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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오빠, 마무리 

[VIXX/차학연] 연이 오빠, 마무리 | 인스티즈 



 

 

 

"여자 아이 중에..."

 

 까치발을 들고 도로록 창문에 매달린 아이들이 원장실 안을 바라봤다. 여자 아이...! 내 옆의 민수는 들었던 뒷꿈치를 땅에 도로 붙였지만 나와 다른 여자아이들은 눈이 반짝였다.

 

"열한살짜리 였으면 좋겠어요."

 

 와아! 열한살이래! 헙! 창문에 매달렸던 아이들이 쏙 몸을 숨겼다. 열한살인 언니들 몇몇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그 사이에서 나는 울상이 되었다. 히잉... 열한살이라니... 고아원에서 머리가 큰 아이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그마저도 초등학교는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이 우선순위였다. 그런데 열한살이라니. 새해 아침 떡국을 한그릇만 더 먹었어도... 터벅터벅 놀이터로 걸음을 돌렸다.

 

 


"안녕"
"아..안녕하세요!"
 

 

 

 저멀리서 여자아이들을 관찰하던 남자를 신경쓰지 않는 척 철봉 근처 모래를 파헤치고 있을 때 어느새 이 앞까지 다가온 그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니?"
"...이민정인데요. 저는...열살인데..."
"..."
"그치만 키는 커요!"
 

 

 다른 열한살 언니들만큼요. 조용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덧붙이는 말을 듣고는 있는 것인지. 아저씨는 그저 조용히 나를 뜯어보았다.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서 몸을 일으켰다.  

 

"이 아이가 좋겠네요." 

 

 아이들의 시기어린 눈빛을 받으며 자동차에 올랐다. 내 평생의 행운을 모두 모아 하루로 바꾼 날이었다. 차 안에서 아저씨는, 아니 외삼촌은 당부했다. 너는 많이 다쳐서 기억을 잃은거야. 그리고 오래 잠들어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거란다. 알겠지? 

 

 병실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나의 이름은 홍연, 나이는 열한살이 되었다. 이름도, 나이도, 과거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것도, 진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환자복을 입은 여자는, 아니 어머니는 나를 부둥켜 안고 실신할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에게 질식할 정도로 안겨본 것은 내 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쓰러지던 어머니의 품에서 나는 쿵쿵대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심장소리는 그 후로도 귓가에 선명히 남아서 내게 오래도록 단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진실을 다물고 끝까지 어머니의 딸 행세를 해야 할, 해야먄 하는, 하고 싶게 만드는 단 하나의 이유. 

  

 때때로 나는 불안했다. 어머니가 아픈 것이 슬프면서도 어머니의 정신이 제대로 돌아온다면, 이 모든 연극이 깨어진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될까?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가야하는 걸까? 

 

"연이 오늘은 양갈래로 묶어줄까?"
"응!"
 

 

 그러나 어머니가 내게 주는 사랑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향기로워서 그 모든 걱정을 잊게 만들었고, 종국에는 내가 누구인지, 진짜 홍연은 어떻게 따라해야하는 건지 따위의 문제는 저멀리 밀어내어 외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진짜 홍연과 내 얼굴이 닮지 않았었더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 모든 잡념은 제쳐두고 나는 어머니의 진짜 딸과 비슷한 내 얼굴에 감사하면 되는 것이었다. 

 

 

 


"저는... 알아서 살 수 있는데요."
 

 

 연이의 오빠는 고작 두번 봤다던 홍연에게 정이라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씨다른 동생이라도 같은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이유로 그는 내 남은 인생을 책임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도, 학교도 걱정말라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어머니가 애틋해서 그 자식까지 염려가 되면, 어머니 살아계실 때는 왜 한번도 안 오신거죠? 빈정대고 싶었다. 과연 그런 말 할 자격이 나에게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었지만. 

 

"이사 갈 집은 어디니?"
"알아서 잘 구했어요."
"연아."
"저기 죄송한데,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아도 돼! 나 그 정도 능력은 되거든. 오빠 되게 유명한... 음 되게는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가수거든! 헤헤" 

 

 순진한 그는 내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는 이유가 굉장히 건전하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나는 단지 홍연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더이상 차고 싶지 않은 것 뿐인데.  

