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070-1990-0420 Ⅰ
W.하니슈
루한은 자신의 두눈을 의심 해야만했다.커다란 눈을 두어번 깜빡인 루한은 선명하게 찍혀있는 다섯글자가 점차 또렷해짐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쇼핑몰 번호로 문자를 하는 고객이라..사실 그런 고객은 한둘이 아니였다.성질급한 한국사람 아니랄까봐 명절시즌에 배송이 조금 늦어진다 싶으면 쇼핑몰 번호로 욕설이 난무하는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였다.그럴때마다 배송지연 공지를 미리 올려둔 루한은 콧방귀를 뀌며 가볍게 문자를 삭제하곤했다.그런다고 배송이 빨리가나?하고 읊조렸을 루한이다.다만,지금의 자신의 컴퓨터에 찍혀있는 다섯글자로 이루어진 문장의 문자를 보낸 고객의 문자만큼은 읽고씹기의 달인 루한에게 큰 고민을 안겨다주었다.무어라 답장을 해야하는것인가.
「오빠 나 추웡」
새로 시작한 버블티집 알바 마감시간 30분전쯤.마지막으로 분리수거를 하고 퇴근해도 좋다는 사장님의 말에 신나서 쓰레기봉투를 앞뒤로 흔들며 나온 민석은 기겁을했다.매섭게 찾아온 11월의 추위를 예보하는 아침뉴스를 가볍게 무시하고 얇게 입고나온 자신을 마음속으로 뒤늦게나마 마구마구 몇번이고 자책했다.워낙 깔끔한 성격의 민석은 자신이 땀이 많은 체질임을 알기에 남들은 얇은패딩을 꺼내입는 시기에 알바를 하는 동안 샘솟을 땀을 방지하고자 달랑 얇은 맨투맨티 하나만 입고 나온것이다.
손이고 발이고 자신의 작은체구에 안떨리는곳이 없었다.달달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친구 종대에게 급하게 문자를 보낸 민석은 곧 툴툴대면서도 어디냐며 겉옷을 들고 자신을 마중나올 종대임을 알기에 얼른 잰걸음으로 가게로 들어가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나와 몸을 웅크린채 답장만을 기다리던 민석이 쥐고있던 핸드폰에 진동이 두어번 울렸다.오늘따라 답장을 기다리는 1분이 1시간 인것만같다.민석은 차가운 바람에 바짝바짝 말라버린 시력용 렌즈때문에 자꾸만 흐려지는 시야에 욕을 읊조리며 좌판위에 붉게 물든 손가락을 마구마구 움직여 답장을 보낸뒤,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어딘데?」
「00사거리 버블티집ㅂ빨ㄹ리와 추웡추어ㅜㅇㅇ」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에 얼굴을 씰룩이며 애써 웃음을 참던 루한은 자신의 답장을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똑같은 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민석의 행동에 기어코 웃음이 터져버렸다.지금 누구에게 문자를 보내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위치까지 세세히 보내는 민석의 행동에 얼른 주변에 있던 겉옷을 챙겨들었다.어디가냐며 묻는 세훈의 질문에 마실것을 사러 다녀오겠다며 퇴근해도 좋다는 말을 건낸뒤,추위에 떨고있을 냉동고객님을 위한 맞춤겉옷을 챙기는것도 잊지않았다.
“ 아오..김종대!옷을 제작해서 가져오나.. ”
20분전,마지막으로 문자를 나눈 이후로 감감무소식인 종대를 기다리던 민석이 이러다간 진짜 길거리에서 냉동인간이 되어버려 뉴스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그러나 찬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20분을 앉아있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일리 만무했다.이미 반 냉동이 되어버린 몸에 좌절에 빠진 민석의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인기척이 느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위를 덮어오는 두툼한 겉옷의 느낌에 포근함에 빠져있는것도 잠시,정신이 번쩍 든 민석이 이제서야 온 종대를 응징하고자 띵-하기 까지한 다리를 쭈욱 펴서 벌떡 일어나 새침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그러나,특유의 입꼬리를 올리곤 너털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서있는 종대가 아닌 처음보는 남성이 서있었다.내가 지금 너무 추워서 종대가 잘생겨보이나?하고 뻑뻑한 눈을 몇번이고 깜빡여봐도 자신에게 옷을 덮어준듯한 남성은 종대가 아님이 확실했다.
“ 많이 기다렸어요? ”
“ 네..? ”
“ 문자 보냈잖아요. ”
“ 제가요?.. ”
“ 난 분명 연락 받고왔는데~? ”
느닷없이 나타나 자신에게 겉옷을 덮어주고 많이 기다렸냐며 물어오는 루한의 질문에 민석이 당황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하자,루한이 작게웃으며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대답했다.그럴리가 없다는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민석의 모습에 자꾸만 입꼬리가 씰룩인다.연락을 받고왔다는 루한의 말에 서둘러 핸드폰 잠금패턴을 해제하곤,메세지를 확인하려는 손길이 분주하다.얼마후,민석의 얼굴에는 놀람-당황-충격의 쓰리콤보 표정이 드러났다.그런 민석의 모습을 보며 푸핫-하고 웃음이 터진 루한은 본격적으로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이게 왠 망신이람!추위에 빨갛게 물들어있던 민석의 얼굴은 곧 터질듯한 활화산처럼 활활 불타올랐다.
“ 저..정말 죄..송합니다...제 눈이 미쳤나봐요!..친구한테 보내야할 문자인데..그냥 무시하시지.. ”
“ 푸흡...그렇게까지 미안해하실거 없어요.그렇게 꽁꽁 얼어놓고 무시하라는 말이 나와요?감기 걸리겠어요. ”
홍당무가 된채로 안절부절 못하는 민석에게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춘 루한은 미소를 머금은채로 고개를 저었다.자신이 좋아서 나온것이고,당사자가 괜찮다는데 자꾸만 연신 사과를 하는 민석의 붉은 볼에 양손을 얹었다.이미 후끈후끈하게 달아오른 민석의 볼에 원을 그리며 천천히 문지르자 한참을 사과만 하던 민석이 눈을 번쩍뜨더니 그제서야 조용히 루한을 마주보았다.
“ 어휴-뭐 이렇게 말이 많아요.이제야 조용해졌네. ”
“ 너무 죄송해서 그러죠.. ”
“ 그렇게 미안하면 다음번에 밥 한번 사주기!알았죠?아,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네요.민석씨도 어서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로 몸좀 녹여요.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
자신이 입고있던 옷의 지퍼를 목까지 단단히 올려주고 모자까지 씌어주더니 시간을 확인하곤,자신이 할말만을 한채 손을 짤랑짤랑 흔들며 뛰어가는 루한의 모습에 민석은 그저 멍-하니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연락을 기다리겠다니...입술을 꽉 문채로 다시 한번 확인한 채팅창에는 자신이 보낸것이 아니라고 절.대.부.정 하고싶은 문장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오빠 나 추웡」....머릿속에 퐁퐁 샘솟는 창피한 감정에 민석은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했다.창피함을 잊고자 이불에 하이킥을 날리기엔 24시간마저 모자를것만 같다.
*
그저께 꾼 꿈을 소재로 끄적여본 조각글에 관심을 가져주신덕에ㅠㅠ...
글잡에 올려보네요!와핰...글 솜씨가 없어도 너무 없쟈냐요...
자급자족하려고 쓴 글인데..어...일단 제목은 급하게 짓느라곸ㅋㅋㅋㅋㅋㅋㅋ
(민망)....혹시 괘..괜찮으시다면 뒷이야기 조금 더 연재해봐도 되려나요..(_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