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대박 드디어 떴다. 경수는 약간의 환호와 함께 급하게 초록색 이름을 가진 그 글을 클릭했다. 익숙한 닉네임과 늘 붙어있는 불모양 마크. 경수는 일단 주위를 살핀 후 조심히 그 글을 클릭했다. 늘 글과 잘 어울리는 비지엠에 군더더기 없는 내용에 또 특유의 인상깊은 필체. 초록글은 기본인데다 한번 글을 쓰면 덧글이 몇백개는 기본으로 달린다. 경수는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지만 성인 남자에 드물게 아이돌의 팬픽을 읽었고, 또 한 팬픽작가의 열렬한 팬이였다. 경수는 경건한 마음으로 글을 정독한 다음 덧글창을 눌러 자연스레 덧글을 입력했다. '됴됴예요ㅠㅠ 작가님 오늘도 글이 너무…' 블라블라.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이 길어지는 덧글을 쓰며 경수는 괜스레 흐뭇한 마음을 느꼈다.
“도형사. 뭐해?”
“네? 네에?!”
“뭐 죄 지었어? 뭘 그렇게 놀라?”
“아, 하하, 하하하, 아뇨! 저 안놀랐는데요?”
경수의 선임 형사가 커피를 홀짝이며 다가오자 경수는 급하게 Alt+F4를 눌렀고 창이 언제 띄워져 있었냐는 듯 익숙한 초원의 모습을 띈 바탕화면이 펼쳐져 있었다. 뭐 보고 있지 않았어? 경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하이톤으로 아니요?그럴리가요오? 라고 대답해 버렸다. 삑사리까지 나 몹시도 당황한 티가 역력했지만 둔한 선임 이였기에 그는 그렇냐면서 다시 제 갈 길을 향해 걸어갔다. 경수는 그 긴 덧글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허탈함과 함께 왜 확인 버튼을 먼저 누르지 못했는가 하는 죄책감에 빠져들었다. 그렇다고 덧글을 안 남길수도 없고! 다시 그만큼의 양을 적을 만한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아, 역시 직장에서는 신알신 알람을 꺼 둬야해. 오늘도 경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 * *
백현은 입이 찢어질 듯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오히려 보는 사람 마저 졸리게 만들 듯 두 눈을 꿈뻑, 꿈뻑, 느리게 깜빡였다. 그럴만도 한 것이 어제 백현은 남들이 이미 꿈 속을 헤매고 있을 시간인 새벽 세시 반에서야 잠을 잤기 때문이다. 그 나이 때 소년들 처럼 비밀스러운 동영상을 보다가 잠을 못 이룬것이 아니다. 백현은 모 포털사이트의 유명 팬픽 작가였다. 썼다하면 초록글이 되고 덧글도 몇백개가 달리는, 단골 독자만 해도 백여명이 넘는 그러한 작가가 바로 고작 18살,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백현 이였다. 물론 늦게 잠을 잔 이유도 그것 때문이였다. 새 글 업데이트. 물론 자신의 인기가 떨어지는 날은 없었다 해도 시험기간이라 통 글을 못 쓰어 백현 본인도 손이 근질 거렸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나긋나긋한 국어 선생님이 시를 한 편 읽어 주셨다. 자세히 들어보니 이 시, 내용이 참 좋다. 백현은 이러한 분위기로 글을 쓰자 싶어 그 시 제목과 시인의 이름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딱 그어 놓았다. 그리고 그 것을 보며 자신은 뼛속까지 글쟁이라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번에는 업데이트를 좀 빨리 해볼까? 반응 대박이겠다. 백현은 혼자서 킥킥대며 웃다 선생님의 눈총을 받고 이내 조용히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 * *
“네? 이제는 팬픽도요?!”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저번에 한 다고 말 하지 않았어?”
“전혀요! 미리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도형사 왜이렇게 격해 오늘따라? 팬픽이라도 보나봐?”
“보, 보, 보다뇨! 그, 그게 무슨 마,말씀이세요!”
“농담이야 농담! 남자가 다 커선 팬픽이 뭐냐 팬픽이. 유치하게스리.”
