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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스탠드 - 우리의 계절







그 계절

-







"야, 머글"


[방탄소년단/랩슈] 단편집 - 그 계절 | 인스티즈

"...이번엔 또 왜"


"아니, 그냥. 너 이 학교 안 나가나 싶어서"



그저 제 입술을 짓이길 수밖에 없었다. 순혈만을 고집하고, 순혈만을 취급하는 슬리데린에서 나는 그저 굴러 온 돌 일 뿐일 테니. 마법모자가 원망스러웠다. 내가 이렇게 힘들길 바랐을까, 과연 그 모자가 말한 '또 다른 계절'이 무엇이길래 나를 슬리데린에 배정했는지.



.

.

.



"신입생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주세요. 곧 기숙사 배정이 있겠습니다"



큰 연회장을 울리는 소리는 제 귀를 기분 좋게 스쳤다. 이곳에선 머글, 그러니까 일반 사람일 뿐인 자신이 이렇게도 특별한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뻥 뚫린 듯한 천장이 신기했다. 진짜 뚫린 걸까, 아니면 마법일까. 한참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을까, 곧 학생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는 교수님에 잔뜩 긴장했다. 나는 언제 부를까, 나는 과연 어느 기숙사에 배정될까, 슬리데린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민윤기!"


"...아"



이름을 불렀다. 떨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앞으로 나가 의자에 앉았다. 반가워요, 온화하게 웃는 교수님에 따라 웃어 보였다. 곧 제 머리 위로 모자를 얹어주셨다.



"반갑구나, 호그와트의 미래가 될 너를 환영한다"


"...어, 만나서 반가워요"


"그래.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건 네가 처음인 듯 하구나. 아마 지금의 각 기숙사 장들도 나에게 인사를 한 적이 없을 테지, 그렇고말고"



모자의 말에 배시시 웃었다, 칭찬이 아니라도 좋았다. 그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이 모자 좋을 뿐이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아주 어린 순수한 마음.



"어디 보자, 넌 어디 가 좋을까"


"..."


"용기, 너에게서 용기와 정의를 찾을 수 있을까. 그래, 가득해, 아주 가득해. 그리핀도르의 붉은색과 아주 닮았구나. 그리고 배려와 친절, 그래 그것 또한 뛰어나 하지만 용기와 정의보단 부족하군. 그렇다면 후플푸프는 아니구나"


"..그럼 전 어디로 가요?"


"머리가 아주 뛰어나. 대단하구나, 이토록 똑똑한 아이를 본 적이 있던가. 레번클로에 아주 적합해"


"그럼 전 레번클로로 가는 건가요?"


"조금만 인내하렴, 아이야. 레번클로도 좋지만 그러기엔 너의 그 다분한 끼가 아까워. 넘쳐나는 재능들을 가지고 태어났어. 머글인데 특이하구나. 아주 뛰어나, 커서 아주 뛰어난 마법사가 되겠어. 아마 이 안에 있는 모든 호그와트의 학생들 중 너만 한 끼를 가진 아이를 찾으라면 불가능에 가깝겠구나"



모자의 말에 긴장했다. 설마 나를 슬리데린에 배정할까, 그건 아닐거야. 모자도 생각이 있을 테니까. 머글인 나를, 머글을 멸시하는 순혈들만 가득한 슬리데린에 배정 시킬까. 스스로를 안심 시켰지만 모자의 말에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큰 이변이 일어났구나"


"..."


"슬리데린!"



연회장은 고요했다. 그리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마 자신을 죽일 듯이 쳐다보고 있는 슬리데린일테지. 학교에 처음 들어올 때 가지고 있던 미소를 지웠다. 곧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을 하는 모자에 눈을 떴다.



"많이 힘들 거란 걸 안다. 하지만 버텨야 해. 그리고 넌 버틸 수 있다"


"..."


"내가 너를 슬리데린에 배정한 것은 절대 너를 저주하기 위함이 아니란다. 네가 그 시련을 이겨내고 더 크게 성장할 걸 알기에, 나는 너를 슬리데린에 배정시킨 것이야"


"...하지만-,"


"그 시련을 견디면 네게는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올 게다. 이 점을 잊지 말고 부디, 부디 그 험한 곳에서 버텨주길 바란다, 아이야"



모자는 내 머리를 떠났고, 나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어떠한 환영도 받지 못한 채 슬리데린에 배정 받았다.



.

.

.




[방탄소년단/랩슈] 단편집 - 그 계절 | 인스티즈

"...이걸 어느 세월에 다 끝내냐"



어마어마한 과제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여럿이 머리를 합친다면 금방 풀릴 문제일 테지만 나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기에 과제가 주어진 날부터 지금까지 과제를 붙들고 있었다. 마감일까지 단 이틀, 그 안에 나는 이 모든 과제를 혼자 끝내야 했다. 내가 말한 도움은 조별 과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아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머글'이기 때문에 '순혈'만 가득한 이곳에서 홀로 정보를 알아내야 했다.



"학교가 양심이 없어요. 시험 끝나면 과제고, 과제 끝나면 시험이고"



투덜거리며 도서관 제일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가져온 노트와 필기구를 책상에 두고 과제에 필요한 책을 찾으러 갔다. 책도 더럽게 두꺼워요-, 두께가 있기에 무게도 엄청난 책을 두어 권 들고 자리를 찾아갔다. 책이라도 얇게 만들어 주던가-,



"아-!"



누군가와 부딪혔고 나는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렸다. 찍힌 발등을 신경 틀 새 없이 나는 책을 빠르게 주웠고 사과를 하려 고개를 들었다.



[방탄소년단/랩슈] 단편집 - 그 계절 | 인스티즈

"...미안 하게 됐어"


"..."


