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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장미 (藏微), 01 | 인스티즈   

   








[루민] 장미 :: 藏微

-미를 감추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의 학교는 조용했다.
날이 덜 풀린 봄과 겨울의 그 경계가 이루는 아침이, 왠지모르게 따스하게 느껴져 살짝 미소지었다.
그 이유는 아마, 2학년 5반 교실의 불 만이 환하게 밝혀져 있어서일수도 있다.

교무실 조차도 채 다 켜지지 않은 조명 아래에 일찍 출근 한 선생님 몇 분만이 미리 교과 수업준비를 하고 계셨다.
루한은 반 열쇠를 꺼내다 눈이 마주친 문학 선생님께 조용히 인사를 건내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 문까지 열었다.
대충 아무자리에 가방을 얹어두고는, 반을 나섰다.
바로 몇 걸음만 걸으면 친구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준답시고 엉성하게 준비해놓은 이벤트가 있을것이다.
저들 딴에는 서프라이즈라고 준비했겠지만, 조그마한 불빛도 눈에 띄는 새벽에 교실의 환한 전등불이 눈에 띄지 않을리가 없었다.
성큼성큼 걸어가 시끄러운 소음이 새어나오는 5반의 앞문을 힘껏 열었다.
그러면 풍선을 입에 문채 눈을 땡그랗게 뜬 준면과 둘이서 무슨 난리를 쳤는지 얼굴이 생크림 범벅이 된 채로 굳어있는 백현과 찬열, 그리고 항상 지각만 하다가 친구의 생일이라고 신경써서 일찍 일어난건지 아니면 강제로 일찍 끌려나온건지-제 눈에는 후자같아보였지만- 결국엔 잠에 못이겨 책상에 엎어져 자는 종대가 보였다.
찬열과 백현은 도대체 케이크를 가지고 얼마나 장난을 쳐댄건지, 벌써 그 위에 얹어진 생크림은 모조리 엉망이 된 후였다.
난장판이 된 교실을 한번 훑어본 루한이 비웃으려다가 눈짓을 주고받는 찬열과 백현에 한번 멈칫, 여전히 엉망인 채 망가진 케이크를 들고 다가오는 찬열에 두번 멈칫 하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그 상태로 다가오는건, 절대 거부라는 은근한 의사표현이었다.
준면이 입에 물고있던 풍선을 놓쳐 허공에 날아는 소리를 기점으로, 루한은 꽁지빠져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몇 년을 같이보낸 생일이지만,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한손엔 케이크를 들고 저를 쫓아오는 찬열만은 적응이 되질 않았다.
언제봐도 소름끼치는 듯한 표정를 하고 달려오는 찬열이 그 이유인듯 했다.
찬열의 멈추라고 악을 쓰는 목소리가점점 멀어짐과 함께 숨이 턱 까지 차오르는 기분에 속도를 낮춰 헝크러진 머리를 정리했다.
이럴때마다 찬열처럼 몸치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것에 백번 감사했다.
어느새 제법 밝아진 아침 햇살이 루한의 눈을 찔렀다.
방향감각도 잊은채로 무작정 뛰다보니 어느새 별관 뒤쪽 정원에 도착한건지, 코를 찌르는 꽃내음이 향기로웠다.
차가운 아침바람과 대조되는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꽃나무들, 루한은 자신이 바라던 가장 완벽한 시간인것을 느끼며 순간의 여유로움을 즐겼다. 찬열과 백현의 눈도 피할겸 아침시간 종 치기 전까지 이곳에서 뻐기다 갈 참이었다.
깊게 풍겨오는 장미향을 따라 이끌리듯이 고개를 돌리자 화단앞에 웅크려 앉아있는 소년이 보였다.
그리고, 그 때 처음 만났다. 장미꽃같은 아이를.


처음에 다가간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한달 전 쯤에 마주친 교감선생님을 제외하고 새벽에 나 외의 사람을 그 곳에서 만난건 실로 오랫만이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아도 작은 체구같아 보였는데, 가까이서 살펴보니 또래의 아이들보단 작은 몸체임이 확실해보였다.
어느샌가 동그란 머리통에 내려앉은 벚꽃잎을 살짝 떼주니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낀듯 인상을 찌푸린 얼굴이 고개를 들었다.
마치 그 표정이 '너는 뭐야?'하고 묻는 듯 해보여서 살풋 웃음이났다.
제법 능청스레 벚꽃잎을 보여주며 대꾸했다. 이거, 머리에 붙어있었어. 물론 꽃잎이 내려앉기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은 목구멍 뒤로 삼킨채였다.

