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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비 오네. 내가 가방을 뒤적거렸다. 가방 안에 우산이 없다. 그제야 오늘 아침에 오빠와 실갱이 했던 게 떠올랐다. 김남준이 계속 내 가방에 우산을 쑤셔넣으며 가져가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 그거 무거워 봤자 얼마나 무겁다고. 그걸 왜 무겁다는 핑계로 집에 두고 온 걸까. 비가 꽤나 묵직하게 내렸다. 가방을 우산 대신 쓰기에는 안에 들어있는 교재들이 걱정이고, 또 그렇다고 저 비를 그냥 맞고 가기에는 내 몸이 걱정이다.


내가 혹시나 해서 김남준에게 전화를 했다. 삐 소리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오늘 회의가 있다더니, 딱 회의 시간인가 보다. 김남준을 원망하고 싶었지만, 애초에 우산을 안챙긴 건 나였기에 원망할 수도 없었다. 학교 현관에 서서 발만 동동 굴렀다. 아. 오늘 학원 늦으면 안되는데, 보강이라. 괜히 심장이 빠르게 쿵쿵 뛰어왔다. 뒤에서 누군가의 젖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앞에 나타난 건,










“이거, 너 써.





비에 쫄딱 젖은 채 서있는 김태형이었다.


김태형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왜? 였다. 그리고 바보인가? 였다.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으면서, 그리고 그 우산을 나에게 건네면서 자기는 비에 쫄딱 젖어있었다. 멍청한 거야, 아니면 컨셉인 거야? 그리고 이 우산을 내게 주는 이유가 뭐야? 김태형에게 묻고 싶었다. 


나는 그다지 임펙트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니까, 좀 쉽게 풀어서 얘기하자면 그냥 저냥 묻혀가는 애였다는 거다. 그냥 저냥 성적도 애매한 중상위권, 생긴 것도 평범하게 생겨서 그냥 남들과 비슷하게 남자친구 몇 번 사귀어본. 그냥 진짜로 스쳐지나가는 반 학생일 뿐이었다. 어쩌면 김태형 입장에서는 말 한마디도 못해보고 1년을 보내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애. 


그에 비해 김태형은 시끄럽고, 어딜가나 주목을 받는 애였다. 생긴 것도 잘생겼고, 훤칠한 키에, 성격도 뭐 밝은 편이고, 그냥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김태형은. 우리 반만해도 김태형을 연예인 좋아하듯이 앓는 여자애들이 몇 명 있었다. 학교 내의 아이돌같은 존재랄까. 선생님들도 아무리 김태형이 꼴통짓을 해도 웬만하면 다 웃으면서 봐주고 그러니까.





“안 받아?”





김태형의 젖은 갈색 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흘렀다. 얘 잘생긴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라 더 신기했다. 비에 이렇게 쫄딱 젖어서 앞머리가 갈라지고 난리가 났는데도 잘생겼다. 


근데, 이 우산을 나한테 왜 주는 건데? 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김태형이 멍하니 날 쳐다보고는 입술을 달싹였다.





“너 해.”





그 입에서 나온 낮은 목소리에 내가 김태형과 눈을 마주쳤다. 이렇게 눈 마주치고 있는 것도 또 처음이다. 그리고 얼굴을 맞대며 대화를 나눈 것도 처음이다. 대화라고 하기에는 김태형 혼자서 하는 일방적인 말이지만. 





“여주야.”

“……”





김태형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흠칫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도대체 왜?





“나 팔 아파.”

“……”

“얼른 받아줘.”





그 말에 내가 무언가에 홀린 듯 우산을 받아들었다. 굳어있던 김태형의 표정이 그제야 한층 풀렸다.





“집 조심히 잘 가!”





김태형이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고는 계단으로 올라가버렸다. 비에 젖은 발걸음이 점점 멀어져갔다. 김태형이 내게 건넨 우산을 바라봤다. 택도 그래도 붙어있는 새 우산이다. 내가 뒤를 돌아서 김태형이 남기고 간 발자국만 바라봤다.





















“여주야.”

“……”

“김~ 여주~”





김태형이 아침 등교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부터 날 쫓아와서는 ‘어제 집에는 잘 갔어?’라고 물어봤다. 내가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김태형을 지나쳐갔다. 그러자 계속 해서 여주야, 여주야 하며 날 부르고는 쫓아왔다. 약간 답답한 목소리가, 코 막힌 소리가 나는 듯 했다. 어제 그렇게 비 맞은 걸 보면, 감기에 걸릴만도 했지. 