"근데, 너 또한 앞을 보고 다니는 게 좋을 듯싶네"



옆을 스치 듯 지나가는 상대에 습관처럼 입술을 짓이겼다.

김남준, 꽤나 콧대 높은 집안의 자제였다. 대대로 슬리데린인 집안에 유일한 레번클로.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콧대 높은 척하는 그 슬리데린이 역겨워서' 얼마나 어이없고 재수 없는 이유인가, 어릴 적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도서관을 나가는 뒷모습만 멍하게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자리로 와 두꺼운 책을 펼쳤다. 아마도 나는 통금시간까지 도서관에 남아있어야 할 듯했다. 그 생각에 머리가 아파졌다. 모자가 원망스러웠다. 과제할 친구라도 만들어 주던가-



.

.



이틀이 지나고 나는 겨우겨우 과제를 제출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마 감점이었겠지. 다행인 마음에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점심시간이 다가왔지만 나는 발걸음을 기숙사로 옮겼다. 점심을 거르는 건 습관이 되었다. 가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으니까. 조용히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이 멈췄고, 나는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윤기야, 어디 가"


"..."


"누가 너 죽인데? 왜 자꾸 피해. 같은 기숙사 친구끼리. 나는 너랑 놀고 싶어서 왔는데-"


"...지랄 마"



몸을 완전히 뒤로 돌렸다. 하지만 제 앞을 가로막는 망토에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은 조용히 지나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악스럽게 머리채를 잡아 올리는 손길에 소리도 내지 못 했다. 그저 벗어나려 버둥거릴 뿐. 하지만 그마저도 고통으로 다가왔다.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있길 바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던져졌고, 아파할 틈도 없이 다른 고통을 참아내기 바빴다. 얼굴은 안 돼, 머릿속을 스치는 단 한가지 생각이었다. 조용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내 목표였기에 얼굴에 상처가 남아 선 안 됐다. 만약 상처가 남는다면 물고 늘어질 교수님들이 널렸으니까.



"더러운 머글 새끼는, 교복도 깨끗한 거 입을 필요 없어"


"아, 아윽-"


"더러운 게 너한테 맞지, 안 그래"



잔뜩 더러워진 교복에 뭐가 그렇게 좋은지 큰 소리로 웃는 아이들이었다. 욱신거려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제 몸을 발로 몇 번 꾹꾹 밟더니 제게서 발걸음을 옮겼다.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죽고 싶을 만큼 싫었고 미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끝이 어딘지도 모를 바닥으로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소용없다고 말하는 듯 제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울음소리는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머글"


"..."


[방탄소년단/랩슈] 단편집 - 그 계절 | 인스티즈

"언제까지 누워있을-,"


"신경 꺼. 네가 뭔데 참견이야. 내가 바닥에 누워있든, 서 있든 네가 신경 쓸 거 없잖아"


"..."


"말 다 끝났으면 꺼져"


"성격 한 번 더럽군. 호의는 베풀 때 받아"



성하지 않은 몸을 조심스레 안아드는 손길에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 터졌다. 내가 왜 이 새끼 앞에서 울어야 돼, 내가 왜. 자책으로만 가득한 머릿속에 나는 더욱 목을 놓고 울었다. 마치 처음 기숙사를 배정받은 그 날처럼. 가만히 내려다 보는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고. 그의 잘못이 아닌 건 알았다. 하지만 화풀이 할 곳이 필요했다. 어린아이 같은 내 투정을 받아 줄 사람이 필요했다.



"너, 도 똑같아. 알아?"


"..."


"너 같은 새끼들은, 개 같다고 밖에, 정의 못해. 착한 척하지 마, 역겨워"


"..."


"네가 뭔데, 너네가 얼마나 잘 났길래, 왜, 왜 같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데, 도대체 왜!"


"...머글"


"순혈이면 다야? 그거면 끝이야? 나 같은 애들은, 이 학교를 더럽히는 존재니까 죽어야 마땅해? 그래야 만족해?"


"윤기야"



얼마 만에 들어보는 이름인가. 교수님이 아닌 학생의 입을 통해, 제 또래 아이들의 입을 통해 얼마 만에 들어보는 자신의 이름이던가. 짜증 나, 너 진짜 짜증 난다고. 그칠 줄 모르는 울음에 결국 힘겹게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학교 벤치에 자신을 앉히는 손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다 받아줄게, 마음껏 욕해"


"..."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 네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해"


"..."


"내가 너 지켜줄 테니까, 그러니까-"



눈물 때문에 흐린 제 시야로 보이는 얼굴은 꽤나 서글퍼 보였다. 그러니까 넌 웃으면 돼. 자신을 품에 안는 남준은 마치 제가 유리라도 되는 것 마냥 조심스레 행동했다. 작게 등을 토닥이는 손은 한없이 서툴렀지만 다정했고, 한없이 어색했지만 따뜻했다. 사람의 체온이 이렇게 따뜻하다는 것을 오늘에서 깨달았다. 그리고 '또 다른 계절'을 기억하라는 모자의 말이 이제야 이해됐다. 또 다른 계절을 나는 찾았고, 그 계절을 붙잡았다.








-

...후, 세상에. 나는 그저 눈물 차오르는 랩슈를 보고 싶었을 뿐에요. 진짜 그뿐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남준이의 비중이 작냐고요? 이건 윤기 시점이니까요.

그렇다는 말은...?


참, 호그와트는 사랑이라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비회원236.235
헐ㅠㅠㅠ랩슈 사랑하는데 호그와트라니ㅠㅠㅠㅠ윤기가 맞는 부분에서 되게 맴찢이었는데 준이가 달래주는 부분 왤케 설레나요ㅠ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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