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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수련꽃/천일염/디니♡




BGM. 단비 - 올해도 니가 그리운 날 (Piano ver.)




< 머릿말 >

[EXO/백도] 어느 소설가의 일기 | 인스티즈

[EXO/백도] 어느 소설가의 일기 | 인스티즈






< 글을 들어가기 앞서 >

· 이 책은 유명 소설가 故변백현 소설가님의 일기를 그대로 발췌한 것 입니다.
· 고인의 살아 생전 어투등을 살린 것 이므로 부디 착오가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본문 앞 숫자 기록은 고인의 일기 순서 입니다.  근 한달 전 부터 작성 해오시던 일기라 그 숫자의 양은 방대합니다.
· 본문에서 고인의 나이는 25살, 소년의 나이는 본문에서 나타나 있습니다.

-옮긴이









56.
 가을이 오려나보다. 마냥 하얗던 병실에도 작은 코스모스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냥 푸르름을 머금고 있던 익숙한 창밖도 어느새 저마다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것이 부러웠다. 하얀 병실에서 하얀 옷만 입고있는 나와 달리 그들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제각기 허물을 벗어대고 있었다. 마지막 매미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젠 이 익숙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것을 알기에 그 매미의 울음이 더욱 슬프게 들리었다. 울지말아라. 버텨내거라.




57.
 매미가 우는 이유는 짝짓기 때문 이라고 한다. 오랜기간 땅 속에 있다 성충이 되지만 그 기간도 무척이나 짧다고 한다. 그래서 수컷이 특유의 발성기관으로 울음을 터뜨린다고 한다. 매미도 제 짝이 있는데. 조금 씁쓸하였다. 젊은 나이라면 젊은 나이인 나는 매미도 한다는 그 짝짓기 조차 못해보고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이 서글프게만 느껴졌다. 창 밖을 보니 유일하던 그 매미가 보이질 않았다. 죽거나 어딘가로 가 버렸나 보다. 그래, 그대도 떠나는구나. 저 멀리로 떠나는구나.



61.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병실의 코스모스는 수가 더 늘어났다. 다른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틈틈히 흰 꽃병에 알록달록한 그것을 꽂아놓고 가는 것 이였다. 이미 안면이 익숙한 내게도 미소를 지어주며 가벼운 목례를 한다. 누군가 찾아온다는건 저런 것일까. 괜히 연락을 받으면 설레고 그대가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는 것일까. 문병 올 사람이 없는 내게는 어색한 모습일 뿐이다.




62.
“네가 언제나 오후 4시에 와 준다면, 나는 3시부터 마음이 설레이기시작할꺼야.”
생택쥐베리, 어린왕자 中





70.
 한동안 일기를 쓰질 못하였다. 점점 숨을 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 졌기 때문이다. 의사는 늘 내게 담담한 어투로 가망이 없다 말하였다. 일말의 슬픔도 보이지 않아 더욱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 내가 정말 죽는구나. 죽는건 어떤 기분일까. 많이 아픈것일까. 어쩌면 이리 힘들게 살아있는 것 보다 행복할지도….




72.
 가을을 타나보다. 부쩍 눈에 들어오지 않던 연인 이라던가, 같은 병실의 보호자가 데려오는 조그마한 아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와 박히기 시작했다. 이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다 생이 끝나가는 사람들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나와 다르게 저리도 밝게 웃고있구나. 저런것이 가능할까. 나도 마지막으로 웃어보고 싶다. 내가 웃을수나 있을까.




79.
 요즘들어 자꾸 어느 한 소년이 눈에 밟힌다. 키도 작고 어깨도 좁고 삐쩍 말라 예쁜 구석이라고는 없지만 그래도 묘한 무언가가 있는 그런 아이이다. 늘 내가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에는 (*고인은 오후 3시가량에는 늘 창 밖을 내다보며 경치를 즐겼다고 한다.) 그 소년이 있었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그 소년은 늘 혼자였다. 떨어지는 낙엽을 주워 자신의 손바닥에 대보며 비교를 하거나 또 나무 몸통을 끌어안기도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그리고는 해가 뉘엿뉘엿 져 갈 쯔음에는 저 멀리 어딘가를 보며 늘 달려가곤 했다. 그런 행위가 근 사일쯔음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




82.
 오늘도 그 소년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소년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밑에서 뱅글뱅글 돌며 그것을 흠뻑 만끽하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면 낙엽들을 죄다 모아 푹신하게 만든 다음 그 위에 드러누워 깔깔 대며 웃기도 했다. 마치 낙엽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소년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나무 몸통에 또 기대더니 마치 타고 오를 듯 아둥바둥 거렸지만 조금 올라온 다음 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도 그 밑에는 소년이 만들어둔 낙엽 뭉치가 한가득 있어서 그는 다치지 않은 듯 했다. 무척이나 다행이다.



