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시즌 2 4화가 초록글에 올라갔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언제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복숭아 시즌 2
W. Bohemian Heal
열여덟의 여름은 그 어느 여름보다 뜨거웠다. 매일 아침 습기찬 찜질방의 문을 열었다가 푸른 멍으로 하늘을 뒤덮고나서야 다시 나오는 그 더위에 무척 지쳐가던 차, 방학이 시작됬다.
"권순영, 나 초코칩"
"벼룩의 간을 뺴먹어라. 빨리 가, 청소하게"
"너 오늘 알바비 받은 거 내가 모를 거 같냐? 초코칩!!"
"정신 사나워 좀 가!"
"아 초코칩!!!"
후덥지근한 바람이 목을 껴안았다. 어르고 달래도 덜렁덜렁 붙어 숨을 턱턱 가로막는 열기를 피해 편의점으로 향해 초코칩을 집으니 권순영은 대걸레를 들고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다섯살 난 어린아이의 실수로 뒤엎은 푸른 물감이 차근차근 번져가는 여름, 권순영은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다.
Prequel 1: 열여덟 여름
여러모로 괘 긴 방학이 시작되었다. 여름 예정된 교내 공사로 한 달 턱걸이 하던 방학 머리 위 삼주의 자유가 턱 올려놓으니 행복감에 달력을 뒤로 던졌다. 오른손 우산을 쥐고 왼손 도시락을 발걸음과 함께 흔들거리며 골목을 걸으니 어렴풋이 습기찬 유리창 안 대걸레를 밀고 있는 권순영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서오.. 안 귀찮냐? 혼자 먹는다니까"
"혼자 먹는 밥은 자고로 맛이 2배는 떨어져. 서로 서로 돕고 돕는거지"
"난 딱히"
"시끄러, 오늘 완전 정성껏 싸왔으니까. 나 배고파 빨리 밀어"
"기다려"
열한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와 곧 혼을 내려둔채 급박히 잠 속 기어들어가는 두 어른을 기다리기에 너무 오랜시간 외로운 집이었다. 도시락을 열고 젓가락을 뽑아드니 어느새 딸기우유 두 팩을 앞에 내려둔채 앉는 그의 이마에선 으슬으슬한 에어컨 바람에도 불구하고 땀이 삐죽 쏟아 흘렀다.
마주 앉아 도시락을 비우고 배를 텅텅 두드리고 있자니 어느새 날을 저물어 막 어두운 이불을 깔아눕고 있었다. 그에 더해 장마철 빗줄기가 시작되어 조용한 편의점을 메우자 권순영은 기지개를 켜며 상자를 들어 날랐고 나는 도시락을 정리했다.
"입고 가"
"안 더워"
"밖엔 추워. 입어 빨리"
권순영이 강제적으로 건넨 후드티를 입어 손은 흔적없이 자취를 감추어버리자 그는 상자를 내려두고 소매를 접어 올렸다.
골목의 가로등의 수명이 곧 마감될 턱이었다, 권순영 올 때 보이지도 않겠네.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혼자의 시간을 낙서했다.무의미적인 시간에 덩그러니 앉아 있으려니 정녕 휴식인가 싶은 무료함이 덮쳐왔고 문득 시계로 고개를 틀었을때 곧 그가 올 시간을 가르키며 숨가쁜 마라톤을 이어나가는 초침에 나 역시 다시 분주히 겉옷을 챙겨들었다.
"..시간 꽤 지났는데"
손목에 채워진 시계는 여름 바람에 몸을 조용히 늬이고 빠르게 흘렀다.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은 참에 권순영에게 닿을 방법이 없어 우산을 고쳐잡고 골목 앞에 들어서 짙은 어둠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괜히 두고온 휴대폰을 탓하며 시야를 가리는 어둠에 점점 약간의 공포감이 기분나쁘게 어꺠를 쥐일 떄쯤 곤두선 신경을 쿡쿡 쑤시는 발걸음에 나는 이미 땀으로 흥건해 미끄덩거리는 우산 손잡이를 양손으로 쥐었다.
"야!!"
"아 깜짝이야!"
"야 이 기집애야!"
"아 놀랐잖아!!!"
"너 왜 전화 안 받아!"
"집에 두고 왔어!!"
"아 ㅇㅇㅇ 진짜, 아..."
권순영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쁜 기집애라며 웅얼거리는 그의 등짝을 때리곤 발걸음을 옮기려니 우산을 낚아채가는 그에 나는 더이상 무어라 입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하였을때, 여섯통의 부재중전화와 늦는다는 문자로 도배된 화면에 나는 조용히 욕실 앞에 앉았다.