유치하다니요! 경수는 그 자리에서 바락 소리를 지를 뻔 한걸 겨우겨우 참아내었다. 그래 일코. (*일반인 코스프레) 일코 해야지. 경수는 안면근육을 최대한 움직여가며 하하, 하고 웃었지만 그저 썩소에 지나지 못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이제는 학생이 연관된 팬픽까지 아청법에 해당 된다고 한다. 하필이면! 경수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어째서인지 무조건 고등학생물만 쓴다. 누군가가 덧글로 ‘왜 고등학생물만 쓰세요?’ 라고 물으면 ‘고등학생 특유의 풋풋함이 좋아요…’ 부터 시작해서 결국 마지막에는 그 덧글을 읽는 모두가 아! 고등학생물이 최고야 역시! 라고 생각하게 만들 만큼 그는 논리정연했다. 그랬다. 경수도 그 덧글을 읽고 고등학생물을 찬양하게 되었던 것 이였다.
그나저나 이제 정말 큰일났다. 형사님들이 검색을 시작하자고 한 사이트가 하필이면 그 작가와 경수 본인이 활동하는 그 사이트 였고, 경수는 종이에 그 사이트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심장이 덜컹 거려서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줄 알았다고 생각했더랬다. 다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각 사이트들에 작업을 시작했지만, 경수는 통 작업을 시작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다니는 그 사이트의 담당은 다른 형사 선배 였기 때문이다. 경수는 그 작가의 작품을 못 본다면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와 이 사람 대단한데?”
“왜요?”
“작가인데 고등학생물 밖에 안썼어. 일단 이 사람은 무조건 부르자구.”
“아, 아니, 근데 형사님들. 솔직히 팬픽은 좀 심한거 아닌가요? 솔직히 창작의 자유가 있고….”
“얌마 그럼 야동에도 창작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 왜! 도형사 오늘 왜그래? 어디 아파?”
“아,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일이나 하라구.”
네에…. 경수는 힘 없이 대답을 하고 자신이 맡은 사이트를 수사해나가기 시작했다. 히잉, 어떡하지. 하필이면 법이 바뀌어도 왜 그렇게 바뀐거야! 경수는 속상함에 키보드를 부술 듯 세게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오늘 많이 아픈가보네, 선임 형사들은 전부 경수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다.
* * *
“변백! 쌤이 너 오래.”
“아 씨… 나?”
“어. 교무실로.”
백현은 간만에 꿀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느닺없이 자신을 불렀다는 선생님의 말때문에 자신을 깨운 친구가 몹시도 짜증났지만 어쩌겠는가 생각하며 슬리퍼를 질질 끌며 교무실로 내려갔다. 교무실의 선생님 자리에는 선생님 말고도 다른 남자 한명이 서 있었다. 뭐지? 차림새로 보아하니 경찰인데…. 좁은 어깨에 작은 키. 동그란 눈과 빨갛고 도톰한 입술을 가진 사람. 근데 이 사람이 경찰? 중학생이 코스프레를 한 것 처럼 밖에 안보이는데…. 백현은 개의치않고 선생님께 다가가서 저 부르셨슴까, 말을 하니 선생님은 한숨부터 쉬고 보셨다.
“백현아… 이 분 따라가서 말씀 잘 듣고 와….”
“네? 제가 왜 이분을 따라가요?”
“그냥 따라가라면 따라가…응? 선생님이 비밀로 해 줄테니까….”
“이 분이 누구시길래….”
