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빅히트의 유일한 여배우 : 03
정말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다. 선배님과 영화를 같이 보게 되다니. 아까 연습실에서도 아슬아슬했던 시선을 생각하면 두손모아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거절할만한 배짱도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본능에 충실했다.
"…네? 영화요?"
"그거 나도 보고싶었던 영화야. 같이 보자."
"네, 네!"
영화를 재생하려고 손을 뻗는 그 짧은 순간에도 뿔테 안경너머로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내 솜털 하나하나까지 모두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영화가 재생되는 2시간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다. 역시나 나는 영화의 내용이 너무 슬퍼서 엉엉 울어버렸다. 영화의 한 여자가 대학교에서 남자 주인공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끝에 여자주인공이 죽고 마는데, 끝까지 여자를 안좋아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주인공이 자신도 여자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사실 여자주인공은 성장을 하면 죽어버리는 병에 걸린 것이었다. 그런데 남자주인공에게 자신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스스로 성장을 하게 되고 마지막엔 자신의 다 자라난 모습을 사진에 담고 하늘나라고 떠나버린다.
"엉엉. 이거 훌쩍, 너무 훌쩍, 슬프자나여 훌쩍."
"……."
그때였을까. 선배는 어디선가 휴지를 한움큼 뽑아와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는 너무 슬픈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청승맞게 울고 있었고, 선배는 말없이 내 눈물만을 닦아줄 뿐이었다. 그리고선 작은 목소리로,
"그만 좀 울어."
라고 말할 뿐이었다. 내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다시 의자에 앉아서 약간은 거만한 자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만 우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저런 슬픈 영화를 보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도 너무 밉고… 얄밉고…….
"선배님."
"왜."
"어떻게 그렇게 눈물 한 방울 안흘리세요? 억울해요. 이건 반칙이에요."
"나도 억울한거 있는데."
"…억울한거요?"
빨리 기억을 되돌려봐 강아미. 너 뭐 잘못했니? 아무리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봐도 나는 잘못한게 없었다. 애초에 말도 몇마디 하지않았는걸. 오히려 억울한 일을 했다면 그건 다른 오빠들이어야 했다. 첫만남까지 기억을 되돌려봐도 떠오르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선배님……, 죄송하지만 떠오르는게 없어요."
"나한텐……."
"……?"
"나한테는 왜 오빠라고 안해?"
'풉-'하고 순간적으로 웃어버렸다. 아 웃으면 안되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되는 이 상황이 나는 너무 좋았다. 살짝은 입술을 내밀고 말하는 저 말투도 표정도. 그리고 살짝 찌푸린 미간도 귀여웠다. 선배님께 이런말 하면 안되는데.
![[방탄소년단/민윤기] 빅히트의 유일한 여배우 :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5/31/23/f08af73be0bba8d87cdc6e0ebe90d600.jpg)
"그럼 오빠라고 부를께요."
"……."
"슈가, 아니 윤기오빠."
뒤이어 들리는 작은 목소리는 내 심장을 들었다 놨다 요동치게 만들었다. 정말 작은 목소리였다.
"한 번 더."
"윤기오빠."
![[방탄소년단/민윤기] 빅히트의 유일한 여배우 :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0/13/19a420f58e74350521fba67b6567955d.gif)
…그렇게 웃으시면 저 심장이 많이 아픕니다. 눈이 퉁퉁 부어버린 나에게 '잠깐 어디 좀 가자'라고 말씀하시곤 내가 따라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허겁지겁 짐을 싸서 방을 나왔다. 회사엔 오빠와 나 둘밖에 없었고 해는 이미 진 상태였다. 사실 아주 찰나 이대로 납치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이 남자는 치명적이었다. 갑자기 오빠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한테 오라고 손짓했다.
"선배……아니 오빠. 지금 어디 가는거예요?"
"내 작업실."