“헤헤. 다행이다. 감기 안 걸린 것 같아서.”

“……”

“그럼 나 먼저 갈게!”





내가 계속 답이 없자 김태형이 혼자 일방적인 통보를 남기고는 웃으며 나를 앞질러갔다. 아니, 내가 감기 안 걸린 게 왜 다행이라는 거야? 자기가 걸려놓고. 
























그 날 우산 사건 이후로 날 향한 김태형의 관심이 뜨거웠다. 물론 나도 김태형에게 관심이 생겼다. 김태형이 내게 갖는 관심과는 다른 종류의 관심이었다. 김태형은 내게 구애를 하듯 관심을 가졌다. 여주야, 여주야. 여주야, 여주야? 대답 좀. 여주야. 자기 친구들을 내팽개쳐두고는 내 앞자리에 앉아 쉴새 없이 내 이름을 불렀다.


덕분에 박지민은 내 옆자리에 오지도 못하고 뒷문에 서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김태형은 쉬는 시간 내내 내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교실을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그제야 박지민이 내 옆자리에 앉곤 했다.





“점마 진짜 뭐냐?”





박지민이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내가 알면 이러고 있을까. 내 말에 박지민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 점마랑 원래 아는 사이였냐?”

“아니.”

“아니 그럼 쟤는 도대체 너한테 왜.”

“그니까.”





박지민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말했다.





“쟤 지금 며칠 째 저러고 있잖아.”

“그러게.”

“쟤 진짜 어디서 머리 쳐맞고 온 거 아니야?”

“조용히 해. 어디서 쟤 친구들이 듣고 있을지도 몰라.”





내 말에 박지민이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성격 좋고, 밝고, 인기 많은 박지민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면 김태형의 친구들이 어느 수준인지 대충 감이 올거다. 시끄럽고 재밌고 잘생기고 인기도 많지만 학교에서 유명한 만큼, 학업에도 손 놓고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소위 말하는 양아치였다. 술, 담배는 기본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시험 바로 전 날에 우르르 모여 술을 마셨다는 거. 그리고 그 무리 중 몇 명은 해장을 한다며 1교시 시험을 빠지고 2교씨 때 등교를 했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건, 그 무리에 김태형이 있었다는 거. 뭐 김태형이 1교시 시험을 아예 빠졌던 건 아니지만, 시험 시작 종이 치고 10분 후에 학교에 와서는 학교를 빼먹느니만 못한 행동을 했었다. 시끄럽게 콧노래를 부르고, 휘파람을 부르고 자기 앞자리 앉은 애 등을 콕콕 찌르고 컴싸를 대놓고 뺏어서 기둥 세우고 엎드려 자고. 


아, 그래서 점수는 어땠냐고? 학교에서 최초로 0점이 나왔던 거로 기억한다. 김태형도 자기 성적표를 들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얘기했었다. 





“아. 진짜. 미치겠어.”





내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니까, 김태형이랑 나랑 그만큼 먼 사이였다. 나는 술이랑 담배는 생각해 본적도 없고 나중에 어른이 되서도 생각하지도 않을 건데, 벌써부터 김태형은 하고 있고. 수업을 빼먹는다니. 학생이. 

같은 부류도 아니었고, 그렇다 해서 섞일 수 있는 부류도 아니었다. 기름과 물처럼 나뉘어 둥둥 떠다니는 그런 관계였다.





“모르겠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문제집을 덮고 일어섰다. 아. 나 진짜로 모르겠네.





















“야. 울 엄마가 오늘 끝나고 너 집에 데려오랬어.”

“이모가?”

“응.”

“왜?”

“뭔지는 나도 모르……”





쿠당탕!


박지민과 마주보고 앉아 이모 얘기를 하고 있는데 급식실 문 앞에서 큰 소리가 났다. 형형 색색 머리카락이 눈에 확 띄었다. 덩치가 큰 남자가 바닥에 대놓고 식판을 엎고 갔다. 그 뒤를 쫓는 무리가 낄낄거리며 웃기만 했다. 그, 무리 속에, 김태형이 있었다.





“야. 점마. 쟤 김태형 아니냐?”

“……어.”

“쟤 진짜 쓰레기네. 인성 봐.”

“……쟤가 한 거 아니잖아.”

“어?”





내 말에 박지민이 놀라서 내게 되물었다. 점마 친구가 했잖아. 쟤도 낄낄 거리고 있고. 박지민의 말에 내가 아무 말 없이 반찬을 입에 쑤셔 넣었다.