85.
 처음으로 소년을 가까이서 보았다. 같은 시간에 와서 평소처럼 놀던 소년이 결심을 한 듯 나무를 타고 올랐다. 예전과는 다른 재빠른 몸놀림 이였다. 아무래도 깨나 연습을 했는 모양이다. 그 소년이 타고 오른 나무는 내가 있는 병실 창가 바로 앞에 있던 큰 나무였다. 소년이 굵은 나뭇 가지에 몸을 실었을 때, 나와 소년의 눈이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이였다. 소년의 눈은 몹시도 땡그랗고 맑았다. 그 짧은 찰나에도 소년의 눈에 있던 반짝임을 읽어내었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가 부러져 소년은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또 소년을 구한것은 낙엽 뭉치였다.



89.
 소년이 오지를 않는다.



95.
 드디어 소년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소년은 자신이 부러트린 그 나뭇가지가 다시 돋아나길 바랬던 것 같다. 그 나뭇가지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나뭇가지가 또 생겨났기에 소년은 다시 돌아온 듯 했다. 자연스레 나무를 타고 오른 다음 조심히 그 나뭇가지에 다시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였다. 순간 꾀죄죄한 내 모습이 생각나 부끄러웠지만 소년의 눈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 짧은 찰나에도 소년을 내 눈속에 담으려 노력했다. 소년은 손을 뻗었다. 놀라웠던것은 나무와 병실 창가가 생각보다 가까웠기에 소년의 손이 병실 유리에 닿았던 것 이다. 소년 본인도 놀라 안그래도 땡그랗던 눈이 더 땡그래졌다. 소년이 입을 오물조물 놀렸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그러더니 손짓으로 창문의 장금장치를 가리켜 대었다. 아무래도 열어달라는 뜻 이였나 보다. 나는 두어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것을 열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소년이 내게 건넨 첫 인사였다. 그는 낯을 가리지도 않는지 씨익 웃으며 창가에 걸터 앉았다. 조금 위험해 보였지만 소년은 괜찮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동안 적막이 돌았다.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느새 다인용 병실을 나 혼자 일인용으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들은 나보다 더 위독 했었나보다. 아참, 이 말이 아니다. 소년은 텅 빈 병실을 둘러보더니 내게 대뜸 혼자 사냐고 물어보았다. 무슨 의미로 내게 그것을 물어보는건가 싶었는데 이 곳을 내 집이라고 생각했는가 싶어 혼자 산다고 대답해 주었다. 물론 청주에 있는 나의 집에서도 난 혼자 사니 틀린말은 아니였다. 외롭지 않아요? 소년이 궁금하단 표정으로 내게 물어왔다. ……. 많이 외로워. 나는 더듬더듬 입을 떼었다. 아, 그렇구나. 소년은 두어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아까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내가 늘 놀러 올께요! 소년은 대뜸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내가 멀뚱히 쳐다보자 다른쪽 손을 뻗어 내 손도 자신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이내 그 작은 손가락으로 약속을 걸어 보였다. 약속한거예요! 나는 오랜만에 기분좋게 웃어보였다.



96.
 소년은 어제 한 말 대로 오늘 또 나를 찾아왔다. 고작 두번의 만남이지만 나는 소년을 오래 봐 왔기 때문에 그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쾌활한 소년의 성격 덕에 나도 오랜만에 웃게 되었다. 소년의 이름은 경수. 도 경수. 열일곱이라 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일학년? 중학생 일 줄 알았다 넌지시 얘기하자 경수는 자신은 키가 더 클 것 이라고 약간 언성을 높히며 말했다. 그것은 화 보다는 다짐이였다. 내게 다짐해 보였다. 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얼른 커서 같이 산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수는 알겠다며 씩씩하게 웃어보였다.


