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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  tranquil
부제 : 안녕을 고하지 말아주세요

 

[Crying piano ver.]

(소리 키우기!)

 

 

 

 

-
안녕 내 사랑 성규야.
내 편지를 읽고 있을무렵엔 아마 우리가 사랑한지 아마 1000일 하고도 200이 되는 날일거야.
나 우체국에서 꼭 그때에 배달해 달라고 부탁했으니까, 그쯤엔 가지 않았을까?
요즘에 너 인기가 부쩍 늘었더라. TV에도 많이 나온걸 봤어.
상을 탔던 거라던가 기타 프로그램에 나와서 노래부르는것까지.
나는 널 볼때마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럽고 너무 좋아.
바쁜 스케줄덕분에 우린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어.
어쨌건간에 우린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할수 있었으니까...
성규야. 울지마. 너때문에 그런게 아니야.
순전히 나때문인데, 그 아픔을 너는 또 혼자서 견디려 하겠지.
내가 그걸 못견뎌서 그런건데.
널 원망하지 말아줘, 내 마지막 부탁이야..

*


-
 
우편함에 손을 넣어 뒤적거려봤더니 여러 쓸데없는 편지와 눈에 띄는 하얀색의 밋밋한 편지봉투가 잡혔다. 그 하얀봉투는 워낙 다른 편지들과 비슷해서 그런지 구분을 잘 하지 못했지만 편지를 뜯는 부분에 내가 잘 아는, 네 특유의 정갈한 글씨체로 쓰여진 '성규에게'라는 글씨가 눈에 띄어 이게 뭔가 하고 편지를 뜯었다. 평소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면서도 어떤쪽으로는 아날로그적인것들, 대게는 편지를 쓰는것조차도 좋아했던 너이기에, 내게 손수 편지를 썼다는건 니가 오늘 기분이 좋아서 특별히 이런 편지를 다 써주는건가 하고 기대를 했던 나였다. 마침, 창밖에는 투두둑 하고 비가 오기 시작했고, 난 현실을 다시금 직시한다.
 
오늘은 너와 내가 사랑한지 1000일 하고도 300일을 앞둔 날이다.
 
*
 
"형, 밥 먹어요."
"..아니야, 괜찮아. 나 밖에서 먹을게."
"밖에..팬 많이 몰려들텐데..."
"확실히 가릴거니까 걱정마라, 다녀올게."
 
걱정이 깃든 목소리로 호원이가 말을 걸어주자, 나는 그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며 밖으로 발을 옮겼다. 현관문을 열고 지겹기만한 아파트를 빠져나와 마침내 입구로 들어선다. 난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본다. 빡빡한 스케줄들에 파도에 휩쓸리듯 밀려나가 주위것들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것들을 하나하나씩 눈여겨보았다. 건너편에 있는 한 나무가 눈에 띈다.

 

"규야 규야 성규야~ 저거 봐봐! 저거 앵두나무래. 좋겠다..넌 집 앞에 앵두나무도 있고. 저기서 앵두 열면 나한테 알려주면 안돼? 보고싶어."

"음, 그럴까? 그럼 내가 전화 줄테니까 이쁘게 입고 나와야 해."

"이쁘게 입는다고 해도 짧은거 입고 나오면 뭐라 할거면서..."

"그니까, 짧은거 말고 이쁜거 입으라고."

"느에~"

"장난치지 마. 안알려준다."

"헐 미안..."

 

저거 앵두가 열린다고 들었는데, 진짜일까. 아직은 본적이 한번도 없다. 이미 앵두는 다 떨어진 것 같았고 이젠 푸르렀던 잎들까지도 바래버려 바닥에 떨어질 준비를 한다. 앵두가 열린다는 소릴 듣고 한번쯤 볼 수 있기를 소망했었는데. 그렇게나 흘렀구나. 시간이.
 
거리를 나와 너와 함께 걸었던 시내에 나왔다. 가을이 될거라는것을 알려주는듯이 은행나무는 노르스름하게 변해갔고, 마침 근처 꽃집에서는 자그마한 단풍나무 분재가 보였다. 너도 이 분재처럼 자그마했는데. 조막만하고, 약했다. 그런 너는. 그래서 그렇게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던 것일까.


 
"여보세요?"
"...성규야."
"형? 왜그래요?"
"너..여자친구가.."


 
자살했댄다...라고, 매니저형이 내게 지옥같은 통보를 했었을때 나는 이때까지 현실을 부정했다. 밴을 타고 사고현장이라 할것없는 장소에선 피가 자욱했고 너의 몸으로 보여지는 무언가가 하얀 천으로 덮여있었다. 좋은 아이였고, 착한 아이였기에 그새 그 아이와 정이 한껏 든 멤버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해주었지만 나만은 무섭도록 덤덤했다. 본래 있던 안구건조증따위때문만이 아니라..마치, 이 일들이 다 허상이라는듯이. 현실은 그게 아니었는데도.
 