“너,”

“몰라. 밥이나 먹어.”





뭐라 말 하려는 박지민의 입에 소세지를 집어 넣었다.





















음료수를 사러 매점에 간 박지민을 기다리는 사이에 김태형을 마주쳤다. 마주쳤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냥 김태형을 발견했다. 학교 건물 뒤를 서성이다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곳을 몰래 숨어서 쳐다보다가 그 연기 사이로 김태형을 발견했다. 내가 그 얼굴을 한참 보다가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겼다. 김태형 앞에 서자 김태형의 친구들이 날 쳐다보고는 수군거렸다.





“얜 뭐야?”

“야. 너 뭐냐?”

“김태형. 니 아는 애냐?”





김태형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친구들의 말에 놀라서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다.





“어, 여주……”





내가 김태형의 얼굴을 보자마자 담배를 뺏어서 땅에 버렸다.





“야. 김태형. 얘 뭐냐? 진짜?”

“……”

“담배, 피지 마.”





그 아이마냥 순수한 얼굴이 담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김태형의 얼굴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라 그제야 내가 제정신이 들었다. 김태형의 친구들이 나를 따갑게 쳐다봤다. 





“뭐야. 이 병신은?”





김태형의 옆에 있던 애가 날 보고 말했다. 김태형이 그 애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아, 씨발! 왜 때려! 그 말에 김태형이 굳은 표정으로 그 애를 쳐다보곤 말했다. 






“병신은 너겠지. 병신새끼야.”





김태형이 일어나서 내 손목을 붙들고 나를 끌고갔다. 뒤에서 들리는 친구들의 욕설에도 김태형이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나를 데리고 학교에 있는 그네 앞으로 온 김태형이 그제야 붙잡은 손목을 놓고 내게 말한다.





“나 담배 피지 마?”





그 말에 내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냥, 담배를 피고 있어서 본능적으로 가서 끄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무의식적으로 끈 건데. 사실,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요 며칠 새 김태형이 내게 관심을 보이면서 나도 김태형에게 관심이 생겼던 건 사실이었다. 내 앞에서 자신에 대해 쫑알 쫑알 거리던 김태형의 얘기를 안 듣는 척 하면서도 다 듣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니, 그게 안 듣고 싶어도 안 들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김태형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나쁜 애는 아니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근데, 저런 모습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몸이 본능적으로 먼저 나가서.








“응? 여주야.”

“……어.”

“나, 담배 피지 말까? 응?”





고개를 들어 김태형의 얼굴을 쳐다보니,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그렇게 웃으면서 내게 계속 들뜬 목소리로 묻는다.





“여주야. 대답해 줘.”

“……응.”

“나 담배 피지 말까?”





내가 그 얼굴을 쳐다보다가 차마 대답은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김태형이 큰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었다.





“응. 끊을게.”

“……”

“니가 끊으라면 끊어야지.”

“……”

“나 방금 욕하고 나와서 가면 욕 먹겠다. 반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는데. 조심히 올라가고. 좀 이따가 학교 끝나고 반으로 데리러 갈게.”





김태형이 그렇게 말하고는 뒤를 돌아 학교 건물 뒤로 사라졌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박지민이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지민이 바나나 우유를 쪽쪽 빨며 내게로 걸어왔다. 





“점마 진짜 뭐냐?”





박지민의 말에 내가 대답없이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진짜. 뭐야. 쟤. 그리고 나도 뭐야.






















“끝났어?”





김태형이 뒷문에 서서 가방 정리하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점심시간 이후로 오후 수업은 거의 날려먹듯이 했다.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자꾸 김태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게 떠오르고, 가까이서 본 그 얼굴이 계속 떠올라서 수업을 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결론이 났다. 예전처럼 신경쓰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며 뒷문에서 날 부르는 김태형을 무시한 채 꿋꿋이 가방 정리를 했다. 얼추 문제집을 다 챙기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교실에는 나만 남은지 오래였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까맣다. 내가 김태형을 무시하고 뒷문을 잠궜다. 김태형이 쪼르르 앞문으로 왔다. 앞문을 닫고 나와 잠그고는 출석부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둘씩 꺼진 불에 복도가 캄캄했다. 김태형이 여전히 뒤에서 날 좇았다.





“오늘 학원 안 가지?”





그 말에 내가 김태형에게 물었다.





“너 왜 지금 여기 있어?”