 이루어 질 수 없는 말을 내뱉은걸 후회했다. 정말로 경수와 산책을 하고싶다는 마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100.
 늘 경수는 나를 찾아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런 경수가 마음에 들었다. 건장한 내가 고작 열일곱밖에 되지않는 소년에게 이러한 마음을 품는다는게 말이 될 수가 없었지만 경수를 생각하면 늘 아프기만 하던 심장이 세게 요동치는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절망했다. 내게도 물론 날 감싸주는 누군가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은 했었지만 그것이 저리도 어린, 심지어 성별마저 같은 소년이란 사실에 나는 내 성적 취향이 고작 이러했나 하고 나를 깎아 내리게 되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경수가 나무를 타고 찾아왔지만 나는 창문을 걸어 잠구고 커텐도 쳐 경수가 온 것을 애써 외면했다. 몇일동안 안 보면 그도 오지 않을테고, 그렇다면 혼란스러운 이 마음도 진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경수가 애달프게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문을 열어달라며 나를 찾는 경수의 앳 된 목소리가 들린다. 하필 나는 왜 너에게…….



107.
 경수를 외면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답답한 병실을 환기시키기 위해 오랜만에 창문을 열었을 때에는 그곳에 똑같이 경수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향해 웃고있었다. 무척이나 놀라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경수는 자연스레 창문을 타고 들어와 내게 왜 한동안 창문을 안 열어 주었냐고 툴툴대었다. 애써 진정하며 그동안 좀 아팠다고 전하였다. 그러자 경수는 금방 울상이 되어 내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왔다.


 차마 경수에게는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109.
 경수가 찾아왔다. 또 밝게 웃으며 내게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링거를 가리키며 이게 내 밥이라고 말해주었지만 경수는 통 이해를 못하는 듯 했다.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자신이 나중에는 맛있는걸 가져와 주겠다며 또 밝게 웃었다. 기분이 좋아져 그런 경수의 머리를 또 쓰다듬었다. 경수는 늘 내게 머리가 헝클어 진다며 툴툴 대었으나 나는 그럴때 마다 더욱 세게 머리카락을 헝클이곤 했다. 아랫 입술을 내놓던 경수도 나의 그런 장난에는 다시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경수랑 있을때면 늘 기분이 좋았다.



111.
 오늘은 피를 토하고 말았다. 단순한 기침인 줄 알았는데 역겨운 비릿한 것이 올라와 이내 그것을 토해내고 말았다. 붉은것이 묻은 손바닥을 보며 나는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는 다급한 표정으로 주치의를 찾았고 주치의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내게 이제 남은 수명이 한달 남짓 이라고 전해주었다. 사실 지금 이것을 적고있는 순간에도 손이 달달 떨려 제대로 글씨를 적지 못할 것만 같다. 그래도 나는 글쟁이인지라 이 기록을 멈출수는 없다. 나는 생을 마감하기 전 까지 이 일기를 멈추지 않을 것 이다.


 경수가 찾아왔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하루였다. 경수를 일찍 돌려 보내었다.



113.

 [EXO/백도] 어느 소설가의 일기 | 인스티즈




114.

 오늘도 어김없이 경수가 찾아왔다. 평소보다는 늦은, 석양이 하늘을 가득 수놓고 있는 그 찰나에 경수는 내게 찾아와선 대뜸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어왔다. 순간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걸 눈치 챈건가 싶어 애써 진정하며 아니라고 둘러 대었지만 경수는 오히려 내 대답에 화가난 듯 거짓말 하지말라며 소리쳤다. 왜그러냐고 내가 경수에게 물어봤지만 경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처음으로 경수가 울음을 참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덧 밖은 어두워졌고 경수는 그저 아까와는 달리 소리없이 혼자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을 뿐이였다. 경수를 끌어안아 달래 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툭 튀어나온 갈비뼈가 새삼 이 아이가 많이 말랐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너는 부디 나처럼 아프지 말길 바란다.