그 남자도 백현을 본 채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 부담스러운 시선은 뭔가 생각하며 누구냐는 말과 함께 그 사람을 쳐다보니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두어번 젓더니 ‘서울 경찰서에서 나온 사이버수사과 형사 도경수 라고 합니다.’ 라고 말하며 자신의 경찰증을 보여줬다. 아니 사이버수사과가 왜 저에게…? 백현은 얼떨떨함을 숨기지 못해 멍하니 경수를 쳐다보았고 경수 역시 놀라운 반전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 * *
두 사람이 타고 가는 택시 안은 몹시도 조용했다. 면허증이 없는 경수로 인해 결국 해당 경찰서까지 택시를 타고 갔어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뒷자석에 서로 뻘쭘히 각 창문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수의 머릿속은 패닉 그 자체, 였다. 자신이 그렇게 찬양하던 작가님이 자신보다 열살이나 어린 고등학생 이였다니! 복잡한 머릿속이 통 정리가 되질 않았다. 이 어린 고등학생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정사씬을 훌륭히 적어낼 수 있었던거지? 으아, 경수는 복잡함에 소리를 질러버리고 싶었다.
어떡하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는 백현도 경수 못지 않았다. 아청법? 내가 한것은 고작 팬픽을 쓴 것 밖에 없는데 아청법이라고? 으아아! 백현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머리를 감쌌다. 아청법이면 정말 철컹철컹? 은팔찌 획득? 벌금도 어마어마하고?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 감옥에서 썩어 가다 출소 후 학교를 복학하고, 복학해도 빨간줄이 내 이름위에 늘 그여 있을텐데…. 말도안돼!
“…저기요, 경찰아저씨.”
“네?”
“저 정말 감옥가요?”
“……네?”
“저 진짜 감옥 가냐구요….”
울먹거리는 백현을 보며 경수는 그래도 역시 학생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살풋 웃고는 백현의 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요, 미성년자니까 안 가도 되요. 벌금형으로 끝날수도 있고….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서에 가서 직접 얘기 들어보도록 해요. 자상한 경수의 말투에 백현은 안심하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이 귀엽다 느낀 것은 경수도 마찬가지 였다. 자신보다 열살 어린티가 역력히 났다. 이 상황 자체가 생소한지 연신 쭉 째진 눈을 꿈뻑대며 손을 꼼지락 대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마지막으로 쓴 글의 다음편이 언제 나오느냐 물어보고 싶지만, 간신히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참았다. 안돼! 일코해제는 안된다구! 참아 도경수! 백현은 죄 없는 자신의 허벅지를 퍽퍽 때려대었고 그런 모습에 백현은 이상한 사람을 보듯 경수를 쳐다보았다.
* * *
백현이 본 경찰서는 무척이나 낡고 또 무서운 분위기였다. 중년의 형사분들은 뭐가 그렇게 화가 나셨는지 미간에는 주름살이 져 있었고 그 모습이 무척이나 무서웠다. 또 바쁘신지 이리저리 왔다갔다 정신없이 움직이고 계셨고 그 모습에 백현은 절로 위축 되어갔다. 경수는 그런 백현의 어깨를 다독여 주면서 사이버수사과는 저쪽이라며 백현을 데리고는 경찰서의 여러 문 중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이 분위기보단 조용하고 차분할테니 걱정말라고 그를 또 안심시켜 주었다. 백현은 든든함에 마음이 놓였다. 원래 경찰이 이렇게 잡혀온 사람에게 친절한가, 하는 생각과 함께.
경수의 말대로 사이버수사과는 다른 과 와는 달리 좀 조용했다. 백현 말고도 사람이 세네명 있었지만 전부 여자였고 그녀들 사이에서 백현은 괜스레 위축 되어감을 느꼈다. 경수는 그런 백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는 걱정말라며 말했고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책상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경수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백현이 쭈뼛대며 그 자리에 앉자 이내 모든 시선이 백현에게로 모여들었다.
“뭐야 도형사. 남자애야?”
“아, 네.”
“그래? 신기하네 남자애고.”
“신기할게 뭐가 있어요. 보니까 글도 잘 쓰던데.”
오늘따라 왜그래? 선임 형사는 경수의 어깨를 툭 쳤다. 경수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숨기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제가 뭘요? 간단한 신변 조사를 하기 위해 이름, 집주소, 나이, 등등… 기초적인 것을 다 물어보고 제일 중요한 동기를 물어봤다. 경수가 일 하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백현은 자신의 눈을 마주하는 경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더듬거렸다. 경수는 그런 백현의 모습에 긴장을 했나 싶어 어깨를 두어번 토닥여주고는 긴장하지 말라며 책상 속에서 레쓰비 하나를 꺼내어 주었다.