내 말에 김태형이 실없이 웃기만 했다. 내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김태형이 야자 시간에 있을 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야자를 하는 날이면 늘 석식만 먹고는 가방을 챙겨 내게 미안하다고 하며 학교를 떠나는 김태형이었는데. 내가 학원에 가는 날이면 학원 끝나는 시간인 11시에 맞춰 학원 앞에 나타나고. 야자를 하는 날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김태형을 짧게 보는 날이었다. 7시 쯤을 마지막으로 보고 다음 날 아침에 보는 날이었는데.


근데, 오늘은 왜 여기에 있는건지.






“흐흐헤헤.”





딱히 김태형이 싫어서 했던 말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 의아했다. 왜 여기에 있어. 궁금하기도 했다. 혹시나 하고 물어보면 석식 먹고 늘 어디에서 뭘 했는지 말해줄 것 같아서. 그런 내 바램과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김태형은 대답없이 웃기만 했다. 내가 가방을 고쳐매고 그런 김태형을 뒤로해 학교를 빠져나왔다. 여전히 내 뒤를 쫓는 김태형의 발걸음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교문 앞을 빠져나갈 때도, 버스 정류장을 지나칠 때도 김태형은 여전히 내 뒤에 있었다. 혹시나 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는 귓가에 김태형 발걸음 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내가 골목길로 들어섰을 때 가로등 밑에 서서 재빨리 뒤를 돌았다. 뒤를 돌자마자 보인 건 김태형의 웃는 얼굴이었다.





“……”

“……”





김태형 답지 않게 꽤나 긴 시간 동안 말이 없었다. 김태형이 한참을 입술만 달싹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여주야.”

“……”





내가 그 부름에 말없이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바라봤다. 말할 듯 말 듯 망설이는 그 입술이, 아까 담배를 물고있던 그 입술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김태형은 망설이고 있는 듯 했다.





“나, 뭐 물어봐도 돼?”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냥 궁금해서, 늘 석식먹고 어디를 그렇게 가는지 그리고 내가 학원에 있을 동안 김태형은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아까 오후 수업 내내 김태형한테 관심 끄자라고 생각했던 건 이미 물거품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럼, 나도 뭐 물어봐도 돼?”





내 말에 김태형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넌 또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걸까.





“응. 서로 하나씩 물어보자.”

“응.”

“나 먼저 물어볼래. 김태형.”

“어?”





내 부름에 김태형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리고는 여주야, 하고 날 부른다. 쳐다보니 김태형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너, 내 이름 부른 거 처음인 거 알아?”

“뭐?”

“아, 아냐. 얼른 물어보고 싶은 거 물어 봐.”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다 나왔다. 그런 날 보고는 김태형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웃는다. 웃었어. 너. 그렇게 말하며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날 쳐다봤다.





“……너.”

“응.”

“어디 있다가, 맨날 나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오는 거야?”

“어?”

“맨날 뭐 하냐고. 저녁에.”





내 말에 김태형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친구들이랑……”





그 말에 순간 김태형과 같이 다니는 무리가 떠올랐다. 급식실에서 식판 엎고 나갔는데 쳐다보고 웃기만 했던 그 애들. 그 애들 중에는 김태형도 껴있었지.





“……그, 아까 담배 같이 핀 애들?”

“……응.”

“어디서?”

“……그냥, 여기저기서,”





그 말에 뭔가 자체적으로 필터링이 들어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술집 같은 데? 아니면 누구 집에 모여서 술을 마시는 건가. 내 말에 김태형이 움찔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손사레를 친다.





“그게, 여자는 없었어!”





여자랑 같이 있었냐고 물어본 적은 없었다. 내가 그런 김태형을 빤히 쳐다보다가 원하는 대답을 얻었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야. 진짜로.”

“……여자랑 같이 있었냐고 물어본 건 아닌데.”

“아, 그렇구나.”

“그랬다면 됐어.”






내 말에 김태형의 입꼬리가 그제야 다시 올라갔다. 





“넌 뭔데?”

“응?”

“질문.”

“아.”





내 말에 김태형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그리고는 김태형이 목을 가다듬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 김태형이 나를 쳐다보고는 진지하게 물어봤다.






“그, 너랑 같이 밥 먹는 걔.”

“어?”

“그. 남자애, 걔랑…… 사귀는 거야?”





