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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도경수를 2년간 짝사랑한 너징 썰 00
짜증난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언제까지 반복되는 걸까. 차오르는 눈물때문에 자꾸 눈앞이 일렁여 잘 걸을 수가 없었다.
그리도 차갑게 나를 몰아부쳤던 경수지만, 미안하다는 무심한 한마디에 또 쉽게 용서해버릴 나를 안다.
어쩌면 크나큰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짝사랑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도 나에게 마음을 열거라는 기대를 했던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깨달았다.
차라리 이렇게라도 깨닫게 된게 더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그를 놓을까도 생각했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끝없이 베이고 다치길 반복해도 나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같이 힘든 날엔 백현이가 떠올랐다. 지난 2년간 경수 때문에 아파하는 날 감싸주고 버틸 수 있게 해준 건 그였다.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다며, 힘들면 자신을 찾아달라고 말하던 그가 그리워져 그의 집을 찾았다.
밝은 모습으로 찾아가고 싶어 그의 집앞에 다다라 한참이나 눈물을 삼켰다.
눈물이 그치고 붉어진 눈시울이 진정된 후에도 몇번이고 벨을 누르길 망설였다.
아무리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 밝은 척 연기해봐도 눈치 빠른 백현이 쉽게 넘어갈리 없었다.
하지만 이기적이게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한편, 그의 위로가 절실한 나였다.
기댈 사람이 필요했기에,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풀처럼 휙 꺾여 버릴게 두려웠던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느릿 손을 움직였다.
벨이 울리고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두번 째 벨을 눌렀을 때, 잠깐 안에서 부시럭대는 소리와 함께 나지막히 욕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리고 시간은... 한바탕 울고 나니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된 듯 시간개념마저도 잃은 듯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도 조용한 아파트 단지와 다 개이지 않은 어슴푸레한 어둠이 지금이 아침임을 짐작케 했다.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초인종을 눌러대 잠을 깨우는 불청객을 달가워 할 집주인은 없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더니 꽤 먼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백현의 것이었다.
"..누구세요"
금방 잠에서 깬 듯,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달만에 들어보는 백현이의 목소리에 그쳤던 눈물이 다시 왈칵 쏟아졌다. 소리가 새어나갈까 입을 틀어막고 끅끅대며 울었다.
한참동안 말이 없는 것이 이상했는지 문쪽으로 걸어온 그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눈이 마주칠세라 재빨리 등을 돌리곤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누가 울렸어"
뒷모습만 보고 나를 눈치챈 그가 내게 조용히 물었다.
워낙 포커페이스에 능숙한 백현이었다. 표정이나 행동만으로는 속내를 알 수가 없어 항상 그의 목소리에 집중했던 나였다.
그덕인지 이제 난 말투와 목소리만 들어도 대충 그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덤덤하고 차분한 듯 보이지만 감정을 절제하는 듯한 말투.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르며 닦달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단단히 화가나있었다.
"대답안해?"
"뒤돌아."
조금은 강압적인 백현이의 말에도 차마 뒤돌아 볼 수가 없었다.
항상 지칠때만 그를 찾는 내가 그에게 상처를 주는건 아닐까, 미안했다.
언제나 묵묵히 뒤를 지켜주는 날 돌아보지 않는 경수처럼, 백현이에게도 난 그런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운다는 것에 화가 난 저 사람이, 백현이가 아닌 경수였으면 하는 못된 바람이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눈물이 얼굴을 감싼 두손을 타고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눈물때문에 목이 메어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왜 눈물이 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자꾸만 되풀이되는 이 모든 상황들이 비참했고, 견디기 힘들었다.
이대로 힘이 빠질때까지 울다가 쓰러지면 혹시라도 그가 달려와줄까. 괜찮냐며 걱정스레 물어줄까.
하지만 다 꿈같은 이야기였다. 아무리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다정한 말들을 상상한들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오늘 하루를 힘겹게 넘긴다 해도 다시 돌아갈 내일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한숨섞인 목소리, 무심한 눈빛, 나를 지나치는 그의 모습들 하나하나가 나를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우는 내모습을 한참 지켜만 보고 있던 백현이가 내 어깨를 잡아 부드럽게 돌렸다.
얼굴을 가린 두 손을 떼어내고, 숙여진 고개를 들어올렸다.
편안함, 백현이를 대할때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따뜻하고, 마치 가족같은 아이였다.
날 보며 싱긋 웃어줄때면, 그모습이 내가 반했던 경수의 아이같은 웃음과 참 많이 닮아있었다.
그런 이유탓에 백현이를 이리도 자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백현이에게서 그의 모습을 찾았는지도.
"또 도경수지"
"...몇시야..?"
동문서답을 하는 날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는 그였다.
"춥다. 들어가자"
한쪽손을 점퍼 주머니에 넣고 몸을 부르르 떨며 온몸으로 추위를 표현한 백현이가 다른쪽 팔로 내 어깨를 감쌌다.
그가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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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망글 탄생..ㅠㅠㅠㅠㅠ 처음 써보는 거라 끝을 어떻게 내야할지도 모르겠고 계속 연재할지도 미지수네요.. 그럼 전 이만 조용히 소금이 될게여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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