 경수는 내게 자고 갈 것 이라며 보호자들이 쓰는 간이 침대를 꺼내어 무작정 눕고 보았다. 내가 왜이러냐며 말려 보았지만 경수는 다시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나와 떨어지기 싫다고 엉엉 울어보였다. 마치 내가 떠날것이란걸 알기라도 했나 걱정되었다. 경수를 다시 다독이며 나는 어디에도 안 갈 것이라며 달랬고 경수는 진짜냐며 수십번을 물어 보았다. 나는 그때마다 그렇다고 말헀고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내 손을 꼭 잡고 잠이 들었다. 몹시 피곤했나보다. 발개진 눈끝이 괜히 신경쓰인다. 경수야. 너는 무엇을 들은거니. 내가 아픈 사실을 알고 있는거야? 자는 경수를 내려다 보다 괜스레 나 마저 슬퍼져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116.

 경수는 아예 내 병실에서 같이 살기로 마음을 굳게 먹은듯 해 보였다. 나는 왜이러느냐고 부모님이 걱정 하실테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경수는 자신에게는 부모님이 없다고 말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무거운 돌 하나가 심장을 짓누르는 듯 답답했다. 물론 말하는 경수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경수에게 더욱 슬픔을 느꼈다. 괜히 그를 다독여 주자 싶어 끌어 안았으나 경수는 도리어 활짝 웃어보이며 아저씨 왜 그렇게 쳐다봐요? 라고 되물었다. 그 특유의 톡톡 튀는 말투는 나를 간지럽게 만든다. 경수야, 경수야. 미안하다 경수야.




118.

 간호사들은 이미 경수를 다 알았다. 3층 306호실에 혼자 있는 시한부 소설가와 늘 붙어있는 꼬마아이 라고 하면 대부분 아! 하고 경수를 떠올렸다. 그래서인지 그 작은 꼬마아이에게 과자나 마실것들을 쥐어 내게 돌려보내기도 했다. 경수는 이제 무모히 나무를 타지 않고 병원 입구로 들어왔다. 내게 왜 이런 하얀 건물에서만 지내냐고 물었고 나는 그저 웃으며 나도 부모님이 없어서, 라고 대답했다. 내 말에 경수는 그럼 이 곳은 부모님이 없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곳이냐길래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무척이나 기뻐하는 그 모습이 귀여웠다. 내게 안겨서는 그럼 나도 여기에 같이 살 거라고 힘차게 말했다. 나는 그의 목을 끌어 안으며 그러라고 말 해 주었다. 마냥 하얗기만 해 질리던 이 병실이 마치 경수와 나만의 따뜻한 공간이 된 듯 해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를 띄웠다. 그런 내 모습에 경수는 웃으며 내 손바닥에 자신의 입술을 마구 부벼 대었다. 나도 작은 경수의 손에 내 부르튼 입술을 갖다 대어 주었다. 사랑은, 이리도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인가.




120.

 주치의가 또 내게 찾아왔다. 다른 간호사들이 경수를 불렀고 경수는 이미 안면을 익힌 사이인지 쪼르르 그 간호사들을 따라 병실을 빠져 나갔다. 주치의는 차트를 휙 휙 넘기더니 이제 많아야 십오일 정도 살 듯 하다고 말하였다. 나의 수명이 끝나가는 이 사실을 이리도 무미건조하게 말 할 수 있을까. 그대가 이러한 상황을 많이 겪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적어도 이런 경험이 처음인 내게는 조금 다르게 말해줄 순 없는걸까. 눈앞이 캄캄해졌다. 눈물이 차오르진 않았지만 괜히 경수가 아른 거리곤 했다. 마치 여름날의 신기루 처럼 내 눈앞에서 한껏 아른거리다 이내 곧 사라지고 말았다. 아아, 경수야. 너를 두고 어떻게 내가 갈 수 있겠니.




122.

 경수는 어디에서 가져왔을지 모를 동화책들을 한아름 가져와 간이 침대에 내려놓으며 한권 한권 내게 읽어주었다. 처음에는 빨간망토, 그 다음에는 피터팬, 신데렐라…. 오랜만에 동화를 들어 기분이 좋을 무렵, 들려오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들리지 않았다. 쌕쌕 거리며 잠을 자는 모습이 새삼 그가 어린것을 자각하게 되어 조용히 담요를 덮어주었다. 어느새 날이 몹시 쌀쌀해졌다. 겨울이 오려나보다. 아마 나는 너와 같이 한껏 내리는 눈을 보지는 못하겠지 경수야. 너의 그 맑은 눈동자에 부디 새하얀 눈을 가득 담아주렴. 내가 볼 수 있을 만큼.




125.

