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은 예뻤다
두 번째 이야기
w. 마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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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겁나 이쁘지? 뭔가 묘하게 생기지 않았냐?"
"ㅇ,어? 그래... 묘하게 생겼네"
"와 눈웃음봐... 남자애들 난리났다 아주"
"....묘하네"
내가 박지민의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혀있을 때 박지민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끝을 따라가보니 창가에 앉아있는 전정국이 보였다. 박지민은 전정국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미묘하게 짓고 있었고 그런 박지민을 바라보는 전정국의 눈은 더욱 커다래졌다. 처음 보는 전정국의 놀란 표정이었다. 박지민은 그런 전정국이 재미있는 듯 계속해서 방실방실 웃어댔고 남자애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환호만 질러댈 뿐이었다. 전정국의 표정은 이내 무언가 화난듯 입술을 질끈 깨물었고 박지민은 전정국을 놀리기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기 창가 옆 빈자리에 앉으면 돼나요?"
"아. 그래 저기 쟤 옆에 앉아라. 전정국 앞으로 전학생이 너 짝꿍이니깐 잘 챙겨주고 이번 시간은 특별히 전학생이랑 친해지는 시간 가지라고 수업은 생략한다."
교실 안은 애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고 담임 선생님은 쿨하게 교실 밖을 나섰다. 박지민은 전정국에게 시선을 굳힌 채 옆자리 창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전정국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박지민이 자리에 앉자 전정국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런 전정국이 재미있는 듯 박지민은 계속해서 눈이 휘어접히게 웃을 뿐이었다. 박지민이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반 애들이 그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덕분에 전정국과 박지민이 시야에서 가려졌고 왠지 전정국의 표정이 궁금했지만 나는 그쪽에서 시선을 거둬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다. 그 때 박지민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정국 반가워?"
"...."
"와 섭섭해지려고 하네. 인사 안받아줘?"
'역시 박지민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구나', '그래봤자 전정국 철벽칠 텐데' 등의 말이 오가며 반 애들이 웅성거렸다. 모두가 예상하듯 나도 전정국이 아무 반응도 안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정국의 흔들렸던 눈이 거슬리긴 하지만 평소와 같이 응, 아니 혹은 싫어 라는 말로 받아치겠지. 이때까지 전정국이 무언가 말할 때 한문장으로 끝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애들의 시선이 박지민과 전정국에게 집중되어 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예상하고 담담히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었다. 할 것도 없는데 뉴스나 봐야지. 순간 전정국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동시에 핸드폰을 두들기던 내 손가락도 함께 멈추었다.
"박지민 여기 왜 왔어"
"박지민 말고 누나라고 해야지~"
"하... 장난치지 말고 뭐하자는 건데 학교도 싫어하는 사람이"
"우리 귀여운 정국이가 보고싶어서?"
"....따라나와"
교실이 다시 애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전정국과 박지민을 둘러싸던 무리가 뚫리면서 그 둘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금니를 꽉 문 채 무언가 화난 표정으로 박지민의 손목을 잡고 끌고가는 전정국과 그런 전정국을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눈을 휘어접게 웃으며 끌려가는 박지민. 전정국도 표정이 있긴 있었구나라고 생각해고 있을 때 전정국이 뒷문 쪽으로 박지민을 데리고 성큼성큼 걸었다. 뒷문 바로 앞에 앉아있는 나였기에 그 둘이 나에게 점점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해맑게 웃으면서 전정국을 바라보는 박지민의 모습이 다가오자 흩날리는 머리칼과 함께 아까처럼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전정국 특유의 과일향이 지나가고 박지민이 내 앞을 지나가는 순간 장미향이 느껴짐과 동시에 박지민의 시선이 나로 향했다.
"어....?"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박지민의 눈이 특유의 웃음기가 사라지며 커다래졌다. 박지민이 갑자기 전정국의 손을 뿌리친 채 걸음을 멈춰 내 앞에 섰고 모든 애들의 시선이 나와 박지민으로 향했다. 박지민의 커다래진 눈은 이내 차갑게 굳어졌고 박지민의 표정도 함께 무섭게 구겨졌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전정국은 나와 박지민을 보며 눈이 커다래졌고 당황한 듯 눈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전정국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박지민이 날 보며 무언가 이야기 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고 그 순간 내 시야가 무언가에 이해 가려졌다. 과일향이 훅 끼치는 것이 아마 전정국인 것 같았다. 전정국은 무언가를 감추듯이 내 앞을 막아섰고 박지민의 팔목을 세게 붙잡았다.