 

 모든 것을 밝히고 그를 떨쳐내고 싶었다. 당신 어머니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당신 외삼촌이 고아원에서 나를 데려다 놨다. 나는 당신과 아무 상관없는 남이다. 당신이 찾는 그 애는 그때 그 사고로 제 아버지와 함께 세상을 떠났으니 만나고 싶다면 외삼촌에게 찾아가 납골당을 물어보라고. 눈치보며 지켜내야 할 사람도 없는 마당에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사람 앞에서 가련하고 착한 이복동생 홍연 행세를 하고 있는 걸까. 

 

"저도 그 정도 능력은 돼요."
"연아." 

 

 내가 그렇게도 닮고 싶었던 부드러운 엄마의 목소리를 그는 가지고 있다. 그나마 비스무레했던 동그랗고 까만 눈도 그의 것은 엄마를 빼다박은 듯했다. 홍연이 커서 남자 행세를 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어렸을 때나 가졌던 불안과 열등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엄마의 또다른 진짜 핏줄, 차학연 앞에서. 눈 앞의 이 남자는 선한 얼굴로 내 목을 조인다. 너는 가짜 홍연이야. 죽은 딸 홍연을 그리워하는 여동생을 위해 그녀의 오빠가 데려온 인형일뿐이야. 

 

"엄마 어디에 모셨는지 궁금하신 거라면 알려드릴게요. 그런데 제 인생은 상관하지 마세요. 남한테 도움받을 필요 없어요."
"우리 남이 아니라,"
"남이죠. 엄마도 돌아가신 마당에." 

 

 이렇게 모질게 말을 뱉어본 적이 있었나. 오빠라고 부르라면 불러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나는 그에게 꽤 상처되는 말을 서슴치 않게 뱉는다.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괴롭히던 홍연을 흠집내듯이. 억지로 가두어놓아야만 했던 불편함을 죄없는 그에게 토해낸다.  

 

"그...래."
"..."
"그렇게......그......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내가 너무...내가 너무 그동안 무심했지. 응 맞아. 내 잘못이야."
 
 당황한 얼굴로 제 탓을 하는 차학연이 어이가 없다. 고작 해야 나보다 서너살 많아 보이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부재가 서러웠을 것이다. 저를 두고 새남자를 만나 아이까지 놓은 친어머니를 원망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원망스러우면 아프다는 말에도 죽었다는 말에도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러다 엄마 흔적 그리워서 찾아올 수도 있는거지. 그런데 그는 변명으로 내세울 수 있는 그 모든 이유들을 덮어두고서 자신의 잘못만을 말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 말을 잃고 그를 쳐다보는데 짧은 사이에 혼자서 마음이라도 추스린 모양인지 금세 또 서글하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우리 그럼 우리 밥이라도 같이 먹을까? 오빠가, 오빠라고 부를게 그래도 내가...나이 많으니까. 괜...찮지? 오빠가 연이 너랑 밥 먹으려고 하루 휴가 받아서 온 거거든."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신을.  


"예전에 우리 만났을 때 엄마랑 오빠랑 셋이서 냉면 먹었던 거 기억나?" 


 엄마. 연이 오빠, 그 다음에 하고 싶었던 말이 도대체 뭐였어요?  

 

"그때 막! 우리, 엄마 비빔냉면 한젓가락씩 먹고 둘 다 너무 매워서 울고, 육수! 육수가 너무 뜨거워서 오빠가 불어서 주고 그랬었는데! 기억...안 나?"
"기억 안 나요."
"아...그래..."
"...아직 추운데 냉면은 이르지 않아요?"
"어?"
"냉면보다는 따뜻한 거 먹고 싶어요."
"..."
"짜장면이나, 칼국수나, 뭐 그런."
"...응! 나는 다 괜찮아! 오빠는 다 좋아!" 


 엄마. 엄마 딸로 살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이건 내 보답이에요. 엄마의 아들이니까. 나는 이 사람 앞에서 끝까지 엄마 딸 홍연이로 남을게요.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아서 씁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설명도 하고 마무리도 지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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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렇게 짧게 끝난다니 아쉬워요ㅠㅠㅠ
읽으면서 홍연이랑 학연이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엄청 궁금했는데 이렇게 끝난다니까 아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그러네요ㅠㅠㅠ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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