그 말에 한참 벙쪄서 김태형을 쳐다봤다. 같이 밥먹는 애라면 박지민인데. 박지민이랑 나랑 사귄다고? 친척인데 사귀냐고? 어이가 없어서 내가 김태형을 한참 쳐다보다가 도리짓했다.





“그게 다야?”

“어?”

“물어볼 거, 그게 다냐고.”

“……응.”

“아니야.”

“……”





내가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몇 발자국을 먼저 걸어갔는데도 뒤에서 나를 쫓는 소리가 없길래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가로등 밑에 서있는 김태형이다.





“……”

“밥 같이 먹는 걔랑,

“……”

“……사귀는 거 아니라고.





내 말에 그제야 김태형의 얼굴이 밝아졌다. 김태형이 한 걸음에 내 옆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꼬리 흔드는 강아지마냥 웃으며 내 옆에 달라붙었다.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이 기분이 이상하다. 간질간질하고, 아무튼 낯선 그런 감정이다. 내가 결국 걸음을 멈춰섰다. 김태형이 같이 멈추고는 고개를 숙여 날 쳐다보며 왜 그러냐고 계속 물었다.





“너 나한테 하나 더 궁금한 거 없어?”





내 말에 김태형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난 너한테 궁금한 거 하나 더 있어. 물어볼테니까, 너도 하나 더 물어봐.”





내 말에 김태형이 말없이 날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너, 나한테 왜 그래?”





질문이 조금 날카로운 듯 했지만, 절대로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따지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김태형의 굳은 표정을 보니 아마도 그렇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아, 그러니까, 내 말 뜻은……”

“알아. 니가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오해를 풀어주려고 말했는데, 김태형이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그 행동에 내가 한참 동안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너 좋아해.”





김태형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당황스러워서 내가 눈만 깜빡였다. 얘, 지금, 뭐라는 거야?





“그니까, 어, 사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서.”

“……”

“그냥, 치기어린 관심 그런 거 아냐.”





어쩌면 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태형이 처음 내게 우산을 줬던 날부터 이미 눈치 챘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확실한 건, 지금 김태형이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 싫지 않다는 거다. 나도, 참 이상하다. 분명 신경쓰지 말자 다짐했는데.








“아, 그니까, 아, 이걸 뭐라고 해야 돼 진짜…… 아이씨.”





말 없이 자기를 쳐다보기만 하는 날 본 김태형이 눈을 피하며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

“근데 확실한 건 니가 좋다는 거야. 언제부터 좋아했고 뭐가 좋은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그냥, 너라서 좋아.”





김태형의 눈동자가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 말을 듣고 있는데 자꾸만 간질거리는 느낌이 거세졌다. 아. 어떡해야 돼. 나 지금 너무 답답한데.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지.





“김태형.”

“그니까,”

“……”

“나랑 사귀자.”





그 말에 입이 꾹 닫혀버렸다. 대답을 해야할까.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 되게 웃긴 모습일 거다. 상대가 김태형인데. 나랑 그토록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부류였는데.





“내가 아무리 철딱서니 없어도, 당장 나 좋아해달라는 뭐 그런 말은 안할게.”

“……”

“너도 나 좋아하게 만들테니까, 기회를…… 좀 줘.”

“……”

“맨날 철벽치고, 그러지 말고…… 조금만 틈 좀 주라. 응?”





말 하나는 청산유수처럼 잘한다. 저렇게 공부를 했었으면 언어는 1등급일텐데. 내가 그 말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형이 내 어깨를 붙잡고 날 바라봤다. 더욱 더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에 내가 시선을 피했다.





“여주야.”

“……응.”

“나 진짜 진심이야. 너한테 하는 거 전부 다.”





김태형이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고는 웃었다. 그 웃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밀어내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 진짜. 홀렸나 봐. 김태형한테.
















묘해 너와

두근두근 과는 다른 분위기의 일진 태태죠..?!

태횽아 담배는 나빠.. 8ㅁ9.. 피지 말라고......

슬슬 태횽이 매력에ㅔ 빠지는 느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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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어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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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ㅠㅠㅠㅜ완전설레요ㅠㅠㅠ흐어어ㅓ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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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설레요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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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너무 설레요ㅜㅠㅠㅠㅠㅠㅠㅠㅠ신앟신 누르거갈게여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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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담배는 아니되요 ㅋㅋㅋㅋㅋ 주위사함들도 망쳐요 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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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말투도 너무 설레요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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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작가님 글 진짜 취저 탕탕!!! 이런 분위기 글 진짜 좋아해여ㅜㅜㅜㅜ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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