 어느새 겨울이였다. 아예 헐벗은 나무들은 무척이나 앙상해 보였고 나도 말라갔다. 경수는 걱정을 가득 담은 눈으로 내게 괜찮냐고 물어왔고 나는 그때마다 괜찮다고 웃으며 둘러대었다. 이제는 몸에 힘도 다 들어가지 않는다. 이 일기를 얼마나 쓸 수 있을까. 그리고 너를 얼만큼 더 볼 수 있을까…. 침침해 오는 눈이 말썽이였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경수야. 네 사진을 한장이라도 남겨주길 바란다. 어린 너를 잊지 않고 자라나길 바란다. 지금처럼 씩씩하길 바란다. 낯을 가리지 않는 점도 그대로 이어나가길 바란다. 울지는 말아라. 네가 웃으면 모두가 기뻐 할 것 이다. 아름다운 아이야. 너는 몹시도 아름답다.




126.

 오늘은 경수가 대뜸 사진을 찍자며 카메라를 가지고 왔다. 간호사 누나가 주었다며, 사진도 찍어 줄거라며, 너는 방방대며 신이난듯 내게 말해대었고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이 귀여워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카랑카랑한 여 간호사의 목소리가 병실에 작게 울렸다. 이윽고 찰칵 소리와 함께 바로 흰 종이에 사진이 뽑아져 나왔다. 경수는 하나 더 찍자고 재촉했고 나는 알겠다며 또 한장을 더 찍었다. 내가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니 아직은 안된다며 강하게 거부했다. 그럼 언제 보여주려고 그러냐고 물으니 한참을 고민하더니 자신이 보여주고 싶을때 보여줄거라고 말 하며 간호사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병실을 나갔다. 시간이없는데….




129.

(*본 내용은 고인의 일기장이 아닌 고인의 녹음기에서 발췌했음을 알린다.)

 내 몸이 더이상 회복이 될 수 없다는건 내가 제일 잘 알고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경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도, 그를 향해 웃을수도…. 수명이 다 해 간다는 기분은 이런 것 이구나. 숨 쉬는것이 몹시 힘들다. 폐가 짓 눌리는 기분이라 갑갑함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경수가 이 순간을 안 봐서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된다. 경수야 나는 네게 할 말이 무척이나 많다. 이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네게 해 줘야 할 지 모르겠지만 네가 이 녹음기를 꼭 듣길 바란다. 못 듣는다면 내가 몇일 전 일기장 맨 앞에 적어둔 내용(*이 책의 머릿말부분. 챕터 113때 쯔음에 작성한 것으로 예상된다.) 으로 누군가 이것을 꼭 책으로 내어주길 바란다. 이것을 책으로 낸다면 아마 이것을 읽는 모든 이들이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싶다. 경수야. 나는 이리도 너를 좋아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 사람이 너였으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는 너를 좋아하였다. 경수야. 내가 죽더라도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처음은 몹시도 힘들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것이 당연한 것이니 너는 다시 웃어 주었으면 좋겠다.



 경수야. 내 경수야. 너는 부디. 나를 잊지 말아다오. 잊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그렇게 말할 수가 없구나. 너는 나를 잊지 말아다오. 잊지말아줘. 나를. 영원히…….




130.

 경수야. 나는 네게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메세지를 남긴다. 말 하는것이 몹시 더디지만 너는 내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주기를 바란다. 경수야. 너를 처음 보았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너는 무척이나 개구장이 같았고 그 모습은 내가 느끼지 못한 유년기를 보는 듯 해 더욱 눈길이 갔다. 경수야 네게 한번도 먼저 말한 적 없지만 나는 태어날 때 부터 몹시 허약했다. 나를 낳자마자 부모는 나를 고아원에 맡기고 도망갔고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기보단 죽어나가고 있었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친구도, 연인도, 가족도 없었고 그저 내게는 글을 쓰는 일이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 또 인생의 즐거움 이였다. 그런 내 인생에 네가 나타난것이다. 나는 너를 만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경수야. 내 경수야. 너를 만나서 기쁘다. 고마워 경수야. 너를 만나서 기쁘다. 기뻐. 아름다운 내 경수야….




132.

 2013년 12월 23일. 변백현님 사망.