"전정국... 너....!"
"....조용히 해"
"...어떻게...!!"
"나가서 얘기해"
"이래서 나한테 오지 말라고 한ㄱ..."
"나오라고!!!"
전정국의 고함이 들리자 교실이 싸해졌다. 저렇게 전정국이 크게 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전정국이 박지민의 팔목을 붙잡고 교실 밖으로 이끌었고 그제서야 나는 전정국의 화난 얼굴과 박지민의 혼란스럽지만 차갑게 굳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박지민의 시선은 끝까지 나에게 고정한 채로 전정국에 이끌려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모든 아이들이 나에게 박지민과 아는 사이냐며 물어대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아니라고 부정하자 애들은 흥미를 잃은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전정국과 박지민은 모든 수업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괜히 전정국과 박지민의 빈자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향했다. 조금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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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왔어"
"...."
"아빠? 장보러 갔나..."
평소와 같았으면 마중을 나왔을 아빠지만 조용한 것이 어디 장이라도 보러 간 것 같았다. 조금 허전한 마음에 터덜터덜 방으로 향하려고 발걸음을 떼었을 때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안아왔다. 아빠만의 포근한 비누향이 났다.
"딸~ 왔어? 미안미안"
"자다가 일어났어?"
"응.. 낮잠을 좀 잔다는게 많이 자버렸네 헤..."
"아... 그래"
"아 우리 딸은 오늘도 너무 시크해~"
"...김석진...좀 떨어지지 그래?"
".....힝! 나같이 잘생긴 사람을 거부하는 건 우리 딸밖에 없어!"
끈질기게 붙어대는 김석진을 떼어내기 위해 방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 익숙하게 가방과 겉옷을 걸어두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하나 둘씩 벗기 시작했다. 사실 김석진과 나는 11살 차이밖에 안난다. 한마디로 친아빠가 아니라는 말이다. 예전에 고아신세가 된 나를 거두어 준 이후로 부녀사이로 지내고 있다. 물론 우리 사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지만 이젠 서로 별로 개의치 않아 하고 있다. 김석진은 음식도 잘하고 정도 많고 다 좋은데 단 하나 짜증 나는 것이 그 잘생긴 얼굴이다. 김석진을 좋다고 따라다니는 언니들이 날 해코지 한 적도 있고 우리 사이를 오해해서 신고를 하는 등 아무튼 관심을 너무 끈다.
"아가. 우리 집에 갈래?"
"....아저씨"
"이제 아빠라고 불러"
침대에 누워 옛 회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핑크색 앞치마를 두른 채 들어온 김석진은 옷을 갈아입다 만 나를 보고 눈이 커다래지더니 다시 문을 쾅 닫았다. 아. 문 잠그는 거 깜빡해버렸네. 얼굴이 빨개져서 그런지 앞치마와 얼굴 색이 같아진 모습이 괜히 웃겼다. 입다만 옷을 급하게 다시 입고 문을 열자 여전히 김석진이 얼굴이 빨개진 채로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내가 김석진의 어깨를 톡톡 건들자 김석진이 조금 화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탄소!! 내가 옷 갈아입을 때는 문 잠가 놓으라고 했지!"
"아... 깜빡했ㅇ..."
"어? 그러면 내가 노크할 때 옷 갈아입고 있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들어간다고 해도 대답도 없고!"
"아 알겠ㄷ"
"다 큰 여자애가 어? 조심 좀 해야지! 나중에 시집갈 때도 이러면 어떻게 하려고!"
"아 근데 볼 거 못 볼 거 다 본 부녀 사인데 뭐 어때서..."
"..... 김탄소"
"아 알겠어... 표정 풀어!! 앞으로 조심할게 이번에 진짜 실수야"
"에휴... 딸 키우는 거 힘들다니깐... 얼른 와서 밥먹어"
핑크색 앞치마를 두른 김석진을 따라 쫄래쫄래 식탁으로 가니 내가 좋아하는 매콤한 닭갈비가 있었다. 아침부터 속이 안좋긴 했지만 정성을 생각해서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김석진은 내가 표정이 안좋다는 것을 알았는지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 손을 붙잡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표정이 미세하게 굳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래서 내가 아빠는 못 속인다니깐. 저렇게 표정을 굳힐 때마다 무섭기만 하다.
"김탄소. 어디 아파?"
"아니 괜찮은데? 오늘 닭갈비 완전 맛있ㅇ"
"차라리 귀신을 속여라. 내가 너를 몰라?"