"아, 고마워!"

그제서야 의문이 풀린듯 얇은 입술에서 허스키한듯한 미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밝게 웃으며 건넨 인사에 루한은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연히 스친 소매에 아찔한 장미꽃 향이 풍겨왔다.
아마 그때의 너는, 내 세상에 꽃과함께 피어났었나보다.


손목시계를 확인한 루한이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곧 있으면 슬슬 학생들이 등교할 시간이었다.
어느새 민석은 다시 동글동글한 머리통을 뽐내며 꽃구경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듯 뒷통수를 짧게 응시한 루한이 뒤를 도는 순간 날아오는 케이크 세례에 짧은 신음을 흘렸다.
누구의 소행인지 분명 보나마나였다.
얼굴에서 대충 케이크를 떼어 털어낸 루한이 제 앞에서 박장대소 하고있는 백현과 찬열을 노려보았다.
발로 걷어 차이고 등짝을 얻어맞아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음을 멈추지 않는 찬열과 백현에 루한이 이를 갈았다. 속에서는 이미 백번이고 천번이고 그 둘을 쥐어박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참는건 루한의 몫이였다.
학교 건물을 울리는 예비종 소리에 욕설을 중얼거리며 화장실로 들어온 루한은 신경질적으로 케이크 잔해들을 닦아냈다.
무식하게도 던졌는지 앞머리의 반이 케이크 생크림에 범벅되어 닦아질생각을 안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백현이 구해온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는 중에도 백현과 찬열은 여전히 낄낄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었다.
그 사이 언제 아침시간 종까지 쳤는지, 담임은 공지사항을 전달하며 지루한 아침조례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 제 자리에 앉은 루한이 담임의 옆에 서있는 소년을 보기위해 애를썼다.
좋지못한 시력탓에 미간에 주름을 잡아야만 촛점이 잡혔다.
분명 아까 정원에서 본 그 아이였다.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장미와 닮아있던 아이.
진한 장미꽃내음을 풍기던 아이.
담임의 옆에 서있는것으로 보아 전학생일것이라고 멋대로 단정지은 루한이 자리에 똑바로 앉았다.
어쩐지 왜 익숙하지 않은 얼굴과 목소리 였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나름 젊어보이는 생감새에 일학년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음, 안녕. 내 이름은 김민석이야. 만나서 반가워, 친하게 지내자."


민석의 소개가 끝나자 루한은 이름을 곱씹었다.
김민석……김민석……김민석….
담임이 무엇을 이야기 하든 자신의 관심 밖이었다.
자리에 앉으려는 듯 옮기는 민석의 걸음마다 루한의 시선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의 대각선 앞자리였다.
자리에 앉으면서 순간 마주친 눈에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스치는것을 본 루한이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내었다.
저도 따라 씨익 웃은 민석이 먼저 인사를 건냈다.
안녕!
순간 말을 잃은 루한이 멍하게 민석을 바라보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뭐지?'하는 표정을 지은 민석이 몸을 틀어 앞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입같았다.
왠지 오늘부터 루한은, 자신의 학교생활에 즐거움이 하나 더 늘것같다는 생각이 퍼특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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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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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이거 진짜 대박인 느낌나여ㅠㅠㅠㅠ 앓다죽을 루민 학원물에다가 미소년전학생 민석이 ㅠㅠㅠㅠㅠㅠㅠ엉엉 좋아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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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좋으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ㅠㅠ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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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표현도 너무좋고 제목에 의미가 잇는것 같은데 차차 알아갈께요 ㅠㅠ 힌트라도 주시면 감사드려요 ㅎㅇ앞으로 펼쳐질 이야기 기대됩니당 신알신하고가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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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감사합니다ㅋㅋ제목의 의미는 나중에 나올예정이에요! 신알신감사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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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소재가 뭔가 이끌리는게 좋네요 신알신하고갑니다! 앞으로도 성실한 연재 기다릴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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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와!이끌린다니ㅎㅎ감사합니다~신알신도 감사드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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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비회원은 필명 기억으로 신알신하고갑니다!!!!!! 연고자까님!!! 루민이들 분위기가 너무너무 예뻐요 꽃구경하는 민석이라니...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고... 생각만 해도 너무 어울려서 감동ㅠ.ㅠ 학원물 두근두근거리고 정말 설레여요!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편에서 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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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과찬이세요ㅠㅠ 진짜 너무 감사드려요! 기억으로 신알도 감사드려요♡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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