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시즌 2는 사진 스포일러 나갑니다.
복숭아 Season 2
W. Bohemian Heal
지루하기 짝이 없어 한 십 년은 그저 묵혔던 낡은 궤짝이나 다름 없다 한 마디 설명으로 족한 TV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나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리 멀어진 가장 대중적 정보통신망 대신 작은 화면을 들었고 그렇게 나의 일상 일부분 끼고 살며 혹여 빈자리가 느껴질 시 그 공허함은 말로 이룰 수 없었다. 어깨를 빌려 기댄 후 웃음을 듣고 아픔을 보며 감정의 선 곳곳을 구체적으로 쏘다니던 그 궤짝이 없으니, 모두 닫고 엎드려 삶을 걷다 허리를 펴려 몸을 일으키니 생각 보다 나는 메말라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건 엎드려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던 나의 촘촘한 직업설계 그 하나 빼곤 모두 뒤쳐져 버렸다.
빛나는 청춘이다, 그 빛나는 청춘을 나는 너무 안일하게 수도꼭지 돌려 비탈길에 쏟아 부어 버렸다. 참 어리석었다, 하지만 그 어리석음을 알아챈 건 빛이라곤 한 줌 뿐인 끄트머리 깨에서 그제서야 알아 버렸다.
01: 그렇게 첫사랑을 보냈다.
***
일곱시 오분 사십 오 초, 방 안으로 빽빽히 메우는 알림. 어젯밤 회식자리에 늦게까지 남아있었건 결국 치료를 관둔 채 외로운 인생 묵묵히 들고 가는 친구로 삼은 불면증 때문이건 알람 시계는 단 일 초의 오차 허용 따위는 저의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각인 시키며 어김없이 딱따구리마냥 일정한 기계음을 쏘아 댔다. 일어난다, 일어난다고. 한 마디와 어깨죽지를 폄과 동시에 오른쪽을 팔을 뻗어 정지버튼을 있는 힘껏 누른 후 몸을 일으켰다. 찬바람이 새어들어오는 창과 붙어 잠들어 칼칼한 목을 가다듬고 며칠 전 묵으며 괜찮은 감촉에 장만한 극세사 이불을 들추며 자연스럽게 왼손목에 손목시계를 차며 시선은 거울에 머물렀다. 커피머신을 켜고 시린 발을 감싸는 스위스 핸드메이드제 카펫과 동일한 사의 담요를 온 몸을 두른 채 창을 열었다. 혼자 살기 무척이나 큰 집일 뿐더러 창 또한 넓직해 창을 엶과 동시에 들이치는 차가운 바람에 나는 담요를 좀 더 꽉 끌어 안으며 욕실로 향했다.
"뭐가 그렇게 바쁘셔서 그만두세요, 아 안 섭섭합니다. 장난이에요, 열심히 일하신만큼 축의금 두둑하게 챙겨가려구요. 제가 좀 까칠했나요, 뭐. 네, 그럼 이따가 찾아 뵐게요"
별 것이 걱정이다. 웃음기를 유지한 채 단정한 답을 꾸준히 내어가며 들고있는 전화기를 어깨 부근에 걸치며 헝클어진 머리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눈가를 비비고 탁자 위 두꺼운 도수의 뿔테를 찾았다. 너무 한 곳에 몰입해 내 사람 못 챙긴 내 업보지, 얼마나 불안한 마음있으면 식 당일 날 확인 전화를 걸어왔을까. 여간 까칠한 성격을 받아들이며 지내온 세월이 미안해지며 뒷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려둔 뒤 속 내에서 끌어올라오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그렇지 뭐"
편은 못 들어줘도 이해는 해야지 내가 나를, 안 그런가.
