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박지민] 악마를 보았다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06/19/fa8113d52c8129a6b4fc4851e654db87.gif)
악마를 보았다
作 일두리
1.
![[방탄소년단/박지민] 악마를 보았다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09/19/008b2cab03ae264c27ebf323903a4d5d.gif)
"그래, 하찮은 인간인 네가 뭘 할 수 있지?"
날카롭고 또 더욱 심오한 눈빛을 가진 악마는 내게 속삭였다. 그가 원하는, 그리고 또 내가 원하는 계약이라는 것의 일부분인 듯했다. 하얀 방 안에 가득한 핏자국. 그 안에는 나와 그, 그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뿐이었다. 악마는 인간의 모습을 한 채였다. 피부는 백옥과도 같이 하얗고, 또 머리는 인간의 피를 물들인 마냥 붉었다. 그와 같이 피로 떡진 내 머리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고개를 떨구고 한참 침묵을 유지하던 찰나였다.
"머저리 같은 인간들은 항상 자신의 이득을 갈구하더군. 그래, 너희들이 생각하는 더러운 악마의 모습과 같지."
"......."
"살고 싶잖아."
"......."
"이 곳에서 나가고 싶다고. 네 썩어빠진 영혼이 대성통곡을 하는군."
그의 말에 두 손을 꽉 쥐었다. 전부 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더 이상 있고 싶지 않다. 두 눈으로 살덩어리를 맛보고 싶지 않았다. 내 영혼은 그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살려줘. 내 눈으로 나의 핏덩이를 보고 싶지 않아. 나를 구해줘라고. 나를 내려다보던 악마가 뒤를 돌았다. 그를 놓칠세라 재빨리 나를 가로막는 철장 사이로 그에게 손을 뻗었다.
"살려, 살려주세요."
"......."
"더 이상 저 뜨거운 불덩이를 갈비뼈 위에 올리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날계란을 입에 넣고 싶지 않아요. 그들에게 고문 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그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요. 그를 외면하는 건 더욱 싫어요. 그에게 손을 뻗는 것도 무서워요. 그들이 쥐여주는 날카로운 단도로 묵직한 살덩이를 찌르는 것도 무서워요. 내 양손에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핏물이 가득 묻어있는 게 너무 무서워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
"원하는 것이 뭐든, 뭐든 다 드릴게요. 돈이건, 유물이건, 사람이건, 뭐든...!"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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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영혼이 필요해."
2.
좋아요. 나의 대답에 악마는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꽤나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철장 앞에서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는 악마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대신."
"......."
"내가 목적을 이룰 때까지, 당신은 나를 도와야 해요."
"목적? 그냥 살아서 나가는 게 목적 아니었어?"
"그냥 살아서 나가는 거면 나가는 의미가 있기나 해요? 어차피 당신한테 먹힐 텐데."
나의 당돌한 발언에 악마는 고개를 숙여 입꼬리를 올렸다.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입까지 틀어막으며 웃어 젖히는 그를 겁 없이 노려보았다. 웃음을 멈춘 그가 철장을 한 번 쓸어내리자, 영영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두꺼운 철장의 문이 열렸다. 철장을 나가기 위해 일어서려 하자 어째서인지 다리에 힘이 들지 않았다. 내 다리가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주물러대자 그가 다리를 매만졌다. 아무 느낌 없던 다리가, 그의 손짓 하나로 멀쩡해졌다. 겨우 철장을 빠져나와 그의 앞에 섰다. 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느낌이었다. 걸친 거라고는 다리까지 내려오는 얇은 가운 하나. 다리와 팔 그리고 얼굴, 머리까지. 멀쩡한 곳 하나가 없었다. 상처 사이사이로 새어 나온 피가 잔뜩 묻은 채였다. 하얀 가운 또한 피로 물들어 더 이상 하얀색이 아니었다. 이 꼴을 한 채인 나를 보는 악마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더러움? 미련함? 안타까움? 아니.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는 지금 나를,
미천하고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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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건."
"됐어요. 그냥 가죠."
"......."
"우리 집으로,"
"......."
"돌아가고 싶어요."
나를 한참 주시하던 그가 손을 내밀었다. 조금 어지러울 거야.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잡으면 이곳은 영원한 안녕이다. 내가 그렇게도 바라던, 지옥과의 이별이다. 단상 위에 누워있는 태형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나는 과연 후회하지 않을까? 아마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바라던 일을 나는 지금 할 것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후회 따위는 없다.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
ㅡ
본 작품은 일본 만화 '흑집사'를 모티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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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