"헤... 우리 아빠 나를 너무 잘 아네"
"왠지 어제 야식을 너무 많이 먹더라 소화제는 먹었어?"
"이젠 괜찮아. 아까 까스활명수 먹었어"
"그리고 또"
"응?"
"말해"
"뭐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데. 표정에 다~ 드러나 우리 딸은"
"....에휴 내 이럴 줄 알았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나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김석진은 내 표정만 보고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채곤 한다. 예전에 친구와 싸웠을 때라던가. 선배한테 삥을 뜯겼을 때라던가. 김석진 여자친구한테 해코지를 당했을 때라던가. 또... 전정국이 처음 전학 온 날이라던가. 전정국이 전학 온 날도 단번에 알아챈 김석진 덕분에 대충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가끔보면 김석진이 독심술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진짜 독심술사인가? 요즘 의사들은 독심술도 배우나... 아, 김석진은 전직 의사였는데 나랑 처음 만났을 때 까지만 해도 의사직을 맡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랑 산지 얼마 안되어서 바로 의사직을 그만 두었다. 가끔 일하러 나가는 거 보면 무슨 일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의사도 그만 둔 양반이 돈은 왜 그렇게 많은 건지. 참 의문이다.
"왜 또 너 맨날 쳐다본다는 그 남자애?"
"...."
"맞나보네. 그 친구 누군지 참 궁금하네 우리 딸 좋아하나?"
"그런 건 아니야"
"이 아빠한테 이름이라도 알려줘봐~"
"됐거든?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실제로 나에게 고백한 남자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가 무심코 그 남자애 이름을 말해서 김석진이 나 몰래 걔를 찾아가 해코지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절대 실명은 거론하지 않는다.
"무슨 일 있었는지 말 안해줘?"
"....여자애가 전학왔어"
"근데?"
"근데 걔랑 아는 사이더라고"
"우리 딸이 질투가 났나?"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 여자애가 날 보면서 놀라더니 표정을 굳히더라고"
".....흐음"
"그러고 걔가 날 막아서더니 걔를 끌고 나가서 학교 끝날 때까지 안들어왔어"
".....우리 딸이 너~무 예뻐서 질투 났나 보네! 신경 쓰지마 우리 딸~"
"에휴... 말을 말자"
"자자~ 속 안좋으니깐 그만 먹고 이제 약먹고 자자~"
김석진이 억지로 내 등을 떠밀어 어쩔 수 없이 방으로 향했다. 평소와 같이 매일 김석진이 주는 약을 먹고 김석진이 조심스럽게 나를 침대에 눕혔다. 김석진은 내가 침대에 눕는 걸 보고 이불까지 꼭꼭 덮어주고 나서야 만족스러운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약기운 때문인지 눈이 조금씩 감겨왔다.
"우리 딸 잘자."
"응... 근데 나 언제까지 약 먹어야 돼?"
"....아빠가 우리 딸이 건강해졌다고 생각할 때까지"
"돌팔이..."
"어허! 아빠보고 돌팔이라니! 이래봬도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사람이야!"
"에휴 알겠어... 그 소리만 몇 번짼지.. 나 졸려"
"미안미안 우리 딸 얼른 자"
"응.."
그렇게 머리를 쓰다듬는 김석진의 손길에 익숙해질 때 즈음 나는 잠들어버렸다. 내일 있을 일은 아무런 예상도 못한 채로. 그대로 평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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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은 탄소가 잠든 것을 확인하자 이마에 가벼운 뽀뽀를 한 뒤 방을 나섰다. 탄소에게 보여주던 얼굴과는 달리 소름끼치도록 차갑게 얼굴을 굳히고 자신의 서재으로 향하는 석진이었다. 석진은 자신의 서재로 들어가 자신의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 구석에 있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치자 기계음과 함께 금고가 열리고 석진은 그 안에서 핸드폰 하나를 집어 들었다. 1번을 꾹 누르자 신호음이 얼마 안가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진은 표정을 굳힌 채 아니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어, 난데 내일까지 탄소네 반 애들 신상 싹다 가져와 특히 이번에 전학 온 여자애랑 3월달에 전학 온 남자애 한명은 자세히 조사해오고."
"아, 맞다. 그리고 탄소 약이 다 떨어졌어. 약도 넉넉하게 가져와"
"응, 내일 거기서 봐"
+
여러분 안녕하세요:)
첫화 잘 보고 오셨나요?
스토리상 아마도 불맠 메일링을 해야 할 날이 올 것 같네요.
암호닉을 신청해주신다면
암호닉 분들께만 보낼 예정입니다.
오늘도 부족한 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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