“도형사. 그 애는 이만 보내.”
“네? 왜요?”
“미성년자고 일단 위에서도 팬픽은 다시 검토해보기로 했나봐.”
“아….”
“괜히 귀찮게 됐어. 조심히 돌아가 학생.”
“저, 형사님.”
“어?”
“제가 데려다 주고 오겠습니다.”
그러든가…. 시큰둥한 선임의 말투였지만 경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가 데려다 줄께, 다시 학교로 가자. 경수가 백현의 손목을 붙잡아 이끌었고 백현은 그런 경수에게 끌려가는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뒤에서 그것을 보고있던, 채 가지않은 여성 팬픽 작가들은 현게 (*현실게이) 를 실제로 보아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들 모두의 공통적인 생각이였다.
* * *
물론 백현도 이 상황이 몹시 의아했다. 동성애 팬픽을 쓰는 본인 인지라, 자신에게도 동성애가 실제로 일어나는건가 싶어 백현은 긴장했고 그런 백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경수는 길거리에 나온 노점상을 가리키며 붕어빵 먹을래? 하고 태연히 물어보기까지 했다. 백현은 얼떨결에 알겠다며 고개를 주억 거렸고, 노점상까지 걸어가는 동안 경수는 몹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마도 경수는, 백현의 팬픽을 앞으로도 읽을수 있음에 그렇게도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던 듯 하다.
붕어빵 천원 어치만 주세요! 경쾌한 경수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내 인자한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연달아 들렸다. 요즈음 부쩍 날이 쌀쌀해졌는데, 벌써 붕어빵이 나왔구나. 경수는 돈을 건넨다음 막 꺼낸 붕어빵 한개를 백현에게 건냈다. 백현은 짧막하게 목례를 한 다음 고맙다는 인사도 빼먹지 않고 했다. 앗뜨뜨, 경수는 혀가 데였는지 혀에 연신 부채질을 해대었다. 백현은 그런 경수를 보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씨, 왜 웃어?”
“형사님 귀여우셔서요.”
“ㅇ,어?”
“번호 좀 주세요.”
그리곤 대뜸 휴대폰부터 들이미는 백현이였다. 경수는 얼떨떨함에 휴대폰을 받아 자신의 번호를 쳤고, 백현은 그런 경수를 보며 마냥 귀엽다는 생각에 히죽히죽 실없이 자꾸만 웃어대었다. 물론 경수의 머릿속은 패닉이였다. 아무래도 동성애 소설을 쓰는 아이니까 더 이런거에 익숙한 거라서 내 번호를 가져가는게 이리도 자연스러운 것인걸까. 혹시나 이 어린 백현이, 선수인걸까. 경수는 시덥잖은 생각으로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고 말없이 붕어빵을 한입 더 깨물었다.
-♪ 경수의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백현이 확인 차 전화를 해본 것 이렸다. 경수의 번호가 맞음을 확인한 백현은 의미심장하게 진짜네, 란 말을 내뱉으며 웃어보였다. 웃을때는 눈이 아예 초승달 모양으로 접히는구나. 경수는 환하게 웃는 백현을 보자 자신도 따라 환하게 웃어보였다. 입이 하트 모양이네, 백현은 그런 경수가 마냥 귀여워만 보였다.
“집에가서 연락 드릴께요.”
“어?”
“저도 형사 되는거 꿈이라서요.”
“와 진짜? 그럼 연락 자주해. 알겠지? 마구 물어봐도 돼!”
일부러 경수와 연락 하고 싶어 그 자리에서 지어낸 거짓말 이였지만 경수는 그 말을 사실로 믿는지 밝은 얼굴로 백현의 한쪽 손을 꼬옥 붙잡았다. 경수의 나머지 한 손에 들려있는 붕어빵 봉투를 던져버리고 싶다 생각한 백현이였다. 경수는 꼭! 꼬옥! 연신 외쳐대며 백현의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백현은 그런 경수의 모습에 알겠다며 자신도 고개를 끄덕여대었고 이내 또 방실, 웃었다. 경수는 백현의 입에 크림붕어빵을 넣어주었다.