알고보니 작업실은 두 층 위에 있었다. 계단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니까 어두운 작업실이 있었다. 모니터 화면과 키보드에 불이 들어오는 것 빼고는 거의 빛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남자만 이용하는 작업실이라 그런지 쾌쾌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가끔씩 아미 니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네. 뭔데요?"
"전에 해줬던 노래에 대한 코멘트들, 아주 좋았어. 그런 것만 꾸준히 해주면 돼."
"아……. 그거야 당연히 해야죠."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작업하는 곡을 틀어주셨다. 스피커에선 신나는 비트의 데모곡이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따라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몇 곡의 데모곡을 듣고 이 곡은 어떻다, 저 곡은 어떻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정에 가까워졌다. 슬슬 집에 가야될 시간이 되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좀 신경쓰이는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작업실의 쾌쾌한 냄새도, 밤에 찬물을 들이키는 윤기오빠도, 너무 컴컴해서 눈이 나빠질 것 같은 작업실도. 그래서 난 결심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려고?"
"아니요.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무슨 배짱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데모곡을 들려준게 감사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건물을 빠져나와 주변의 24시간 편의점에 갔다. 가서 조그만 방향제와 유자차, 작은 전등을 사서 다시 작업실로 향했다. 같은 멤버 오빠들이 다 남자니까 아무래도 이런 건 잘 못챙기겠지 싶어서 괜한 오지랖을 부려보고 싶은 것 뿐이다.
달칵-
"……어딜 다녀와. 밤이 늦었는데."
![[방탄소년단/민윤기] 빅히트의 유일한 여배우 :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02/21/508cdeb479b8a8e1da7a8a6a52600dbd.jpg)
"아. 요 앞에 마트요. 이것저것 사왔는데 이것만 놓고 가려구요."
"……."
"이건 방향제에요. 환기는 자주 시키시겠지만 그래도 방향제 하나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서요. 향이 강한게 아니니까 거부감이 없으실 거에요. 그리고 이건 유자차에요. 저녁에는 찬물만 드시지 말고 따뜻하게 유자차를 드세요. 목관리하는데도 유자차가 진짜 좋아요. 감기도 안걸리고. 아, 그리고 방이 조금 어두워요. 이건 전등인데 그렇게 막 밝지는 않아요. 너무 어두우면 눈 나빠지니까 여기 탁자 위에 올려둘게요."
"……."
"몸관리가 중요하잖아요."
미동도 없는 오빠를 보곤 조금 당황스러웠다. 괜히 사왔나, 라는 후회가 막 들때였다.
"고마워."
그렇게 빤히 쳐다봐 주시면 ……엄마 저 심장에 무리가 온 것 같아요. 그대로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딱딱한 말을 남기고 급하게 나와버리고 말았다. 원래 회사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늦은 밤엔 택시를 타곤 했는데 오늘은 한 시간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채로 걸어와버렸다. 밤 거리의 시원한 바람이 볼을 식혀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도 쿵쾅쿵쾅거리는 심장때문에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 되버렸다.
ㅠㅜㅠㅜㅠㅜ 암호닉 감사합니다!!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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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신청은 댓에 [ ] 안에 쏙 집어넣어서 해주세요
원래 주말에 오려고 했었는데 쓰흡 오늘 와버렸네요ㅜㅠㅠ
작업실 사진 같은 것들도 넣어보려고 합니다!!
실제 빅히트 사무실인가 봅니다
방밤에서 나왔었죠 (출처 : 도담님)
ㅠㅜㅠㅜㅠㅜㅠㅜ 저 작은방이 그 영화를 같이 본 그 방이랍니다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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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빅히트의 유일한 여배우 :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02/21/76be89ded09813f7a69a46c02f3610e3.jpg)
위에 사진은 워낙 유명한 빅히트 연습실이구요! ㅜㅠㅠㅜㅠㅜㅠㅜ허흑
아무튼 페스타 떡밥에 치여서 늦어질꺼 그냥 확 땡겨버렸습니다. 다음화는.... 언제 올 수 있을까요....
독자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수정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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