"야 권순영"
"야"
"기집애야 씻고 있잖아. 나중에 말해"
"미안"
"뭐?"
"미안하다고, ..아까 소리지른 거"
자존심만 세졌다는 ㅇ여사의 말은 정확했다. 앞뒤 다 잘라먹은 후 무턱대고 그에게 소리친 사실이 미안했지만 얼굴을 보고 전하기 뭐가 그리 존심 상했는가. 욕실 앞 쭈구려 모기소리마냥 기어들어가는 사과를 전하니 권순영은 뭘 하는지 더이상의 답이 없었다.
"식탁에 초코칩 있으니까 먹던가"
권순영이 나오기 전 자리를 뜨려 일어서던 순간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을 나오던 그가 턱짓으로 가르킨 식탁 위는 하루종일 노래를 부르던 과자가 봉지 가득 담겨있었다.
***
"ㅇㅇㅇ 안 자?"
"어, 나 이거 다 보고 잘꺼야"
"너 무섭다고 내 방 앞에서 또 자기만 해라. 아침에 죽는 줄 알았잖아"
"아 알았어 알았어"
언제 작은 언쟁이 일어났었냐는듯 반쯤 창을 열고 거실에 나란히 앉은 후 무릎 꺠 이불을 끌어안은 후 볼륨을 키웠다. 이제 막 시작한 영화는 특별한 냉방장치 없이 초반부터 등골을 서늘하게 했고 나는 초코칩을 손에 든 채 고개를 약히 수그렸다.
"야 권순영 불"
"귀찮아"
"니가 더 가깝잖아"
"싫어"
"심보 나쁜 새끼"
"악! 야!!"
환히 켜진 불에 몰입감을 툭툭 건드려오는 것이 여간 신경쓰여 권순영을 툭툭치니 좀처럼 일어날 생각이 없는 그의 대답에 사뿐히 권순영의 발목을 즈려밟고 지나쳤다. 그 후 발목을 움켜잡은 그에게 혀를 쏙 내밀어주곤 다시 이불을 덮어버렸다.
*
"올라가서 자"
"아 싫어"
"빨리 올리가"
"무서워. 여기서 잘거야"
"이럴줄 알았다"
식은땀이 촘촘히 이마를 수놓고 앞이 컴컴해지는 모양새였다. 괜히 봤어, 검은화면을 이루는 티비 또한 공포감을 조성해주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권순영은 잠시 자리를 뜨는가 싶더니 금새 돌아와 발로 나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이불 깔게 나와"
"내가 깔게. 불 켜줘"
"됐어. 여기서 잘게"
"진짜?"
"빈말 안 해"
권순영은 무척 피곤한듯 엷은 이불을 걷어내고 푹신함으로 육신을 옭아매는 요를 깔아두었다. 베개를 끌어안고 누우니 사춘기 질풍에 기세등등히 공포영화를 보았다 한움큼 울음을 뽑아냈던 추억이 수면 위 둥둥 떠다니고 종종 곁에 누워 잠들었던 꼬맹이가 수영을 해더랬다.
"자, 빨리"
"너도"
"어. 잘자"
공포감이 몰고온 피로는 생각보다 ㅇㅇ를 빠른 시간 내 잠들였고 순영은 꽤나 열려있던 창을 새벽바람 감기라도 붙을까 약히 닫아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그녀를 바라보았다. 십분 전까지만 해도 무섭다고 징징대던 그녀는 오른손에 제 후드소매를 쥐고 잠 속 헤엄치고 있었다. 새근거리는 ㅇㅇ의 숨에 크게 들이쉬던 저의 숨을 죽인 채 천천히 그녀 손을 잡아주는 순영이었다.
월광이 창을 두들다.
여름 밤바람은 달다. 그러니 열거라
그 여름 밤 한 자락은 곱다. 그러니 열거라
넘실거리는 소녀 앞머리칼 따라
나 또한 넘실거리며 이 여름 밤을 지새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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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순영이의 생일이라 순영이 특별편입니다. 현재 부득이 한 사고로 손을 물리치료 받고 있는 상태라 급히 쓴 속편인데 더 퀄리티 높은 이야기를 들고 온다는 약속 못지켜 미안해요. 진짜 다음편은 더 즐거운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댓글과 초록글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평생 감사해도 못 갚을 이런 행복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복숭아 시즌 2 5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