전화를 끊고 이루어진 그 다음 행동들 도 모두 그 어느 요일 못지 않게 동일했다, 샤워를 하고 거울 물때를 닦고 (욕실 청소는 출근요일 해당사항 없지만) 선반 위에 올려둔 소형 빔을 켠 후 후라이팬에 계란을 올린 후 드레스룸과 닿을 듯 말 듯한 옷걸이에 걸린 남색 셔츠를 찾아 입은 후 계란을 마저 조리했다. 어제 아침 두어 입 먹다 남은 식빵 위 계란을 올리고 빔을 통해 들려오는 영화 대사를 따라 중얼거리며 의자에 걸려 올 나간 스타킹을 쓰레기통으로 집어던졌다. 뭐든 술술 풀리는 하루가 있지 않구나, 다시 한숨 한 줌 쏟아질 것을 미리 예상하고 왼손으로 입을 막은 뒤 블랙톤 스커트를 찾았다. 빵가루가 묻은 입가를 닦은 뒤 화장대를 뒤엎은 화장품들을 들었다. 모든 생활의 행동들이 눈을 감은 뒤에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만큼이나 익숙했고 재빠르게 이뤄졌다. 외출 준비를 끝낸 후에는 빨래를 널었고 발을 뻗어 이틀 내내 잠들어 있던 로봇청소기를 발로 툭툭 건들여 깨운 뒤 일을 시작한 집 안을 거니는 청소기를 뒤로 한 채 신발장 아찔한 굽의 힐부터 정열된 그 틈 사이 선홍구두를 꺼냈다.
"아 맞다, 차 키"
시간을 좀 더 흘렀고, 사회며 살던 동네. 자잘한 모든 것부터 나의 곁 인간관계까지 모든 것이 변화하며 나는 꽤 어린 티를 벗었고 깐깐하며 까칠하며 요즘 언어로 참 '빡'치는 인간의 면모로 비춰졌건만 혼자 사는 이 큰 집, 나의 빈틈은 변화할 생각이 없었다.
***
"검사님 주말에는 사무실 빼곤 첨 봽는 거 같네요. 신부대기실 오른쪽이에요"
"아, 네"
친목 모임이건 회식이건 굉장히 기피하고 언제나 사무실에 딱, 붙어있는 남들 눈에는 참 딱한 껌딱지였다. 연애를 하면 공소장과 하고, 결혼을 하면 법원과 하리 그렇게 떠들거리는 소리를 한 번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라는 말은 아주 거짓말이다. 예의상 눈으로 대충 인사를 건네고 신부대기실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곳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만 무척이나 북적거리는 이 곳에 피곤함만 하나 더 얹어주는 것 같았다.
"축의금이.."
검사직 치고 빠르게 올라와 남들보다 두어살 어리다며 무시 받기가 죽기보다 싫어 잡은 사건마다 미치도록 물고 놓을 생각을 안했던 터 사무관만 고생이었다. 그리 일년을 버텨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이제쯤 홀로서기라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해왔거만 새로운 사회에서 나는 여직 남들의 도움 속에 서 있었고 문득 네가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권순영에 대해서 만큼은 꽤나 무뎌진 상태였다. 그와 내가 함께 지낸 시간만큼 떨어져있으니 당연하게 그는 나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줬다. 첫사랑을 부여잡고 연애 한 번 못하는 그런 순애보가 아니였기에 나는 권순영과 멀리있는 동안 꽤 굵직한 연애을 3번이나 했고 정말 그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아,"
"죄송합니다. 여기"
"아, 네"
권순영에 대한 생각을 옅은 미소와 접고 여직 식장으로 들어가지 않아 복잡한 사람들 속 축의금을 내러 지나다 어깨를 부딪혀 몰리는 통증에 어깨를 쥐어 잡자 나와 부딪힌 이는 축의금 봉투를 건네고 짧게 목례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통증에 얼굴을 마주볼 새 없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앞을 제대로 보지 않은 나의 잘못으로 50대 50이니 인상을 찡
그리기도 뭐했으므로. 그 후 어깨를 한번 돌리고 신부석으로 향하니 익숙하게 옆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무관의 얼굴이 보였다. 친구라더니, 그리고 봉투를 전해준 뒤 이름을 쓰려 펜을 집자 그는 나의 손을 제지했다.
그리기도 뭐했으므로. 그 후 어깨를 한번 돌리고 신부석으로 향하니 익숙하게 옆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무관의 얼굴이 보였다. 친구라더니, 그리고 봉투를 전해준 뒤 이름을 쓰려 펜을 집자 그는 나의 손을 제지했다.
"어, 검사님 봉투가 바뀌신 거 같은데요? 이름 다르네요. 혹시 동료 검사님 봉투..?"
"이름 달라요?"
혹여 어깨를 부딪힌 이와 이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 스쳤다. 아, 돈 꽤나 넣었는데. 미쳤고만 ㅇㅇㅇ.
