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作 일두리
5.
악마와 내가 계약을 치른 뒤, 목 주변에 작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리 크지도 않은 문양 하나가 생겨났다. 그와 내가 계약을 했다는 일종의 '표식'인 듯했다. 작은 문양을 쓰담으며 고개를 숙였다. 전혀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옆에서 생글 생글 웃으며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박지민과 저들끼리 소곤대며 남 얘기를 해대는 여학생들 때문일 것이다. 결국 마지막 교시가 끝나고 도망쳐 나오듯이 학교를 빠져나왔다. 소극장, 엄마가 말했던 소극장에, 나는 가야 한다.
"......."
아직 밝은 낮인데도 사람이 없어서인지 주변이 싸했다. 발을 바삐 움직이니 저 멀리 소극장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거센 바람을 맨 얼굴로 맞아대며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디던 찰나였다.
"어디 가?"
"......!"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소름이 끼쳐 뒤를 돌았다.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박지민이 삐딱한 자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름 하복과 책가방을 맨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평범한 보통의 학생이었다. 가슴을 부여잡으며 짧은 숨을 토해냈다. 쓸데없이 사람 놀래키지 좀 마.
"어디 가냐고 물었어."
"...소극장."
"소극장?"
"엄마가 죽기 전에 해준 마지막 말이 자주 가던 소극장에 가보라는 말이었어. 뭐라도 있으니 보냈겠지."
"웃겨."
소극장의 입구 앞 문에 손을 가져다 대자 삐거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가득 쌓인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곳에서 갇혀지낸 시간이 꽤나 오랜 시간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듯 소극장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그것들을 신경 쓸 세도 없이 엄마와 내가 자주 앉았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F 열. 뒤져봐, 나오나."
"아, F 열."
그의 말에 손뼉을 치며 다리를 움직였다. 맞아 분명 F 열이었어. 맞겠지. 다리가 까지는 것은 생각도 못한 채 F 열을 차례대로 빠짐없이 훑었다.
"... 없어."
"애초부터 뭐든 없었어."
"무슨 소리야. 분명 엄마가,"
"네 엄마가 거짓말이라도 쳤나 보지."
분명, 내 기억에는 F 열이 정확했다. 틀렸을 리가 없다. 엄마와 함께 오던, 엄마가 건네주는 라즈베리를 씹으며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던, 그때가 아직까지도 생생한데. 분명히...
"이 악마 말을 못 믿는 거야? 난 안 보이는 것까지 찾아낸다고."
무언가 잘못되었다.
6.
"살려,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
흰 마스크를 쓴 그들이 두꺼운 주사 바늘을 눈앞에 내밀었다. 뚫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묵직한 살덩이가 힘없이 뚫리며 체내에 무언가 천천히 퍼지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며 눈을 감았다. 머리가 하얗게 새는 느낌, 뭐든 기억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잊어서는 안 돼.
"하지 마세요... 왜 그러는 거야, 나한테..."
목숨을 내어주고 싶었다. 차라리 나를 죽여줬으면, 이 고통 가득한 세상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할 바에는 죽는 것이 편하다. 텅 빈 공허함 가득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메말랐던 눈물이 차올랐다. 살려주세요. 입을 움직일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힘이 나지 않았다. 작은 칼이 내 살덩이를 파고 들어온다. 빨간 핏덩이가 흐르는 느낌이 생소하리 만큼 느껴졌다. 어째서, 매일 겪는 일인데. 나는 항상 처음과 같이 괴롭고, 아프다.
7.
"악몽 꿨지."
"......."
"왜. 그 사람들이 또 너를 고문했어?"
"뭐?"
"살려달라고 빌었는데, 들은 척도 안 해주지?"
"......."
"차라리 죽여줬으면, 제발 죽었으면 좋겠지."
가쁜 숨을 내쉬며 일어나자마자 보인 건 침대 앞에서 교복을 입은 채 삐딱하게 서있는 박지민이었다. 그의 말에 손을 작게 떨었다. 그는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나의 아픔과, 괴로움, 그 모든 것을. 증오심이 커져나간다. 그를 향한 나의 증오심이.
"넌 죽지 않아. 아니 못 죽어."
그를 향한 나의 증오심이 커질수록 그의 눈꼬리는 접혀 들어간다. 증오심과 두려움은 악마에게는 독이 아닌, 약이니까. 그래, 나는 안다. 내가 죽고 싶어도, 괴로워도 이미 맺은 계약은 나를 죽음의 문턱 앞에 데려갈 뿐이지 죽음의 안으로 들이지는 않는다.
"미치도록 안타까운 삶이지."
"......."
"지겹게도 말이야."
너무 많이 늦어버렸습니다..ㅠㅜㅡ 요즘 말 못할 정도로 바빠서...
이번 편은 많이 짧아서 구독료 내렸습미다...
항상 이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너무너무 진심으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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