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作 일두리
3.
돌아온 나의 보금자리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순백의 하얀색이던 집 외벽은 불길로 인해 까맣게 그을려 버린지 오래였고, 내부 또한 참혹했다. 따뜻한 사랑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던 나의 집은 지금, 영혼이 타들어가는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주택가에서 가장 큰 집이었던 나의 집, 그리고 나의 가족은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나 그리고 동생까지.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주제로 입을 열었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부모님이었다. 그래. 그때까지는 모든 게 행복할 줄만 알았다. 이들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언제나처럼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어느 날, 그들의 손에 불타 죽은 부모님을 두고 그들에게 개처럼 끌려갔다. 그리고 잊지 못 할 신체적 고통과 아픔을 겪었다. 바보같이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부모님이 오기만을 기다린 채.
"탄소, 탄소야. 도망쳐야 한다. 동생 데리고, 어서 나가."
"엄, 엄마, 나는..."
"어서 도망치래도!!"
"......."
"잡히면 어떤 꼴을 봐야 할지 몰라. 최대한 멀리 도망쳐.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면 안 된다. 지나가는 어른도, 경찰에게도. 너희 둘이서 모든 걸 헤엄쳐 나가야 해."
"엄마..."
"... 어렸을 때 엄마랑 자주 놀러 가던 소극장 기억나지? 우리가 항상 앉던 자리 있잖아. 그 밑을 보렴. 꼭, 탄소 너 혼자 가야 해.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돼."
"......."
"사랑한다, 내 딸."
내가 그들이라고 칭하던,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매몰차게 죽이고 나의 갈비뼈 위에 이상한 문양을 새긴 그 사람들은 '종교 집단'이었다. religious order. 줄여서 레오. 아직까지도 나를 단상 위에 눕히고 이상한 의식을 치르던 그들의 모습이 생생했다. 그들의 정체는 알았지만, 그들은 정확히 무얼 하는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들이 나의 가족을 죽인 이유는 무엇인지까지는 알지 못 했다. 그리고 내가 악마에게 조건을 건 이유는
"안녕, 새로 전학 온 박지민이야. 잘 부탁해."
내 가족을 위해서이다.
4.
"다 죽고 탄소 혼자 살아남았다네요."
"어머, 이런... 안타까워라."
이 동네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집이 불타버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었고. 나를 주제로 떠들어대는 말들은 당연한 것이었다. 안타까움, 불쌍함의 시선이 반. 아까움, 허탈함의 시선이 반이었다.
"그 남동생도 죽어버린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 살아돌아온 아이는 탄소 혼자였다니까..."
"그런데,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아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네요."
"네. 돌아왔을 때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두 선생의 오고 가는 지루한 대화에 쓸데없이 귀를 기울여 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조금 있으면 나는 죽을 목숨이니까. 남이 나를 욕하던 칭찬을 하던 그런 거에 일일이 신경 써 줄 시간이 없다.
"지민아! 너 탄소 알아? 아까부터 되게 빤히 쳐다보던데!"
"응? 아니. 오늘 처음 봐."
"근데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얼떨결에 짝지가 되어버린 악마, 그러니까 박지민은 부담스럽게도 남들이 다 느낄 만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생긴 전학생이라고 소문이 났으니 여자아이들도 박지민을 유심히 바라본 듯했다. 아니, 오늘 처음 봐. 그의 말에 몸을 작게 떨었다. 오늘 처음 본다니. 악마는 악마였다. 그 순하디 순한 웃음으로 인간을 현혹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예쁘잖아."
"...!"
지금의 박지민은 그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날카롭던 그의 눈매는 어느새 생글 생글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고, 등 뒤에 곧게 뻗은 검은색 날개가 있던 자리에는 악마의 날개 대신 나와 같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주위에 몰려 있던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 그래! 탄소가 예쁘기는 하지! 얘, 얘들아 우린 돌아가자! 하하!
"... 쓸데없는 짓 하지 말죠, 우리."
"당돌해, 너. 까딱하면 목숨 날아가는 거 한순간인데."
"설마요. 당신은 그렇게 못 할걸요."
"... 뭐?"
"내가 당신에게 조건을 내 걸었으니, 그 조건을 완벽하게 이루기 전까지는 철저히 갑은 나, 을은 당신이죠."
내가 그렇게 멍청하고 한심한 인간으로 보여요? 박지민을 쳐다보던 시선을 거둔 채 고개를 내려 교과서를 바라보았다. 그 빨간 눈을 바라보고 싶지 않다. 가끔씩 나오는 빨간 눈은 그의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는 소리니까. 설마, 악마라는 사람이 이렇게 멍청할 줄이야. 나의 말에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져갔다. 앞자리에 있던 남학생도 분위기의 심각성을 느낀 건지 슬슬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교과서를 향하던 시선을 올려 박지민과 눈을 마주쳐 손을 내밀었다. 마치, 그를 약 올리듯이.
"안 그래? 지민아."
이미 계약을 맺은 이상 무효따윈 없으니 갑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당돌한 탄소 입니당.
이 부족함 가득한 글에 암호닉까지 신청해주시는 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
모자란 글을 항상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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