그리고 봉투 밑 작게 쓰여진 이름을 확인한 뒤 나는 액수를 따질 것 없이 그 봉투를 그냥 동료 것이라 말하고 넘기고 싶었다. 머리를 쓸어 넘기고 거짓말을 하려니 입술이 마르는 것이 결국 봉투를 받아 들고 나는 펜을 내려 놓았다. 참 어이없게도 이 결혼식장에서, 것도 5년만에 권순영을 찾아야 했다.
***
"내가 미쳤지,"
식을 진행중인 홀만 3곳, 시작하려는 홀 또한 4곳이였다. 이 큰 곳에서 대체 어떻게 찾으리, 결국 우선 축하를 먼저 일로 지정하고 들어서니 온화한 조명 속 곧 식을 시작한다며 자리에 착석해달라는 안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동료도 아니고 상사, 그것도 계급장 떼면 새파랗게 어린 것이 일년 내내 갈궜으니 솔직히 앉기도 미안했다. 뒷편에 남은 공간 서서 대기하고 있으니 역시 다리가 저려왔다. 저리는 다리를 툭툭 치며 약 십분 정도의 지루한 시간 후 식은 시작되었다. 홀이 떠나가라 메우는 박수갈채며 순백의 드레스며 자신의 곧 매일 마주할 영원한 동반자의 손을 잡는 모습에 왠지 두 달 전 내게 카카오톡으로 이별을 통보한 후 일주일 전 청첩장을 보내온 2년 된 애인의 모습이 두통을 유발시켰다. 길어지는 식과 지끈한 머리에 잠시 몸의 중심을 잃을 뻔하며 구석으로 향하니 뭔가 물컹하는 느낌이 단숨에 실례를 범했다는 생각이 아주 파도로 덮쳤다.
"어, 죄송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관계다. 대학을 들어가서도, 동창회에 나가서도, 어쩌다 아주 우연스레 만난 4년 전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던 (물론 30%는 자의적으로 내가 듣지 않았겠지만) 그 역시 약간 놀란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를 아주 제대로 마주한 것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9년만이였다, 힐을 신은 키였지만 내 위로 좀 더 올라갔고 정말 어른인마냥 남색셔츠입고 두어개의 단추를 푸른 채 정장바지의 구두까지 신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였다. 얼굴 또한 앳된 소년은 어느새 약간의 흔적만 남아있었다, 뚜렷하게 깊어진 이목구비와 달라진 권순영의 분위기에, 우리가 그리 좋은 친구로써의 이별은 아니었으니 딱히 더 말을 건넬 수 없었다.
그리고 더이상 그에 대해 온전히 바라보던 나의 순정은 솜마냥 젖었던 그때를 모두 물기짜네 다시 보송하게 젖었던 때를 기억하지 않듯 무감정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잘 지냈어?"
"응"
"그럼 됐고, 먼저 간다"
권순영은 휴대폰은 흘깃 보더니 나의 머리칼을 헤집어 놓은 채 급히 식장을 빠져 나왔다. 그의 손가락이 내 머리칼 새로 흐집어 말끔하게 가라앉은 머리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저 괜찮은 미소가 흘러나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전화를 걸며 제 정장자켓을 들고 나가버린 문을 생각보다 오래 시선을 두었을까 식이 끝남을 알리는 퇴장음악에 나 역시 뒷문으로 빠져 나와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하니 전화는 물론 문자 역시 세 통이나 와 있었다. 새로운 사무관에 대한 이야기 하나, 쓸데없는 스팸 문자 한 통, 마지막 연락은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 연락할게.
익숙함은 은근히 우리에게 신기한 감정을 조성한다. 함께 했었다는 그 익숙함으로 어쩌면 보고 싶었다는 익숙한 그리움으로 나는 너의 번호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으니 말이다.
***
- "오랜만에 만났는데 둘이 밥이라도 한끼 먹고 오지"
"무슨 밥을 먹어. 이번 설엔 내려갈 거 같아, 그 얘기 하려 전화했어"
- "그럼 순영이 만났다는 말은 꺼내지 말던가, 엄마 속상하게. 하여간 둘이 뭔 일이건 이제 좀 풀어. 매번 명절에 돌아가면서 한 명씩 결석이니 어디 집 휑해서 명절분위기 한번 내보겠어? 이번엔 진짜 둘 다 내려와. 그렇게 알고 엄마 끊어, 야근 수고해 우리 딸!"