-옮긴이 도경수









안녕하세요 윤동주입니다 :)

이번에는 여태 적은거랑 다른 새드글을 가지고 왔는데요

뭔가 너무 느슨한 ㄴ분위기 인 것 같네요ㅠㅠㅠ

아 백현이를 시한부로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혹시나 이해 안가시는 부분 있으면 언제나 덧글로 말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

맨 위에 만년필은 일부러 글을 막 쓴듯한 느낌을 주려고 넣어본 거예요!!!1

어떤 느낌으로 와닿으셨을지 모르겠네요ㅠㅠ


아 그리고 사실 이 글은 김광섭 시인의 "생의감각" 이란 시를 보고

그런 느낌의 소설을 쓰고싶다고 생각해서 쓰게 된 것 입니다!

혹여 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밑에 더보기 눌러주세요 :^>





김광섭 - 생의감각

여명의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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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윤동주
얼마든지 신청해주세요!!!!!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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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윤동주
넹넹 너무 감사해요 파닭님ㅠㅠㅠㅠ잘 읽어주셔서 또 감사해요ㅠㅠ♡♡♡
10년 전
독자2
와 대박.....진짜 대박이세요ㅠㅠㅠㅠㅠㅠㅠ우와ㅜㅜㅜㅜ이 미친퀄리티는 ㅠㅠㅠㅠ!!!
10년 전
윤동주
에고 비회원으로 까지 적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ㅠㅠㅠ 퀄리티 안 좋은데 좋다구 해주시다니ㅠㅠ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2
헝ㅠㅠ옮긴이 도경수ㅠㅠ경수야ㅠㅠ헝헝ㅠㅠㅠㅠ아 분위기진작좋네여ㅠㅠ
10년 전
윤동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 사실 이 글의 포인트는 이 책을 옮긴이가 바로 경수라는 점!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3
도경수ㅜㅜㅜㅜㅜ진짜ㅜㅜㅜㅜ마지막ㅜㅠㅜㅜㅜㅜ
10년 전
윤동주
어떻게 와닿으셨을지 모르겠네요!!!ㅠㅠ괜히 글이 복잡하지는 않았는지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4
와 그냥 대박이다 ....가슴이 먹먹하고 진짜 감동적이네요 ..영화보는것같았어요...잘읽고갑니다 정말 인상적인 글이었어요 마지막에 김광섭님의 생의감각의 시도 정말 좋았어요 걍 대박이에요 이글은!!!!!!!
10년 전
윤동주
잘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영화같다니요ㅠㅠ 그렇게 말해주시다니..ㅠㅠㅠ 김광섭님의 시를 보고 제가 깨달은걸 최대한 적어보고 싶었는데 시와는 다르게 안좋은 결말로 끝이나버리고 말았네요ㅠㅠㅠ 인상적이게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독자님도 걍 대박이세요!!!ㅠㅠ♡
10년 전
독자5
아.... 진짜 먹먹하고 깊이있는 글이네요 피상적인 자극에만 익숙해졌지만 제가끔 올라오는 이런 무게감있는 글에 잔잔히 감동 받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10년 전
윤동주
제 글을 무게감 있게 잘 읽어주시다니 검사합니다..ㅠㅠ 깊이를 논하기에는 아직 제가 너무 미숙하네요 더 열심히 글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7
제가 판다라고 암호닉을 신청했는지 모르겠어여....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백도 짱 아련 돋는다 ..ㅠㅠㅠㅠ안타깝고안차까워요...분위기도 장난라니고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10년 전
윤동주
신청 안해주신 것 같아요!!!ㅠㅠ이제라도 신청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 잘 읽어주셔서 또 한번 감사해요ㅠㅠㅠ♡
10년 전
독자8
헐 진짜 있는건줄 알았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상에나 ㄹㄷㅁㅇㄹㄴ ㅠㅠㅠㅠㅠㅠㅠㅠ와 ㅜㅜㅜㅜㅜㅜㅜ헐 ㅜㅜㅜㅜ
10년 전
윤동주
**당황스럽다..왜때문에 배경이 회색이죠? 당황당황.. 투명해야 줄이 보이는데..그래야 노트같은데...왜때문이예요 인스티즈ㅠㅠㅠㅠ
10년 전
독자9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현ㄹ아... ㅠㅠㅠㅠㅠㅠㅠ 왕전슬퍼요 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0
흐헝ㅠㅠㅠㅠ 너무 좋아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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