* * *
경수는 집에 도착한 다음 막 샤워를 해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욕실에서 나왔다. 타이밍 좋게 진동이 우웅, 하고 울렸는데 어째 익숙한 이름이다. 오늘 하루종일 같이 붙어있던 백현이였다. 물어볼 것이 있는건가, 경수는 콧노래를 부르며 비밀번호를 풀었다.
솔직히 경수는 백현의 고백이 몹시도 설렜더랬다. 백현이 한 고백은 경수가 백현의 소설 중 제일 처음에 읽은 주인공의 고백 대사였기 때문이다. 잊지못할 그 대사를 경수 본인이, 그 소설을 지필한 작가에게 들을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백현이 싫은건 아니였다. 누가 싫겠는가. 어리지만 자신도 존경하는 그 아이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리고 생각도 어른스럽고, 또 귀여운데 어깨는 넓고, 응응 솔직히 백현이 정도면 엄청 괜찮은거지… 고민으로 시작해 찬양으로 끝을 맺은 경수의 생각은 결국 본인의 머리를 쥐어뜯는 경우에까지 이르렀다. 경수는 자괴감에 빠졌다. 내가 고작 고등학생을 좋아했던 것인가. 나보다 열살이나 어린?
전화에 뜨는 익숙한 이름. 경수는 받을까말까 고민 끝에 그래도 전화를 걸었으니 받는게 예의겠지 라고 생각하며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전화 버튼을 눌렀다. 방방 뛰던 목소리가 차분히 가라앉았는데 그것마저 듣기좋아 경수는 백현의 목소리에 빨려들어갈 듯 했다.
‘형사님 카톡 왜 답 안해요?’
“응….”
‘뭐라고 하는거예요! 형사님?’
“응….”
‘왜 응, 밖에 안해…형사님 저랑 연애해요.’
“응….”
‘아싸!’
“어? 어어? 아, 아닌데, 나 대답한거 아닌데?”
‘늦었어요! 형사님이 응이라구 했잖아요! 녹음까지 했는데?’
“아니 백현아… 나 그, 안되거든, 그, 우리 나이차이가….”
‘괜찮아요! 비록 형사님이 수능 치실땐 제가 초등학교 2학년이였긴 했지만!’
“으씨! 그래 나 나이많다!”
백현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진짜 좋아서 그래요, 너무너무. 백현의 진심이 잔뜩 묻어나오는 고백이였다. 고등학생 특유의 서툼은 적었지만 백현 특유의 매끄럼움이 그득해 듣는이가 기분이 절로 좋아지게 만드는 고백. 경수는 좀 단순히 생각해볼까, 하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백현도 경수에게 나름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니, 차라리 잘된 게 아닐까. 경수는 한쪽볼에 바람을 넣고는 그걸 반대쪽으로 옮기고, 또 옮기고. 그 짓을 무한반복 하다 이내 백현의 말이 끊기자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
“네가 날 좋아해준다고 말해줬을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어?’
“고마워 내 연인아.”
‘헐?’
“…”
‘형사님 그거, 그, 그 대사…’
“…내이름은 됴됴.”
그리고 경수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자신이 백현의 독자라는 걸 알렸단 것은 나름의 큰 결심이였다. -물론 백현은 그 사실을 더 좋아했지만-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맥주캔을 따 창밖을 바라 보았다. 큰 베란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초승달이 꼭 백현의 웃음 같다고 경수는 생각했더랬다. 아, 애인이 작가라서 그런지 몹시도 감성적인 밤이다. 경수는 생각과 동시에 혼자 즐거움에 실컷 웃어대었다.
동주입니당! ^0^*
이버ㄴ에는 배또로 돌아왔어요!
엄청 참신한 소재인 대신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몹시 고민되어서..
내용이 또 엉망ㅇ..똥퀄..이잉ㅠㅠㅠ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시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