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현] 그대와 나, 설레임 |
병헌이 교실을 나가자 찬희는 바로 웃음을 지우며 입술을 잘근 씹었다. 저런 찌질이가 뭐가 좋다고. 대현을 사납게 노려보던 찬희가 이내 굳은 표정을 풀며 입꼬리를 사악하게 끌어 올렸다. 그리고 성종 옆에 달라붙어 있는 지훈을 끌어당겨 자신의 빈 옆자리에 앉게 한 뒤 조용히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재밌는 거 안해볼래? 지훈의 눈이 동그래지고 찬희는 곁눈질로 대현을 보며 픽 웃었다. 넌, 억울하겠지만 병헌이 관심을 받은게 죄야.
-
무거운 철문이 녹이 슬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몸으로 밀어 열고 들어간 옥상은 다 낡아빠진 철문과는 상반되게 깨끗했다. 물론 담배 피러 오는 애들이 많아서 그런 거겠지만. 괜히 어깨에 철문에 눌러 내린 녹이 묻은듯한 느낌에 툭툭 털며 안으로 들어서 난간에 몸을 기대고 아래를 내려다 봤다. 63빌딩 옥상도 있는데 4층 옥상이 이렇게 무섭나. 곧 내려와 그늘 진 자리에 놓인 평상에 앉은 채로 뒤로 몸을 눕힌 병헌이 대현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병헌이라는 인간은 원체 매사에 관심이 없는 편이였다. 그런대로 반반한 축에 속하는 얼굴은 남들에게 호감을 주기 쉬웠지만 무심한 성격 탓에 거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가기 일쑤였다. 사귀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병헌에게 타인이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애는 달랐다. 비록 몇 초 눈이 마주친게 다였지만 그 존재는 병헌의 굳어있던 마음을 단단히 파고들었다. 마치 예상치 못하게 내린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그러고 보니, 대현은 반장이기도 했다. 학교에 와봤자 잠만 자는 병헌과는 급이 달랐다. 공부, 해야하나. 순식간이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한건가 병헌도 의아했다. 몸집이 마르고 예쁜 아이. 그 아이 덕에 이런 생각도 해보고, 그 아이는 자신의 존재조차 모를텐데 혼자 설레발 치는 모습이 웃겼다.
"인사라도 해봐야겠는걸."
끼익, 그 때 옥상문이 살짝 열리고 갈색 머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청량한 하늘의 배경과 어울리게 서있는 사람은 병헌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병헌이 넋을 놓은 듯 보이자 작은 손을 좌악 펴 흔들며 고작 안녕, 인사한다. 19살 남자 아이의 입에서 나온 인사 치고는 너무 풋풋해 병헌은 우두커니 있었다. 그의 반응에 대현이 멋쩍은 듯 손을 고이 접더니 선생님이 찾으셔. 하곤 뒤를 돌았다. 사소한 관심과 찰나의 정적. 어떻게 내가 옥상에 있는 지 알았을까. 병헌은 이상한 오기 같은 것이 생겼다. 이를 테면 저 아이에게 자신을 각인 시키는 건 어떨까,
"너…"
밑으로 내려가려던 대현이 화들짝 놀라 병헌을 바라봤다. 아, 놀래키려는 건 아닌데. 병헌이 뒷통수를 긁적거리자 그는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계집애도 아니면서 희멀건하고 척 보기에도 작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데 무의식중에 그 모습이 예쁘단 생각했다. 대현은 늘 무심했던 병헌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우습게도 위화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왜? 대현이 짧게 말하자 잠깐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더니 나 알아? 하고 묻는다. 대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리가 없잖아, 문제아 이병헌. 그러면서 자연스레 병헌쪽으로 작은 손을 뻗었다. 문제아. 오래된 친구를 부르는 듯 장난스런 그 음성에 홀린 것처럼 병헌은 대현의 손을 맞잡았다. 어서 가자며 보채는 대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 모습이 아이 같아서 병헌은 한 걸음 뒤에서 대현의 가볍게 미소 지었다. 옥상에서 가장 아래층까지 내려가는 걸음이 조금 느려질 법도 한데 대현은 총총 걸음으로 꽤나 잘도 내려간다. 병헌이 친해지자, 하며 발을 떼자 대현이 병헌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 응, 하고 대답한다. 문득 병헌은 날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묻고싶었지만 입을 열기 전에 이미 다다른 교실의 낡은 문을 먼저 열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둘에게 따라 붙는다.
"선생님, 병헌이 공부 때문에 그러는데 자리를 바꿔도 될까요?" "어휴, 방해나 안되면 몰라." "이젠 병헌이 안그래요-. 제가 잘 보살필게요."
이병헌도 아닌 병헌이. 병헌의 마음이 묘한 설렘으로 일렁인다. 이병헌이 공부는 무슨, 찬희가 눈을 흘기며 말꼬리를 흐린다. 찬희의 눈동자는 어느때보다 독하게 변해있었고 손에 쥔 샤프심이 똑 부러졌다. 마치 그것이 대현이라도 된 것 처럼. |
안녕하세요 엘현행쇼에요!
사실 노트엔 대충 스토리만 짜놓고 구체적인 걸 안적어놔서 2편쓰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ㅠㅠ
네... 사실 엕일때 좋아했던 컾링이 천엘이라 아직도 그 습관을 못 버려서 요 글에선 찬ㄴ희가 나쁜놈이 되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으허유ㅠㅠㅠ
그리고 93라인 대란덕에 생긴 커플이기 때문에 93라인 아이들도 많이 나온답니다.. 쌀벌레들 나와주세요..... 꿈틀꿈틀
암호닉 신청해주신 [잠옷 탬벨 비비큐 눈웃음 딱풀] 독자님들 진짜 사랑하고 애껴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