원인은 나와 그아이의 교제를 절대적으로 반대했던 다소 많은 수의 팬들이었다. 너와 나의 공개열애 사실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을 때, 그 팬들이 너와 나의 열애사실에 분에 못이겨 그녀가 날 떠나기 오래 전부터, 그니까 내가 그 사실을 알기 전부터 협박전화, '무언가'가 담겨진 괴상한 소포, 심하면 무단침입까지 동원하며 집요하게 그녀를 괴롭혀왔고, 결국 이런 일까지 초래해버렸고, 그녀는 이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런 팬들이 그 행동들을 자초하게 만든건 나때문인데, 확연히 나의 잘못인데 그녀는 나보고 자신을 원망하지 말란다. 자신의 마지막 부탁이라 강조하며. 이게 대체 무슨 이기인것인가. 너가 내 곁에 없어져버린것도, 나로 인해 멤버들까지 우중충해진것들 전부 다 내 잘못인데. 너는 나의 무엇을 보고 생각하여 그런 말을 남겨놓았으며 그런 편지를 보냈는지. 그까짓 내가 뭐라고. 
애초에 너의 마지막 부탁은 이루어지지도 못할 것이었다.
 

 


*
 

 


숙소에서 몰래 가져온 노란색의 네모난 포스트잇 한장과 너의 편지. 또 수성사인펜을 가져와 너의 집 아파트 옥상에 앉았다. 네 집 아파트의 층수도 어지간히 높아서 그런지 위에 올라와있으니 보이는 경치가 말이 아니다. 허나 이렇게 아름다운 이곳에, 너가 없다. 그 말인 즉슨 이런 아름다운 경치도 니가 없으니 다 흑백으로 보인다는건데. 너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려해서 재빨리  포스트잇에 무어라 적고, 후에 니가 써놓은 편지에 붙여놓았다. 적던 걸 끝마치고 문득 니가 유독 이쁘다 이쁘다 하며 입의 침이 다 말라버릴 정도로 칭찬해주었던 내 손이 눈에 들어찼다. 그리고 그 왼쪽손 약지에 끼여져있는 은색의 반지...
너의 편지를 다시한번 읽어보니,  맨 끝부분엔 지우개로 수십번 썼다가 지운것같은 흔적이 보였는데, 아마 '사랑해'라고 적혀 있던것 같았다. 
 

너가 더 보고싶어져서, 그래서 식은줄만 알았던 눈은 금세 뜨거워지고 눈물이 뚝뚝 흐른다. 오늘따라 너가 너무나도 보고싶다.
 


얼굴에 살짝살짝 스치는 바람을 만끽하며
너의 그 가냘픈 목을 압박해 숨을 조인 수많은 손들을 끝내 못견디고 터져버린 너를 만나러
 
너가 없으면 안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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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각글은 처음이야요....;;;;;;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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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제가 가입해있던 카페에서 썼던 글인데 좀 수정해봤어요ㅎㅎ
우현이것도 있는데 그건 차차 올려보도록..하겠습니다ㅎㅎ 그건 내용이 많이 허술해서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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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아 근데 진짜 언제 올라올지 몰르겄다....아마 영영 안올라오거나 언젠간 올라오겠져...ㅋ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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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ㅜ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ㅠㅠㅠㅠㅠㅠ팬인데 읽으면서 뜨끔하네요 내가 쿨한팬이되어줄게요ㅜㅜㅜㅜㅜㅜㅜㅜ죽지말아요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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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감사합니다ㅠㅜㅡㅠ저도 꼭 쿨한 팬이 되도록..ㅎ 노력할거에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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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분위기...bbb금손이에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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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감사합니다ㅠㅠ분위기가 너무 지루해보이지 않을까 좀 걱정됬었는데..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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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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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으앙으ㅡ얼ㄹㅋㅋㅋㅋ감사합니다!! 빠른시일 안에 후속편을...ㅎ 올리도록.....노력할게영ㅠㅠ 고칠게 너무 많아서 그렇게 빨리는 못나올듯 ....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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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너무슬프다ㅠㅠ글잘쓰시네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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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감사해요ㅠㅠ나름 구상많이하고 쓴 야심작이라서 그런지 많이 좋아해주신 저도 좋네요 헿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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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완저ᆞ즣아요ㅠㅠㅠ금손♥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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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감사합니다ㅠㅠㅠ앞으로도 많이 노력할게요! 칭찬 감사합니다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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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 완전 금손이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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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감사해요ㅠㅠㅠㅠ자꾸 칭찬해주시니까 부끄러워서 뭐라 할 말이 읍네요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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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허헐 가슴이 아ㅠㅏ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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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가슴이 아파 예쁜 성규를 불러줘.....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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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너무 결말이 슬프다ㅜ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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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ㅠㅠㅠ최대한 슬프게 만들어봤어요....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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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으엉ㅇ어ㅓㅇㅇ어 뒤늦게 읽지만 이런분위기 너무좋아요 ㅠㅠㅠㅠ 응어ㅡㅇ어응엉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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