어.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둘째 울음소리를 듣고 나니까 내몸은 진짜 만신창이더라. 침대 손잡이를 잡고있던 쪽 손톱은 힘을 너무 세게 줘서 다 부러지고 온 몸의 실핏줄은 다 터지고...사람 몰골이 아니더라.
지훈이가 직접 아기들 탯줄을 자르고 나니까 간호사 언니가 아기들을 내 양쪽에 눕혀주더라. 빨갛고 쭈글쭈글했어. 근데도 너무 예쁘더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였어. 벅차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하고, 이상한 감정이더라. 태어나서 한번도 못느껴본. 지훈이도 옆에서 아기들 보면서 웃고있더라. 방금 울어서 부은 눈으로 웃고있는데 너무 웃기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지훈이한테
"고마워"
하고 이야기하니까 그냥 웃더라. 마냥.
내가 산통을 겪고 있을때 지훈이가 장인 어른들이랑 엄마아빠한테 연락드렸나봐. 애들 낳자마자 달려오신 부모님들이 날 보자마자 너무 고생했다며, 고맙다고 말씀하시면서 토닥여주시는데 괜히 울컥하더라. 난 낼 힘도 없어서 그냥 침대에 누운 채로 말도 못하고 있고. 엄마는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토닥여주시다가 본인도 울컥하셨는지 결국 우시더라. 엄마가 우는 모습은 처음 본거라 나도 많이 놀라고 장인 어른이랑 지훈이도 많이 놀란 것 같더라.
그렇게 어느정도 진정한 다음에 산후 조리실로 옮겨졌어. 침대에 누워있는데 한참동안 멍 하더라. 지금 이 감정이 기쁜건지 슬픈건지 행복한건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고. 한참 그렇게 앉아 있다가 밖에서 따뜻한물을 얻어온 지훈이가 나한테 물을 먹여주더니 물어보더라.
"누나 어때요?"
그냥 뭐랄까 나도 내가 어떤지 잘 모르겠더라.
"모르겠어"
"아팠어요?"
"응"
"많이 아팠어요?"
"응 많이 아팠어"
"미안해요 누나. 누나는 아픈데 나는 옆에서 아무것도 못해줘서"
그러면서 우는거야. 괜히 마음만 소녀스러워가지고 ㅋㅋㅋ...
그래도 괜히 울컥 하더라. 이렇게 자그마한 남자가 내 남편이고 내 아이들의 아빠라도 생각하니까 또 미안해지기도 하고.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하더라.
그래서 그냥 지훈이랑 껴안은 채로 같이 울었어 ㅋㅋㅋㅋ 집에 가서 부랴부랴 미역국 해오신 엄마는 나랑 지훈이랑 껴안고 있는거 보곤 미역국만 슬쩍 놓고 나가시고 ㅋㅋㅋ 그때가 벌써 저녁때여서 지훈이랑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 먹으면서 우리 아기들 이름 뭘로 할까 하면서 이야기 했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밖에서 지훈이 아버님이 살짝 문열고 들어오시더라고. 그러면서 수줍게 하시는 말씀이
"아가...? 우리가 느이 아들 이름지어왔다 허허"
ㅋㅋㅋㅋㅋ알고보니까 몇일동안 회사동료들한테 손주들 이름 뭐할까 하면서 여기저기 손주 자랑하고 다니셨다고...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가져오신 이름이 가람이랑 아라였어. 지훈이 아버님 비서분께서 순우리말 이름은 어떻겠냐고 하시면서 강의 순우리말인 가람이랑 바다의 순우리말인 아라를 추천해주셨다고 하더라고. 이름이 너무 예쁘고 지훈이도 나도 마음에 쏙 들어서 그러자고,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버님 입꼬리가 귀에 걸리실 듯이 좋아하시더라 ㅋㅋㅋㅋ 너무 귀여우셔
하여튼 그렇게 건강하게 아이 둘이 태어났고, 지금 나랑 지훈이랑 아이 둘까지 꽁냥꽁냥 알콩달콩하게 잘 지내는 중이야.
아 그리고 나랑 지훈이 이야긴 아무래도 오늘이 끝일 것 같아. 그동안 재미도 없는 내 이야기 꼬박꼬박 잘 들어줘서 고마웠어! 그리울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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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마지막편을 들고와서 놀라셨나요...? ㅎㅎ 처음 쓰는 글이였는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읽어주셔서 신입작가인 저에겐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셨던, 혹은 지금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다음번엔 진짜 마지막! 특별편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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