"엄마? 뭐야, 진짜 끊었어?"
권순영이랑 마주치면 어색할텐데. 머리칼을 헤집었다. 아직 권순영에게 온 문자도 보내지 않았고 권순영은 그 문자 이후로 더 이상 연락이 없다. 연락한다며, 일주일이 어영부영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휴대폰이 야속했다. 내 문자를 뻬돌리고 있었다는둥,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하려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지 지금, 야근이 문제지. 고개를 설레설레 털어내며 권순영에 대한 생각도 명절날 맞이 할 어색함도 함께 털었다. 여직 일주일전 결혼한 전직 나의 사무관이였던 그녀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정리되지 않은 수사자료를 붙들고 있자니 아주 할일이 태산임을 명백히 보이고 있었다.
"에이씨..언제 다 해"
아예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 밤샘이야 제기랄, 눈을 껌뻑거리다 밀려오는 잠과 갈증에 이리 긴 밤을 어떻게 버티리 고민하다 뇌를 스치는 강력한 기분회복의 기폭제가 단 하나 머리를 스쳤다. 커피는 개나 줘야지, 백날 마셔봤자다. 아무도 없는 빈사무실에 나는 괜시리 당겨지는 입꼬리를 잡아내리고 거침없이 지갑을 든 채 편의점으로 향했다.
"5,250원입니다."
ㅇ여사가 이야기 하시길, 아직 떠나지 않은 청춘 붙잡고라도 즐기라 하시니. 강제 야근 확정된 나의 찌든 영혼을 위해 약간의 알콜은 청춘을 즐기는 것과 같은 효과 아니리? 대학생정도의 앳된 모습이 마치 권순영과 닮아 '수고하세요' 고개 꾸벅이곤 검찰청으로 들어오니 복도불은 당연히 꺼져있었다. 내가 이런 거까지 기억했다면 판사직까지 노리지 않았을까 싶다. 알콜에 정신 팔려 이 긴 복도 불을 켜 놓는 것을 잊은 나는 조심히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나이 먹으면서 늘은 것은 겁뿐인가, 또각거리는 나의 구두소리가 울려 나의 허한 정신을 꽉 죄여 괜시리 기분이 나빴다. 아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진짜.
"저기,"
"으아아아가아아ㅏ아가!!!!"
아 깜짝이야. 귀신인지 사람인지 사람이면 제발 그냥 좀 가지, 왜 앞에 서 있을까. 그대로 편의점 봉투를 떨어뜨리고 맥주캔들이 와르르 바닥을 뒹구는 소리에 두 번째 놀랐을때 나의 시야는 무척 환해졌다. 그리고 보인 것은 당장 입술로 박치기가 가능한 간격의 서 있는 남자였다. 지금 시간이 열시가 다 되어가는데 무슨 이 시간에 검찰청에 있는 건지, 황당함 반 심각하게 크게 소리친 나의 비명에 쪽팔림 반으로 그를 올려다 보니 그는 겁을 먹은 나의 모습을 이해했는지 실소를 터뜨리고 엄지를 쭉 뻗어 벽을 가르켰다.
"...아, 스위치"
복도 불 켜려고, 방금 그를 귀신까지 취급한 내가 한없이 초라해짐과 동시에 굉장히 야근이고 뭐고 이자리를 뜨고 싶었다. 비상구 앞까지 굴러간 맥주캔들을 그를 피해 급히 줍고 몸을 일으키니 그는 말없이 사무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정보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일년동안 근무 하며 처음보는 얼굴임에 그에게 말을 걸까 하다, 약 5분 전 나의 만행에 조용히 사무실로 들어가려 몸을 움츠리고 걸었다.
"..어 놀랐어요?"
"ㄴ,네? 아 저요? 네, 놀랐, 놀랐어요"
"고의는 아니였는데, 놀랐다면 미안해요. 근데 자꾸 검사님 휴대폰 울리는데 전화를 안 받길래"
"전화요?"
