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임신과 함께 네가 권태기가 온 상황. 새벽에 먹고 싶은 거 사다 준 적도 단 한 번도 없고 당연히 정기 검진은 같이 가준 적도 없음. 심지어 어느 날은 내가 너에게 초음파 사진을 줬는데 아무 말 없이 받아 가더니 다음날 초음파 사진은 꾸낏꾸깃하게 구겨져서 쓰레기통에 버려져있는 걸 청소하다 찾음 분명 관계가 회복될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 찾아와 말수도 줄고 살도 쭉쭉 빠짐 그래도 뱃속에 아이가 있으니 아이만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네 비위 맞추고 눈치 보고 또 혹시나 굶으면 아기한테 안 좋을까 봐 미친 듯이 먹고 토하고를 매일매일 반복해 점점 지쳐 감 오늘도 먹은 걸 다 토하고 이를 닦는데 칫솔걸이에 걸린 네 칫솔을 보고 문득 일주일째 안 들어 오는 네 생각이 나 이게 뭐 하는 건지 결국 다 소용없음을 자각하고 밀려오는 자괴감에 네 칫솔만 붙들고 한참을 울고선 다시 주방으로 가 먹은 것들을 막 치우기 시작하는데 도어록 소리가 들리고 네가 들어오자 네가 원하는 데로 이혼을 하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옷만 챙겨 쓱 나가자 뒤늦게 너를 붙잡으러 나가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너를 부르고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뛰어가는데 속도위반 차량에 치여 결국 그렇게 지키려고 노력했던 아이마저 잃어버리고 그 충격에 기절했다가 하루 만에 깨어났는데 옆에 있는 너부터 시작할게요. (결국 그렇게 허무하게 아기를 잃고 허무함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충격으로 쓰러졌는데 일어나보니 내 옆엔 네가 앉아 있어 싸늘한 눈초리로 너를 쳐다보다 네가 나를 보고 놀란 눈으로 달려오자 진작에 이렇게 해줬음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져 손에 링거를 다 뽑아버리고 깁스 한 한쪽 발을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가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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