그는 턱짓으로 아까 맥주캔을 떨구며 함께 날아갔던 휴대폰을 가리켰다. 전화를 받으려던 차 뚝 끊겨버린 전화에 뭔가 싶어 목록을 확인하니 부재중으로 3통의 권순영의 전화가 찍혀있었다. 뭐야, 이거.
"아, 네 감사합니다"
우선 그에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열 새도 없이 문꼬리를 쥐고 권순영에게 전화를 거니 들리우는 것은 통화음 뿐이었다. 이럴 거면 왜 전화했어. 그리고 전화를 끊으려던 차, 그가 무척이나 화가 났음을 알리는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중에 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내가 약간 미운 것을 우선 접고 휴대폰에 귀를 기울이니 그의 깊은 한숨이 다시 한번 휴대폰을 채웠다.
- "전활 왜 이제 받아"
"왜 전화 했는데. 그것도 세통이나"
- "너 아무 일도 없어?"
"뭔 소리야"
- "아무 일도 없었냐고!"
"아 내가 무슨 일이 있어,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 "하 이 진짜.."
"술 먹었어? 먹었으면 들어가서 잠이나 자. 무슨 일주일만에 전화해서 진짜.."
- "걱정했잖아. 기집애야"
전화가 끊겼다. 몸서리쳐지는 나의 직감이, 그는 억눌린 분노의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소리지른 게 뭐 잘했다고, 전화도 뚝뚝 끊는지. 왠지 기분이 나락에서 맴도는 것 같아 결국 맥주캔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나역시 엎어져버렸다. 참 열아홉이나 스물아홉이나 알 수 없는 건 변하지가 않았구나.
- 그녀가 모르는 이야기 -
"권형사 무슨 일 있어? 너 자꾸 휴대폰만 들여다 봐. 회의 때 한 번만 더 그래봐, 신입이라 더 짤 없는 거 눈치 빠른 네가 제일 잘 알면서 그런다"
"죄송합니다"
"당직 바꿔줄게, 오늘 들어가"
이런 상황 괜찮은 선배 하나 둔 거 잘 한 일이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거 따질 때도 아니고 여유도 없었다. 삼십 분전, 명절이야기를 핑계거리로 삼아 한번 커피라도 마시자 연락한 전화를 그녀는 받은 지도 모르고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은 고스란히 내 귀에 선명히 들렸다. 그리고 둔탁한 소음과 함께 끊긴 전화에서 일 분에 한번꼴로 전화를 걸자 단 한번도 받지 않아 홧김에 전화를 조수석으로 집어던졌다. ㅇㅇ가 검사가 된 것도 그 검찰청이 현재 내가 근무중인 경찰서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대로 시동을 걸어놓은 차를 밟아 도로로 진입하니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에 발신자확인도 할 새 없이 집어들었다.
"전활 왜 이제 받아"
너무 안정적인 그녀의 목소리에 맥이 풀리는 것 같았다. 꽤 빠른속도로 밟아 이미 도착한 검찰청 앞에 차를 세우고 그녀와 통화를 이어가니 전화가 연결되어 있는 지도 몰랐나보다. 식겁해서 진짜, 무슨 일이 난 줄 알았건만. 검찰청 불이 환히 켜져 있는 것에 한숨을 푹 쉬며 그녀에게 아주 진심만을 묶은 단 한마디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걱정했다고, 그 한 마디 그녀에게 말했다.
손가락이 전부 얼어 버리고 시야는 생각보다 컴컴한 이 칠흑같은 어둠과 추위가 오묘히 섞인 이 밤에, 나는 결국 새벽녘이 되어서야 그녀가 지하철역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나서야 다시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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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시즌 2 시작!!
애초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독자님들 사랑이 없었다면 탄생 못했을 시즌 2, 사랑 보답하고자 설렘을 가득 싣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젠 첫사랑의 풋풋함이 아닌 성숙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이번 부제는 복숭아 시즌1을 보내는 것이 부제가 되었네요..ㅠ
그리고 우리 승행설 승철이를 대신해 다가올 이 글에서 등장한 새로운 그 분과 졸지에 나쁜남자 만들어버려 미안한 순영이 데리고 더 완성도 높은 2화에서 봽겠습니다. 항상 사랑합니다.
+현재는 암호닉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암호닉 정리 후 2차 암호닉 신청 공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순영이 번외는 1차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분들께만 메일링 되며 현재 순영이 번외는 초기작업 중임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